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각 분야 명사들이 들려주는 다양한 주제의 인문이야기를 통해 생각의 지평을 넓히고, 지혜의 깊이를 더하시길 바랍니다.

수필마음을 챙기는 시간 (일기)

2015-05-01

느림의 가치로 살면서 한참 내면의 흐름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을 때,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Search Inside Yourself)'라는 책을 발견했다.
"그래, 난 지금 나의 내면을 검색하고 있지."라고 공감하며 책을 펼쳤는데, 의외로 명상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리고 더 놀라웠던 것은 지은이가 '차드 멍탄'이라는 구글의 엔지니어 라는 것이었다. 그는 명상이 가진 놀라운 효과에 반해 구글의 전사적인 지원하에 유명한 심리학자, 승려, 신경과학자들과 함께 마음챙김 명상에 기반한 '내면 검색'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시스템을 다루는 엔지니어가 명상에 이토록 관심을 가진 것도 특이하지만, IT계의 선두주자인 구글이 이런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명상에 관한 이야기라고 했을 때 막연히 현실적이지 않고 신비주의적인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다.
그러나 구글에서 7주에 걸친 20시간의 강좌를 들은 사람들 중 다수가 인생의 큰 변화를 체험했다는 글을 읽고 명상에 관한 궁금증이 생겨났다.
명상으로 어떻게 내면을 검색할 수 있다는 것인지 '구글'을 이용해 명상과 마음챙김(Mindfulness)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동양 사람들 조차도 어슴푸레한 개념을 가지고 있는 명상이 이미 서양에서 주류의 트렌드가 되어 있었다. 뉴욕타임즈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유명 매체에서 명상을 주제로 한 기사가 매주 올라오고 있으며, 단순히 '명상이란 무엇인가' 정도의 수준을 벗어나 실제 생활에서 명상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팁을 소개하는 글들이 넘쳐났다. 또한 오프라 윈프리, 미란다 커 등 유명인들이 위기의 순간을 명상으로 극복했다는 기사부터 마인드 콘트롤이 중요한 운동선수들이 명상을 통해 슬럼프를 이겨내고 성공적인 경기를 이끈 사례까지, 명상은 이미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국내에서도 '나 혼자 산다'라는 프로그램에서 김반장이라는 음악인이 명상을 소개해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안을 들여다보라. 온갖 좋은 것이 그 안에 다 있느니"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 차드 멍 탄, 20쪽


도대체 명상이 무엇이길래 보이지 않으면 믿지 않는 서양사회에서 이토록 관심을 가지는 걸까?
동양에서는 수 천년 전부터 종교적 수행의 한 방법으로 내려왔고, 특히 불교에서는 깨달음을 얻는 방법으로 다양한 명상법이 생겨났다고 한다.
인도의 철학가이며 명상가인 '오쇼 라즈니쉬'는 육체적,정신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때, 즉 모든 행위가 그저 존재하기만 하는 상태가 명상이라고 말했다.
흔히 명상이라고 하면 산 속에 들어가 도인처럼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고 신비한 체험을 하는 모습을 상상하곤 하지만, 차드 멍탄이 내면 검색 프로그램의 기반으로 삼은 '마음챙김 명상'을 만든 존 카밧진은 의과대학 교수로서 명상을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실제 의료기관에서 환자들을 상대로 치유효과를 입증했으며 그런 노력의 결과로 만들어 진 것이 마음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인 MBSR(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이다. 뿐만 아니라, 이미 다양한 기관에서 우울증 완화, 면역력 향상 등 명상의 정신적, 신체적 이점에 대해 과학적으로 입증한 연구결과를 검색을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명상으로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병을 치료한다니, 호기심과 궁금함은 더 커져갔다.


"마음챙김은 의도적으로 이 순간에 어떤 판단도 하지 않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존카밧진의 처음 만나는 마음챙김 명상, 존 카밧진, 35쪽


나는 '마음챙김'이라는 말에 이끌려 다양한 명상법 중 '마음챙김' 명상을 체험해 보기로 했다.
'마음을 챙긴다'라는 것은 '독특한 방법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한다.
독특한 방법이라는 것은 의도를 가지고 '지금, 여기'에 주의를 기울이는 태도이다.
지금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생각이나 감정들을 주의를 기울여 알아차리고 지켜보는 것이 '마음챙김' 명상이다.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몸과 마음은 자는 시간을 제외한 많은 시간 동안 컴퓨터, 스마트 폰, 또는 그 무언가로 부터 과도한 정보를 접하고 있지만 그 정보를 다 알아차리지 못할 뿐더러 그 시간 동안 다른 생각과 감정에 빠져있는 것을 종종 경험한다.
예를 들면, 책을 몇 장 읽기는 했는데 오늘 낮에 화가 났던 일이 생각 나 내용이 전혀 기억이 안난다거나, 한참 회의 중에 집에 두고 온 핸드폰을 생각하며 딴 소리를 하기도 한다.
무언가 하고 있기는 한데, 마음의 '주의'는 콩밭에 가 있는 것이다.
반대로 책을 읽을 때, 회의를 할 때, 운동을 하거나 식사를 할 때도 그 순간에 온전히 주의를 기울여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생각과 느낌, 감정들을 알아차리고 지켜보는 과정이 '마음 챙김 명상'이다.
이렇게 내면의 움직임을 알아차리고 지켜보는 것은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으로부터 마음을 분리하는 역할을 해 스트레스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한다.


"사납게 출렁이는 강물이 보인다는 것은 이미 우리가 그 강물의 영향권을 벗어났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어떤 감정을 보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그것에 완전히 휘둘리지 않게 된다."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 차드 멍탄, 124쪽


처음에는 호흡에 주의를 두고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직 '들이쉬고 내쉬고'에 집중하는 시간인데 중간에 다른 생각에 휩쓸려 갈 때는 '지금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하고 알아차린 후,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면 된다.
10여 분이 넘게 호흡에만 집중하자 긴장이 풀어지고 고요한 평온을 느낄 수 있었다.
두 번째로 '바디스캔'을 했는데 말 그대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의 모든 부분을 훑어가면서 느낌을 알아차리고 머물러 보는 것이었다.
통증이 찾아왔을 때는 아픈 부위에 주의를 기울이지만 지금까지 한번도 몸의 부분들을 일부러 느껴본 적은 없었는데, 한 군데씩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보니 부분마다 전혀 몰랐던 느낌이 올라왔다.
또한 통증이 있었던 어깨를 알아차리고 지켜보며 한참 머물렀더니 통증이 완화되는 신기한 경험도 했다.
나중에 다른 명상지도자 분께 이 경험에 대해 여쭈었더니 알아차림과 머무름을 통해 통증과 마음이 분리 되었기 때문이라는 답을 들었다.
마지막으로 천천히 숲을 걸으며 한걸음 걸을 때마다의 발에서의 느낌과 숲의 냄새, 소리, 나의 감정 등을 알아차리는 시간을 가지며, 새로운 숲을 모습을 발견하고 걷기의 즐거움을 느껴볼 수 있었다.

마음챙김 명상 체험은 신체적, 감정적, 정신적 건강을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긴 시간을 내거나 어떤 거창한 행위를 하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건 마음을 챙기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스트레스 가득한 환경 속에서 고요한 내면의 중심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후 명상에 관심을 가지고 요가(요가도 아사나라고 하는 명상이다)를 포함한 다양한 명상 수련을 체험 수행 하면서 몸과 마음의 건강에 큰 도움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힘들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마음챙김과 명상의 경험을 나누며 도움이 되고 싶다는 작은 꿈도 생겼다.

"마음 챙김 명상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마음챙김의 좋은 영향을 명상시간을 넘어 삶의 모든 영역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 차드 멍탄, 86쪽


명상은 대단한 무언가가 아니라 온전히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일종의 훈련이다.
최근에는 쉽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마보(국내앱)'나 'Headspace(해외앱)' 같은 명상 앱의 가이드로 가벼운 명상을 시작해 볼 수 있다.
처음엔 바쁜 일상 속에 행위를 멈추고 '마음챙김'의 시간을 따로 가진다는 것이 잘 안될지도 모른다.
출퇴근길 또는 점심시간 전 정해진 시간에 알람을 맞춰놓고 매일 2분씩이라도 하던 행위를 멈추고 지금 이순간의 내 느낌과 감정을 알아차리고 지켜 봐주는 시간, 마음을 챙기는 시간을 가져보자. 더 나아가 걷고, 먹고, 대화하고, 일하는 일상의 순간마다 주의를 기울이며 마음챙김을 실천해보자.


마음을 챙기는 작은 노력으로 언제 어디서건 마음의 평화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책 추천: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 차드 멍 탄, 알키
너덜너덜 기진맥진 지친 당신을 위한 마음챙김 안내서, 루비 왁스, 책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