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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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명상] 명상도 게임이 될 수 있을까? (민희정)

2021-10-21

명상을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명상을 하면 효과는 있는 것 같은데 뭔가 계속 하려고 하면 귀찮고 힘들 것 같은 생각이 든다는 사람들이 많다. 명상을 하고 싶지만 재미는 없는 이들은 명상이 재미있을 순 없는지에 대해 한번쯤은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혹은 명상을 가르치는 지도자들은 명상을 하며 지루해하는 사람들을 보며 명상을 재미있고 흥미롭게 수행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보았을 것이다. 이러한 고민에 대한 답으로 한 가지 생각해 볼 대안으로 게임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조사하고 발표한 2018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에서는 전국에 거주하고 있는 10-60대 한국인 (총 3020명이 참가)을 대상으로 매일의 게임 시간과 주요 게임의 종류 등을 조사해 발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67%가 게임을 하고 있으며, 이 중 88.3%가 모바일 게임, 59.6%가 PC게임을 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한국인들의 하루 평균 게임 시간은 모바일 게임 이용자의 경우 주중 90분, 주말 114.1분으로 나타났으며, PC게임 이용자의 경우 주중 96.4분, 주말 162.9분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 따르면 많은 한국인들이 메일 약 1시간 이상 핸드폰을 이용하여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게임이라면, 명상을 게임으로 만들어 이들에게 명상의 효과를 체험하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주중 하루 1시간 까지는 아니어도 30분만이라고 명상 게임을 통해 마음이 편안해지고 이완되며, 집중력이 높아지고 공감능력, 자비심, 친절, 감사 등의 긍정적이고 건강한 마음을 증진시킬 수 있다면 결국 우리 사회에도 유익함을 가져다 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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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생각을 실제 행동으로 옮긴 연구자들이 있다. 미국 위스콘신 대학교의 건강한 마음 연구소Center for Healthy Minds에서는 긍정 명상의 요소 중 공감과 자비를 활용하여 비디오게임, Crystals of Kaydor를 개발했다. 오른쪽 사진에서 보이는 것이 바로 이 게임 속 세계와 캐릭터이다. 이 게임 속에서 주인공은 외계의 한 행성에 떨어져 외계인들과 감정을 교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 과정을 통해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화, 두려움, 행복, 놀람, 슬픔 등과 같은 감정들을 외계인의 얼굴 표정을 통해 인식하고 이에 맞는 공감과 자비의 마음을 보이며 소통하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약 160명의 중학생이 이 연구에 참여했으며 fMRI를 통해 학생들의 뇌가 촬영되었다. 결과적으로, 이 게임을 시작한 중학생들은 2주 만에 타인의 관점을 받아들이고 공감하는 능력과 연관 있는 뇌의 부위가 더욱 조밀하게 연결된 것을 발견했다. 또한 몇몇의 학생들의 경우 정서를 조절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뇌의 부위도 활성화된 것을 찾아냈다. 왼쪽 그림에서 보여지는 것과 같은 외계인의 행복한 표정, 슬픈 표정들을 보면서 얼마나 정확하게 정서를 공감하고 맞췄는지에 대한 정확도도 측정했는데, 이 또한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즉, 공감과 자비를 키우기 위한 비디오 게임이 중학생의 정서조절을 포함한 사회, 정서발달에 도움을 주고, 궁극적으로 행복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보게 된 연구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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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게임은 위험하고 유해한 것이라는 인식이 많다. 또한, 게임중독자들도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해결책도 아직까지는 미흡한 상태이다. 그러나 2018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에서도 보았듯이 67%의 사람들이 게임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 게임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하고 유해한 것으로 치부해서는 비디오 게임에 열광하는 학생들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제는 게임을 긍정적으로 사용해 볼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 볼 필요성이 느껴진다. 이렇게 게임의 긍정성을 나타내 줄 수 있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명상 게임, 즉 힐링 게임, 공감, 게임, 자비 게임, 친절 게임 등을 개발하고 실행하는 일이라 생각 된다. 이렇게 되면 명상을 즐겁고 재미있고 친근한 형식으로 할 수 있을 것이고, 게임을 하면서 놓칠 수 있는 사회, 정서적인 발달까지도 보완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제는 무슨 게임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개발하느냐의 문제가 남아있다. 그러나 시도해 볼 만 하지 않을까? 다양성을 인정하고 수용하며 사회의 유익함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게임에 대한 고정된 관념과 명상에 대한 편견을 변화시키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 2018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한국콘텐츠진흥원. http://www.kocca.kr/cop/bbs/view/B0000147/1836595.do?menuNo=201825&categorys=0&subcate=0&instNo=0&pageIndex=1#
• kral, T. R., Stodola, D. E. Birn, R. M., Mumford, J. A., Solis, E., Flook, L., Patsenko, E. G., Anderson, C. G., Steinkuehler, C., Davidson, R. J. (2018). Neural correlates of video game empathy training in adolescents: a randomized trial, Science of Learning, 3(13).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39-018-00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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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_민희정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불교아동보육학과 조교수. 명상의 교육적, 심리학적 효과 연구와 프로그램 개발 연구를 하며 교사와 상담사를 지도하고 있다.


[긍정적 변화의 열쇠] 1. 우리의 성격과 행동은 변할까? (민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