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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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명상] 소통되는 감정, 알아차림 (민희정)

2021-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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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는 의사소통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분이 상하거나 슬플 때, 그리고 기쁠 때, 자신의 감정을 섞어 의사를 표현하게 될 때도 있고, 다른 사람의 말을 오해하거나 왜곡하여 해석하는 경우도 종종 일어난다. 슬프고 힘든 날, 누군가 나를 위로한다며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뭐’ 라고 한 말을 ‘본인 일이 아니니 쉽게 이야기 하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바로 인지적 왜곡이 일어나는 경우일 것이다. 혹은, 너무 기쁜 날에는 어떤 기분 나쁜 말을 들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도 감정에 따라 의미가 다르게 해석되는 예를 보여준다. 따라서 자신의 감정을 잘 알아차리고 감정을 적절하게 다루는 것은 의사소통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감정은 말로 하지 않아도 생각보다 쉽게 타인에게 전달된다고 한다. 감정이 타인에게 전달되는 방식에는 얼굴표정, 목소리의 톤이나 강도, 몸짓, 그리고 터치 등이 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가 화가 났을 때는 표정이 일그러지고 목소리는 격앙되거나 매우 낮아진다. 이렇듯, 우리의 감정은 그대로 우리의 몸을 통해 드러나 타인에게 전달된다. 우리가 화를 낼 때에는 화라는 에너지를 온 몸을 통해 분출하게 되는 것이다. 혹은 기분이 좋을 때에는 좋은 기분의 에너지를 온 몸을 통해 분출하며 타인에게 기쁨을 전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감정의 전달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들이 있다.

우리는 어떤 사람의 얼굴표정만 보아도, 목소리만 들어도, 누군가의 터치를 통해서도 자연스럽게 그 사람의 감정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실제 생활에서 느끼는 것처럼, 사람은 표정만으로 그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아래의 그림을 보면서 여성분이 가지는 감정에 대해 잘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표정을 통해 감정을 이해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 말은 바꿔 생각하면 타인들은 나의 표정을 무의식적으로 해석하며 정서를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다. 즉, 나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눈을 찡그리거나, 인상을 찌푸리거나, 입술에 미소를 띄거나, 입술을 샐쭉이거나 하는 등으로 감정을 전달하고 있다는 뜻이다. 얼굴 표정을 통한 감정의 소통은 1960년대부터 연구 되고 있는 중요한 의사소통 방식 중 하나이고, 실제로도 많이 느껴지는 실제적 이론이기 때문에 더 이상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기 스스로는 어떤 얼굴 표정을 짓는지 모를 때가 많다. 따라서 자신의 감정을 잘 이해하고 소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표정을 잘 알아차리고 인식하는 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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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더불어 우리의 목소리도 감정을 전달하는 도구로 사용된다는 연구가 많이 이루어져있다. 스위스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서 모르는 사람의 목소리만으로 그 사람의 감정을 알 수 있는지에 대해 조사했다. 그리고 목소리 톤, 높낮이, 속도 등에 따라 어떤 정서를 느끼는지를 보고했다. 예를 들어 높은 톤을 놀람, 낮은 톤은 지루함, 톤의 높낮이 폭이 크면 행복감, 즐거움, 놀람, 톤의 높낮이 폭이 작으면 화, 두려움, 지루함 등의 정서를 나타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낮은 톤의 목소리를 들으면 우리는 지루함을 느끼고, 높은 톤의 목소리를 들으면 놀라움, 활기참, 기쁨 등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캐나다의 맥커리 대학 연구자 Thompson도 정서에 대한 해석이 유추될 수 없는 일반 문장을 여러 정서를 표현하면서 읽도록 했다. 이 때 사용된 문장은 ‘한 소년과 소녀가 우유를 사러 갑니다’ 등의 정서 중립적인 문장이었으며, 표현하도록 한 정서는 행복, 슬픔, 두려움, 짜증, 따듯함, 그리고 무감정이었다. 이 연구자도 목소리의 형태가 감정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찾아냈다. 예를 들어, 행복감과 두려움을 나타낼 때 우리의 목소리 톤은 똑같이 높아지지만 행복감은 목소리의 높낮이 폭이 크게 요동치는 모습을 띄며, 두려움은 목소리의 높낮이 폭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뜻한 정서는 낮은 톤과 낮은 높낮이 변화를 나타냈다. 그리고 말을 듣는 사람은 88%의 높은 비율로 말하는 사람의 정서를 맞춘다는 것을 찾아냈다. 이러한 결과를 보면, 우리는 어쩌면 살면서 인간의 정서를 얼굴 표정, 목소리와 연관시켜 뇌 속에 저장시켜놓으면서 발달 되어져 왔는지도 모르겠다. 이유는, 문화적으로 다른 나라에서도 굉장히 비슷하게 정서를 인지한다는 연구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우리는 목소리만으로도 정서를 인지하고 비언어적 소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목소리에 대한 자각 또한 건강한 의사소통을 도울 것이다.

최근 들어 목소리 뿐만 아니라 터치만으로도 다른 사람의 감정을 알 수 있다는 연구가 이루어졌다. UC-Berkeley대학에서 진행한 이 연구에서는 비언어적 감정표현에 있어서 연구되어지지 않고 있던 터치의 중요성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감정이 터치를 통해 전달되는지를 조사했다. Hertenstein, Keltner, App, Bulleit, & Jaskolka는 2006년에 낯선 사람이 팔을 만졌을 때 정서를 인지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았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말을 하지 않고 팔을 만지는 것 만으로도 어떤 정서를 표현하려고 하는지 알아 맞춘다는 것이었다. 이 때 피실험자는 화, 두려움, 역겨움, 사랑, 감사함, 그리고 동정심의 정서를 터치만으로 맞추었다. 그러나 이 실험에서는 낯선 사람의 표정이나 몸짓도 볼 수 있었기에 단지 터치한 것이 정서를 알아차리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만은 할 수 없었다. 이에 Hertenstein, Homes, McCullough, Dacher는 새롭게 실험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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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실험에서는 오로지 터치가 정서를 전달하는지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248명의 피실험자를 모집했다. 그리고 가운데 장막을 치고 터치하는 사람이 어떤 표정이나 몸짓을 짓는지 피실험자가 보지 못하도록 했다. 그리고 목소리도 듣지 못하도록 하였으며 실험과 관련된 지시는 녹음된 소리로만 들려주었다. 이들은 무작위로 터치를 하는 사람과 터치를 받는 사람으로 짝이 지어졌고, 8가지의 정서 (화, 두려움, 행복, 슬픔, 역겨움, 사랑, 감사, 동정) 중 하나를 터치를 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표현할지 생각한 후 팔을 만져 정서를 전달하도록 했다. 그리고 터치를 받는 사람은 8가지의 정서가 있는 노트를 보고 이 중에서 어떤 정서가 전달되었는지를 맞추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화, 두려움, 행복, 슬픔, 역겨움, 사랑, 감사, 동정이 터치만으로도 잘 전달되는 정서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도 화가 가장 잘 전달되는 정서로 나타났으며, 친사회적 정서인 사랑, 감사, 동정도 잘 전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의 결과를 보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정서적으로 잘 전달되는 것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화가 났을 때 잘 알아차리고 이러한 화가 전염되지 않도록 잘 조절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연구의 결과는 화 뿐만 아니라 친사회적 정서인 사랑, 감사, 동정도 잘 전달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즉, 친사회적 정서도 전염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친사회적 정서를 개발하고 연습하여 생활에 접목시키는 것도 나와 더불어 타인을 행복하게 하는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또한 알아차림이 있어야 자신의 어떤 감정들이 타인에게 전달되고 있는지를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여러 감정들이 의사소통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감정의 알아차림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즉,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정서를 수용한 상태에서 의사소통을 한다면 감정에 휩쓸리지 않은 의사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얼굴표정, 몸짓, 목소리의 변화, 몸의 상태 등에 대해서 민감하게 알아차리고 수용할 때 우리는 타인과 좀 더 안전하게 소통할 수 있다. 또한, 타인의 평화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감정에 대해 좀 더 명확히 알고 나의 몸의 변화에 대한 알아차림은 자신에게 건강하게 정서를 조절할 수 있는 힘과 여유를 선물할 것이다.


참고문헌

• Hertenstein, M. J., Keltner, D., App, B., Bulleit, B. A., & Jaskolka, A. R. (2006). Touch communicates distinct emotions. Emotion, 6, 528–533. Hertenstein, M. J., Verkamp, J. M., Kerestes, A. M., &
• Hertenstein, M. J., Holmes, R., McCullough, M., Keltner, D. (2009). The Communication of emotion via touch, Emotion, 9(4). 566-573.
• Holmes, R. M. (2006). The communicative functions of touch in humans, nonhuman primates, and rats: A review and synthesis of the empirical research. Genetic, Social, and General Psychology Monographs, 132, 5–94.
• Osgood, C. E. (1966). Dimensionality of the semantic space for communication via facial expressions. Scandinavian Journal of Psychology, 7, 1-30.
• Thompson, W. F. (2010). Emotional Communication in the human voice. Conference Paper presented in Musicognition II: Music and emotions, at University of Saint Joseph, Macau.
• Scherer, K. R. (1995). Expression of Emotion in Voice and Music, Journal of Voice, 9(3). 235-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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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_민희정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불교아동보육학과 조교수. 명상의 교육적, 심리학적 효과 연구와 프로그램 개발 연구를 하며 교사와 상담사를 지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