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자유의지(free will)는 존재할까? 수세기에 걸친 이 철학적 물음은 상대적으로 최근에 이르러 더욱 거센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1983년 미국의 신경과학자인 벤자민 리벳이 사람들이 행동하기로 결정하기 약 0.5초 정도 전에 이미 무의식적인 뇌신경 활동이 발생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Libet et al., 1983) 자유의지는 아마도 존재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과학적 근거가 제시되었다. 더욱 최근인 2008년에는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뇌신경과학인 존 딜런 하인즈가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를 이용하여 사람이 행동하기로 마음먹은 순간 무려 10초 전에 뇌에서 이미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였다(Soon et al., 2008). 그 이후로도 몇몇의 “자유의지” 실험들이 수행되었고 비슷한 결과가 발견되면서 뇌신경과학자들은 자유의지는 결국 환상(illusion)일 뿐이라고 말한다.
정말 자유의지는 환상일까? 그럴 수도 있고 어쩌면 아닐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자유의지의 존재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중요한 것일까?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자유의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자유의지가 실제로 존재하던 그렇지 않던, 사람들이 자유의지가 있다고 믿는 정도, 즉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belief in free will)이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이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을 중요하게 여기는 데는 적어도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유의지가 존재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지 사람들이 위에서 언급한 뇌신경과학 연구 결과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 아니라, 자유의지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경험적으로 매우 부자연스러우며 반직관적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자유의지 존재에 반하는 연구 결과를 완벽히 이해한다고 해도, 그 사람은 지금 이 순간에도 본인의 의지가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행동의 주체라는 느낌을 현상학적으로 경험하고 있을 것이다. 이 주체성의 감각(sense of agency)으로 인해 우리들은 머리로는 자유의지를 부정할지 몰라도 가슴으로는 쉽게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실제 연구에서도 대부분의 실험참가자들은 자유의지가 존재한다고 믿는 경향성을 더 강하게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e.g., Seto & Hicks, 2016).
두 번째 이유는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의 기능(function)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은 도덕적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잘 보여준 심리학 연구를 소개하자면, 실험참가자들은 두 집단으로 나뉘어 자유의지가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글을 읽었다(Vohs & Schooler, 2008). 구체적으로, 찬-자유의지(pro-free-will) 조건의 참가자들은 “나는 내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전적, 환경적 요인을 극복할 수 있다”, “난 내 자유의지를 발휘해 유혹을 극복한다”와 같은 문장들을 읽은 반면, 반-자유의지(anti-free-will) 조건의 참가자들은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은 우주가 과학적 법칙에 지배된다는 사실에 위배된다”, “결국 우리는 진화에 의해 설계되고 유전자와 환경에 의해 프로그램된 생물학적 기계이다”와 같은 문장들을 읽었다. 그리고 나서 이 실험참가자들은 몇 가지 퀴즈와 수학, 논리 문제를 푸는 과제를 수행했는데 한 문제를 맞출 때마다 1달러 씩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실험의 중요한 부분은 바로 실험참가자들이 자신이 몇 문제를 맞추었는지 직접 보고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즉, 실험참가자들은 감독관 없이 모든 문제를 풀고나서 답지를 제공받고 본인 스스로 채점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놀랍게도 반-자유의지 조건의 참가자들은 찬-자유의지 조건의 참가자들보다 유의미하게 많은 문제를 맞춘 것으로 보고하였다(그림 1: Determinism과 Free Will 조건을 비교). 이 결과는 아마도 자유의지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도록 유도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거짓말을 더 많이 했기 때문일 것이다. 즉,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은 우리가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도덕적인 원칙(“정직하라”)에 일관되게 행동하도록 돕는 기능을 한다.
그림 1. Vohs & Schooler (2008)
연구의 실험참가자들이 각각의 조건에 따라 과제를 통해 받은 돈의 정도. Determinism 조건(즉, 반-자유의지 조건)의 참가자들만 유의미하게 더 많은 돈을 지불 받았다.
세 번째 이유는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이 희망의 본질(essence)일 가능성 때문이다. 심리학에서 희망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것은 바꾸어 말하면 희망이 심리학적으로 잘 정의되어 있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이유 중 한 가지는 희망에 대한 정의를 여러 학자들이 이론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여러 학자들이 희망에 대한 생각과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유사하지만 꽤 상이한 희망의 정의들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학자들이나 이론가들이 희망을 이해하는 방식이 아닌, 보통의 사람들이 희망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통해 희망을 정의하려고 시도했다(Luo et al., 2022). 연구자들은 다양한 연령대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그들이 생각하는 희망의 핵심 특징이 무엇인지를 물어보고 그 응답들을 모아서 공통된 주요한 핵심 특징을 정리하였다. 그 결과, 연구자들은 다음과 같은 희망의 정의를 도출해 냈다: 희망이란 “미래의 어떠한 긍정적인 결과물이 가능하다는 믿음이며, 그 결과물에 대한 갈망”이다. 결국 사람들은 희망을 말할 때, 그들이 바라는 미래 상태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믿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믿음은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과 깊은 관련성이 있어 보인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면, 나의 행동 그리고 삶의 방식을 결정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것이 내가 원하는 미래를 상상하고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이 관점에서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이 희망의 본질이 될 수 있다고 심리학자들은 생각한다.
최근의 두 연구가 자유의지와 희망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뒷받침하고 있다. 첫 번째는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과 미래 지향적 관점(future time perspective)과의 관계를 조사한 연구로, 사람들은 자유의지가 존재한다고 믿을 수록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과 기회가 열려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밝혔다(Seto et al., 2021). 희망과 관련된 중요한 발견은 이 관계가 희망을 통해서 매개된다는 것인데, 쉽게 말해 자유의지가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성취할 수 있다는 희망을 더 많이 가지고 있으며, 그 희망감이 미래 지향적 관점을 가질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는 내 행동과 삶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것이 희망을 느끼게 하는 원동력이며 미래를 여유롭게 준비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 연구는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과 희망의 관계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자유의지가 존재한다고 믿을 수록 사람들은 자연 재해인 허리케인으로 인한 피해와 집단적 트라우마로서 코로나 시대에서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더 잘 극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Maffly-Kipp et al., 2022). 즉,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이 어려운 시기에 더 높은 수준의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사람들이 자유의지를 통해 힘든 시간도 극복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종합하면,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을 갖는 것은 심리적으로, 도덕적으로, 그리고 “희망적”으로 중요해 보인다. 어쩌면 자유의지를 포기하는 마음 상태가 되는 것은 삶의 희망을 놓아버리는 것과 같은 상태일지 모른다. 어떤 사람들은 자유의지를 믿고 주체성을 잃지 않는 것이 희망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말할 것이다. 특히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야기되는 무망감이나 학습된 무기력은 자유의지를 따르라는 조언 따위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요점은 우리가 희망을 이해하고 유지하기 위해 그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다. 결코 희망의 본질이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 하나는 아니겠지만, 내 삶을 결정할 수 있다는 믿음은 희망의 본질적인 요소로 작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희망의 본질에 대해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희망에 대해 의미 있는 접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그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감히 희망해본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의 말을 인용하면서 끝을 맺는다. “나치는 모든 것을 빼앗아 갔지만, 나에게서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 갈 수 없다”(Frankl, 1985).
참고 문헌
•Frankl, V. E. (1985). Man's search for meaning. Simon and Schuster.
• Libet, B., Gleason, C. A., Wright, E. W., & Peral, D. K. (1983). Time of conscious intention to act in relation to onset of cerebral activity (readiness-potential): The unconscious initiation of a freely voluntary act. Brain, 106, 623–642.
• Luo, S. X., van Horen, F., Millet, K., & Zeelenberg, M. (2022). What we talk about when we talk about hope: A prototype analysis. Emotion, 22(4), 751–768.
• Maffly-Kipp, J., Gause, C., Kim, J., Vess, M., & Hick, J. A. (2022). Agentic meaning-making: Free will beliefs, sense-making, and psychological distress experienced following collective traumas. Unpublished manuscript.
• Seto, E., & Hicks, J. A. (2016). Disassociating the agent from the self: Undermining belief in free will diminishes true self-knowledge. 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 7(7), 726–734.
• Seto, E., Kim, J., & Hicks, J. A. (2021). The illusion of time: Testing the bidirectional relationship between belief in free will and temporal horizons. 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 12(2), 176–185.
• Soon, C. S., Brass, M., Heinze, H. J., & Haynes, J. D. (2008). Unconscious determinants of free decisions in the human brain. Nature neuroscience, 11(5), 543–545.
• Vohs, K. D., & Schooler, J. W. (2008). The value of believing in free will: Encouraging a belief in determinism increases cheating. Psychological Science, 19(1), 49–54.
#자유의지 #희망 #믿음 #도덕성 #주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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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서강대학교 심리학과 조교수. 진정한 자아(true self)와 삶의 의미(meaning in life)를 추구하는 인간의 심리를 사회 및 성격 심리학적 이론과 방법을 통해 연구하는 사회심리학자 |
인간에게 자유의지(free will)는 존재할까? 수세기에 걸친 이 철학적 물음은 상대적으로 최근에 이르러 더욱 거센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1983년 미국의 신경과학자인 벤자민 리벳이 사람들이 행동하기로 결정하기 약 0.5초 정도 전에 이미 무의식적인 뇌신경 활동이 발생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Libet et al., 1983) 자유의지는 아마도 존재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과학적 근거가 제시되었다. 더욱 최근인 2008년에는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뇌신경과학인 존 딜런 하인즈가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를 이용하여 사람이 행동하기로 마음먹은 순간 무려 10초 전에 뇌에서 이미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였다(Soon et al., 2008). 그 이후로도 몇몇의 “자유의지” 실험들이 수행되었고 비슷한 결과가 발견되면서 뇌신경과학자들은 자유의지는 결국 환상(illusion)일 뿐이라고 말한다.
정말 자유의지는 환상일까? 그럴 수도 있고 어쩌면 아닐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자유의지의 존재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중요한 것일까?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자유의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자유의지가 실제로 존재하던 그렇지 않던, 사람들이 자유의지가 있다고 믿는 정도, 즉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belief in free will)이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이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을 중요하게 여기는 데는 적어도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유의지가 존재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지 사람들이 위에서 언급한 뇌신경과학 연구 결과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 아니라, 자유의지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경험적으로 매우 부자연스러우며 반직관적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자유의지 존재에 반하는 연구 결과를 완벽히 이해한다고 해도, 그 사람은 지금 이 순간에도 본인의 의지가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행동의 주체라는 느낌을 현상학적으로 경험하고 있을 것이다. 이 주체성의 감각(sense of agency)으로 인해 우리들은 머리로는 자유의지를 부정할지 몰라도 가슴으로는 쉽게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실제 연구에서도 대부분의 실험참가자들은 자유의지가 존재한다고 믿는 경향성을 더 강하게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e.g., Seto & Hicks, 2016).
두 번째 이유는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의 기능(function)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은 도덕적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잘 보여준 심리학 연구를 소개하자면, 실험참가자들은 두 집단으로 나뉘어 자유의지가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글을 읽었다(Vohs & Schooler, 2008). 구체적으로, 찬-자유의지(pro-free-will) 조건의 참가자들은 “나는 내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전적, 환경적 요인을 극복할 수 있다”, “난 내 자유의지를 발휘해 유혹을 극복한다”와 같은 문장들을 읽은 반면, 반-자유의지(anti-free-will) 조건의 참가자들은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은 우주가 과학적 법칙에 지배된다는 사실에 위배된다”, “결국 우리는 진화에 의해 설계되고 유전자와 환경에 의해 프로그램된 생물학적 기계이다”와 같은 문장들을 읽었다. 그리고 나서 이 실험참가자들은 몇 가지 퀴즈와 수학, 논리 문제를 푸는 과제를 수행했는데 한 문제를 맞출 때마다 1달러 씩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실험의 중요한 부분은 바로 실험참가자들이 자신이 몇 문제를 맞추었는지 직접 보고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즉, 실험참가자들은 감독관 없이 모든 문제를 풀고나서 답지를 제공받고 본인 스스로 채점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놀랍게도 반-자유의지 조건의 참가자들은 찬-자유의지 조건의 참가자들보다 유의미하게 많은 문제를 맞춘 것으로 보고하였다(그림 1: Determinism과 Free Will 조건을 비교). 이 결과는 아마도 자유의지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도록 유도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거짓말을 더 많이 했기 때문일 것이다. 즉,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은 우리가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도덕적인 원칙(“정직하라”)에 일관되게 행동하도록 돕는 기능을 한다.
그림 1. Vohs & Schooler (2008)
연구의 실험참가자들이 각각의 조건에 따라 과제를 통해 받은 돈의 정도. Determinism 조건(즉, 반-자유의지 조건)의 참가자들만 유의미하게 더 많은 돈을 지불 받았다.
세 번째 이유는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이 희망의 본질(essence)일 가능성 때문이다. 심리학에서 희망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것은 바꾸어 말하면 희망이 심리학적으로 잘 정의되어 있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이유 중 한 가지는 희망에 대한 정의를 여러 학자들이 이론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여러 학자들이 희망에 대한 생각과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유사하지만 꽤 상이한 희망의 정의들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학자들이나 이론가들이 희망을 이해하는 방식이 아닌, 보통의 사람들이 희망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통해 희망을 정의하려고 시도했다(Luo et al., 2022). 연구자들은 다양한 연령대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그들이 생각하는 희망의 핵심 특징이 무엇인지를 물어보고 그 응답들을 모아서 공통된 주요한 핵심 특징을 정리하였다. 그 결과, 연구자들은 다음과 같은 희망의 정의를 도출해 냈다: 희망이란 “미래의 어떠한 긍정적인 결과물이 가능하다는 믿음이며, 그 결과물에 대한 갈망”이다. 결국 사람들은 희망을 말할 때, 그들이 바라는 미래 상태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믿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믿음은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과 깊은 관련성이 있어 보인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면, 나의 행동 그리고 삶의 방식을 결정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것이 내가 원하는 미래를 상상하고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이 관점에서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이 희망의 본질이 될 수 있다고 심리학자들은 생각한다.
최근의 두 연구가 자유의지와 희망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뒷받침하고 있다. 첫 번째는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과 미래 지향적 관점(future time perspective)과의 관계를 조사한 연구로, 사람들은 자유의지가 존재한다고 믿을 수록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과 기회가 열려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밝혔다(Seto et al., 2021). 희망과 관련된 중요한 발견은 이 관계가 희망을 통해서 매개된다는 것인데, 쉽게 말해 자유의지가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성취할 수 있다는 희망을 더 많이 가지고 있으며, 그 희망감이 미래 지향적 관점을 가질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는 내 행동과 삶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것이 희망을 느끼게 하는 원동력이며 미래를 여유롭게 준비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 연구는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과 희망의 관계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자유의지가 존재한다고 믿을 수록 사람들은 자연 재해인 허리케인으로 인한 피해와 집단적 트라우마로서 코로나 시대에서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더 잘 극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Maffly-Kipp et al., 2022). 즉,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이 어려운 시기에 더 높은 수준의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사람들이 자유의지를 통해 힘든 시간도 극복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종합하면,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을 갖는 것은 심리적으로, 도덕적으로, 그리고 “희망적”으로 중요해 보인다. 어쩌면 자유의지를 포기하는 마음 상태가 되는 것은 삶의 희망을 놓아버리는 것과 같은 상태일지 모른다. 어떤 사람들은 자유의지를 믿고 주체성을 잃지 않는 것이 희망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말할 것이다. 특히 사회구조적인 문제로 야기되는 무망감이나 학습된 무기력은 자유의지를 따르라는 조언 따위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요점은 우리가 희망을 이해하고 유지하기 위해 그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다. 결코 희망의 본질이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 하나는 아니겠지만, 내 삶을 결정할 수 있다는 믿음은 희망의 본질적인 요소로 작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희망의 본질에 대해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희망에 대해 의미 있는 접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유의지에 대한 믿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그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감히 희망해본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의 말을 인용하면서 끝을 맺는다. “나치는 모든 것을 빼앗아 갔지만, 나에게서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 갈 수 없다”(Frankl, 1985).
참고 문헌
•Frankl, V. E. (1985). Man's search for meaning. Simon and Schuster.
• Libet, B., Gleason, C. A., Wright, E. W., & Peral, D. K. (1983). Time of conscious intention to act in relation to onset of cerebral activity (readiness-potential): The unconscious initiation of a freely voluntary act. Brain, 106, 623–642.
• Luo, S. X., van Horen, F., Millet, K., & Zeelenberg, M. (2022). What we talk about when we talk about hope: A prototype analysis. Emotion, 22(4), 751–768.
• Maffly-Kipp, J., Gause, C., Kim, J., Vess, M., & Hick, J. A. (2022). Agentic meaning-making: Free will beliefs, sense-making, and psychological distress experienced following collective traumas. Unpublished manuscript.
• Seto, E., & Hicks, J. A. (2016). Disassociating the agent from the self: Undermining belief in free will diminishes true self-knowledge. 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 7(7), 726–734.
• Seto, E., Kim, J., & Hicks, J. A. (2021). The illusion of time: Testing the bidirectional relationship between belief in free will and temporal horizons. 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 12(2), 176–185.
• Soon, C. S., Brass, M., Heinze, H. J., & Haynes, J. D. (2008). Unconscious determinants of free decisions in the human brain. Nature neuroscience, 11(5), 543–545.
• Vohs, K. D., & Schooler, J. W. (2008). The value of believing in free will: Encouraging a belief in determinism increases cheating. Psychological Science, 19(1), 49–54.
#자유의지 #희망 #믿음 #도덕성 #주체성
서강대학교 심리학과 조교수. 진정한 자아(true self)와 삶의 의미(meaning in life)를 추구하는 인간의 심리를 사회 및 성격 심리학적 이론과 방법을 통해 연구하는 사회심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