[함께하니 더 기쁜 삶]공유주택 은공1호, 가족 울타리 벗은 더 큰 가족의 탄생 (오늘공동체)

2023-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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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의 휴심정] 동화 속 세상 공유주택 ‘은공1호’

함께하기에 더욱더 행복한 공유주택 오늘공동체. 오늘공동체 제공



‘나’보다 ‘우리’가 익숙했었던 우리. 그러나 어느새 ‘우리’보다 ‘나’를 앞세운 시대입니다. 경쟁과 적자생존 속에서 빈부격차, 정치 이념 갈등과 남녀노소로 갈리며 개인과 개인의 소통도 막혀갑니다. 그래서 함께하는 삶이 더욱 그립습니다. 외로워도 슬퍼도 함께하면 견딜 수 있습니다. 한겨레와 (재)플라톤 아카데미가 ‘함께하니 더 기쁜 삶-일상 고수에게 듣다’를 12차례에 걸쳐 진행해 더불어 사는 삶이 주는 맛을 나눕니다. 두번째는 서울시 도봉구 도봉동 안골 오늘공동체 사람들입니다.


옥상 노천탕에서 별을 보며 스파를 즐기기도 하고, 햇볕이 좋은 날에는 야외 침대에 누워 책을 읽거나 도봉산을 바라보며 여유를 즐긴다. 햇빛이 너무 강해지면 옥탑 다실에서 차를 마시다가, 1층 카페로 내려가 수다를 떤다. 온 식구들이 지하 공동 식당에서 왁자지껄 저녁을 먹고 나서, 밤늦은 시간 음악 연습실에서 악기나 노래 연습을 하고, 요가 수업이 있는 날엔 요가로 하루의 피로를 푼다.


궁이나 재벌 집 풍경이 아니다. 서울 도봉구 도봉동에 있는 안골마을 오늘공동체 이야기다. 이젠 추억의 사진첩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대가족살이다. 홀로 사는 외로움보다 ‘함께’했을 때의 피로와 갈등이 더 두려운 현대인들에게 이곳은 마치 동화 속 세계처럼 생경하다. 공유주택을 꿈꾸는 사람들에겐 모델하우스로 불릴 만큼 방문 성지가 된 이 공동체가 이번에 6년째 공동체살이의 체험을 <공유주택 은공1호 이야기>(오늘 펴냄)에 시시콜콜하게 담아냈다. 이 공동체는 2000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부근에서 교회로 출발한 은혜공동체(은공)가 뿌리다. 공동육아와 소규모 싱글 여성 공동체로 시작된 은공은 2017년 545㎡ 크기의 땅에 지하 1층·지상 3층의 공유주택을 지어 안골마을에 입주했다. 이들은 종교 색을 빼고 ‘지금 여기’의 삶에 충실하기 위해 3년 전 ‘오늘공동체’로 이름을 바꿨지만, 세상엔 여전히 ‘은공’으로 더 알려져 책 이름도 은공으로 했다.


함께하기에 더욱더 행복한 공유주택 오늘공동체. 오늘공동체 제공


세계에서 가장 출산율이 낮은 서울에서 은공은 이방 지대다. 은공에 가면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아이들 천지다. 이곳에선 부모에게만 매달리는 아이들이 거의 없다. 어디나 친구와 언니, 누나, 오빠, 형, 이모, 삼촌이 있어서, 따로 부모를 찾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6학년 딸과 중학교 2학년 아들은 둔 문승규(46)씨는 “이곳에 온 뒤로 솔직히 (아이들한테) 너무 신경을 안 쓰고 살아서, 가끔은 ‘이래도 되나’ 싶을 때가 있다”며 웃었다. 부인 이선영(42)씨는 “아이들이 괜찮은 사람으로 성장해야 할 텐데 내가 모델이 되어줄 자신이 없어서 부담이 컸다”며 “이곳에 와서 다양한 직업과 취미를 가진 이모, 삼촌들 속에서 자라다 보니, 아이들이 부모의 품에서만 머물지 않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학교 수학교사로 초등학교 2·4학년 두 딸과 사는 최윤미(43)씨는 “육아를 혼자 담당할 때는 쓴 힘이 100이었다면 공동체 들어와서 1이나 2밖에 쓰지 않아, 아이들을 ‘내가 키운다’고 말할 수가 없다”며 “독박육아에 힘들어하는 외부 사람들에겐 너무 비현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 아이들은 언니, 오빠, 이모, 삼촌들 사이에서 저절로 큰다는 표현이 맞다”고 설명했다. 맞벌이 부부들은 퇴근해도 다시 집으로 출근해야 하는 식이지만 이곳에선 퇴근 후에도 연극 동아리와 공부 모임을 하며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 부장으로, 고등학교 1학년·중학교 1학년 두 딸을 둔 위세량(49)씨는 “여기 들어오기 전만 해도 목요일과 금요일쯤이 되면 이번 주말엔 아이들을 어느 놀이동산이나 박물관에 데려가야 하나 주말 스트레스가 상당했는데, 이곳에선 주말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면서 “지난겨울엔 우리 부부만 여행을 다녀왔는데, 이모와 삼촌들이 있으니, 아이들을 두고 가도 아무 걱정이 없었다”고 했다.


오늘공동체의 아이들. 오늘공동체 제공


돈벌이와 육아를 홀로 감당하느라 버거웠던 싱글맘들이 은공에 들어와 느끼는 체감 행복도는 더욱 높다. 이제 대학생이 된 두 아들을 둔 보험설계사 김유신(50)씨는 “아들 둘을 키우며 셋이 살 때는 퇴근하자마자 식사 준비부터 잠자기 전까지 끊임없이 움직여야 해서 취미생활 할 여유가 없었는데, 이곳에선 저녁에도 악기를 배우고, 춤을 추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며 “직장 동료와 고객들도 너무 편안해 보여 아무 걱정 없이 사는 사람 같다고 말한다”며 웃었다. 다섯 살과 초등학교 2학년 두 딸을 둔 고등학교 교사 장미애(43)씨는 “아이들과 나, 이렇게 셋만 살았다면 너무 외롭고 버거웠을 텐데, 여기선 그런 감정이 들어올 틈이 없다”면서 “이야기할 사람과 내 편이 되어주는 가족이 많고, 정서적 지지도 충분히 받으며 고민이 생기면 함께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짐을 나누어지니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이 매일 파티를 하는 기분으로 산다”고 전했다. 그는 “내 삶이 이렇게 행복해지리라고 상상도 못 했는데 꿈만 같은 일이 일어났다”며 행복해했다. 뜻하지 않던 둘째 아이 임신으로 육아가 걱정이던 한 공동체원도 독박육아가 아닌 공동육아가 가능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둘째 아이를 낳을 수 있었다.


한 달에 한 번씩 하는 옥상 바베큐파티. 오늘공동체 제공


은공은 10명 안팎의 4개 부족으로 이뤄져 있다. 자녀도 크면 다른 부족으로 떠난다. 부족이 달라도 한 건물에서 살고, 모든 공동체원들이 저녁을 같이 먹고, 동아리 활동을 함께하니 따로인 듯, 하나다. 밴드, 기타 교실, 필라테스, 자전거, 등산, 댄스, 글쓰기, 미술관 나들이, 심리 책 읽기, 연극, 역사 살피기, 타로, 농사, 발레, ‘새로운 나’ 등 이런 모임이 70여개 있고, 공동체원들은 최소한 두세 개에, 많게는 25개 모임에 참여한다. 그러다 보니 부부끼리도 얼굴 보기가 쉽지 않다. 박미소(40)씨는 “이곳에선 워낙 관심거리 놀 거리가 많아 굳이 남편과 함께 노는 데 집착할 필요가 없다”며 “오히려 부부관계가 더 편해지고 좋아졌다”고 만족해했다.


4부족은 ‘돌싱’ 포함 싱글 9명이 산다. 프리랜서 작가인 정영경(38)씨는 “혼자 살 때는 누가 뭐라는 사람이 없고, 내 욕구대로 하니 편했지만, 밖에서 일하고 와서 잠을 충분히 자는 데도 감정적으로 다운되곤 했다”면서 “여기선 무엇이든 즐겁게 함께하다 보니 무기력에 빠지는 일이 없고, 주위에 아이들이 있어 생기가 돌고, 일에 능률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싱글남으로 바리스타인 박세범(44)씨는 “여기 오기 전엔 남들에게 밉보이지 않고 좋은 모습만 보이도록 사느라 힘들기도 했는데, 여기선 자신을 솔직히 내보이고, 이를 그대로 받아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행복감과 안전감이 느껴진다. 이젠 죽음 앞에서도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든다”고 말했다.


함께하기에 더욱더 행복한 공유주택 오늘공동체. 오늘공동체 제공


함께하기에 더욱더 행복한 공유주택 오늘공동체. 오늘공동체 제공


은공에서 더욱 놀라운 것은 청소년들이다. 통상 어른과 아이들의 소통이 잘 안 돼 서로가 힘든 경우가 많지만, 이곳에선 어른들을 대하는 청소년들의 눈이 다정하게 반짝인다. 박민수(57) 대표는 “아이들이 이모, 삼촌에게 열린 마음으로 따뜻하게 다가가 모든 속 이야기를 꺼내 놓으니 날카로운 경계가 없어진다. 그러니 어른들이 가장 반기는 대상이 청소년이 되는 것”이라며 “저도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다”고 했다. 이곳에서 만난 중·고등학생 아이들은 하나같이 “내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가족”이라고 했고, “그 가족은 은공의 모든 가족”이라고 했다.


식재료를 다량으로 저가에 구매하고, 생필품도 나눔이 정착된 이 공동체는 고물가시대의 방패막이기도 하다. 은공에선 경제력에 따라 집세는 다르지만, 부족 생활비 15만원, 저녁 식비 10만원, 그 외 공동체 야유회 및 부족 회식비를 포함해 한달 1인당 총 생활비는 30~35만원이다. 이 금액에 이런 호사를 누리고 산다면 외부에선 쉽게 믿으려 들지 않는다.


대청소도 모두 함께. 오늘공동체 제공


텃밭가꾸기. 오늘공동체 제공


함께 놀고먹고 마시기만 한다고 행복이 거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이 모이면 의견 차이와 갈등이 없을 수가 없고, 은공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은공에선 심리상담 전문가인 박민수 대표를 비롯해 심리상담을 깊게 공부한 이들이 많고, 이들이 모두 멘토 구실을 해 갈등을 회피하지 않고, 직면해 솔직한 의사소통을 통해 갈등을 해소하도록 이끈다. 또한 갈등 예방을 위해 △외모 발언 △가르치는 말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 판단 △뒷담화 △강요(두 번 이상 부탁) 등을 하지 않도록 한다. 교회에서 출발했음에도 형식적인 예배도 기도도 없지만, 용서와 화해의 삶을 실제 삶에서 이루어 가니 ‘(하나님이) 보시기에 참 좋은 삶’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옥상에서 하는 요가 동아리. 오늘공동체 제공


함께하기에 더 행복한 공유주택 오늘공동체. 오늘공동체 제공


이 세상 어디고 차별과 소외로 인한 아픔이 없는 곳이 없다. 함께 살다 보면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부모를 따라 방학 때마다 외국을 나가는 아이를 보며 국내여행도 가보지 못한 아이가 느끼는 소외감은 더욱 커지게 마련. 은공은 그런 소외감도 세심하게 배려한다. 좀 더 경제력이 있는 사람이 돈을 더 내 모든 공동체원들이 한명의 예외 없이 타이 여행을 다녀왔다. 그렇게 차별 없이 하나가 된 여행에서 돌아오며 전에 없는 행복감을 느낀 공동체원들은 스위스 알프스 여행도 계획했다. 이 여행에선 고액 연봉자들이 너도나도 돈을 더 내 여행비가 남아돌 정도였다.


이들이 자기들끼리의 행복만 추구하는 것도 아니다. 사회적 약자나 인권 피해자들을 옥상 바비큐 파티에 초청하거나, 은공 1층 게스트하우스에 초청해 먹이고 재우며 아픔을 달래주곤 했다. 은공은 외로움과 슬픔을 날리는 행복 바이러스다. 이런 은공에 합류하고 싶은 이들이 많아 은공1호 이웃에 은공2호가 두 달 뒤 착공된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출처: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well/people/1083634.html 휴심정, 플라톤 아카데미 ‘함께하니 더 기쁜 삶’ "공유주택 은공1호, 가족 울타리 벗은 더 큰 가족의 탄생" 오늘공동체 인터뷰

필자_조현 기자
걷고 읽고 땀흘리고 어우러져 마시며 사랑하고 쓰고 그리며 여행하며 휴심하고 날며…. 저서로 <그리스 인생학교>(문화관광부장관 추천도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누리꾼 투표 인문교양 1위), 숨은 영성가들의 <울림>(한신대, 장신대, 감신대, 서울신대가 권하는 인문교양 100대 필독서). 숨은 선사들의 <은둔>(불교출판문화상과 불서상), 오지암자기행 <하늘이 감춘땅>(불교출판상).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우리시대 대표작가 300인’에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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