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지관

위클리 지관에서는 평범한 일상속에서 잠시 '멈춤'신호를 받을 수 있는 삶의 물음들을 살펴봅니다. 책, 영화, 강연, 칼럼 등 다양한 컨텐츠를 통해서 매주 하나의 물음을 사유합니다. 매주 수요일,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Vol.63 #관계] 관계 맺음에 관하여(feat. 지혜의 나무)



이번 호부터 재단법인 플라톤 아카데미가 기획하고 지관서가止觀書架에서 찾아볼 수 있는 ‘2023 [지혜의 나무] 인생테마 추천도서’ 사업을 소개합니다. [지혜의 나무]는 5인의 전문가가 선정한 주제와 그에 따라 선정한 책을 매개로 인문학적 사유를 확산하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자문위원으로 김재인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교수,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이현우 서평가(로쟈), 전병근 지식 큐레이터, 전영애 서울대 독문과 명예교수가 참여했습니다.

기존 인문 큐레이팅 형식에 [지혜의 나무]를 접목하여 더 알차게 바뀐 《위클리 지관》!

이번 호 주제는 ‘관계’입니다. 김재인 교수의 선정 도서와 추천사가 함께 실립니다.


📚 『섬』 장 그르니에  (김화영 옮김, 민음사, 2020)
가장 가까운 것 속의 피난처

북쪽 지방의 어느 낯선 고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보니 내게는 삶이 무겁고 시가 없어 보였다. 시가 없다는 말은 더할 수 없이 단조롭기만 한 것에서 매 순간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만드는, 저 뜻하지 않은 놀라움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새롭게 여겨지는 것에서 단조롭기만 한 면을 발견해 가는 중이었으니…….

나는 나를 자연과 가장 가깝게 이어 주는 무엇이 없나 하는 쪽으로 관심을 돌려 보았다. (…) 그런데 어느 날 그 어느 꽃가게가 '보로메 섬으로!'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 내가 얼마나 놀랐겠는가. (171쪽)

그르니에는 알베르 카뮈의 스승으로 더 알려졌지만, 독창적인 철학과 미학을 유려한 문장으로 표현했다. 읽은 지 40년 가까이 되었지만, 여전히 서정적인 문장이 머리 주위를 맴돈다. 책은 인간과 동물, 그리고 자연이 맺고 있는 관계를 성찰하게 한다. 고양이 물루와의 추억담은 이미 나 자신의 추억에 속한다. 카뮈의 추천사처럼, 처음 이 책을 펼쳐볼 낯선 이가 부럽다.  ―김재인 교수

"삶을 살아가노라면 자연히 바로 그 삶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절대로 그런 것 따위는 느끼지 않고 지냈으면 싶었던 감정들 속으로 빠져들게 마련"입니다. 최고가 되기를, 혹은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기를, 끝까지 따지고 물어 최선의 것을 찾아 열중하라고... 사회적 정언은 우리를 압박합니다. 네, 따라갈 수밖에요. 머릿속은 교차로처럼 번잡하고, 행동은 신호등처럼 경직되었으며, 말에선 기름때가 묻어 나오고, 눈은 상처 많은 렌즈처럼 풍경의 활기를 빼앗는 것만 같습니다. 그토록 진정으로 바라던 것, 그리고 나 자신과의 관계는 뿌리부터 메말랐다는 절망감이 엄습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로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나는 관계 속의 섬인 동시에 섬 속의 생태계니까요. 섬이 사실은 바다 아래로 깊이 연결되어 있듯 "우리가 매달리는 거점은 사회일 뿐 절대가" 아니니까요. 사소한 구원이 필요한 오늘, 당신만의 '보로메 섬'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그것은 "세계와 나 사이에 다시 살아나는 저 거리감을 없애"는 한 마리의 고양이일 수도 있고, 스스로 세운 관계의 벽을 허물어 몸을 낮추는 일일 수도,  가만히 멈춰서 "대리석 위에 춤추는 빛을 내 속으로 스며들게" 하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들은 내 시선의 생기를 북돋는 하나의 샘[泉], 당신이 당신의 삶과 관계 맺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반짝임일 테니까요.

📚 『링크』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 (강병남 & 김기훈 옮김, 동아시아, 2002)

네트워크: 거미 없는 거미줄, 

시계보다는 생태계에 가까운.


인터넷은 복잡하면서 동시에 진화하는 시스템의 모든 특징을 나타내고 있으며, 컴퓨터 칩보다는 살아있는 세포에 훨씬 더 가깝다. 그리고 인터넷의 구성요소들은 각기 독립적으로 발전해 왔지만 부분들의 단순한 총합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면서 전체로서의 시스템이 기능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그에 따라 인터넷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점차 설계자가 아니라 탐험가와 같은 성격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즉, 생물학자나 생태학자들이 자신과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복잡한 시스템을 다루고 있는 것과 매우 흡사하다. (247쪽)

의외의 곳에서 만난 낯선 이가 내 친구를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실은 세상 누구라도 다섯 명만 거치면 다 연결되어 있다. 여섯 단계의 분리 법칙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네트워크 과학은 뛰어나게 많은 링크를 가진 노드(연결점)인 ‘허브’의 역할을 통해 세상 속 관계를 해명한다. 입소문, 웹의 분화, 바이러스 전파 등 흥미로운 사례로 가득하다. ―김재인 교수

2002년대에 출간되어 화재가 되었던 이 책의 부제는 '21세기를 지배하는 네트워크 과학'입니다. 20년이 지난 오늘날 네트워크는 이 책이 '링크'한 곳으로 정확히 도착하고 더 나아갔습니다. 저자가 주장한 네트워크는 인터넷뿐만 아니라 '기후 변화에 따른 생태계연결고리 연구, 코로나19 바이러스 동선 파악, 플랫폼 서비스,  가상화폐 시스템, AI 연구' 등 너무나 다양한 분야와 관련되기 때문이죠.
일례로 든 '여섯 단계의 분리 법칙'을 오늘날에 대입하면 우리는 3단계 정도의 거리로 가까워졌다고 합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단 두세 명만 거치면 이 글을 쓰는 저에게 닿을 수 있다는 거죠! 현대인의 거리 감각은 교통과 통신 기술 발달로 인해, 기존의 물질적 거리(mile)를 기준으로 편성된 유클리드적 기하학 세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하학의 세계로 재편되었습니다. 그것은 위 사진과 같은 네트워크 망이죠. 이런 네트워크 유형은 중앙집중형(성게 모양)과 탈집중형(산업: 나뭇가지 모양)에서 분산형(인터넷: 직물 모양)으로 변모해가고 있습니다. 저자가 예상했듯 오늘날 "네트워크는 그 성격상 복잡계를 구성하는 구성원들 사이에 상호연관성을 기술하는 하나의 방법"이고, "노드와 링크는 복잡계의 상호의존성을 기술하는 역할"을 하고 있죠. 네트워크의 역사와 다양한 적용 분야를 살펴보며 미래 네트워크의 밑그림을 그려보기에 좋은 입문서입니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상상된 공동체』 베네딕트 앤더슨 (서지원 옮김, 도서출판 길, 2018)
민족이라는 공동체는 허구일까? 

앤더슨은 민족은 ‘상상된 공동체’로, 직접 만나지 않은 타인까지도 하나의 집단에 속한다고 여길 수 있게 해주는 신문, 언어 같은 수단을 통해 특히 식민지 해방의 과정에서 형성되었다고 분석한다. 세간의 오해와 달리 앤더슨은 상상과 허구의 역할을 긍정한다. 세계화의 흐름이 퇴조하는 시절에 공동체를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김재인 교수

📺 나 자신을 지키는 생각보다 단순한 인간관계 기술 - 김경일 교수 I 사피엔스 스튜디오 (40분)

어려운 인간관계, 피할 수 없다면 분석하고 대응하라

사람 간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끼게 되는 경우를 네 가지 유형에 따라 분석합니다. 

[1. 남 욕하는 사람 / 2. 무조건 우기는 사람 / 3. 공감 제로(feat. 소시오패스) / 4. 나에게 집착하는 사람] 

모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형들이고 우리가 한 번쯤 겪어본 상태이기도 하죠. 김경일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각각 다음과 같은 해법을 제시합니다. 

[1. 비동의 표현과 칭찬 옮기기 / 2. 대화의 마사지와 인정해 주기 / 3. 거리감 두기와 손절 / 4. 나만의 분야 만들기와 자아 되찾기에 도움 주기] 

이를 통해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선명한 시각과 뚜렷한 기준을 세울 수 있길 바랍니다.


🏛️ 나와 너 - 마르틴 부버 I 고전5미닛 (5분)

마르틴 부버의 나와 너

요즘 뉴스를 보면 종종 충격에 빠집니다. 너무나도 쉽게 남을 괴롭히고, 심지어 죽이기도 하면서, 뻔뻔스럽게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그 모습을 보면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 있는지, 믿기지가 않습니다. 사람 사이에 이런 비극적인 일들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기 그 근본적인 해답을 ‘관계의 문제’에서 찾으려는 책이 있습니다. 신학자이자 철학자인 마르틴 부버가 1923년에 출간한 철학서 '나와 너'를 소개합니다.


✍️맺는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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