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자아(True Self)를 찾아서: 진정성(Authenticity) 있는 삶을 향해
바야흐로 진정성(authenticity)의 시대다. 수 많은 미디어와 자기관리 서적, 광고, 강연 등에서 우리들이 자주 접하는 메세지는 “내가 진정 어떤 사람인지”를 깨닫고 그에 맞는 결정을 내려 자신의 삶을 살아가라는 진정성에 관한 것이다. 이런 류의 메세지는 이제는 너무도 흔해진 클리셰(cliché)처럼 여겨진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진짜 나”를 찾아,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하고, 진실된 삶을 영위하는 것은 더 이상 이상적(ideal)인 목표가 아니라 거의 당위적(ought)인 전제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현대인들은 비진정성(inauthenticity)를 자주 경험한다. 대표적으로, 많은 현대인들은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이 정말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하는 비진정성 상태인 자기소외감(self-alienation)의 정신 건강 문제를 겪고 있다. 진정성이 강조되는 시대에서 개인들이 진정성을 경험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심리학자인 로이 바우마이스터에 따르면, 현대사회의 극대화된 개인의 자유도와 무한한 선택지가 한 원인이다(Baumeister, 1991). 즉, 현대인들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스스로 “선택”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얼마든지 본인이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매력적으로 들리겠지만, 개인에게 “최고”의 선택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되려 진정한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내기 어렵게 만든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우리의 진정한 자아(true self)를 알아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여전히 개인의 영역에 속한다. 먼 과거, 신분이나 출신이 개인의 인생을 결정하고 종교와 같은 절대적인 삶의 지침이 존재하던 시대와 달리 지금은 스스로가 자아상과 인생의 방향에 대해 결정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비록 해답은 아니지만, 진정한 자아에 관한 심리학 연구들이 도움이 될 수 있는 몇 가지 사고방식의 전환을 제안한다. 첫 번째는 진정한 자아를 은유(metaphor)를 이용하여 이해해 보는 것이다. 은유는 보통 추상적인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 구체적인 현상이나 사물에 비유하는 방법이다. 가령, 굴곡지고 다사다난한 인생살이를 이해하기 위해 사람들은 “삶은 파도와 같다”라고 표현하곤 한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는 삶을 “여행(journey)”에 비유했을 때 사람들이 자신의 삶의 의미(meaning in life)를 더 잘 이해한다고 보고했다(Landau, 2018). 진정한 자아 역시 매우 추상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은유를 이용하여 자기 자신을 무언가에 빗대어 본다면 자신을 더 잘 이해할 가능성이 있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진정한 자아와 관련해서는 특히 “발견(discovery)”이라는 은유를 주로 사용한다(Schlegel et al., 2012). 이 연구에서 사람들은 진정한 자아란 이미 자신 내면에 내재하고 있는, “발견”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이해할 때, 자기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우리들 모두 무언가 내면의 어떤 측면을 “발견”했다고 느꼈던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그 당시의 감각을 놓치지 않고 나에 대한 “발견”을 해냈다고 생각한다면 진정한 나에 대해 조금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그림 1).

그림 1. 수년 전 아메리칸 에어라인 비행기에서 “발견”한 잡지의 기사. 당신은 어떤 진정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까?
두 번째는 본질주의적 사고(essentialist reasoning)를 활용하는 것이다. 본질주의(essentialism)란 어떤 개체나 집단이 근원적인 본성 또는 실체에 해당하는 “본질(essence)”를 지니고 있으며 그 본질이 그 개체나 집단의 내면적 특징과 외형적 형태를 가능하게 한다는 믿음이다(Gelman, 2003). 본질주의적 사고란 따라서 객체의 심리나 행동을 이해하고 판단함에 있어 본질주의 믿음을 이용한 사고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수다스럽고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왜 그럴까를 생각해볼 때, “저 사람은 외향적인 본질을 가지고 있어서 저런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이 본질주의적 사고에 해당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본질주의적 사고를 하는 것이 진정한 자아에 대한 생각과 믿음을 높인다고 한다(Christy et al., 2019). 그 이유는 본질주의적 사고를 하는 사람이 생각하기에 인간에게 본질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진정한 자아라고 결론을 내리게 되기 때문이다. 이 본질주의적 사고는 앞서 소개한 “발견” 은유와도 관련이 있다. 보통 본질은 내면 가장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발견되는 것이며, 그것이 바로 진정한 자아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질주의적 사고를 통해 자신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스스로가 진정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구체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 물론 사람들은 비본질주의적 사고를 선호하기도 한다. 가령, 지능에 대한 본질주의적 사고는 사람들로 하여금 지능이란 바꿀 수 없는 것이며, 따라서 노력한다고 해서 자신의 지능이 나아지지 않으므로 초기의 실패에 쉽사리 포기하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어떤 사회적, 인종적 집단에 대해 본질주의적 사고를 하는 것은 그 집단에 대해 편견이나 차별을 강화하는 부작용도 존재한다(e.g., 흑인의 지능이 낮은 것은 그 집단의 본질이다). 진정한 자아를 이해하기 위한 본질주의적 사고는 따라서 철저하게 자기 자신의 핵심 가치와 정체성(core values and identity)에 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의 본질은 무엇인가”, “내가 추구하는 가치의 본질은 무엇인가”, “나를 나로서 존재하게 만드는 나의 가장 핵심에 자리잡은 변하지 않는 본질은 과연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 적절하게 본질주의적 사고를 이용하는 방법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진정한 자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만족스러운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 많은 사회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의사결정과 선택은 우리들의 자아관(self-view)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내가 어떤 결정을 내리고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나란 사람에 대한 이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믿을 때, 삶에서 내린 중요한 결정들, 가령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과 같은 결정에 대해 높은 만족도를 느낀다고 보고하였다(Schlegel et al., 2019). 이는 사람들이 진정한 자아를 따를 때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그 반대 방향도 존재했는데, 즉, 사람들은 자신의 결정에 만족할 때 진정한 자신이 누구인지 더 잘 이해한다고도 보고하였다. 이는 내가 어떤 방법이나 전략을 사용해서 의사결정을 내렸던 간에 그 결정이 만족스럽다면, 그 긍정적 정서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이 올바른 길로 나아가고 있다는 감각을 경험하게 하여, 스스로가 누구인지를 이해하게 돕는다는 의미를 갖는다. 중요한 점은 객관적으로 가장 큰 효용을 갖는 결정이 아닌, 주관적으로 만족스러운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만족스러운 결정을 내리는 경험을 반복할 수록, 우리는 내가 진정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진정성을 요구하는 시대에서 진정한 자아를 이해하는 것은 필수적이지만 어려운 일이다. 사람들은 아마도 끊임없이 자신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들이 진정한 자아에 대한 과업을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왜 진정성인가? 연구에 따르면 진정성 있게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건강하고 행복감을 많이 느낀다고 한다(Wood et al., 2008). 진정성은 희망감을 유지하게도 한다. 한 연구에서는 삶의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고 느껴질 때 희망을 갖기 어려운데, 진정성 있는 삶을 사는 사람들은 희망감을 유지했다고 한다(그림 2, Davis & Hicks, 2013). 이는 진정성 있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진정한 자아가 원하는 목표와 가치를 추구하며 살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하고 기회가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에도 자신이 올바른 길을 향해 가고 있으며 결국 소망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현재에 만족하고 행복감을 느끼면서 희망하는 미래를 향해가는 삶. 아마도 모든 현대인들이 원하는 삶일 것이다. 진정한 자아를 찾고 진정성 있는 삶을 살아가려는 태도에서 이 모든 것이 시작될 수 있다.
그림 2. 시간이 제한되었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시간이 넉넉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에 비해 희망을 덜 느꼈지만
높은 진정성을 가진 사람들은 시간 지각과 상관없이 높은 희망감을 경험했다.
참고 문헌
• Baumeister, R. F. (1991). Meanings of Life. Guilford Press.
• Christy, A. G., Schlegel, R. J., & Cimpian, A. (2019). Why do people believe in a “true self”? The role of essentialist reasoning about personal identity and the self.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17(2), 386–416. https://doi.org/10.1037/pspp0000254
• Davis, W. E., & Hicks, J. A. (2013). Maintaining Hope at the 11th Hour: Authenticity Buffers the Effect of Limited Time Perspective on Hope.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39(12), 1634–1646. https://doi.org/10.1177/0146167213500150
• Gelman, S. A. (2003). The essential child: Origins of essentialism in everyday thought. Oxford University Press.
• Landau, M. J. (2018). Using Metaphor to Find Meaning in Life. Review of General Psychology, 22(1), 62–72. https://doi.org/10.1037/gpr0000105
• Schlegel, R. J., Vess, M., & Arndt, J. (2012). To Discover or to Create: Metaphors and the True Self. Journal of Personality, 80(4), 969–993. https://doi.org/10.1111/j.1467-6494.2011.00753.x
• Schlegel, R. J., Hicks, J. A., Davis, W. E., Hirsch, K. A., & Smith, C. M. (2013). The dynamic interplay between perceived true self-knowledge and decision satisfactio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04(3), 542–558. https://doi.org/10.1037/a0031183
• Wood, A. M., Linley, P. A., Maltby, J., Baliousis, M., & Joseph, S. (2008). The authentic personality: A theoretical and empirical conceptualization and the development of the Authenticity Scale. Journal of Counseling Psychology, 55(3), 385–399. https://doi.org/10.1037/0022-0167.55.3.385
#진정성 #진정한 자아 #희망

|
김진형 서강대학교 심리학과 조교수. 진정한 자아(true self)와 삶의 의미(meaning in life)를 추구하는 인간의 심리를 사회 및 성격 심리학적 이론과 방법을 통해 연구하는 사회심리학자 |
진정한 자아(True Self)를 찾아서: 진정성(Authenticity) 있는 삶을 향해
바야흐로 진정성(authenticity)의 시대다. 수 많은 미디어와 자기관리 서적, 광고, 강연 등에서 우리들이 자주 접하는 메세지는 “내가 진정 어떤 사람인지”를 깨닫고 그에 맞는 결정을 내려 자신의 삶을 살아가라는 진정성에 관한 것이다. 이런 류의 메세지는 이제는 너무도 흔해진 클리셰(cliché)처럼 여겨진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진짜 나”를 찾아,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하고, 진실된 삶을 영위하는 것은 더 이상 이상적(ideal)인 목표가 아니라 거의 당위적(ought)인 전제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현대인들은 비진정성(inauthenticity)를 자주 경험한다. 대표적으로, 많은 현대인들은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이 정말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하는 비진정성 상태인 자기소외감(self-alienation)의 정신 건강 문제를 겪고 있다. 진정성이 강조되는 시대에서 개인들이 진정성을 경험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심리학자인 로이 바우마이스터에 따르면, 현대사회의 극대화된 개인의 자유도와 무한한 선택지가 한 원인이다(Baumeister, 1991). 즉, 현대인들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스스로 “선택”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얼마든지 본인이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매력적으로 들리겠지만, 개인에게 “최고”의 선택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되려 진정한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내기 어렵게 만든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우리의 진정한 자아(true self)를 알아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여전히 개인의 영역에 속한다. 먼 과거, 신분이나 출신이 개인의 인생을 결정하고 종교와 같은 절대적인 삶의 지침이 존재하던 시대와 달리 지금은 스스로가 자아상과 인생의 방향에 대해 결정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비록 해답은 아니지만, 진정한 자아에 관한 심리학 연구들이 도움이 될 수 있는 몇 가지 사고방식의 전환을 제안한다. 첫 번째는 진정한 자아를 은유(metaphor)를 이용하여 이해해 보는 것이다. 은유는 보통 추상적인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 구체적인 현상이나 사물에 비유하는 방법이다. 가령, 굴곡지고 다사다난한 인생살이를 이해하기 위해 사람들은 “삶은 파도와 같다”라고 표현하곤 한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는 삶을 “여행(journey)”에 비유했을 때 사람들이 자신의 삶의 의미(meaning in life)를 더 잘 이해한다고 보고했다(Landau, 2018). 진정한 자아 역시 매우 추상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은유를 이용하여 자기 자신을 무언가에 빗대어 본다면 자신을 더 잘 이해할 가능성이 있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진정한 자아와 관련해서는 특히 “발견(discovery)”이라는 은유를 주로 사용한다(Schlegel et al., 2012). 이 연구에서 사람들은 진정한 자아란 이미 자신 내면에 내재하고 있는, “발견”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이해할 때, 자기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우리들 모두 무언가 내면의 어떤 측면을 “발견”했다고 느꼈던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그 당시의 감각을 놓치지 않고 나에 대한 “발견”을 해냈다고 생각한다면 진정한 나에 대해 조금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그림 1).
그림 1. 수년 전 아메리칸 에어라인 비행기에서 “발견”한 잡지의 기사. 당신은 어떤 진정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까?
두 번째는 본질주의적 사고(essentialist reasoning)를 활용하는 것이다. 본질주의(essentialism)란 어떤 개체나 집단이 근원적인 본성 또는 실체에 해당하는 “본질(essence)”를 지니고 있으며 그 본질이 그 개체나 집단의 내면적 특징과 외형적 형태를 가능하게 한다는 믿음이다(Gelman, 2003). 본질주의적 사고란 따라서 객체의 심리나 행동을 이해하고 판단함에 있어 본질주의 믿음을 이용한 사고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수다스럽고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왜 그럴까를 생각해볼 때, “저 사람은 외향적인 본질을 가지고 있어서 저런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이 본질주의적 사고에 해당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본질주의적 사고를 하는 것이 진정한 자아에 대한 생각과 믿음을 높인다고 한다(Christy et al., 2019). 그 이유는 본질주의적 사고를 하는 사람이 생각하기에 인간에게 본질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진정한 자아라고 결론을 내리게 되기 때문이다. 이 본질주의적 사고는 앞서 소개한 “발견” 은유와도 관련이 있다. 보통 본질은 내면 가장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발견되는 것이며, 그것이 바로 진정한 자아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질주의적 사고를 통해 자신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스스로가 진정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구체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 물론 사람들은 비본질주의적 사고를 선호하기도 한다. 가령, 지능에 대한 본질주의적 사고는 사람들로 하여금 지능이란 바꿀 수 없는 것이며, 따라서 노력한다고 해서 자신의 지능이 나아지지 않으므로 초기의 실패에 쉽사리 포기하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어떤 사회적, 인종적 집단에 대해 본질주의적 사고를 하는 것은 그 집단에 대해 편견이나 차별을 강화하는 부작용도 존재한다(e.g., 흑인의 지능이 낮은 것은 그 집단의 본질이다). 진정한 자아를 이해하기 위한 본질주의적 사고는 따라서 철저하게 자기 자신의 핵심 가치와 정체성(core values and identity)에 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의 본질은 무엇인가”, “내가 추구하는 가치의 본질은 무엇인가”, “나를 나로서 존재하게 만드는 나의 가장 핵심에 자리잡은 변하지 않는 본질은 과연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 적절하게 본질주의적 사고를 이용하는 방법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진정한 자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만족스러운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 많은 사회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의사결정과 선택은 우리들의 자아관(self-view)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내가 어떤 결정을 내리고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나란 사람에 대한 이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믿을 때, 삶에서 내린 중요한 결정들, 가령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과 같은 결정에 대해 높은 만족도를 느낀다고 보고하였다(Schlegel et al., 2019). 이는 사람들이 진정한 자아를 따를 때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그 반대 방향도 존재했는데, 즉, 사람들은 자신의 결정에 만족할 때 진정한 자신이 누구인지 더 잘 이해한다고도 보고하였다. 이는 내가 어떤 방법이나 전략을 사용해서 의사결정을 내렸던 간에 그 결정이 만족스럽다면, 그 긍정적 정서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이 올바른 길로 나아가고 있다는 감각을 경험하게 하여, 스스로가 누구인지를 이해하게 돕는다는 의미를 갖는다. 중요한 점은 객관적으로 가장 큰 효용을 갖는 결정이 아닌, 주관적으로 만족스러운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만족스러운 결정을 내리는 경험을 반복할 수록, 우리는 내가 진정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진정성을 요구하는 시대에서 진정한 자아를 이해하는 것은 필수적이지만 어려운 일이다. 사람들은 아마도 끊임없이 자신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들이 진정한 자아에 대한 과업을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왜 진정성인가? 연구에 따르면 진정성 있게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건강하고 행복감을 많이 느낀다고 한다(Wood et al., 2008). 진정성은 희망감을 유지하게도 한다. 한 연구에서는 삶의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고 느껴질 때 희망을 갖기 어려운데, 진정성 있는 삶을 사는 사람들은 희망감을 유지했다고 한다(그림 2, Davis & Hicks, 2013). 이는 진정성 있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진정한 자아가 원하는 목표와 가치를 추구하며 살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하고 기회가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에도 자신이 올바른 길을 향해 가고 있으며 결국 소망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현재에 만족하고 행복감을 느끼면서 희망하는 미래를 향해가는 삶. 아마도 모든 현대인들이 원하는 삶일 것이다. 진정한 자아를 찾고 진정성 있는 삶을 살아가려는 태도에서 이 모든 것이 시작될 수 있다.
높은 진정성을 가진 사람들은 시간 지각과 상관없이 높은 희망감을 경험했다.
참고 문헌
• Baumeister, R. F. (1991). Meanings of Life. Guilford Press.
• Christy, A. G., Schlegel, R. J., & Cimpian, A. (2019). Why do people believe in a “true self”? The role of essentialist reasoning about personal identity and the self.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17(2), 386–416. https://doi.org/10.1037/pspp0000254
• Davis, W. E., & Hicks, J. A. (2013). Maintaining Hope at the 11th Hour: Authenticity Buffers the Effect of Limited Time Perspective on Hope.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39(12), 1634–1646. https://doi.org/10.1177/0146167213500150
• Gelman, S. A. (2003). The essential child: Origins of essentialism in everyday thought. Oxford University Press.
• Landau, M. J. (2018). Using Metaphor to Find Meaning in Life. Review of General Psychology, 22(1), 62–72. https://doi.org/10.1037/gpr0000105
• Schlegel, R. J., Vess, M., & Arndt, J. (2012). To Discover or to Create: Metaphors and the True Self. Journal of Personality, 80(4), 969–993. https://doi.org/10.1111/j.1467-6494.2011.00753.x
• Schlegel, R. J., Hicks, J. A., Davis, W. E., Hirsch, K. A., & Smith, C. M. (2013). The dynamic interplay between perceived true self-knowledge and decision satisfaction.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104(3), 542–558. https://doi.org/10.1037/a0031183
• Wood, A. M., Linley, P. A., Maltby, J., Baliousis, M., & Joseph, S. (2008). The authentic personality: A theoretical and empirical conceptualization and the development of the Authenticity Scale. Journal of Counseling Psychology, 55(3), 385–399. https://doi.org/10.1037/0022-0167.55.3.385
#진정성 #진정한 자아 #희망
서강대학교 심리학과 조교수. 진정한 자아(true self)와 삶의 의미(meaning in life)를 추구하는 인간의 심리를 사회 및 성격 심리학적 이론과 방법을 통해 연구하는 사회심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