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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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긍정적 변화의 열쇠] 1. 우리의 성격과 행동은 변할까? (민희정)

2021-10-21

‘사람 잘 안 변해!’ 살면서 한 번쯤은 들어본 말이다. 그리고 한 번쯤은 머리 속에 떠올려 봤을 법한 말이기도 하다. 지인 중 한 명은 약속 시간에 매일 늦는다고 생각해보자. 몇 번 이야기 했지만 매 번 지각하는 것이 달라지지 않자 이렇게 생각하기로 한다. ‘사람 잘 안 변해. 그냥 이해하자’. 가족들 사이에서 이 말은 더욱 절실히 다가온다. 다섯 살인 자녀에게 내던 엄마의 짜증은 아이가 중학생이 되어도 여전하다. 욱하는 성격을 가진 남편과 삼 십 년을 살아도 여전히 남편 성격 때문에 심장이 두근거리고 속이 상하는 부인도 있다. 이 부인은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에 동의하며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성격이 고정되어 있다는 이러한 관념은 대부분 타인의 부정적인 행동에 대한 생각인 경우가 많다.

잘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타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일까? 자기 자신의 습관이나 행동을 바꾸는데도 사람들은 어려움을 겪는다. 식습관을 변화시키는 것부터, 아침의 일상적 행동양식을 바꾸는 것, 혹은 공부 습관이나 일하는 습관, 사람을 대하는 방식, 생각하는 방식을 긍정적으로 바꾸는데 사람들은 매우 어려움을 겪는다. 새해에 세우는 계획들은 며칠도 안 되어 사라지고 또 다시 ‘변하는 건 어렵다’며 그대로 주저 앉는다. 2018년 새해에도 이런 다짐들이 수 없이 일어났다 사라졌을 것이다.

여기서 잠깐 생각해보면, 변하지 않는다는 말 만큼 무서운 말도 없다. 한 번 생긴 버릇이나 행동양식, 성격은 바뀌지 않는다니,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두려움을 남기는 말이다. 특히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성격, 행동을 가진 친구나 배우자를 둔 경우나 자기 자신이 바뀌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진 경우, 사람들에게 무기력을 안겨주어 노력조차 하지 못하게 힘을 빼버린다.

이러한 말들 때문에 누군가는 변화를 바라지만 포기하고 살고, 자기 자신의 변화를 생각하는 사람도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한다. 그런데, 이와 완전히 반대되는 말도 존재한다. ‘사람은 변한다’라는 말이다. 사람이 과연 변할 수 있을까? 현실에서 변하지 않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아니, 나 자신부터 변하기가 이렇게 힘든데? 그렇지만 사실이다. 그리고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그럼, 사람이 변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사람의 어떤 부분이 변하면 사람이 변했다고 하는 것일까? 행동? 생각? 말투? 몸짓? 마음? 과학에서는 경험에 따라 우리의 뇌, 즉 마음은 계속 변화하고 있으며, 긍정적 경험은 우리의 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켜 긍정적인 행동과 말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한다.

뇌: 변화를 보여주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많은 과학자들은 아래 그래프와 같이 뇌는 특정 연령이 지나면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즉, 우리의 마음은 특정 연령이 지나면 더 이상 변하지 않고, 그러므로 한 번 형성된 인간의 행동이나 성격도 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뇌의 발달이 급격히 이루어지는 영유아기를 인간의 모든 것이 결정되는 중요한 시기라는 의미에서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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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mithsonian National Museum of Natural History


그러나 근래 들어 결정적 시기는 ‘민감한 시기(Sensitive Period)로 바뀌었으며, 인간의 뇌는 나이가 들어도 발달하고 변화한다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나 뇌가소성(Brain Plasticity)이라고 불리고 있는 이론이다. 뇌가소성 연구의 예를 들면, 2004년 독일의 과학자들은(Draganski 외) 저글링을 배우는 것만으로 뇌의 구조가 변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들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3달 동안 최소 60초간 저글링을 연습하도록 했다. 3달 후 그들은 MRI검사를 통해 저글링을 한 참가자들에게서 시각 운동 정보를 담당하는 뇌의 부위가 커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뒤 세 달 동안 저글링을 멈추었더니 시각 운동 정보를 담당하던 부위의 크기가 예전처럼 다시 줄어든 점도 발견했다. 즉, 인간의 학습과 경험이 뇌의 구조를 변화시킨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밝혀낸 것이다.

또 다른 예는 런던의 택시운전사의 뇌에 관한 연구이다. 매과이어와 다른 연구자들은 런던과 같은 대도시의 복잡한 길에서도 무리 없이 운전하는 택시운전사에게 관심을 기울였다. 그리고 그들의 뇌를 스캔한 결과 기억과 공간개념을 조절하는 해마의 크기가 일반인에 비해 커져 있는 것을 밝혀냈다. 즉, 택시를 운전하는 경험을 쌓아가면서 공간을 기억하고 도시의 지리를 기억하는 능력과 공간개념이 발달된 것을 찾아낸 것이다. 또한, 메사츄세츠 병원에서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인간의 해마 크기가 작아지고 편도체 크기가 커지는 것도 밝혀냈다. 이처럼, 성인의 뇌도 경험과 환경에 따라 변화되고 발달된다는 것이 현재 뇌과학 연구가 보여주고 있는 결과이다.


명상: 긍정적 변화를 위한 열쇠

인간의 뇌가 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명상 연구이다. 2000년대부터 활발하게 연구되는 명상-뇌과학 연구는 인간의 뇌가 명상을 통해 긍정적으로 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위스콘신 대학교의 Davidson은 2004년 8명의 명상가를 대상으로 뇌파검사(EEG)를 통한 뇌과학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은 최소 15년에서 40년간 약 1만시간에서 5만시간 동안 명상 수행을 한 이들이었다. 물론, 통제그룹은 명상을 한번도 하지 않은 대학생들이었으며, 연구측정 전 일주일 동안 자비명상을 최소 하루 한 시간 동안 수행하도록 했다. 뇌파를 측정하는 동안에 명상가 그룹과 통제그룹 모두 자비수행을 했다. 이를 통해 명상을 오래한 수행자의 뇌에서 감마파 진동이 나타나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뇌의 활성화와 더불어 의식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명상을 오래한 수행자의 경우 뇌파가 다르다는 것이 밝혀진 후, Lazar외 다른 연구자는 MRI측정을 통해 뇌의 일부 영역의 두께가 두꺼워지는 것, 즉 뇌의 구조가 변하는 것을 찾아냈다. 이들은 실험자에게 통찰 명상을 하게 하고 MRI촬영을 통해 뇌구조를 분석했는데, 주의집중과 관련된 뇌의 영역이 두꺼워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나이가 들수록 뇌의 두께가 얇아지는데, 명상이 뇌의 두께를 두껍게 해 뇌의 나이를 젊게 유지시켜 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2009년도에 진행된 또 다른 연구에서는 명상이 정서를 조절하고 환경에 반응하는 방식을 조절하는 것과 연관된 부위인 전전두엽과 해마의 두께를 두껍게 하는 것을 발견했으며, 2012년도에는 명상이 자기조절을 관장하는 전대상회 부위를 변화시키는 것을 발견했다. 현재는 공감능력, 자비심 등에 대한 영역도 발달되는 것을 발견하고 있다. 이렇듯, 뇌과학 연구를 통해 명상이 뇌의 다양한 부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연구되고 있다. 이는, 일상 생활에 명상 경험을 추가시키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명상 경험이 마음의 긍정적 변화를 유도해 주의를 집중하게 하고, 자신을 잘 조절하게 하며,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감정을 받아들여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돕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변화의 의미

우리의 명상 경험이 뇌를 변화시키고, 궁극적으로 우리의 행동 등을 변화시킨다는 연구를 보면 사람은 변하고 있으며 고정되어 있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리고 변화의 방향이 긍정적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변한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몸에 난 상처가 아물고 어느새 흉터가 없어지듯이, 혹은 흉터가 남더라도 통증이 사라지듯이, 우리의 마음 속 상처도 없어질 것이고 새살이 돋아날 것이다. 우리의 행동도, 말투도, 언제든지 우리의 선택에 따라 변화되고 달라지며, 우리를 더 나은 우리로 이끌어 갈 수 있다. 어떤 경험을 하고 싶은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그것만 결정하면 된다. 앞으로 누군가를 만나 자신도 모르게 ‘사람 안 변할 거야’라는 말을 하는 날이 오게 된다면 다시 생각해보자. 그도 변할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는 나의 생각도 변할 것이라고. 지금까지의 경험과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면, 그 중에서도 명상을 하게 된다면 누구라도 변할 수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자기 자신이 스스로 지쳐 포기하게 된 때가 온다면 다시 힘을 내보자. 명상을 통해 나의 마음도 조절하고 긍정적 태도도 발달시키며 삶의 변화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 Davidson, R. & Lutz, A. 2008. Buddha’s brain:Neuroplasticity and meditation. IEEE Signal Processing Magazine, 174
• Draganski, B., Gaser, C., Busch, V., & May, A. 2004. Neuroplasticity: changes in grey matter induced by training. Nature 427(6972): 311-2
• Ghosh, S., Laxmi, T.R., & Chattarji, S. 2013. Functional connectivity from the amygdale to the hippocampus grows stronger after stress. The Journal of Neuroscience: the official journal of the Society for Neuroscience, 33(17):723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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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guire, E.A., gadian, D.G., Johnsrude, I.S., Good, C.D., Ashburner, J., Frackowiak, R.S., & Frith, C.D. 2000. Navigation-related structural change in the hippocampi of taxi driver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nites States of America, 97(8):4398-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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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_민희정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불교아동보육학과 조교수. 명상의 교육적, 심리학적 효과 연구와 프로그램 개발 연구를 하며 교사와 상담사를 지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