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히 달리는 삶에 발을 맞춰가느라 지쳐 늘 잠이 부족한, 늘 깊숙이 잠들지 못하는 우리 현대인들의 건강한 수면을 돕는 클래식 현대음악이 있다. 영국 클래식 현대음악 작곡가 막스 리히터는 잠에 대한 오랜 연구와 작곡 끝에 무려 8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의 대규모 자장가 [SLEEP]을 발표했다. 작곡가는 작품을 설명하며 '듣는 분들이 이 음악과 함께 잠에 들어 음악이 끝날 아침 무렵 눈을 뜨기를 바란다' 고 전한다.
▲ 막스 리히터 사진 (출처 : http://tiff.no/en/program/2018/ryuichi-sakamoto-coda)
클래식 음악의 연금술사, 막스 리히터
독일 출신의 영국 클래식 현대음악 작곡가 막스 리히터는 그의 이름 앞을 따라붙는 연금술사라는 수식어가 과장이 아님을 입증하듯, 끊임없이 새로운 음악에 도전하고 또 매작품마다 큰 이슈를 불러일으키며 현재 전 세계적으로 클래식 음악계를 넘어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 시장까지 입지를 넓히고 언론과 대중의 극찬을 받고 있다. 2012년 비발디 [사계]를 재작곡(Recomposed)하여 평단의 극찬과 12개 국가의 아이튠즈 클래식 차트 1위 기록과 클래식 음악 최초로 "Single Of The Week"에 선정되며 고전의 가장 뛰어난 현대적 재해석이라는 평가받은 그는 도전을 멈추지 않고 무용 음악, 영화 음악, 전자 음악에서도 자신만의 뚜렷한 음악적 색깔을 선보이며 그라모폰과의 전속 계약뿐만 아니라 그래미상, 독일의 저명한 에코 글래식상 등 수차례의 권위 있는 수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작곡가이자 프로듀서, 피아니스트인 막스 리히터는ᅠ영국의 에든버러 대학을 거쳐 로열 아카데미에서 작곡을 전공하고 이탈리아에서 현대음악의 거장 루치아노 베리오를 사사하며, 그로부터 많은 음악적 영향을 받는다. 이후 막스 리히터는 클래식 음악 작곡에 한정되지 않고 아르보 패르트, 필립 글래스, 스티브 라이히에게 미니멀리즘의 영향을 받아 10년 동안 미니멀 음악 형식의 작품들을 발표하고 피아니스트로서 활동을 한다. 또한 막스 리히터는 일반적인 클래식 작곡 방식인 오선지 위에서의 작곡만이 아니라ᅠ자신의 곡을 직접 연주하고 자체 녹음 및 편집, 제작까지 도맡아 하며 보편적인 클래식 작곡가들의 작업 진행 방식과 다른 신선한 작업 모습으로도 이슈가 되었다.
새로운 음악에 대한 열정과 끊임없는 도전 의식으로 막스 리히터는 클래식 음악계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 방송, 오페라, 발레, 명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작곡가로 활발히 참여하였는데, 대표작으로는 영화 바시르와 왈츠, 더 콩그레스, 컨택트 그리고 HBO의 드라마 레프트 오버의 사운드 트랙이 있다. 또한, 막스 리히터의 음악은 TV 방송과 광고 그리고 패션쇼 등 여러 곳에서 배경음악으로 많이 사용되어 연주회장 밖에서도 그의 음악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ᅠ최근 국내에서는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뉴스룸'ᅠ방송에서 그의 'On The Nature Of Daylight'ᅠ엔딩곡으로ᅠ소개되며 국내 대중들의 관심을 모았다.
바로크 시대 작곡가 바흐의 대표작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골든 베르크 변주곡'도 당시 불면증을 앓고 있던 헤르만 카를 폰 카이저 링크 백작의 수면을 돕기 위해 작곡된 일종의 자장가 음악이다. 그래서 막스 리히터의 [SLEEP]은 현대의 또 다른 골든 베르크 변주곡이라 불리며ᅠ'현대인을 위한 자장가'라는 부제가 붙는다.ᅠ평소 잠에 대한 고민과 깊은 탐구가 있었던 막스 리히터는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과 함께ᅠ인간의 뇌와 수면 사이클을 총체적으로 분석하고 잠의 메커니즘과 음악이 상호작용하는 것에 대해 연구하여ᅠ그 고민을 음악으로 풀어놓았다.
▲ [SLEEP] 실황 공연 사진(출처 : http://www.electronicbeats.net/music-for-air-beds-what-happened-at-a-concert-sleepover/)
막스 리히터의 [SLEEP]은 실제로 인간의 보편적인 수면시간인 8시간 러닝타임을 가지는 앨범 [SLEEP]과ᅠ잠들기 전 감상을 목적으로 제작된 1시간 러닝타임의 앨범 [From SLEEP]으로 발매되었다. 이ᅠ[SLEEP] 앨범은 2015년 영국 런던의 Wellcome Collection에서 자정부터 아침 8시까지 8시간동안 쉬지 않고 연주 녹음되었으며, 이는 BBC Rdaio3에서 생방송으로 중계되어 BBC 방송국의 역사상 가장 긴 생방송 기록을 깨트리고 기네스북에도 신기록을 세웠다. 또한ᅠ2016년 늦은 봄, 호주 시드니 명소 오페라 하우스에서도 8시간에 걸쳐 이 곡은 연주되었고, 158명의 관객이 의자가 아닌 침구에 누워 역시 자정부터 아침 8시까지 공연을 감상했다.ᅠ막스 리히터의 [SLLEP]은 단순히 감상을 위한 음악의 차원을 넘어서 하나의 과학적인 행위이자 현대인의 만성인 수면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예술의 실질적인 접근이다.
▲ 유투브 영상 - 출처 : https://youtu.be/8dvpT0hA0Lk
Dream 13 (minus even)
"Dream 13 (minus even)"은 앨범ᅠ[From SLEEP] 뿐만 아니라 막스 리히터의 발표된 모든 곡들 중에서 가장 많은 대중들의ᅠ사랑을 받는 곡이다. 클래식 애호가가 아니라도 누구나 들었을 때 듣기 쉽고 평화롭고 너무나도 매력적인 곡이다.
도입부의 부드럽고 따뜻하기까지 한 피아노 소리는 거창한 콘서트홀 무대 위의 그랜드 피아노가 아니라 마치 어릴 시절 집안 작은방구석에 놓여있던 낡은 업라이트 피아노의 느낌을 안겨 준다. 미니멀 음악답게 가장 예쁜 주제적인 음형을 가장 단순하게 반복하며 피아노는 꿈속을 조용히 그러나 조금씩 떠다닌다. 첼로는 이보다 더 단순할 수는 없을 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두 개의 음만을 연주하는데 마치 떠다니는 피아노 음형을 넓은 품으로 끌어안는 듯하다. 그 어떤 긴장과 임팩트 없이 좁은 음역대 안에서 떠다니는ᅠ피아노와 반복되는 첼로 뒤로 전자음악(신스)과 현악기 앙상블이 화음을 이루며 배경을 채운다.
Radio 3에서 생방송으로 연주된 음원으로 막스 리히터는 직접 피아노와 전자음악(신스)를 연주를 맡았다. 다른 곡에서는 소규모 오케스트라와 성악 그리고 보다 다양한 전자음향들이 사용하여 여러 가지의 꿈의 장면을 그린다. 그러나 역시 악곡은 흡입력 있는 사운드를 미니멀 음악 형식으로 반복 전개한다. 막스 리히터의 [SLEEP]에 대한 한 평가로 "음악이 너무 아름다워 도저히 잠들 수가 없다"라는 청자의 코멘트가 있을 만큼 곡들은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수면을 위한 작품답게 음악은 매우 자연스럽고도 심미적이다. 절대ᅠ산만하지 않고 과도한 전개나 긴장을 조성하지 않으며, 청자의 귀를 아주 부드럽게 심연으로 이끈다.
"이 음반은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는 우리 사회를 위한 자장가이다. 사람들이 보다 천천히 여유 있는 생활을 하도록 도와주고 싶다. 사람들이 잠들기 전 이 음악을 듣기 시작해서 잠을 자면서 이 음악을 들으면 좋겠다" - 막스 리히터
참고문헌
•The 50 Best Ambient Albums of All Time, Pitchfork, September 26, 2016 • Currin, Grayson Haver : Max Richter: Sleep, Pitchfork Media, September 21, 2015
필자_이치훈 작사가, 음악 프로듀서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를 졸업했으며, 대중가요 및 드라마 영화 OST 작업으로 뮤지션 이문세, 화요비, 멜로망스 등의 다수 작품을 작곡, 작사, 프로듀싱 해오고 있다. 또한, 현재 명상음악 프로젝트 “퀘렌시아(Querencia)”를 진행 중이다.
현대인의 수면을 위한 음악, 막스 리히터 Max Richterᅠ[SLEEP]
분주히 달리는 삶에 발을 맞춰가느라 지쳐 늘 잠이 부족한, 늘 깊숙이 잠들지 못하는 우리 현대인들의 건강한 수면을 돕는 클래식 현대음악이 있다. 영국 클래식 현대음악 작곡가 막스 리히터는 잠에 대한 오랜 연구와 작곡 끝에 무려 8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의 대규모 자장가 [SLEEP]을 발표했다. 작곡가는 작품을 설명하며 '듣는 분들이 이 음악과 함께 잠에 들어 음악이 끝날 아침 무렵 눈을 뜨기를 바란다' 고 전한다.
▲ 막스 리히터 사진 (출처 : http://tiff.no/en/program/2018/ryuichi-sakamoto-coda)
클래식 음악의 연금술사, 막스 리히터
독일 출신의 영국 클래식 현대음악 작곡가 막스 리히터는 그의 이름 앞을 따라붙는 연금술사라는 수식어가 과장이 아님을 입증하듯, 끊임없이 새로운 음악에 도전하고 또 매작품마다 큰 이슈를 불러일으키며 현재 전 세계적으로 클래식 음악계를 넘어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 시장까지 입지를 넓히고 언론과 대중의 극찬을 받고 있다. 2012년 비발디 [사계]를 재작곡(Recomposed)하여 평단의 극찬과 12개 국가의 아이튠즈 클래식 차트 1위 기록과 클래식 음악 최초로 "Single Of The Week"에 선정되며 고전의 가장 뛰어난 현대적 재해석이라는 평가받은 그는 도전을 멈추지 않고 무용 음악, 영화 음악, 전자 음악에서도 자신만의 뚜렷한 음악적 색깔을 선보이며 그라모폰과의 전속 계약뿐만 아니라 그래미상, 독일의 저명한 에코 글래식상 등 수차례의 권위 있는 수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작곡가이자 프로듀서, 피아니스트인 막스 리히터는ᅠ영국의 에든버러 대학을 거쳐 로열 아카데미에서 작곡을 전공하고 이탈리아에서 현대음악의 거장 루치아노 베리오를 사사하며, 그로부터 많은 음악적 영향을 받는다. 이후 막스 리히터는 클래식 음악 작곡에 한정되지 않고 아르보 패르트, 필립 글래스, 스티브 라이히에게 미니멀리즘의 영향을 받아 10년 동안 미니멀 음악 형식의 작품들을 발표하고 피아니스트로서 활동을 한다. 또한 막스 리히터는 일반적인 클래식 작곡 방식인 오선지 위에서의 작곡만이 아니라ᅠ자신의 곡을 직접 연주하고 자체 녹음 및 편집, 제작까지 도맡아 하며 보편적인 클래식 작곡가들의 작업 진행 방식과 다른 신선한 작업 모습으로도 이슈가 되었다.
새로운 음악에 대한 열정과 끊임없는 도전 의식으로 막스 리히터는 클래식 음악계뿐만 아니라 영화, 드라마, 방송, 오페라, 발레, 명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작곡가로 활발히 참여하였는데, 대표작으로는 영화 바시르와 왈츠, 더 콩그레스, 컨택트 그리고 HBO의 드라마 레프트 오버의 사운드 트랙이 있다. 또한, 막스 리히터의 음악은 TV 방송과 광고 그리고 패션쇼 등 여러 곳에서 배경음악으로 많이 사용되어 연주회장 밖에서도 그의 음악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ᅠ최근 국내에서는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뉴스룸'ᅠ방송에서 그의 'On The Nature Of Daylight'ᅠ엔딩곡으로ᅠ소개되며 국내 대중들의 관심을 모았다.
▲ (출처 : https://www.amazon.com/Sleep-8-CD-Blu-ray-Combo/dp/B016PP7628)
현대인의 잠을 위한 음악 [SLEEP]
바로크 시대 작곡가 바흐의 대표작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골든 베르크 변주곡'도 당시 불면증을 앓고 있던 헤르만 카를 폰 카이저 링크 백작의 수면을 돕기 위해 작곡된 일종의 자장가 음악이다. 그래서 막스 리히터의 [SLEEP]은 현대의 또 다른 골든 베르크 변주곡이라 불리며ᅠ'현대인을 위한 자장가'라는 부제가 붙는다.ᅠ평소 잠에 대한 고민과 깊은 탐구가 있었던 막스 리히터는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먼과 함께ᅠ인간의 뇌와 수면 사이클을 총체적으로 분석하고 잠의 메커니즘과 음악이 상호작용하는 것에 대해 연구하여ᅠ그 고민을 음악으로 풀어놓았다.
▲ [SLEEP] 실황 공연 사진(출처 : http://www.electronicbeats.net/music-for-air-beds-what-happened-at-a-concert-sleepover/)
막스 리히터의 [SLEEP]은 실제로 인간의 보편적인 수면시간인 8시간 러닝타임을 가지는 앨범 [SLEEP]과ᅠ잠들기 전 감상을 목적으로 제작된 1시간 러닝타임의 앨범 [From SLEEP]으로 발매되었다. 이ᅠ[SLEEP] 앨범은 2015년 영국 런던의 Wellcome Collection에서 자정부터 아침 8시까지 8시간동안 쉬지 않고 연주 녹음되었으며, 이는 BBC Rdaio3에서 생방송으로 중계되어 BBC 방송국의 역사상 가장 긴 생방송 기록을 깨트리고 기네스북에도 신기록을 세웠다. 또한ᅠ2016년 늦은 봄, 호주 시드니 명소 오페라 하우스에서도 8시간에 걸쳐 이 곡은 연주되었고, 158명의 관객이 의자가 아닌 침구에 누워 역시 자정부터 아침 8시까지 공연을 감상했다.ᅠ막스 리히터의 [SLLEP]은 단순히 감상을 위한 음악의 차원을 넘어서 하나의 과학적인 행위이자 현대인의 만성인 수면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예술의 실질적인 접근이다.
▲ 유투브 영상 - 출처 : https://youtu.be/8dvpT0hA0Lk
Dream 13 (minus even)
"Dream 13 (minus even)"은 앨범ᅠ[From SLEEP] 뿐만 아니라 막스 리히터의 발표된 모든 곡들 중에서 가장 많은 대중들의ᅠ사랑을 받는 곡이다. 클래식 애호가가 아니라도 누구나 들었을 때 듣기 쉽고 평화롭고 너무나도 매력적인 곡이다.
도입부의 부드럽고 따뜻하기까지 한 피아노 소리는 거창한 콘서트홀 무대 위의 그랜드 피아노가 아니라 마치 어릴 시절 집안 작은방구석에 놓여있던 낡은 업라이트 피아노의 느낌을 안겨 준다. 미니멀 음악답게 가장 예쁜 주제적인 음형을 가장 단순하게 반복하며 피아노는 꿈속을 조용히 그러나 조금씩 떠다닌다. 첼로는 이보다 더 단순할 수는 없을 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두 개의 음만을 연주하는데 마치 떠다니는 피아노 음형을 넓은 품으로 끌어안는 듯하다. 그 어떤 긴장과 임팩트 없이 좁은 음역대 안에서 떠다니는ᅠ피아노와 반복되는 첼로 뒤로 전자음악(신스)과 현악기 앙상블이 화음을 이루며 배경을 채운다.
Radio 3에서 생방송으로 연주된 음원으로 막스 리히터는 직접 피아노와 전자음악(신스)를 연주를 맡았다. 다른 곡에서는 소규모 오케스트라와 성악 그리고 보다 다양한 전자음향들이 사용하여 여러 가지의 꿈의 장면을 그린다. 그러나 역시 악곡은 흡입력 있는 사운드를 미니멀 음악 형식으로 반복 전개한다. 막스 리히터의 [SLEEP]에 대한 한 평가로 "음악이 너무 아름다워 도저히 잠들 수가 없다"라는 청자의 코멘트가 있을 만큼 곡들은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수면을 위한 작품답게 음악은 매우 자연스럽고도 심미적이다. 절대ᅠ산만하지 않고 과도한 전개나 긴장을 조성하지 않으며, 청자의 귀를 아주 부드럽게 심연으로 이끈다.
"이 음반은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는 우리 사회를 위한 자장가이다. 사람들이 보다 천천히 여유 있는 생활을 하도록 도와주고 싶다. 사람들이 잠들기 전 이 음악을 듣기 시작해서 잠을 자면서 이 음악을 들으면 좋겠다"
- 막스 리히터
참고문헌
•The 50 Best Ambient Albums of All Time, Pitchfork, September 26, 2016
• Currin, Grayson Haver : Max Richter: Sleep, Pitchfork Media, September 21, 2015
필자_이치훈
작사가, 음악 프로듀서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를 졸업했으며, 대중가요 및 드라마 영화 OST 작업으로 뮤지션 이문세, 화요비, 멜로망스 등의 다수 작품을 작곡, 작사, 프로듀싱 해오고 있다. 또한, 현재 명상음악 프로젝트 “퀘렌시아(Querencia)”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