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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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긍정적 변화의 열쇠] 2. 나에 대한 사랑과 친절 (민희정)

2021-10-21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전적 정의로는 아끼고 위하며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다.

그런데 여기 단서가 붙는다. 다른 사람이라는. 사랑이라는 말은 사랑의 대상이 되는 외부의 그 누군가를 상정하게 만든다. 그럼, 친절은 무엇일까? 사전적으로는 대하는 태도가 매우 친근하고 다정한 것을 의미한다. 사랑과 같이 보통 사람들은 친절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타인에 대한 친절을 떠올린다. 그리고 사전에서 정의한 것과 같이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친근하고 다정한 것이 친절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러한 사랑과 친절은 타인을 향해야만 하는 것일까? 자기 자신에게 향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필자가 박사과정 공부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든 감정 중의 하나는 죄책감이었다. 미국에서 유학하는 동안, 밥을 먹을 때나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때나, 무엇을 하든 공부를 하러 이곳에 왔는데 내가 밥을 먹으며 시간을 낭비해도 되는가.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산책하는데 시간을 보내도 되는가? 이런 죄책감이 늘 어깨 위에 무겁게 올려져 있었다. 그리고 이런 죄책감이 들 때마다 나를 더 고립시키며 공부해야 한다고, 더 열심히 연구해야 한다고 다그쳤었다. 사실, 이렇게 다그친다고 능률이나 생산성이 오르는 것은 아니었다. 단순히 일어난 죄책감을 상쇄시키기 위해 나 자신에게 엄격하게 대했던 것이었다. 이렇게 나를 엄격하게 대하다 보니 건강은 더 나빠지고 스트레스만 쌓여갔다. 그리고 이는 비단 나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함께 박사과정을 공부하던 많은 학생들이 ‘나는 왜 공부를 더 열심히 하지 않을까요?’라는 문제로 꽤 많이 상담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담을 하며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았다. 우리는 왜 자신에게 엄격 한가? 자신에 대한 엄격함이 좀 더 나은 나를 만들어 주는가? 아니면 자신을 더 힘들게 하는가? 결론은 자신에 대한 엄격함은 자신을 더욱 무기력하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자신을 돌보지 않고 성과를 향해 밀어 붙이느라 다들 마음이 피폐해지고 아파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해답은 이제 그만 다그침을 멈추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존중해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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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다정하게 대하는 것을 나에 대한 사랑과 친절 (self-kindness)이라 한다. 다른 말로는 자기자비 즉, Self-compassion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한다. 사실, self-kindness 와 self-compassion의 사전적 정의는 다르다. 그러나 사회적으로는 자신에 대한 이해와 수용을 통해 고통을 감소시키는 의미로 함께 사용한다. 이는 자신에게 외부의 판단기준을 들어 엄격하게 대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자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자기 자신을 존중하자는 말을 들으면 혹자는 자신에게 엄격하지 않으면 발전하지 못한다고 비난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발전만 이야기 하고 혹독하게 밀어붙이면 생산성이 오히려 떨어진다는 연구가 있다. 예를 들어, 직장인이 한 달에 10시간 이상의 휴식을 취하면 다음해에 능률이 8%정도 향상된다는 연구가 있다 (schwartz, Gomes, & MaCarthy, 2010). 또한, 스탠포드 대학교의 농구선수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도 하루에 10시간 이상의 수면이 골결정력을 높이거나 피로를 줄여주는 등 농구선수의 운동능력을 향상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Mah, Mah, Kezirian, & Dement, 2011). 이들 연구는 휴식이 함께 하지 않으면 발전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기 자신에게 친절한 것은 자신에게 휴식을 주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사람은 너무 어색해서 힘들다고, 그래서 자신에게 친절할 수 없다고 이야기 할 수도 있다. 물론 갑자기 자신을 아끼며 소중하고 다정하게 대하는 일이란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군가는 닭살 돋는다며 소리를 지를 수도 있고, 누군가는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쑥스럽고 어색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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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에는 다음과 같은 loving-kindness meditation, 혹은 Self-compassion명상을 시작 해도 좋을 것이다. 자신을 위한 자비 명상은 자기 자신을 돌보는 문구를 읽으며 자신에게 사랑과 친절의 마음을 보내는 것이다. 그리고 아픔이 있으면 있는 대로 나를 수용하고 아픔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 때, 사랑과 친절을 주기 위한 어떤 조건도 세우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자신을 수용해 사랑과 친절의 마음을 보내면 그 뿐이다. 이를 통해 자기 자신을 온전히 수용하게 되고, 압박과 불안,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럼 이제 자신을 위한 사랑, 친절, 자비의 명상을 시작해보자.

우선, 편안한 자세를 취한다. 의자에 앉거나 바닥에 앉아도 좋다. 혹은 누워서 해도 괜찮다. 그리고 자신을 작은 아이라고 생각해보자. 이 작은 아이는 다른 모든 아이들이 그러하듯 많이 다치고 깨지고 그러면서도 씩씩하게 웃으며 살아가고 있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기도 하고 그래서 힘이 빠지기도,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이 작은 아이의 상처를 위로해주자. 그리고 더 이상 상처받지 않도록 도와주자. 좀 더 건강하고 씩씩하기를, 매일 미소 짓기를 바래보자. 이제 나 자신에게 이렇게 말한다.


내가 스트레스에서 자유롭기를 기원합니다.
내가 불안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합니다.
내가 고통에서 자유로워지기를 기원합니다.
내가 미소 짓기를 기원합니다.
내가 건강하기를 기원합니다.
내가 안전하기를 기원합니다.
내가 평화롭기를 기원합니다.
내가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
내가 다른 모든 존재와 함께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

나는 나 자신으로 충분합니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존중합니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합니다.


이렇게 나 자신을 위해 사랑과 친절과 자비의 마음을 보내다 보면, 나 자신을 조금 더 수용할 수 있게 된다. 선행된 연구에 따르면, 자기 자신을 위한 사랑, 친절, 자비 명상은 우리의 삶을 좀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증가시키며, 타인과 더욱 교류하게 하고, 자신을 수용하게 하며 행복하게 만든다고 한다. 조금 어색하더라도, 간지럽더라고, 쑥스럽더라도 이렇게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자신과 좀 더 친해질 수 있고, 자신에 대한 이해심도 넓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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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자신에게 친절한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자. 자신을 위해 시간을 쓰는 것은 다른 모든 이들을 이롭게 하는 일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그리고 사랑과 친절이라는 말을 들으면 타인 뿐 아니라 자신도 떠올리도록 하자. 그렇다고 이기적으로 자신만을 위해 살자는 말은 아니라고 꼭 덧붙이고 싶다. 자신을 위한 친절, 자비 명상은 자기 비난을 멈추고 수용하자는 것이지 자신만이 최고라고 생각하자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지금까지와 같이, 앞으로도 많은 갈등을 겪을 것이다. 많은 장애물도 있을 것이고, 좌절이나 실패도 겪을 것이다. 그때마다 잊지 말자. 자신을 진정 위로하고 받아줄 수 있는 존재는 자기 자신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자신을 위한 사랑, 친절, 자비 명상을 통해 연습하고 실천해보자.

 


참고문헌

• 고려대학교 한국어 대사전
• Firestone, L. 2016. The many benefits of self-compassion. Psychology Today. Oct. 26.
https://www.psychologytoday.com/us/blog/compassion-matters/201610/the-many-benefits-self-compassion
• Kristin, N. 2011. Self-Compassion: the proven power of being kind to yourself. New York, NY: William Morrow:
• Mah, C. D., Mah, K. E., Kezirian, E. J., & Dement, W. C. (2011). The Effects of Sleep Extension on the Athletic Performance of Collegiate Basketball Players. Sleep, 34(7), 943–950.
• Sharon, S. 2002. Lovingkindness: the revolutionary art of happiness. Shambhala
• Schwartz, T., Gomes, J., & MaCarthy, C. 2010. Be excellent at anything: the four keys to transforming the way we work and live. New York, NY, Free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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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_민희정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불교아동보육학과 조교수. 명상의 교육적, 심리학적 효과 연구와 프로그램 개발 연구를 하며 교사와 상담사를 지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