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이란 무엇인가?
창의성이란 말을 들으면 금세 에디슨이나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이 떠오를 것이다. 우리 세대도 어린 시절에 에디슨의 전기를 읽으며 자랐다. 그의 전기를 읽으면서 얻었던 교훈은 상식과 통념에 얽매이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에디슨의 부모나 교사가 그랬듯이, 어른들은 아이의 창의력을 거의 인정하지 않는다. 만일 당신의 아이가 엉뚱한 상상을 하고 상식에 어긋나는 일에 도전한다면, 아이의 뜻을 존중해줄 것인가?
그러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에서는 늘 창의적 인재를 원한다고 말하지만, 한 사람의 창의성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기업은 거의 없다. 스티브 잡스 역시 자신의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는 환경 때문에 오랫동안 고전했다. 대부분의 조직은 창의성을 장려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골치 아프고 황당하며, 당장 얻을 것이 없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창의성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어느 순간에 놀라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천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견해에 회의적이다. 창의성은 아르키메데스가 욕조에서 “유레카!’를 외치며 부력의 원리를 발견하는 것과 다르다는 것이다. 오히려 창의적 결과물은 기존에 존재하는 것을 바탕으로 느리고 반복적인 과정을 통해 얻어진다.
에디슨이 영사기를 발명하게 된 계기는 프락시노스코프(praxinoscope)를 보고 나서였다. 이 기구는 원통 안쪽에 그려진 그림을 돌리면 중간에 있는 다면 거울이 그림을 스크린에 비추어 연속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에디슨이 발명한 영사기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 기존에 존재하던 기구를 기술적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이미 녹음기를 발명했던 에디슨은 사람의 동작도 소리처럼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1년도 지나지 않아 영사기 특허를 출원했다.
▲ 프락시노스코프(출처: Wikipedia)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창의력은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정신 능력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는 전혀 성격이 다른 대상에서 새로운 관계를 보는 능력, 비범한 아이디어를 산출하는 능력, 전통적인 사고패턴에서 일탈하는 능력 등으로 설명된다. 이러한 정의에서 발견되는 하나의 공통점은 ‘새로움’이다. 하지만 새로움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창의성은 기적 같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이미 축적된 경험과 지식에서 나온다.
창의력은 지적 능력에서 비롯되지만 일반지능과는 다르다.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지능과 창의력은 큰 관련이 없다. 지능이 높아도 창의력이 낮을 수 있고, 평범한 지능이라도 놀라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일정한 지능이 필요한 이유는 창의성이 기존의 경험과 지식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것을 새롭게 변화시키고, 연결시키고, 재조직하려면 일정 수준의 지능이 필요하다.
창조적인 사람들은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새로운 상황이나 대상에 연결시킨다. 가령 뉴턴은 나뭇가지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상황을 지구의 중력과 연결시켰다. 눈 앞의 상황을 전혀 다른 상황과 연결하여 유추(analogy)하는 능력이야말로 창의성의 핵심인 셈이다. 새로운 상황을 유추하려면 전통적인 사고 패턴에서 벗어나야 한다. 상식에서 완전히 벗어난 유추일수록 더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탄생시킨다.
창의력이 가장 왕성한 나이는?
연구자들에 의하면, 창의력은 25세 때 절정을 이룬다. 2017년 프랑스 연구팀이 4세에서 91세까지 3,429명을 대상으로 창의성 실험을 진행한 결과, 창의성은 4세부터 서서히 증가하여 25세 때 정점을 찍은 뒤 40세까지 완만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0세부터 60세까지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가 60세 이후에는 창의성이 급격히 떨어졌다.
미국 연구팀이 1956년부터 시애틀 주민 수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해온 ‘시애틀 종단 연구(Seattle Longitudinal Study)’에서 사람의 계산 능력은 25세에 가장 높았다. 또 귀납적 추리 능력과 공간지각 능력은 46세, 어휘 능력과 언어 기억 능력은 60세가 가장 높았다. 또 2015년 미국 연구팀이 4만 8,537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게임을 통해 진행한 연구에 의하면, 단기기억력은 25 세를 정점으로 점차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또 글이나 이미지에 대한 정보처리 능력은 18~19세, 얼굴 인식 능력 및 암산 능력은 30대 초반, 타인의 눈에서 심리 상태를 읽는 능력은 40~50대에 최고조에 이르렀다. 하지만 전반적인 지식은 50 세 이후까지 증가하였다가 70대 중반이 넘어서면서 감소했다.
20대야말로 무엇인가 이룰 수 있는 나이다. 아인슈타인은 25세에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했고, 뉴턴도 그 나이가 되어 물리학이론의 뼈대를 세웠다. 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의 설립자들도 25세 무렵에 기업을 설립하거나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특히 예술가들의 경우에는 약관의 나이에 불꽃처럼 재능을 발휘하는 경우가 흔하다.
창의성이 샘솟는 뇌
2004년 마크 비먼(Mark Beeman)과 존 쿠니오스(John Kounios)는 창의성이 발현되는 뇌 영역이 오른쪽 상측두회(aSTG, superior anterior temporal gyrus)라고 추정했다. 20여 명의 참가자들에게 창의성을 요구하는 퀴즈를 낸 후 fMRI로 스캔하자 답을 찾기 직전에 이 영역이 크게 활성화되었다. 이 영역은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는 정보를 종합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언급한 바 있듯이, 이 영역은 앞서 언어 습득 및 외국어 학습을 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신경과학자들이 창의성의 원천으로 추정하고 있는 오른쪽 상측두회(aSTG)
음악인이나 화가는 어린 시절에 예술적 천재성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지만, 문학인은 다르다. 문학은 표현 능력 이상으로 다양한 인지 능력이 필요한 분야다. 특히 소설가는 다양한 지적 경험뿐 아니라 삶의 연륜을 필요로 한다. 시인 중에는 이른 나이에 천재성을 인정 받는 사람이 많지만 소설가는 대개 중년 이후에 완성도 높은 작품을 내놓는다.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과 초심자의 뇌는 무엇이 다를까? 2014년 독일 연구팀은 직업적으로 글을 쓰는 작가와 일반인들이 글을 쓸 때 뇌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지는지 fMRI로 촬영했다. 연구팀은 일반인들에게 이야기의 시작 부분을 보여주고 1분간 스토리를 생각하도록 한 다음 2분 동안 이야기를 뒷부분을 쓰도록 했다. 이때 일반인들의 뇌를 촬영한 결과 시각 영역인 후두엽이 활성화되었다. 이는 앞으로 쓸 스토리를 이미지로 상상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이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하자 해마와 전두엽이 활성화되었다. 해마는 기억을 떠올리는 데 관련이 있고, 전두엽은 여러 정보를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글을 쓸 때 과거의 경험과 기억들을 통합하여 활용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에는 전문가 수준의 작가 20명을 대상으로 같은 실험을 진행했다. 이들은 스토리를 떠올리는 단계에서 시각 영역이 아닌 언어 영역인 측두엽이 활성화되었다. 글쓰기에 숙련된 사람들은 스토리를 이미지로 상상한 것이 아니라 언어로 상상한 것이다. 또 글을 쓰는 단계에서도 초보자들이 사용하는 영역 외에 뇌 깊숙이 위치한 미상핵(caudate nucleus)이 활성화 되었다. 이 영역은 오랜 훈련을 통한 습관을 만들어낸다. 이들에게는 글을 쓰는 행위는 습관화된 기술이기도 한 것이다
▲ 글을 작성하도록 한 후 뇌를 스캔하는 모습(Erhard. et al. 2014)
어떻게 창의력을 높일 수 있을까?
창의성은 노력을 통해 향상시킬 수 있는 걸까? 전문가들은 창의성이 발현되려면 충분히 이완된 상태에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창의성을 발휘하려면 갑작스런 도약이 필요한데, 이러한 도약은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다고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긴장이 완전히 풀린 상태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송(宋)나라의 문장가 구양수(歐陽修)는 글을 쓰기에 침상(枕上), 마상(馬上), 측상(厠上) 만한 것이 없다고 했다. 잠자리에 누웠을 때, 말 안장에 올랐을 때, 화장실에 앉아 있을 때, 사람들은 긴장을 풀고 한 가지에 몰입할 수 있다.
창의성을 자극하려면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다른 분야와 만날 기회를 늘려야 한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다채로운 체험이다. 다양한 체험은 새로운 대상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고, 유연한 사고력을 갖게 한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을 지도할 때 창의력을 높일 수 있는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개방성이다. 아이가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에 대해 편견을 가지지 않는 수용적인 태도를 말한다. 둘째, 다양성이다. 아이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사고하고 다양한 접근을 시도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셋째, 판단의 보류다. 아이의 생각과 행동을 즉각적으로 판단하지 말고 자유로운 상상과 행동으로 이어질수록 있도록 평가를 미루는 것이다. 넷째, 통합성이다. 아이들의 다양한 경험이 서로 연결되어 새로운 의미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참고문헌
• Beeman M. et al. Neural activity when people solve verbal problems with Insight. PLoS Biol 2(4): e97, 2004
• Erhard K. et al. Professional training in creative writing is associated with enhanced fronto-striatal activity in a literary text continuation task. NeuroImage, Volume 100, 15 October 2014, Pages 15-23
• Gauvrit N. et al. Human behavioral complexity peaks at age 25. PLoS Comput Biol 13(4): e1005408, 2017
• Hartshorne JK. & Germine LT. When does cognitive functioning peak? The asynchronous rise and fall of different cognitive abilities across the life span. Psychol Sci. 2015 Apr; 26(4): 433–443
• Schaie KW. & Willis SL. The Seattle longitudinal study of adult cognitive development. BULLETIN, Number 1 Serial No. 57, 2010
필자_이용범
작가이자 칼럼니스트.
저서로 「지혜의 정원」, 「1만년 동안의 화두」, 「인간 딜레마」, 「시장의 탄생」, 「자유주의 신화」, 「파충류가 지배하는 시장」 등 다수가 있다.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창의성이란 말을 들으면 금세 에디슨이나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이 떠오를 것이다. 우리 세대도 어린 시절에 에디슨의 전기를 읽으며 자랐다. 그의 전기를 읽으면서 얻었던 교훈은 상식과 통념에 얽매이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에디슨의 부모나 교사가 그랬듯이, 어른들은 아이의 창의력을 거의 인정하지 않는다. 만일 당신의 아이가 엉뚱한 상상을 하고 상식에 어긋나는 일에 도전한다면, 아이의 뜻을 존중해줄 것인가?
그러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에서는 늘 창의적 인재를 원한다고 말하지만, 한 사람의 창의성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기업은 거의 없다. 스티브 잡스 역시 자신의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는 환경 때문에 오랫동안 고전했다. 대부분의 조직은 창의성을 장려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골치 아프고 황당하며, 당장 얻을 것이 없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창의성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어느 순간에 놀라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천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견해에 회의적이다. 창의성은 아르키메데스가 욕조에서 “유레카!’를 외치며 부력의 원리를 발견하는 것과 다르다는 것이다. 오히려 창의적 결과물은 기존에 존재하는 것을 바탕으로 느리고 반복적인 과정을 통해 얻어진다.
에디슨이 영사기를 발명하게 된 계기는 프락시노스코프(praxinoscope)를 보고 나서였다. 이 기구는 원통 안쪽에 그려진 그림을 돌리면 중간에 있는 다면 거울이 그림을 스크린에 비추어 연속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에디슨이 발명한 영사기는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 기존에 존재하던 기구를 기술적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이미 녹음기를 발명했던 에디슨은 사람의 동작도 소리처럼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1년도 지나지 않아 영사기 특허를 출원했다.
▲ 프락시노스코프(출처: Wikipedia)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창의력은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정신 능력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는 전혀 성격이 다른 대상에서 새로운 관계를 보는 능력, 비범한 아이디어를 산출하는 능력, 전통적인 사고패턴에서 일탈하는 능력 등으로 설명된다. 이러한 정의에서 발견되는 하나의 공통점은 ‘새로움’이다. 하지만 새로움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창의성은 기적 같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이미 축적된 경험과 지식에서 나온다.
창의력은 지적 능력에서 비롯되지만 일반지능과는 다르다.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지능과 창의력은 큰 관련이 없다. 지능이 높아도 창의력이 낮을 수 있고, 평범한 지능이라도 놀라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일정한 지능이 필요한 이유는 창의성이 기존의 경험과 지식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것을 새롭게 변화시키고, 연결시키고, 재조직하려면 일정 수준의 지능이 필요하다.
창조적인 사람들은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새로운 상황이나 대상에 연결시킨다. 가령 뉴턴은 나뭇가지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상황을 지구의 중력과 연결시켰다. 눈 앞의 상황을 전혀 다른 상황과 연결하여 유추(analogy)하는 능력이야말로 창의성의 핵심인 셈이다. 새로운 상황을 유추하려면 전통적인 사고 패턴에서 벗어나야 한다. 상식에서 완전히 벗어난 유추일수록 더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탄생시킨다.
창의력이 가장 왕성한 나이는?
연구자들에 의하면, 창의력은 25세 때 절정을 이룬다. 2017년 프랑스 연구팀이 4세에서 91세까지 3,429명을 대상으로 창의성 실험을 진행한 결과, 창의성은 4세부터 서서히 증가하여 25세 때 정점을 찍은 뒤 40세까지 완만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0세부터 60세까지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가 60세 이후에는 창의성이 급격히 떨어졌다.
미국 연구팀이 1956년부터 시애틀 주민 수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해온 ‘시애틀 종단 연구(Seattle Longitudinal Study)’에서 사람의 계산 능력은 25세에 가장 높았다. 또 귀납적 추리 능력과 공간지각 능력은 46세, 어휘 능력과 언어 기억 능력은 60세가 가장 높았다. 또 2015년 미국 연구팀이 4만 8,537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게임을 통해 진행한 연구에 의하면, 단기기억력은 25 세를 정점으로 점차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또 글이나 이미지에 대한 정보처리 능력은 18~19세, 얼굴 인식 능력 및 암산 능력은 30대 초반, 타인의 눈에서 심리 상태를 읽는 능력은 40~50대에 최고조에 이르렀다. 하지만 전반적인 지식은 50 세 이후까지 증가하였다가 70대 중반이 넘어서면서 감소했다.
20대야말로 무엇인가 이룰 수 있는 나이다. 아인슈타인은 25세에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했고, 뉴턴도 그 나이가 되어 물리학이론의 뼈대를 세웠다. 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의 설립자들도 25세 무렵에 기업을 설립하거나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특히 예술가들의 경우에는 약관의 나이에 불꽃처럼 재능을 발휘하는 경우가 흔하다.
창의성이 샘솟는 뇌
2004년 마크 비먼(Mark Beeman)과 존 쿠니오스(John Kounios)는 창의성이 발현되는 뇌 영역이 오른쪽 상측두회(aSTG, superior anterior temporal gyrus)라고 추정했다. 20여 명의 참가자들에게 창의성을 요구하는 퀴즈를 낸 후 fMRI로 스캔하자 답을 찾기 직전에 이 영역이 크게 활성화되었다. 이 영역은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는 정보를 종합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언급한 바 있듯이, 이 영역은 앞서 언어 습득 및 외국어 학습을 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신경과학자들이 창의성의 원천으로 추정하고 있는 오른쪽 상측두회(aSTG)
음악인이나 화가는 어린 시절에 예술적 천재성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지만, 문학인은 다르다. 문학은 표현 능력 이상으로 다양한 인지 능력이 필요한 분야다. 특히 소설가는 다양한 지적 경험뿐 아니라 삶의 연륜을 필요로 한다. 시인 중에는 이른 나이에 천재성을 인정 받는 사람이 많지만 소설가는 대개 중년 이후에 완성도 높은 작품을 내놓는다.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과 초심자의 뇌는 무엇이 다를까? 2014년 독일 연구팀은 직업적으로 글을 쓰는 작가와 일반인들이 글을 쓸 때 뇌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지는지 fMRI로 촬영했다. 연구팀은 일반인들에게 이야기의 시작 부분을 보여주고 1분간 스토리를 생각하도록 한 다음 2분 동안 이야기를 뒷부분을 쓰도록 했다. 이때 일반인들의 뇌를 촬영한 결과 시각 영역인 후두엽이 활성화되었다. 이는 앞으로 쓸 스토리를 이미지로 상상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이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하자 해마와 전두엽이 활성화되었다. 해마는 기억을 떠올리는 데 관련이 있고, 전두엽은 여러 정보를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글을 쓸 때 과거의 경험과 기억들을 통합하여 활용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에는 전문가 수준의 작가 20명을 대상으로 같은 실험을 진행했다. 이들은 스토리를 떠올리는 단계에서 시각 영역이 아닌 언어 영역인 측두엽이 활성화되었다. 글쓰기에 숙련된 사람들은 스토리를 이미지로 상상한 것이 아니라 언어로 상상한 것이다. 또 글을 쓰는 단계에서도 초보자들이 사용하는 영역 외에 뇌 깊숙이 위치한 미상핵(caudate nucleus)이 활성화 되었다. 이 영역은 오랜 훈련을 통한 습관을 만들어낸다. 이들에게는 글을 쓰는 행위는 습관화된 기술이기도 한 것이다
▲ 글을 작성하도록 한 후 뇌를 스캔하는 모습(Erhard. et al. 2014)
어떻게 창의력을 높일 수 있을까?
창의성은 노력을 통해 향상시킬 수 있는 걸까? 전문가들은 창의성이 발현되려면 충분히 이완된 상태에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창의성을 발휘하려면 갑작스런 도약이 필요한데, 이러한 도약은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다고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긴장이 완전히 풀린 상태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송(宋)나라의 문장가 구양수(歐陽修)는 글을 쓰기에 침상(枕上), 마상(馬上), 측상(厠上) 만한 것이 없다고 했다. 잠자리에 누웠을 때, 말 안장에 올랐을 때, 화장실에 앉아 있을 때, 사람들은 긴장을 풀고 한 가지에 몰입할 수 있다.
창의성을 자극하려면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다른 분야와 만날 기회를 늘려야 한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다채로운 체험이다. 다양한 체험은 새로운 대상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고, 유연한 사고력을 갖게 한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을 지도할 때 창의력을 높일 수 있는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개방성이다. 아이가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에 대해 편견을 가지지 않는 수용적인 태도를 말한다. 둘째, 다양성이다. 아이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사고하고 다양한 접근을 시도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셋째, 판단의 보류다. 아이의 생각과 행동을 즉각적으로 판단하지 말고 자유로운 상상과 행동으로 이어질수록 있도록 평가를 미루는 것이다. 넷째, 통합성이다. 아이들의 다양한 경험이 서로 연결되어 새로운 의미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참고문헌
• Beeman M. et al. Neural activity when people solve verbal problems with Insight. PLoS Biol 2(4): e97, 2004
• Erhard K. et al. Professional training in creative writing is associated with enhanced fronto-striatal activity in a literary text continuation task. NeuroImage, Volume 100, 15 October 2014, Pages 15-23
• Gauvrit N. et al. Human behavioral complexity peaks at age 25. PLoS Comput Biol 13(4): e1005408, 2017
• Hartshorne JK. & Germine LT. When does cognitive functioning peak? The asynchronous rise and fall of different cognitive abilities across the life span. Psychol Sci. 2015 Apr; 26(4): 433–443
• Schaie KW. & Willis SL. The Seattle longitudinal study of adult cognitive development. BULLETIN, Number 1 Serial No. 57, 2010
필자_이용범
작가이자 칼럼니스트.
저서로 「지혜의 정원」, 「1만년 동안의 화두」, 「인간 딜레마」, 「시장의 탄생」, 「자유주의 신화」, 「파충류가 지배하는 시장」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