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고립을 호소하는 노인의 증가
전세계적으로 노인 인구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충격적이다. 2021년 우리나라 인구의 16.5%가 만 65세 이상의 노인이었으며, 노인 인구의 증가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어 4년 안에 한국은 노인 인구의 비중이 20% 이상인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통계청, 2022).
한국에서는 유달리 홀로 사는 노인이 많다. 총 노인 인구의 35.1%인 1,6백만 명이 독거 노인이며 (통계청, 2021), 만 70세 이상 노령층의 경우 인구의 반절 (44%)이 홀로 살고 있다. 전세계적으로는 같은 연령층에서 오직 16%만이 1인 가구임을 감안할 때 (Pew Research, 2020), 한국의 독거 노인 비율은 지나칠 정도로 높다. 뿐만 아니라 독거 노인의 수는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37년에는 홀로 사는 노인의 수는 두 배로 뛰어 3.3백만 명의 노인이 혼자 삶을 꾸려나가게 된다 (통계청, 2020).
시대의 흐름과 함께 홀로 사는 삶이 노인의 삶에 스며들었다. 요즘에야 ‘1인 가구’라는 말을 흔히 들을 수 있지만 몇 십년 전까지만 해도 여러 세대가 함께 거주하는 대가족이 가장 보편적인 가정의 형태였다. 그러나 경제 성장을 맞이하며 한국 사회는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였고, 가정의 형태 또한 변화의 물결을 피할 수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고향의 부모를 두고 교육과 직업을 좇아 도시로 떠났고, 대부분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대가족은 해체되어 핵가족으로 대체되었고, 점차 노인들은 홀로 사는 삶에 익숙해졌다. 최근 급증한 노년층의 황혼 이혼 또한 노인 1인 가구 수를 증폭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Jung, 2022). 요약하자면 사회 구조 자체의 변화와 더불어 가치관과 규범의 변화가 얽히고 설켜 홀로 사는 노인의 비율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은 너무나 짧은 시간에 막대한 변화를 겪었기 때문에 개인과 사회 모두 새로운 삶의 방식에 적응하려 고군분투하고 있다.
문제는 홀로 사는 노인 인구가 증가하자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이 전염병처럼 퍼지며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연구는 노년기 우울의 주요 원인이 외로움이라고 밝히기도 하였다 (Lee et al., 2020).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여 본문은 외로움이 노년기의 심리적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먼저 타인과의 관계가 노년기의 심리적 건강을 유지하는 중요 요인임을 밝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이어서 노년기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는 여러 방법을 검토하고 제안하겠다.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의 악영향
사회적 고립을 느끼면서도 다양한 사회 활동을 이어나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사회적 고립이 꼭 부정적인 결과를 낳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홀로 사는 노인들은 은퇴 이후 타인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회가 현저히 줄어들어 사회적 연결망을 유지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기에 사회적 고립의 영향이 부정적일 가능성이 현저히 높다.
사회적 연결망과 상호작용의 부재로 정의되는 사회적 고립은 수 많은 악영향을 미치며, 사회적 고립이 신체 및 정신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밝히는 연구 또한 무수히 많다. 외로움은 면역 체계를 무너뜨려 염증과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심지어는 이른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한 요인이기도 하다. 최근의 메타 연구에서 70개 연구에 걸쳐 총 3.4백만 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 결과들을 검토하였을 때 사회적 고립을 겪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사망 위험이 30% 높았다 (Holt-Lunstad et al., 2015). 이러한 사회적 고립의 악영향은 노인뿐만 아니라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발현되기에 (Caspi et al., 2006) 사회적 고립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주요 위협 요소이다.
사회적 고립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주로 호소하는 심리적 문제는 외로움이다. 외로움이란 개인이 원하는 사회적 관계와 실제 사회적 관계 사이의 간극으로 발생하는 정서적, 인지적 불만족을 이른다 (Perlman & Peplau, 1982). 외로움은 우울이나 불안과 같은 정서적 어려움 (Cacioppo et al., 2006), 그리고 중장년기 인지 능력의 저하 (Donavan et al., 2015)와 관련이 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타인과의 관계는 삶의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외로움이 우울이나 불안과 같은 정서적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점은 놀랍지 않다. 실제로 오래 전부터 사회과학자들은 인간의 사회성이 개인의 생존에 필수적이라고 여겨 왔다. 예를 들어 사회 관계측정이론 (Sociometer Theory; Leary & Baumeister, 2000)은 집단에 속하는 것이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맡아왔기 때문에 우리는 타인에 의해 긍정되거나 부정 당하는 정도를 반영하고 알리는 내부 신호 체계로 자존감을 이용한다. 즉 자존감은 자신 스스로에 대한 지각보다는 타인이 자신을 얼마나 좋아한다고 느끼는지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자존감의 저하, 자기 가치의 부정과 같은 우울의 주요 증상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인간 관계 — 노년기 외로움의 해독제
외로움의 천연 치료제는 타인과의 관계이다. 구체적으로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지지와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주관적 느낌이, 특히 노인에게 중요하다. 얼핏 보기에는 다방면에서 사회적 삶을 영위하는 젊은이들에게 사회적 지지가 심리적 건강에 더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사회적 관계의 규모가 줄어들기는 하지만 (Tornstam, 1997), 사회적 관계의 절대적인 양이 그 중요성과 비례하지는 않는다. 또한 젊은이보다 노인에게 사회적 참여와 연결감이 더 중요할 만한 여러 요인이 존재한다.
첫째로 사회적 지지는 스트레스 상황에 처했을 때 더욱 큰 도움이 된다. 노화는 필연적으로 신체 능력의 저하, 일상 생활의 제약, 경제적 어려움, 질병 및 죽음으로 인한 가까운 관계의 상실 등 다양한 종류의 스트레스 요인을 수반한다. 따라서 사회적 지지는 청년보다 더 폭 넓은 스트레스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은 노인들에게 더 중요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노인은 청년과 달리 긍정적인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려는 동기를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다. 로라 카스텐슨의 사회 정서적 선택 이론 (Socioemotional selectivity theory; Carstensen, 1991)에 따르면 노인과 청년은 남은 삶의 기간에 대한 인식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사회적 동기를 가지게 된다. 노인들은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생각에 미래를 준비한다기 보다는 지금, 여기에 경험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이 같은 현재 지향적인 사고방식은 미래를 위해 부정적인 경험을 견디기 보다는 지금 당장의 긍정적인 정서 경험을 유지하려는 태도로 이어지게 된다. 긍정적인 정서 경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질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친구나 가족 등 가까운 사람들은 긍정적이고 의미 있는 정서 경험을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원천으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년기에는 자신을 지지하고 긍정할 수 있도록 돕는 긴밀한 관계가 삶의 그 어떤 시기보다 중요하다.
노인에게 더욱 중요한 긍정적인 관계의 힘
몇 년 전, 필자는 앞서 소개한 사회 정서적 선택 이론을 검증하기 위해 한국인을 대상으로 동료자들과 함께 연구를 진행하였다 (Choi et al., 2016). 타인과의 연결감과 가까운 관계의 지지가 나이가 들수록 더 중요한지 조사해보는 것에 연구의 목적이었고, 이를 위해 만 20세부터 69세까지를 아우르는 두 집단에서 지각된 사회적 지지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지지를 얻는다고 느끼는 정도)와 신체적 건강 (삶의 질을 간접적으로 측정하는데 자주 쓰이는 지표)의 관련성을 분석해보았다. 결과는 극명했다. 지각된 사회적 지지는 청년보다 노인의 신체적 건강을 더 잘 예측했다. 50대 후반을 넘긴 사람들에게 지각된 사회적 지지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나 40대에게는 그 영향이 감소하였고, 20대에서는 지각된 사회적 지지와 신체적 상태 간의 관계가 거의 사라졌다 (그림 1).
그림 1. 나이에 따른 지각된 사회적 지지와 신체적 건강의 관계 (-1SD 나이 = 28.11, 평균 나이 = 43.22, +1SD 나이 = 57.83)
사회적 참여 촉진을 통한 노년기 심리 건강의 회복의 필요
다만 노인들은 소속, 소통, 소통 등의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불리한 위치에 있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 건강의 악화, 노인에 대한 차별, 직장에서의 은퇴 등 무수히 많은 요인들이 노인과 다른 사람들 사이의 관계 형성을 방해한다. 특히 퇴직은 사회적 정체성과 소속감을 앗아가며, 이는 심리 건강 유지의 어려움으로 직결된다. 그러나 다행히 직장을 통해서만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건 아니다. 취미, 운동, 종교와 같이 일과 관계없는 주제로 함께하는 모임을 통해서도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 기존 연구에서 또한 은퇴하는 과정에서 여러 개의 집단에 소속된 은퇴자들이 일찍 사망할 확률이 낮고 더 건강하다는 결과를 보인 바 있다 (Steffens et al., 2016).
한국의 노인도 예외는 아니다. 국민노후보장패널 (KReIS, Korean Retirement and Income Study)에서 4,751명의 6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다양한 종류의 사회적 참여가 우울과 같은 심리 장애를 예방하는 주요 요인으로 나타났다 (Choi et al., 2020). 자원 봉사, 기부 및 사회적 모임(취미, 스포츠, 정치, 종교 집단 등) 활동에 일 년에 한 번이라도 참가한 경험은 현저히 낮은 우울 증상 발현 확률과 관련이 있었다. 또한 상기 활동에 참여한 빈도가 높을수록 우울 증상은 더욱 낮아졌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동에 참가하는 것도 심리 건강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 다양한 활동을 할수록 여러 사람들과 상호작용할 기회는 많아지고, 지지적인 관계를 형성할 확률 또한 자연히 증가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정서적인 지지는 도구적 지지(돈, 시간, 노동 등 물질적 도움)보다 심리 건강에 더 중요한 요인으로 알려져 있어 노인의 사회적 참여는 더욱 중요하다. 도구적 지지는 자율성을 침해하고 무기력을 초래할 수 있으나, 정서적 지지는 우울 예방에 일관적으로 큰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러 집단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으며 노인들은 사회의 중요한 일원으로서 정체감을 되찾고, 자기 효능감과 자존감의 상승을 경험할 수 있다 (Lemon et al., 1972).
본지에서 소개한 일련의 연구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우리는 노인들 또한 기회만 주어진다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생기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사회 참여를 통해 획득한 관계는 대체로 가족이나 친척 같은 혈연 관계보다 덜 끈끈한 관계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그러한 관계는 정서적으로 충만한 경험을 제공하는 지지 집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 즉 은퇴 이후 다양한 집단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일은 분명히 가능하고, 이는 노인들에게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충족감을 제공하는 소중한 기회이다. 노인들이 기존의 관계를 유지하는데 여력을 쏟는다는 사회정서적 선택 이론의 주장과는 달리 사람은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적극적으로 관계를 찾고, 형성한다. 또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현대의 노인들은 비슷한 삶의 목표와 관심사를 가진 이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누릴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기회를 누리기 위해서는 우리와 같은 후속 세대들의 지지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노인에게는 사회적 관계가, 사람이 필요하다.
참고 문헌
• 통계청. (2022)
• 통계청. (2021)
• Pew Research (2020). Older people are more likely to live alone in the U.S. than elsewhere in the world.
• 통계청. (2020)
• Jung, M. K. (2022). More Koreans end marriage at older age: data. Korea Herald.
• Lee, S. L., Pearce, E., Ajnakina, O., Johnson, S., Lewis, G., Mann, F., ... & Lewis, G. (2021). The association between loneliness and depressive symptoms among adults aged 50 years and older: a 12-year population-based cohort study. The Lancet Psychiatry, 8(1), 48-
• Holt-Lunstad, J., Smith, T. B., Baker, M., Harris, T., & Stephenson, D. (2015). Loneliness and social isolation as risk factors for mortality: a meta-analytic review.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 10(2), 227-237.
• Caspi, A., Harrington, H., Moffitt, T. E., Milne, B. J., & Poulton, R. (2006). Socially isolated children 20 years later: risk of cardiovascular disease. Archives of pediatrics & adolescent medicine, 160(8), 805-811.
• Perlman, D., & Peplau, L. A. (1984). Loneliness research: A survey of empirical findings. Preventing the harmful consequences of severe and persistent loneliness, 13, 46.
• Cacioppo, J. T., Hughes, M. E., Waite, L. J., Hawkley, L. C., & Thisted, R. A. (2006). Loneliness as a specific risk factor for depressive symptoms: cross-sectional and longitudinal analyses. Psychology and aging, 21(1), 140.
• Donovan, N. J., Hsu, D. C., Dagley, A. S., Schultz, A. P., Amariglio, R. E., Mormino, E. C., ... & Marshall, G. A. (2015). Depressive symptoms and biomarkers of Alzheimer’s disease in cognitively normal older adults. Journal of Alzheimer's Disease, 46(1), 63-73.
• Leary, M. R., & Baumeister, R. F. (2000). The nature and function of self-esteem: Sociometer theory. In M. P. Zanna (Ed.), Advances in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Vol. 32, pp. 1–62). San Diego, CA: Academic Press.
• Tornstam, L. (1997). Gerotranscendence: The contemplative dimension of aging. Journal of aging studies, 11(2), 143-154.
• Carstensen, L. L. (1991). Selectivity theory: Social activity in life-span context. Annual review of gerontology and geriatrics, 11(1), 195-217.
• Choi, E., Kwon, Y., Lee, M., Choi, J., & Choi, I. (2018). Social relatedness and physical health are more strongly related in older than younger adults: findings from the Korean Adult Longitudinal Study. Frontiers in Psychology, 9, 3.
• Kim, J., Choi, E., Kim, N., & Choi, I. (2022, under review). Older People are not Always Happier than Younger People: The Moderating Role of Personality. Applied Psychology: Health and Well-Being.
• Steffens, N. K., Cruwys, T., Haslam, C., Jetten, J., & Haslam, S. A. (2016). Social group memberships in retirement are associated with reduced risk of premature death: evidence from a longitudinal cohort study. BMJ open, 6(2), e010164.
• 국민노후보장패널.
• Choi, E., Han, K. M., Chang, J., Lee, Y. J., Choi, K. W., Han, C., & Ham, B. J. (2021). Social participation and depressive symptoms in community-dwelling older adults: emotional social support as a mediator. Journal of psychiatric research, 137, 589-596
• Lemon, B. W., Bengtson, V. L., & Peterson, J. A. (1972). An exploration of the activity theory of aging: Activity types and life satisfaction among in-movers to a retirement community. Journal of Gerontology, 27(4), 511-523.
#노인 #외로움 #사회적관계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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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수 고려대학교 심리학부 부교수로 재직중이다. 문화적 맥락이 사람들의 정서, 인지,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탐색하는 것에 관심이 있으며, 최근에는 한국 사회의 다양한 집단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
사회적 고립을 호소하는 노인의 증가
전세계적으로 노인 인구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충격적이다. 2021년 우리나라 인구의 16.5%가 만 65세 이상의 노인이었으며, 노인 인구의 증가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어 4년 안에 한국은 노인 인구의 비중이 20% 이상인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통계청, 2022).
한국에서는 유달리 홀로 사는 노인이 많다. 총 노인 인구의 35.1%인 1,6백만 명이 독거 노인이며 (통계청, 2021), 만 70세 이상 노령층의 경우 인구의 반절 (44%)이 홀로 살고 있다. 전세계적으로는 같은 연령층에서 오직 16%만이 1인 가구임을 감안할 때 (Pew Research, 2020), 한국의 독거 노인 비율은 지나칠 정도로 높다. 뿐만 아니라 독거 노인의 수는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37년에는 홀로 사는 노인의 수는 두 배로 뛰어 3.3백만 명의 노인이 혼자 삶을 꾸려나가게 된다 (통계청, 2020).
시대의 흐름과 함께 홀로 사는 삶이 노인의 삶에 스며들었다. 요즘에야 ‘1인 가구’라는 말을 흔히 들을 수 있지만 몇 십년 전까지만 해도 여러 세대가 함께 거주하는 대가족이 가장 보편적인 가정의 형태였다. 그러나 경제 성장을 맞이하며 한국 사회는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였고, 가정의 형태 또한 변화의 물결을 피할 수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고향의 부모를 두고 교육과 직업을 좇아 도시로 떠났고, 대부분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대가족은 해체되어 핵가족으로 대체되었고, 점차 노인들은 홀로 사는 삶에 익숙해졌다. 최근 급증한 노년층의 황혼 이혼 또한 노인 1인 가구 수를 증폭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Jung, 2022). 요약하자면 사회 구조 자체의 변화와 더불어 가치관과 규범의 변화가 얽히고 설켜 홀로 사는 노인의 비율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한국은 너무나 짧은 시간에 막대한 변화를 겪었기 때문에 개인과 사회 모두 새로운 삶의 방식에 적응하려 고군분투하고 있다.
문제는 홀로 사는 노인 인구가 증가하자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이 전염병처럼 퍼지며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연구는 노년기 우울의 주요 원인이 외로움이라고 밝히기도 하였다 (Lee et al., 2020).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여 본문은 외로움이 노년기의 심리적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먼저 타인과의 관계가 노년기의 심리적 건강을 유지하는 중요 요인임을 밝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이어서 노년기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는 여러 방법을 검토하고 제안하겠다.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의 악영향
사회적 고립을 느끼면서도 다양한 사회 활동을 이어나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사회적 고립이 꼭 부정적인 결과를 낳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홀로 사는 노인들은 은퇴 이후 타인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회가 현저히 줄어들어 사회적 연결망을 유지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기에 사회적 고립의 영향이 부정적일 가능성이 현저히 높다.
사회적 연결망과 상호작용의 부재로 정의되는 사회적 고립은 수 많은 악영향을 미치며, 사회적 고립이 신체 및 정신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밝히는 연구 또한 무수히 많다. 외로움은 면역 체계를 무너뜨려 염증과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심지어는 이른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한 요인이기도 하다. 최근의 메타 연구에서 70개 연구에 걸쳐 총 3.4백만 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연구 결과들을 검토하였을 때 사회적 고립을 겪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사망 위험이 30% 높았다 (Holt-Lunstad et al., 2015). 이러한 사회적 고립의 악영향은 노인뿐만 아니라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발현되기에 (Caspi et al., 2006) 사회적 고립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주요 위협 요소이다.
사회적 고립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주로 호소하는 심리적 문제는 외로움이다. 외로움이란 개인이 원하는 사회적 관계와 실제 사회적 관계 사이의 간극으로 발생하는 정서적, 인지적 불만족을 이른다 (Perlman & Peplau, 1982). 외로움은 우울이나 불안과 같은 정서적 어려움 (Cacioppo et al., 2006), 그리고 중장년기 인지 능력의 저하 (Donavan et al., 2015)와 관련이 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타인과의 관계는 삶의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외로움이 우울이나 불안과 같은 정서적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점은 놀랍지 않다. 실제로 오래 전부터 사회과학자들은 인간의 사회성이 개인의 생존에 필수적이라고 여겨 왔다. 예를 들어 사회 관계측정이론 (Sociometer Theory; Leary & Baumeister, 2000)은 집단에 속하는 것이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맡아왔기 때문에 우리는 타인에 의해 긍정되거나 부정 당하는 정도를 반영하고 알리는 내부 신호 체계로 자존감을 이용한다. 즉 자존감은 자신 스스로에 대한 지각보다는 타인이 자신을 얼마나 좋아한다고 느끼는지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자존감의 저하, 자기 가치의 부정과 같은 우울의 주요 증상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인간 관계 — 노년기 외로움의 해독제
외로움의 천연 치료제는 타인과의 관계이다. 구체적으로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지지와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주관적 느낌이, 특히 노인에게 중요하다. 얼핏 보기에는 다방면에서 사회적 삶을 영위하는 젊은이들에게 사회적 지지가 심리적 건강에 더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사회적 관계의 규모가 줄어들기는 하지만 (Tornstam, 1997), 사회적 관계의 절대적인 양이 그 중요성과 비례하지는 않는다. 또한 젊은이보다 노인에게 사회적 참여와 연결감이 더 중요할 만한 여러 요인이 존재한다.
첫째로 사회적 지지는 스트레스 상황에 처했을 때 더욱 큰 도움이 된다. 노화는 필연적으로 신체 능력의 저하, 일상 생활의 제약, 경제적 어려움, 질병 및 죽음으로 인한 가까운 관계의 상실 등 다양한 종류의 스트레스 요인을 수반한다. 따라서 사회적 지지는 청년보다 더 폭 넓은 스트레스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은 노인들에게 더 중요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노인은 청년과 달리 긍정적인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려는 동기를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다. 로라 카스텐슨의 사회 정서적 선택 이론 (Socioemotional selectivity theory; Carstensen, 1991)에 따르면 노인과 청년은 남은 삶의 기간에 대한 인식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사회적 동기를 가지게 된다. 노인들은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생각에 미래를 준비한다기 보다는 지금, 여기에 경험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이 같은 현재 지향적인 사고방식은 미래를 위해 부정적인 경험을 견디기 보다는 지금 당장의 긍정적인 정서 경험을 유지하려는 태도로 이어지게 된다. 긍정적인 정서 경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질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친구나 가족 등 가까운 사람들은 긍정적이고 의미 있는 정서 경험을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원천으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년기에는 자신을 지지하고 긍정할 수 있도록 돕는 긴밀한 관계가 삶의 그 어떤 시기보다 중요하다.
노인에게 더욱 중요한 긍정적인 관계의 힘
몇 년 전, 필자는 앞서 소개한 사회 정서적 선택 이론을 검증하기 위해 한국인을 대상으로 동료자들과 함께 연구를 진행하였다 (Choi et al., 2016). 타인과의 연결감과 가까운 관계의 지지가 나이가 들수록 더 중요한지 조사해보는 것에 연구의 목적이었고, 이를 위해 만 20세부터 69세까지를 아우르는 두 집단에서 지각된 사회적 지지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지지를 얻는다고 느끼는 정도)와 신체적 건강 (삶의 질을 간접적으로 측정하는데 자주 쓰이는 지표)의 관련성을 분석해보았다. 결과는 극명했다. 지각된 사회적 지지는 청년보다 노인의 신체적 건강을 더 잘 예측했다. 50대 후반을 넘긴 사람들에게 지각된 사회적 지지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나 40대에게는 그 영향이 감소하였고, 20대에서는 지각된 사회적 지지와 신체적 상태 간의 관계가 거의 사라졌다 (그림 1).
그림 1. 나이에 따른 지각된 사회적 지지와 신체적 건강의 관계 (-1SD 나이 = 28.11, 평균 나이 = 43.22, +1SD 나이 = 57.83)
사회적 참여 촉진을 통한 노년기 심리 건강의 회복의 필요
다만 노인들은 소속, 소통, 소통 등의 사회적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불리한 위치에 있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 건강의 악화, 노인에 대한 차별, 직장에서의 은퇴 등 무수히 많은 요인들이 노인과 다른 사람들 사이의 관계 형성을 방해한다. 특히 퇴직은 사회적 정체성과 소속감을 앗아가며, 이는 심리 건강 유지의 어려움으로 직결된다. 그러나 다행히 직장을 통해서만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건 아니다. 취미, 운동, 종교와 같이 일과 관계없는 주제로 함께하는 모임을 통해서도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 기존 연구에서 또한 은퇴하는 과정에서 여러 개의 집단에 소속된 은퇴자들이 일찍 사망할 확률이 낮고 더 건강하다는 결과를 보인 바 있다 (Steffens et al., 2016).
한국의 노인도 예외는 아니다. 국민노후보장패널 (KReIS, Korean Retirement and Income Study)에서 4,751명의 6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다양한 종류의 사회적 참여가 우울과 같은 심리 장애를 예방하는 주요 요인으로 나타났다 (Choi et al., 2020). 자원 봉사, 기부 및 사회적 모임(취미, 스포츠, 정치, 종교 집단 등) 활동에 일 년에 한 번이라도 참가한 경험은 현저히 낮은 우울 증상 발현 확률과 관련이 있었다. 또한 상기 활동에 참여한 빈도가 높을수록 우울 증상은 더욱 낮아졌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동에 참가하는 것도 심리 건강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 다양한 활동을 할수록 여러 사람들과 상호작용할 기회는 많아지고, 지지적인 관계를 형성할 확률 또한 자연히 증가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정서적인 지지는 도구적 지지(돈, 시간, 노동 등 물질적 도움)보다 심리 건강에 더 중요한 요인으로 알려져 있어 노인의 사회적 참여는 더욱 중요하다. 도구적 지지는 자율성을 침해하고 무기력을 초래할 수 있으나, 정서적 지지는 우울 예방에 일관적으로 큰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러 집단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으며 노인들은 사회의 중요한 일원으로서 정체감을 되찾고, 자기 효능감과 자존감의 상승을 경험할 수 있다 (Lemon et al., 1972).
본지에서 소개한 일련의 연구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우리는 노인들 또한 기회만 주어진다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생기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사회 참여를 통해 획득한 관계는 대체로 가족이나 친척 같은 혈연 관계보다 덜 끈끈한 관계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그러한 관계는 정서적으로 충만한 경험을 제공하는 지지 집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 즉 은퇴 이후 다양한 집단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일은 분명히 가능하고, 이는 노인들에게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충족감을 제공하는 소중한 기회이다. 노인들이 기존의 관계를 유지하는데 여력을 쏟는다는 사회정서적 선택 이론의 주장과는 달리 사람은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적극적으로 관계를 찾고, 형성한다. 또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현대의 노인들은 비슷한 삶의 목표와 관심사를 가진 이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누릴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기회를 누리기 위해서는 우리와 같은 후속 세대들의 지지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노인에게는 사회적 관계가, 사람이 필요하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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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심리학부 부교수로 재직중이다. 문화적 맥락이 사람들의 정서, 인지,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탐색하는 것에 관심이 있으며, 최근에는 한국 사회의 다양한 집단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