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실패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성공한 사업가, 올림픽 메달리스트, 세계적인 학자와 예술가들이 전해주는 성공담은 우리에게 영감을 주고, 희망과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는 ‘과연 무엇이 이들을 성공하게 만들었을까?’,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은 무엇일까?’와 같은 질문에 답을 찾고자 한다. 그리고, 이러한 답이 우리를 성공으로 인도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반면,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실패는 부정적이고 피해야 하는 경험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실패담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거나 쉽게 무시한다. 게다가, 실패 경험은 애초에 잘 공유되지 않는다. 실패는 자존감을 훼손시키고, 타인의 비난이나 부정적 평가에 대한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성공 경험에 비해 실패 경험을 덜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다(Brooks et al., 2019).
하지만, 어떤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성공한 경험만큼이나 실패한 경험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한다. 성공 경험에만 기반하여 얻은 정보는 불완전하며, 이를 바탕으로 내린 결론 또한 잘못될 가능성이 높다. 통계학 및 경제학 분야에서는 이러한 오류를 생존편향(survivor bias, survivorship bias)이라고 부른다. 생존편향이란, 선택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대상은 무시하고, 선택 기준을 통과한(즉, 생존한) 대상만을 고려하여 결론을 내릴 때 발생하는 논리적 오류를 일컫는다(Lockwood, 2021).
수학자 Abraham Wald의 일화는 생존편향과 관련된 가장 유명한 사례로 꼽힌다(Ellenberg, 2014; Lockwood, 2021). 제2차 세계대전 당시 Wald는 전쟁 지원을 위해 미국에 있는 수학자들로 구성된 Statistical Research Group(SRG)이라는 연구 조직에 속해 있었다. SRG의 임무 중 하나는 연합군 폭격기의 어느 부위가 독일군의 공격에 가장 취약한지 파악하는 것이었다. 당시 연합군은 막대한 전투기 손실과 조종사들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 폭격기를 보강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폭격기 전체에 장갑을 덧대어 보강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이는 비행기 무게를 증가시켜 기동성을 떨어뜨리고 연료 소모를 증가시키므로, 최소한의 부위만 적절하게 보강하는 최적의 해법을 찾아야 했다. 유럽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온 폭격기들에 남겨진 총탄의 흔적을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은 총탄을 맞은 부위는 동체 부위였고, 가장 적은 총탄을 맞은 부위는 엔진 부위였다. 군 지휘부는 총탄을 가장 많이 맞은 동체 부위가 가장 취약하다고 판단하고 이 곳을 보강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Wald는 이와는 정반대로 총탄을 가장 적게 맞은 엔진 부위를 보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Wald는 왜 이렇게 주장했을까? 폭격기가 총탄에 맞을 확률은 모든 부위에 걸쳐 동일할 것이다. 그런데, 무사히 기지로 돌아온 폭격기들의 엔진 부위에 총탄의 흔적이 더 적게 분포하고 있었다. 이는 기지로 돌아오지 못한 폭격기들의 엔진 부위에는 총탄 흔적이 더 많이 분포하고 있을 것임을 시사한다. 달리 말하면, 엔진 부위에 총탄을 많이 맞은 폭격기는 무사히 기지로 돌아오지 못했고, 엔진 부위에 총탄을 적게 맞은 폭격기들만 되돌아올 수 있었던 것이다. 즉, 엔진 부위의 손상은 매우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동체 부위에 가장 많은 총탄을 맞고도 다수의 폭격기가 기지로 돌아왔다는 것은, 동체 부위 손상이 상대적으로 덜 치명적임을 뜻한다.
Wald는 생존한 전투기로부터 얻을 수 있는 정보와 생존하지 못한 전투기로부터 얻을 수 있는 정보를 모두 고려해야 올바른 결론을 내릴 수 있음을 정확히 간파하고 있었다. Wald의 주장은 받아들여졌고, 연합군은 승리했다. Wald의 판단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조종사들의 목숨과 전투기를 구했는지 직접적으로 계산할 방법은 없지만, 그의 판단은 분명 연합군의 승리에 기여했을 것이다.
생존편향은 Wald의 일화처럼 전투기의 취약 지점을 찾아내는 특수한 상황 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다양한 맥락 곳곳에서 흔하게 발생한다. Denrell(2003)은 기업이 다른 기업들로부터 효과적인 경영 전략을 배우고자 할 때 경험할 수 있는 여러가지 생존편향에 대해 논의하였다. 그림 1은 Denrell이 제시한 예시 중 하나로, 보수적인 전략과 위험한 전략 중 어떠한 전략이 기업 성과에 도움이 되는지 살펴보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사용하는 기업들의 성과 분포를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다. 그림 1a를 살펴보면, 위험한 전략을 택하는 기업들(즉, 가로축의 오른편에 위치한 기업들)은 매우 높은 성과를 보이거나 매우 낮은 성과를 보이는 반면, 안전하고 보수적인 전략을 택하는 기업들(즉, 가로축의 왼쪽에 위치한 기업들)은 대략 평균 정도의 성과를 나타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일정 기간이 지나고 나면 성과가 좋지 않은 기업들은 문을 닫거나 다른 기업에 합병되어 사라지고, 상대적으로 성과가 좋은 기업들만 살아남게 된다. 따라서, 이 시점에 자료를 수집하게 되면, 그림 1b와 같이 생존한 기업의 자료만을 얻게 된다. 생존한 기업만으로 이루어진 자료는, 소멸한 기업을 포함하는 전체 자료와는 달리, 위험한 전략을 택하는 기업들이 더 높은 성과를 올리는 경향을 보여준다. 따라서, 생존한 기업의 자료에만 의존하면, 위험한 전략이 보수적인 전략에 비해 기업 성과에 더 도움이 된다는 잘못된 결론을 내리게 된다.
그림 1. Denrell (2003)
이러한 예시들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결국 생존한 대상만 가지고는 전체적인 그림 혹은 진실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에만 귀를 기울이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거와 같이 성공한 사업가들이 대학을 중퇴했다는 사실만으로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데 학위는 필요없다’라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대학을 중퇴한 사람들의 상당수는 사업에 성공하지 못했고, 대다수의 성공한 사업가들은 학위를 가지고 있다.
2016년 프린스턴 대학의 Johannes Haushofer 교수는 실패 이력서(CV of failures)를 공개하여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Swanson, 2016). 일반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이력서는 성취의 기록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사람들은 이러한 이력서를 보면서 성공한 이들은 실패없이 순조롭게 커리어를 쌓아 왔다고 짐작하곤 한다. 그러나, Haushofer 교수가 공개한 실패 이력서는 그가 불합격한 학위 과정, 탈락한 교수직, 받지 못한 상과 장학금,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논문이 얼마나 많은지 상세하게 나열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성공한 사람들도 실패를 경험하며, 겉으로 보여지는 성공 뒤에는 보이지 않는 더 많은 실패가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실패 경험을 통해 얻게 되는 이러한 깨달음은 실패를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받아들이게 하고, 실패와 마주했을 때 좌절하고 포기하기보다는 도전을 계속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실패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개인 수준에서 뿐만 아니라 조직 수준에서도 중요하다. 하버드 대학의 Amy Edmondson 교수는 업무 환경에서 심리적 안전(psychological safety)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Edmondson, 1999). 심리적으로 안전한 조직에서는 질문이나 다양한 생각이 허용되고, 잘못이나 실패에 대해 공유하고 이야기할 수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타인의 시선이나 나쁜 평판에 대한 우려 없이 자신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고, 필요한 도움을 제때 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사소한 실수가 더 큰 실패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새로운 발견이나 혁신을 위한 실험을 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결국 심리적 안전을 기반으로 한 실패 경험의 공유는 조직 구성원들의 높은 수행과 심리적 안녕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조직의 발전과 혁신의 기반이 된다.
최근 소셜미디어의 발전과 보급으로 인해 우리는 성공한 사람들의 단편적인 이야기와 모습들을 그 어느 때보다 더 자주, 더 많이 접하고 있다. 성공적이고 행복해 보이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과 자신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우울감과 소외감을 느끼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성공에 집중하기보다 실패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다. 실패에 더 많이 노출되고 실패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수록, 진실한 삶의 모습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고, 우리 삶을 심리적으로 더욱 건강하고 안전하게 영위할 수 있는 환경 또한 만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 Brooks, A. W., Huang, K., Abi-Esber, N., Buell, R. W., Huang, L., & Hall, B. (2019). Mitigating malicious envy: Why successful individuals should reveal their failures.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 148(4), 667–687. https://doi.org/10.1037/xge0000538
• Denrell, J. (2003). Vicarious learning, undersampling of failure, and the myths of management. Organization Science, 14(3), 227–243. https://doi.org/10.1287/orsc.14.3.227.15164
• Edmondson, A. (1999). Psychological safety and learning behavior in work teams.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44(2), 350–383. https://doi.org/10.2307/2666999
• Ellenberg, J. (2014). How Not to Be Wrong: The Power of Mathematical Thinking. Penguin.
• Lockwood, D. (2021). Fooled by the Winners: How Survivor Bias Deceives Us. Greenleaf Book Group.
• Swanson, A. (2016). Why it feels so good to read about this Princeton professor’s failures. Washington Post. https://www.washingtonpost.com/news/wonk/wp/2016/04/28/it-feels-really-good-to-read-about-this-princeton-professors-failures/
#생존편향 # 실패 #심리적안전
필자_석혜원
서강대학교 심리학과 부교수
사람의 마음을 측정하는 방법, 측정을 통해 얻어진 자료를 분석하는 통계적 방법에 대해 연구하는 계량심리학자
우리가 실패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성공한 사업가, 올림픽 메달리스트, 세계적인 학자와 예술가들이 전해주는 성공담은 우리에게 영감을 주고, 희망과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는 ‘과연 무엇이 이들을 성공하게 만들었을까?’,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은 무엇일까?’와 같은 질문에 답을 찾고자 한다. 그리고, 이러한 답이 우리를 성공으로 인도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반면,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실패는 부정적이고 피해야 하는 경험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실패담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거나 쉽게 무시한다. 게다가, 실패 경험은 애초에 잘 공유되지 않는다. 실패는 자존감을 훼손시키고, 타인의 비난이나 부정적 평가에 대한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성공 경험에 비해 실패 경험을 덜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다(Brooks et al., 2019).
하지만, 어떤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성공한 경험만큼이나 실패한 경험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한다. 성공 경험에만 기반하여 얻은 정보는 불완전하며, 이를 바탕으로 내린 결론 또한 잘못될 가능성이 높다. 통계학 및 경제학 분야에서는 이러한 오류를 생존편향(survivor bias, survivorship bias)이라고 부른다. 생존편향이란, 선택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대상은 무시하고, 선택 기준을 통과한(즉, 생존한) 대상만을 고려하여 결론을 내릴 때 발생하는 논리적 오류를 일컫는다(Lockwood, 2021).
수학자 Abraham Wald의 일화는 생존편향과 관련된 가장 유명한 사례로 꼽힌다(Ellenberg, 2014; Lockwood, 2021). 제2차 세계대전 당시 Wald는 전쟁 지원을 위해 미국에 있는 수학자들로 구성된 Statistical Research Group(SRG)이라는 연구 조직에 속해 있었다. SRG의 임무 중 하나는 연합군 폭격기의 어느 부위가 독일군의 공격에 가장 취약한지 파악하는 것이었다. 당시 연합군은 막대한 전투기 손실과 조종사들의 희생을 줄이기 위해 폭격기를 보강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폭격기 전체에 장갑을 덧대어 보강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이는 비행기 무게를 증가시켜 기동성을 떨어뜨리고 연료 소모를 증가시키므로, 최소한의 부위만 적절하게 보강하는 최적의 해법을 찾아야 했다. 유럽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온 폭격기들에 남겨진 총탄의 흔적을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은 총탄을 맞은 부위는 동체 부위였고, 가장 적은 총탄을 맞은 부위는 엔진 부위였다. 군 지휘부는 총탄을 가장 많이 맞은 동체 부위가 가장 취약하다고 판단하고 이 곳을 보강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Wald는 이와는 정반대로 총탄을 가장 적게 맞은 엔진 부위를 보강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Wald는 왜 이렇게 주장했을까? 폭격기가 총탄에 맞을 확률은 모든 부위에 걸쳐 동일할 것이다. 그런데, 무사히 기지로 돌아온 폭격기들의 엔진 부위에 총탄의 흔적이 더 적게 분포하고 있었다. 이는 기지로 돌아오지 못한 폭격기들의 엔진 부위에는 총탄 흔적이 더 많이 분포하고 있을 것임을 시사한다. 달리 말하면, 엔진 부위에 총탄을 많이 맞은 폭격기는 무사히 기지로 돌아오지 못했고, 엔진 부위에 총탄을 적게 맞은 폭격기들만 되돌아올 수 있었던 것이다. 즉, 엔진 부위의 손상은 매우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동체 부위에 가장 많은 총탄을 맞고도 다수의 폭격기가 기지로 돌아왔다는 것은, 동체 부위 손상이 상대적으로 덜 치명적임을 뜻한다.
Wald는 생존한 전투기로부터 얻을 수 있는 정보와 생존하지 못한 전투기로부터 얻을 수 있는 정보를 모두 고려해야 올바른 결론을 내릴 수 있음을 정확히 간파하고 있었다. Wald의 주장은 받아들여졌고, 연합군은 승리했다. Wald의 판단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조종사들의 목숨과 전투기를 구했는지 직접적으로 계산할 방법은 없지만, 그의 판단은 분명 연합군의 승리에 기여했을 것이다.
생존편향은 Wald의 일화처럼 전투기의 취약 지점을 찾아내는 특수한 상황 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다양한 맥락 곳곳에서 흔하게 발생한다. Denrell(2003)은 기업이 다른 기업들로부터 효과적인 경영 전략을 배우고자 할 때 경험할 수 있는 여러가지 생존편향에 대해 논의하였다. 그림 1은 Denrell이 제시한 예시 중 하나로, 보수적인 전략과 위험한 전략 중 어떠한 전략이 기업 성과에 도움이 되는지 살펴보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사용하는 기업들의 성과 분포를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다. 그림 1a를 살펴보면, 위험한 전략을 택하는 기업들(즉, 가로축의 오른편에 위치한 기업들)은 매우 높은 성과를 보이거나 매우 낮은 성과를 보이는 반면, 안전하고 보수적인 전략을 택하는 기업들(즉, 가로축의 왼쪽에 위치한 기업들)은 대략 평균 정도의 성과를 나타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일정 기간이 지나고 나면 성과가 좋지 않은 기업들은 문을 닫거나 다른 기업에 합병되어 사라지고, 상대적으로 성과가 좋은 기업들만 살아남게 된다. 따라서, 이 시점에 자료를 수집하게 되면, 그림 1b와 같이 생존한 기업의 자료만을 얻게 된다. 생존한 기업만으로 이루어진 자료는, 소멸한 기업을 포함하는 전체 자료와는 달리, 위험한 전략을 택하는 기업들이 더 높은 성과를 올리는 경향을 보여준다. 따라서, 생존한 기업의 자료에만 의존하면, 위험한 전략이 보수적인 전략에 비해 기업 성과에 더 도움이 된다는 잘못된 결론을 내리게 된다.
그림 1. Denrell (2003)
이러한 예시들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결국 생존한 대상만 가지고는 전체적인 그림 혹은 진실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에만 귀를 기울이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거와 같이 성공한 사업가들이 대학을 중퇴했다는 사실만으로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데 학위는 필요없다’라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대학을 중퇴한 사람들의 상당수는 사업에 성공하지 못했고, 대다수의 성공한 사업가들은 학위를 가지고 있다.
2016년 프린스턴 대학의 Johannes Haushofer 교수는 실패 이력서(CV of failures)를 공개하여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Swanson, 2016). 일반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이력서는 성취의 기록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사람들은 이러한 이력서를 보면서 성공한 이들은 실패없이 순조롭게 커리어를 쌓아 왔다고 짐작하곤 한다. 그러나, Haushofer 교수가 공개한 실패 이력서는 그가 불합격한 학위 과정, 탈락한 교수직, 받지 못한 상과 장학금,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논문이 얼마나 많은지 상세하게 나열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성공한 사람들도 실패를 경험하며, 겉으로 보여지는 성공 뒤에는 보이지 않는 더 많은 실패가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실패 경험을 통해 얻게 되는 이러한 깨달음은 실패를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받아들이게 하고, 실패와 마주했을 때 좌절하고 포기하기보다는 도전을 계속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실패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개인 수준에서 뿐만 아니라 조직 수준에서도 중요하다. 하버드 대학의 Amy Edmondson 교수는 업무 환경에서 심리적 안전(psychological safety)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Edmondson, 1999). 심리적으로 안전한 조직에서는 질문이나 다양한 생각이 허용되고, 잘못이나 실패에 대해 공유하고 이야기할 수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타인의 시선이나 나쁜 평판에 대한 우려 없이 자신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고, 필요한 도움을 제때 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사소한 실수가 더 큰 실패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새로운 발견이나 혁신을 위한 실험을 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결국 심리적 안전을 기반으로 한 실패 경험의 공유는 조직 구성원들의 높은 수행과 심리적 안녕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조직의 발전과 혁신의 기반이 된다.
최근 소셜미디어의 발전과 보급으로 인해 우리는 성공한 사람들의 단편적인 이야기와 모습들을 그 어느 때보다 더 자주, 더 많이 접하고 있다. 성공적이고 행복해 보이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과 자신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우울감과 소외감을 느끼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성공에 집중하기보다 실패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다. 실패에 더 많이 노출되고 실패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수록, 진실한 삶의 모습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고, 우리 삶을 심리적으로 더욱 건강하고 안전하게 영위할 수 있는 환경 또한 만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 Brooks, A. W., Huang, K., Abi-Esber, N., Buell, R. W., Huang, L., & Hall, B. (2019). Mitigating malicious envy: Why successful individuals should reveal their failures.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 148(4), 667–687. https://doi.org/10.1037/xge0000538
• Denrell, J. (2003). Vicarious learning, undersampling of failure, and the myths of management. Organization Science, 14(3), 227–243. https://doi.org/10.1287/orsc.14.3.227.15164
• Edmondson, A. (1999). Psychological safety and learning behavior in work teams.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44(2), 350–383. https://doi.org/10.2307/2666999
• Ellenberg, J. (2014). How Not to Be Wrong: The Power of Mathematical Thinking. Penguin.
• Lockwood, D. (2021). Fooled by the Winners: How Survivor Bias Deceives Us. Greenleaf Book Group.
• Swanson, A. (2016). Why it feels so good to read about this Princeton professor’s failures. Washington Post. https://www.washingtonpost.com/news/wonk/wp/2016/04/28/it-feels-really-good-to-read-about-this-princeton-professors-failures/
#생존편향 # 실패 #심리적안전
필자_석혜원
서강대학교 심리학과 부교수
사람의 마음을 측정하는 방법, 측정을 통해 얻어진 자료를 분석하는 통계적 방법에 대해 연구하는 계량심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