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 노트
평생 열혈 회사원이자 성실한 가장으로 살아 온 한 남자가 퇴직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위암 4기 선고를 받는다.
다큐 영화 <엔딩 노트>는 자신의 죽음을 직접 준비하는 스나다 도모아키의 '일생일대의 프로젝트'를 담았다.
손녀들과 놀아주기, 가족 여행, 장례식에 올 사람들의 명단과 연락처 정리, 장례식장 사전답사. 94세 노모를 모시고 떠난 마지막 가족여행에서 자신의 장례라는 어려운 이야기를 꺼낸다.
어머니를 가슴 아프지 않게 하려는 듯 같이 가면 좋겠다고 농담까지 섞으며 말이다.
죽음을 준비하면서도 그는 항암치료에 누구보다 적극적이었고 병의 상태와 자신의 삶에 대한 주도권도 놓지 않는다.
죽음을 준비하는 만큼이나 삶에 대해서도 더 강한 의지를 보였다.
병이 악화되어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을 때조차도 그는 자신의 죽음으로 남은 가족들이 겪어야 할 어려움을 최대한 배려한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순회 방문객과도 같지만, 설사 내가 죽어가고 있더라도 실제로 죽기 전까지는 나는 여전히 살아있다"
숨결이 바람될 때, 폴 칼라니티, 180 쪽
죽음을 준비하며 그는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낸다. 특히 손녀들과의 만남은 그 어떤 항암제보다도 잘 듣는 특효약이였다.
마치 그리스도가 죽기 전날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가지듯, 가족들과 행복한 기억을 남기며 최후의 만찬을 즐기고 있는지도 몰랐다.
마지막 죽음의 순간에서도 자녀들과 자신의 장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모르면 전화하라고 농담하며 가족들의 마음을 달랜다.
죽음이 코 앞까지 다가온 그가 "왜 죽을까?" 라고 던진 질문에 어린 손녀는 "몸이 책처럼 점점 낡아서, 당근도 꽃도 오래되면 시들잖아. 그래서 죽는 거야" 라고 대답한다.
어린 손녀도 알고 있는 이 당연한 진리 앞에 고개를 끄덕였고 임종을 기다리며 가족들이 모였을 때 웃으며 말했다.
가족들이 모여 함께 웃고 있으니 여기가 천국 같다고. 다가온 죽음은 평소엔 무덤덤했던 삶의 작은 부분조차 빛나게 했다.
"우리가 한 말과 행동이 어쩌면 우리가 사랑하는 이에게 하는 마지막 말과 행동이 될지도 모른다.
어느 누구도, 단 한 사람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너무 늦을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된다."
인생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데이비드 케슬러, 작가 소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했을 때, 평생 툴툴거리던 그가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평생 싸워온 아내는 같이 가고 싶다고, 당신이 이렇게 좋은 사람인줄 이제 알았다고, 더 많이 사랑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고백한다. 죽음이 다가왔을 때야 드러나는 서로에 대한 진심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다큐를 직접 촬영하고 감독한 스나다 마미는 주인공의 막내딸이다. 영화는 아버지의 죽음을 담았지만 그녀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죽음이 아닌,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삶이 아니었을까. 보는 내내 나와 내 가족의 이야기이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했다.
"살고Live 사랑하고Love 웃으라Laugh. 그리고 배우라Learn. 이것이 우리가 이곳에 존재하는 이유다.
삶은 하나의 모험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지금 이 순간, 가슴 뛰는 삶을 살지 않으면 안 된다."
인생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데이비드 케슬러, 류시화의 서문
마침 어제 한 모임에서 함께 죽음에 대해 나눈 후, 유언장을 쓰고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신의 삶에 대해 정리하고 무엇보다 가족들에게 그 동안 말하지 못했던 미안함, 고마움, 사랑을 전했다.
낭독하는 동안 대부분, 가족들에 대한 부분에서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또 남은 사람들에게 남기는 당부에서는 각자가 어떤 가치로 살아 왔는지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나 또한 유언장을 쓰면서 행복하기도 했고 후회되기도 했던 지난 삶과 함께 남편과 부모님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함께 살아 온 시간에 녹아있는 슬픔, 기쁨, 행복, 그리고 수많은 추억들이 눈 앞에 선했다.
가끔은 너무 힘이 들어 함께하기 힘든 적도 있었지만, 누구보다 서로에게 가까운 존재가 가족이 아닐까 싶었다.
죽는다고 생각하니 남편이 그 동안 함께 해준 시간들에 감사하고 또 미안했다.
그리고 부모님이 이제 힘들었던 과거를 다 내려놓고 남은 생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바라는 부분에서는 먼저 죽지 못할 것 같은 걸림을 경험하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도록 장기기증을 하고 자연에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고 사라지도록 무덤을 만들지 말고 수목장으로 해달라고 했다. 또 장례식은 따로 치르지 말고 검정색 옷을 입거나 조의금을 받지도 말고, 가족과 지인들이 하루만 나를 기억하며 축제 같은 날을 보내면 좋겠다고, 함께 나누었던 행복과 추억을 기억하는 시간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마지막으로 살아오는 시간 동안 행복 하려고, 무언가가 되려고 많이 애썼는데, 애쓴다는 것 자체가 이미 행복하지 않은 것 같으니 너무 애쓰지 말고, 지금 있는 그대로의 삶을 사랑하라고 했다.
지금 이 순간을 행복으로 사는 것만이 진짜 행복해지는 비결이라는 걸 꼭 전하고 싶었다.
낭독을 마치고 나니 미리 써 본 유언장은 남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실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쓰는 당부의 편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례식의 방식과 유산의 정리 등을 자신의 방식대로 미리 계획해보는 의미도 있지만, 언젠가 하리라 미루었던 버킷 리스트를 실행하고, 가족들과 가까운 이들에게 미안함, 고마움, 사랑을 전해서 지금의 삶을 후회 없이 살라는 의미에서 말이다.
"편견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삶은 단지 삶이고 죽음은 죽음일 뿐이다.
그러나 삶의 존재 방식은 죽음이다.
왜냐하면 삶을 구성하는 모든 것은 죽음을 시작하고 또한 죽음을 향해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죽음은 곧 삶이다."
<하이데거>
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정재현, 21세기 북스, 206쪽
우리의 삶은 매일 죽음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그러나 정신 없이 먹고 사는 일에 매달리며 살다 보면 죽음이라는 말이 나와는 관계없는 아주 먼 이야기처럼 들린다.
혹자는 살기에도 바쁜데 죽는 일을 생각할 겨를이 어디 있냐고 하고 죽을 일을 생각하느니 열심히 사는 일에 집중하라고도 한다.
누구나 언젠가 죽는다는 당연한 진리 앞에서도 대부분의 우리는 '죽음'이라는 단어조차 피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죽음을 생각함은 역설적이게도 삶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삶이 유한하다는 자각을 하는 순간, 후회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게 되기 때문이다.
즉, 죽음을 계획한다는 것은 바로 삶을 계획하는 것이다.
위암말기라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엔딩 노트를 쓰며 삶을 마무리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이미 많은 깨달음을 준다.
그러나 대부분의 우리에게는 다큐 속 주인공보다 엔딩 노트를 써내려 갈 시간이 더 많이 남아있다.
이는 곧 소중한 사람들과 사랑하며 살아갈 시간이 그만큼 더 남아있다는 걸 의미한다.
바쁜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오늘 밤, 엔딩 노트를 적으며 죽어도 여한이 없을 그런 삶을 계획해 보는 건 어떨까.
* 추천도서: 인생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데이비드 케슬러, 이레
숨결이 바람이 될 때, 폴 칼라니티, 흐름출판
엔딩 노트
평생 열혈 회사원이자 성실한 가장으로 살아 온 한 남자가 퇴직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위암 4기 선고를 받는다.
다큐 영화 <엔딩 노트>는 자신의 죽음을 직접 준비하는 스나다 도모아키의 '일생일대의 프로젝트'를 담았다.
손녀들과 놀아주기, 가족 여행, 장례식에 올 사람들의 명단과 연락처 정리, 장례식장 사전답사. 94세 노모를 모시고 떠난 마지막 가족여행에서 자신의 장례라는 어려운 이야기를 꺼낸다.
어머니를 가슴 아프지 않게 하려는 듯 같이 가면 좋겠다고 농담까지 섞으며 말이다.
죽음을 준비하면서도 그는 항암치료에 누구보다 적극적이었고 병의 상태와 자신의 삶에 대한 주도권도 놓지 않는다.
죽음을 준비하는 만큼이나 삶에 대해서도 더 강한 의지를 보였다.
병이 악화되어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을 때조차도 그는 자신의 죽음으로 남은 가족들이 겪어야 할 어려움을 최대한 배려한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순회 방문객과도 같지만, 설사 내가 죽어가고 있더라도 실제로 죽기 전까지는 나는 여전히 살아있다"
숨결이 바람될 때, 폴 칼라니티, 180 쪽
죽음을 준비하며 그는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낸다. 특히 손녀들과의 만남은 그 어떤 항암제보다도 잘 듣는 특효약이였다.
마치 그리스도가 죽기 전날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가지듯, 가족들과 행복한 기억을 남기며 최후의 만찬을 즐기고 있는지도 몰랐다.
마지막 죽음의 순간에서도 자녀들과 자신의 장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모르면 전화하라고 농담하며 가족들의 마음을 달랜다.
죽음이 코 앞까지 다가온 그가 "왜 죽을까?" 라고 던진 질문에 어린 손녀는 "몸이 책처럼 점점 낡아서, 당근도 꽃도 오래되면 시들잖아. 그래서 죽는 거야" 라고 대답한다.
어린 손녀도 알고 있는 이 당연한 진리 앞에 고개를 끄덕였고 임종을 기다리며 가족들이 모였을 때 웃으며 말했다.
가족들이 모여 함께 웃고 있으니 여기가 천국 같다고. 다가온 죽음은 평소엔 무덤덤했던 삶의 작은 부분조차 빛나게 했다.
"우리가 한 말과 행동이 어쩌면 우리가 사랑하는 이에게 하는 마지막 말과 행동이 될지도 모른다.
어느 누구도, 단 한 사람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너무 늦을 때까지 기다려서는 안 된다."
인생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데이비드 케슬러, 작가 소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했을 때, 평생 툴툴거리던 그가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평생 싸워온 아내는 같이 가고 싶다고, 당신이 이렇게 좋은 사람인줄 이제 알았다고, 더 많이 사랑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고백한다. 죽음이 다가왔을 때야 드러나는 서로에 대한 진심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다큐를 직접 촬영하고 감독한 스나다 마미는 주인공의 막내딸이다. 영화는 아버지의 죽음을 담았지만 그녀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죽음이 아닌,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삶이 아니었을까. 보는 내내 나와 내 가족의 이야기이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했다.
"살고Live 사랑하고Love 웃으라Laugh. 그리고 배우라Learn. 이것이 우리가 이곳에 존재하는 이유다.
삶은 하나의 모험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지금 이 순간, 가슴 뛰는 삶을 살지 않으면 안 된다."
인생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데이비드 케슬러, 류시화의 서문
마침 어제 한 모임에서 함께 죽음에 대해 나눈 후, 유언장을 쓰고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신의 삶에 대해 정리하고 무엇보다 가족들에게 그 동안 말하지 못했던 미안함, 고마움, 사랑을 전했다.
낭독하는 동안 대부분, 가족들에 대한 부분에서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또 남은 사람들에게 남기는 당부에서는 각자가 어떤 가치로 살아 왔는지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나 또한 유언장을 쓰면서 행복하기도 했고 후회되기도 했던 지난 삶과 함께 남편과 부모님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함께 살아 온 시간에 녹아있는 슬픔, 기쁨, 행복, 그리고 수많은 추억들이 눈 앞에 선했다.
가끔은 너무 힘이 들어 함께하기 힘든 적도 있었지만, 누구보다 서로에게 가까운 존재가 가족이 아닐까 싶었다.
죽는다고 생각하니 남편이 그 동안 함께 해준 시간들에 감사하고 또 미안했다.
그리고 부모님이 이제 힘들었던 과거를 다 내려놓고 남은 생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바라는 부분에서는 먼저 죽지 못할 것 같은 걸림을 경험하기도 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도록 장기기증을 하고 자연에 최대한 피해를 주지 않고 사라지도록 무덤을 만들지 말고 수목장으로 해달라고 했다. 또 장례식은 따로 치르지 말고 검정색 옷을 입거나 조의금을 받지도 말고, 가족과 지인들이 하루만 나를 기억하며 축제 같은 날을 보내면 좋겠다고, 함께 나누었던 행복과 추억을 기억하는 시간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마지막으로 살아오는 시간 동안 행복 하려고, 무언가가 되려고 많이 애썼는데, 애쓴다는 것 자체가 이미 행복하지 않은 것 같으니 너무 애쓰지 말고, 지금 있는 그대로의 삶을 사랑하라고 했다.
지금 이 순간을 행복으로 사는 것만이 진짜 행복해지는 비결이라는 걸 꼭 전하고 싶었다.
낭독을 마치고 나니 미리 써 본 유언장은 남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실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쓰는 당부의 편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례식의 방식과 유산의 정리 등을 자신의 방식대로 미리 계획해보는 의미도 있지만, 언젠가 하리라 미루었던 버킷 리스트를 실행하고, 가족들과 가까운 이들에게 미안함, 고마움, 사랑을 전해서 지금의 삶을 후회 없이 살라는 의미에서 말이다.
"편견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삶은 단지 삶이고 죽음은 죽음일 뿐이다.
그러나 삶의 존재 방식은 죽음이다.
왜냐하면 삶을 구성하는 모든 것은 죽음을 시작하고 또한 죽음을 향해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죽음은 곧 삶이다."
<하이데거>
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정재현, 21세기 북스, 206쪽
우리의 삶은 매일 죽음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그러나 정신 없이 먹고 사는 일에 매달리며 살다 보면 죽음이라는 말이 나와는 관계없는 아주 먼 이야기처럼 들린다.
혹자는 살기에도 바쁜데 죽는 일을 생각할 겨를이 어디 있냐고 하고 죽을 일을 생각하느니 열심히 사는 일에 집중하라고도 한다.
누구나 언젠가 죽는다는 당연한 진리 앞에서도 대부분의 우리는 '죽음'이라는 단어조차 피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죽음을 생각함은 역설적이게도 삶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삶이 유한하다는 자각을 하는 순간, 후회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게 되기 때문이다.
즉, 죽음을 계획한다는 것은 바로 삶을 계획하는 것이다.
위암말기라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엔딩 노트를 쓰며 삶을 마무리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이미 많은 깨달음을 준다.
그러나 대부분의 우리에게는 다큐 속 주인공보다 엔딩 노트를 써내려 갈 시간이 더 많이 남아있다.
이는 곧 소중한 사람들과 사랑하며 살아갈 시간이 그만큼 더 남아있다는 걸 의미한다.
바쁜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오늘 밤, 엔딩 노트를 적으며 죽어도 여한이 없을 그런 삶을 계획해 보는 건 어떨까.
* 추천도서: 인생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데이비드 케슬러, 이레
숨결이 바람이 될 때, 폴 칼라니티, 흐름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