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지관

위클리 지관에서는 평범한 일상속에서 잠시 '멈춤'신호를 받을 수 있는 삶의 물음들을 살펴봅니다. 책, 영화, 강연, 칼럼 등 다양한 컨텐츠를 통해서 매주 하나의 물음을 사유합니다. 매주 수요일,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Vol.61 #우주] 우주는 떨림, 과학은 태도, 미지는 매혹



이번 호 주제는 '우주'입니다. <오늘의 서가>에는 최초의 SF영화, 물리학을 통해 바라본 우주와 우리 세계에 관한 에세이, 시적인 표현이 돋보이는 고전 SF 소설집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함께 보는 영상>에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서 도서관의 의미를 알아보고, 빛의 정체란 무엇인지, 우주는 어떻게 진화했는지 파헤쳐보는 영상 콘텐츠도 준비했습니다. 

자, 인문학 로켓을 타고 우주로 갈 준비 되셨나요!?

*오늘의 서가에 소개하는 책 표지를 클릭하면 상세정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달세계 여행 (Le Voyage dans la Lune)》조르주 멜리아스 감독-각본-주연 (1902)
상상력은 미지에 대한 매혹으로부터
*포스터를 클릭하면 소개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세계 최초의 SF 영화 《달세계 여행 (A Trip To The Moon)》은 1902년 프랑스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이 영화의 원작은 『해저 2만 리』로 유명한 쥘 베른의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입니다. 달에 도착한 인간과 그 모험을 그린 소설로 영화는 이를 각종 마술적 효과를 활용하여 필름에 옮겼죠. 뭐, SF 영화의 원작이 소설이라는 것은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그 영화의 감독이, 그것도 최초의 SF 영화를 만든 감독의 직업이 마술사였다면 어떨까요? 

감독 조르주 멜리에스는 1895년 뤼미에르 형제가 만든 최초의 영화 《열차의 도착》을 보고 큰 인상을 받았고 이후 마술과 영화를 결합한 공연을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현대 영화사의 기념비적 영화를 제작했죠. 최초의 영화가 단순히 열차가 들어오는 광경이었던 것처럼 당시 영화는 움직이는 사진, 무성 다큐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마술공연의 아이디어를 활용하고 서사, 연극, 음악, 편집, 컬러 필름, 촬영 스튜디오 등을 최초로 도입하며 현대적 의미에서의 영화의 시초로 평가받게 됩니다. 그리고 67년 뒤, 인류는 아폴로 우주선을 타고 달세계로 여행을 갔죠. 지금 보기에는 연극을 조악하게 편집한 것으로 보이지만, 무려 120년 전 영화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 상상력과 아이디어가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후 17년간 총 500편을 제작한 조르주 멜리에스.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개척자이자 선구자로 평가받는 그가 아이디어가 뛰어난 마술사였다는 사실, 그리고 그가 제작한 첫 번째 영화가 SF라는 사실은 우리가 미지(未知)를 향한 근원적 이끌림이 있다는 사실의 증거가 아닐까요?


 📚 『떨림과 울림』 김상욱 (동아시아, 2018)
우주는 떨림이고 과학은 태도다

과학 관련 에세이 코너를 살피며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과학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그에 따라 과학자들의 저술 활동이 활발해져 양질의 책들이 많이 발간되었기 때문이죠. 그중에서도 방정식처럼 간결하고 아름다운 표현으로 물리학의 설렘을 떨림으로 표현한 책이 있었습니다.


인간은 울림이다. 우리는 주변에 존재하는 수많은 떨림에 울림으로 반응한다. 우리는 다른 이의 떨림에 울림으로 답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나의 울림이 또 다른 떨림이 되어 새로운 울림으로 보답받기를 바란다. 이렇게 인간은 울림이고 떨림이다. (프롤로그 6쪽)

저자인 김상욱 물리학자는 우주를 ‘떨림과 울림’으로 정의합니다. “진동은 우주에 존재하는 가장 근본적인 물리현상”으로 모든 물체는 고유한 진동수를 가지며 그 진동수에 맞춰 진동을 가하면 공명하기 때문입다. 특정 주파수에 반응하는 라디오가 이런 원리죠. 또 특정 음악에 진동하는 카페의 나무 책상이나 유리창이 그렇습니다. 이 책은 빛과 어둠, 시간과 공간, 힘과 관계 등의 테마를 큰 얼개로 두고 물리학의 기본 개념들을 알기 쉽고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또 연구 자료, 신화, 문학 등에서 적절한 자료를 끌어와 이해를 도우며 의미를 풍부하게 만듭니다.

세상은 원자로 이루어졌습니다.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졌죠. 그리고 그 둘 사이는 진공입니다. 한 사람에게서 진공을 빼면 소금 알갱이 하나보다도 작게 압축되고 60억 인구는 사과 한 알로 압축된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인간은 뼈와 살로 이루어졌다기보다는 진공으로 이루어졌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요? 이 진공의 세계에서 내가 당신에게 공감을 한다는 것은 과연 어떤 물리 작용일까요?

이 물음을 끌어안고 책을 읽던 저는 마지막 장을 덮으며 이렇게 적었습니다. 당신이 내 글을 본다는 것, 당신이 나라는 존재의 사건과 진동을 경험해보았다는 것, 함께 떨린다는 것, 서로에게 공명한다는 것, 빈 공간에 우리라는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


과학은 불확실성을 안고 가는 태도다. 충분한 물질적 증거가 없을 때, 불확실한 전망을 하며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과학의 진정한 힘은 결과의 정확한 예측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결과의 불확실성을 인정할 수 있는 데에서 온다. 결국, 과학이란 논리라기보다 경험이며, 이론이라기보다 실험이며, 확신하기보다 의심하는 것이며, 권위적이기보다 민주적인 것이다. (269~270쪽)


 📚 『레이 브래드버리』 레이 브래드 버리 (조호근 옮김, 현대문학, 2015)

별을 원하는 심장으로 우주를 상상하다


내가 아는 거라고는 이것이 사실, 시작의 끝이라는 것뿐이오. 석기 시대, 청동기 시대, 철기 시대. 이제부터 우리는 그 모든 시대를 한데 묶어 우리가 지상을 걸으며 아침마다 새 소리를 들었던 시대라고 여기며 부러움에 소리를 질러 댈 거요. 어쩌면 지구 시대라든가, 중력 시대라고 부르게 될 수도 있겠지. 수백만 년 동안 우리는 중력과 투쟁을 벌여 왔소. (...) 오늘 밤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그거라오...... 난폭한 중력 노인의 지배가, 그리고 중력으로 대표되는 옛 시대가 영원한 종언을 고하는 거라오. -「시작의 끝」 (281쪽)

SF의 거장으로는『아이 로봇』의 아이작 아시모프,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아서 C. 클라크, 『낯선 땅 이방인』의 로버트 A. 하이라인,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솔라리스』의 원작 소설을 쓴 스타니스와프 렘이 있습니다. 그리고 SF계의 음유시인 레이 브래드버리가 있습니다.
단편을 묶은 이 소설집은 레이 브래드버리의 상상력은 물론 SF, 판타지, 문학을 넘나드는 아이디어와 섬세한 표현 그러면서도 현실의 좌표를 잃지 않는 성찰이 집대성되었습니다. 표제작 「태양의 황금 사과」는  프로메테우스 신화를 기반으로 디스토피아적 미래에 얼어붙은 도시를 재건하려는 우주선원들의 고투가 담아냈습니다. 주 화자인 선장의 표현들은 신화적 상상력과 과학이 합쳐져 시적 효과를 자아내죠. 
이 소설집에서 단편 「R은 로켓의 r」부터 「로켓맨」까지 이어지는 네 편의 소설들은 픽스업 소설입니다. 픽스업 소설은 개별적인 단편들이 연결되도록 묶인 소설들을 뜻하는데요, 이 소설들에는 "별을 원하는 머리와, 손과, 심장을" 가진 저자의 유년시절과 향수가 짙게 녹아들어 있습니다. 
「우렛소리」라는 단편에는 그가 좋아했던 공룡도 등장하죠. 이 단편은 타임머신과 카오스 이론이 합쳐지는데요, '초기 조건에 대한 민감한 의존성 그리고 예측을 벗어나는 영향력'을 뜻하는 나비효과(카오스 이론)는 사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황금나비'에서 기인했다는 설이 있습니다(소설은 1952년, 이론은 1961년에 공개)그리고「발전소」와 「꿈의 벌판」등 그 매력과 함의만으로 읽을 가치가 충분한 단편 소설도 다수 실려 있습니다. SF소설의 흥미와 문학적 깊이를 동시에 맛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사실 레이 브래드버리는 SF 소설가로만 읽히지 않습니다. 문명 비판주의, 마술적인 리얼리즘으로도 분류되는 그의 작품들은 문학계에서도 인정을 받기 때문이죠. SF소설 작가로는 최초로 전미도서재단 평생공로상을 수상했고, 내셔널 메달 오브 아트 상, 프랑스문화훈장, 퓰리처 특별 표창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이름을 딴 한 소행성이 '9766 브래드버리'로 불리게 되었죠.

여기 우리 컵 안에는 에너지가, 불이, 진동이, 뭐라고 부르든 상관없지만, 우리 도시들에 전력을 공급하고 배를 움직이게 하고 도서관의 불을 밝히고 아이들의 피부를 그을리고 일용할 빵을 굽고 우리 우주에 대한 지식이 잘 익을 때까지 천 년에 걸쳐 천천히 열을 공급해 줄 존재가 있다. 컵이 있다. 과학과 종교의 모든 선량한 사람들이여, 마셔라! 이걸로 몸을 데우고 무지의 밤, 미신의 기나긴 눈보라, 불신의 차가운 바람, 그리고 모든 사람들 속에 존재하는 어둠에 대한 공포로부터 몸을 지켜라.  -「태양의 황금 사과」(244쪽)

📺 인류가 우주를 탐험하는 이유는? '코스모스' 속 도서관의 의미 - 플라톤아카데미TV | 천문학자 이명현 박사 (20분)
도서관은 우주의 과거이자 현재이자 미래다
1939년, 다섯 살이던 칼 세이건은 아버지와 함께 뉴욕 세계박람회 미래관에 방문한 다음부터 과학자를 꿈꿨는데요. 이후 세 개의 도서관이 그 꿈에 깊이와 영감을 불어넣었습니다. 첫째는 호기심 많은 소년이었던 그가 천문학 도서를 빌리던 브루클린 공공도서관, 둘째는 세상의 모든 책을 모으던 고대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그리고 셋째는 현재까지 존재했던 우주의 모든 문명의 지식이 담긴 컴퓨터 ‘은하 대백과사전’입니다. 그중 은하 대백과사전은 SF 고전 소설인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파운데이션》에도 등장했는데요. 칼 세이건도 《코스모스》 열두 번째 장을 이 상상의 백과사전에 할애했습니다. 특이하게도 당시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다른 열한 개의 장과 달리, 우주를 품은 칼 세이건의 꿈과 희망이 담겨 우리의 상상력과 모험심을 자극하죠. 파이어니호 프로젝트, 아레시보 메시지 등을 주도하며 자신의 꿈을 실천한 칼 세이건. 천문학자 이명현 박사는 말합니다. 인류는 40년 전 그의 꿈을 현실화할 수 있는 수준에 이제 막 도달했다고. 그리고 그 발판은 도서관이었다고요.

📺“양자역학은 틀렸소!” 아인슈타인이 양자역학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은 진짜 이유- 리뷰엉이 (15분)

빛은 무엇일까요? *파란색 글씨로 표시된 개념과 연구를 클릭하시면 알기 쉽게 소개된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물리학의 아버지 뉴턴은 미립자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빛에 빛을 비추면 흩뿌려지거나 튕기지 않았죠. 이후 토마스 영의 이중 슬릿 실험 결과를 통해 파동설이 우세해집니다. 맥스웰에 이르러 전자기파를 발견하고 이는 빛의 속도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여 빛은 파동이자 전자기파라는 주장이 우세해집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막스 플랑크의 흑체 복사와 광전효과 연구를 통해 빛의 에너지가 불연속적임을 증명합니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은 광자효과로 입자임을 증명하죠. 그런데, 실험들은 빛의 일관적인 특성을 도출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미시세계를 연구할수록 기존 역학이나 수학으로 알 수 없는 것들이 발견됩니다. 그래서 코펜하겐 학파와 아인슈타인이 속한 E.P.R. 학파가 대립하게 됩니다. 고전역학의 대표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라 빛보다 빠른 것은 없다고 주장했지만, 양자역학의 대표 코펜하겐 학파의 양자 얽힘 현상에 따르면 두 입자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한 입자를 관찰하면 그 즉시 다른 입자에 영향을 준다고 주장했습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요?

코펜하겐 해석의 대표주자 닐스 보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로지 문제는 인간에게 있다. 우주의 현상을 설명할 언어와 개념과 경험이 없을 뿐 우주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 오리진 : 우주 진화 140억년 - 닐 디그래스 타이슨 & 도널드 골드스미스 I 고전5미닛 (5분)

우주를 알면 우리를 알 수 있다

우리 인간은 우주를 집요하게 들여다보면서 그 속에 감춰진 비밀을 하나하나 열심히 풀어내고 있습니다. 왜 이러는 걸까요? 우주가 지구 그리고 인간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 아닐까요? 지구와 인간은 우주 속에 우연하게 등장하지 않았고 특별하거나 예외적인 존재도 아니라고 하죠. 인간은 우주에 속해 있는 존재로서 인간을 구성하는 원자마저 우주에서 온 것이니까요. 현존하는 최고 천체물리학자인 닐 타이슨과 현대를 대표하는 과학저술가이자 천문학자인 도널드 골드스미스의 공저 『오리진』을 소개합니다.


 ✍️ 맺는 말

칼 세이건은 "작은 생명체로서 우리는 오직 사랑을 통해서만 우주의 광대함을 견딜 수 있다"고 했습니다.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사랑은 분명한 상호작용이며 존재의 진동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환원될 수 없는 고유한 관계를 맺는 일입니다. 당신이 당신일 수 있는 떨림으로 사랑을, 삶을 살아가길 바랍니다.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별들은 벌들처럼 웅성거리고


여름에는 작은 은색 드럼을 치는 것처럼

네 손바닥을 두드리는 비를 줄게

과거에게 그랬듯 미래에게도 아첨하지 않을게


어린 시절 순결한 비누 거품 속에서 우리가 했던 맹세들을 찾아

너의 팔에 모두 적어줄게

내가 나를 찾는 술래였던 시간을 모두 돌려줄게


-시 <청혼>에서, 진은영,『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문학과지성사,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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