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지관

위클리 지관에서는 평범한 일상속에서 잠시 '멈춤'신호를 받을 수 있는 삶의 물음들을 살펴봅니다. 책, 영화, 강연, 칼럼 등 다양한 컨텐츠를 통해서 매주 하나의 물음을 사유합니다. 매주 수요일,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Vol.71 #선택] 선택이란 최선의 책임을 모색하는 일이다

관리자
2023-01-24
조회수 2269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결국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폴 부르제(Paul Bourget), 『정오의 악마(Le Démon de Midi)』 중에서, 1914

이번 호 주제는 ‘선택’입니다. 선택을 고찰할 수 있는 인문학 고전, 최신 뇌과학 도서, 철학적인 자기계발서를 소개합니다. 그리고 선택의 어려움과 그 해법을 다룬 심리학 영상 콘텐츠와 강연을 준비했습니다. 이번 호는 북클럽 오리진 대표 전병근 지식 큐레이터의 추천사와 함께합니다.

📚 『소포클레스 비극 전집』 소포클레스 (천병희 옮김, 도서출판 숲, 2008)
고결한 선택이란 무엇인가

그분은 우왕좌왕하며 우리에게 창을 달라 하셨고, 아내는, 아니 아내가 아니라 자신과 자신의 자식들을 낳은 이중의 어머니는 어디 있느냐고 물으셨어요. (...) 그리고 그곳에서 우리는 흔들리는 밧줄의 꼬인 고에 목을 맨 마님을 보았어요. 마님을 보자 그분께서는 큰 소리로 무섭게 울부짖으며 마님이 매달린 밧줄을 푸셨어요. 가련하신 마님이 바닥에 눕자, 이번에는 보기에도 끔찍한 일이 벌어졌어요. 그분께서 마님 옷에 꽂혀 있던 황금 브로치를 뽑아 들더니 자신의 두 눈알을 푹 찌르며 대략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이제 너희는 내가 겪고, 내가 저지른 끔찍한 일을 다시는 보지 못하리라. 너희는 보아서는 안 될 사람들을 충분히 오랫동안 보면서도 내가 알고자 한 사람들을 알아보지 못했으니, 앞으로는 어둠 속에서 보거라!" (79~80쪽)

서구 문화와 예술의 원류를 이루는 그리스 비극은 인간의 삶에서 선택이 갖는 무게와 깊이를 숙고하게 해준다. 그럼으로써 우리의 정신을 고양하고 보다 성숙한 삶의 태도로 이끈다. 그중에서도 비극의 완성자로 불리는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3부작’을 비롯한 작품들은 개인의 선택과 의도하지 않은 결과, 그리고 의지와 어찌할 수 없는 운명 앞에서의 인간이라는 영원한 주제를 선명히 보여준다.―전병근 지식큐레이터

당신이 고전을 읽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크게 두 가지 이유입니다. 글에서 삶을 읽고 다시 삶에서 글을 쓰려고. 그리고 사유의 원형과 대화하며 의식의 중심을 잡고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제가 이 전집에서 좋아하는 작품은 『안티고네』입니다. 이 작품은 인생의 중요한 선택에 관한 영감을 줍니다.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오이디푸스의 두 아들이 서로를 죽이자 둘을 대신해 왕이 된 크레온. 그는 다른 나라 군대를 이끌고 조국을 공격한 오이디푸스의 아들 폴뤼네이케스의 장례를 치르지 못하게 합니다. 하지만 폴뤼네이케스의 오누이 안티고네는 크레온 왕에게 혈육의 장례를 치르는 것은 신들이 합당하게 여기는 일이라며 이렇게 항거합니다. "나는 서로 미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 사랑하려고 태어났어요." 그리고 그 신념을 굽히지 않다가 형장으로 끌려가며 이렇게 한탄하죠.

누구에게 나는 도움을 청해야 하죠? 경건한 행동을 한 까닭에 불경한 자라 불리니 말예요.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신들의 마음에 드신다면, 나는 고통당하며 내가 죄를 지었음을 시인하겠어요. 하지만 저들이 죄를 지었다면, 저들이 내게 부당하게 저지른 것보다 더 큰 고통을 당하지 않게 되기를! (132쪽)

부당하게 여겨지는 규범과 명령에 항거하는 안티고네의 한탄. 이 짧은 표현에는 한 인간으로서의 선택에 대한 용기와 꺾이지 않는 신념, 인간을 향한 연민이 반짝입니다. 얼핏 신의 불문율에 따르는 발언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운명적인 고통을 자신의 경건함에 대한 증거이자 주체성의 표현으로 승화하죠. 또한 자신을 죽이려는 불경한 사람들마저도 죄에 합당한 심판만을 받기를 염원하며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고결함을 드러냅니다.
만약 당신이 안티고네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어요?

📚 『생각은 어떻게 행동이 되는가』 데이비드 바드르 (김한영 옮김, 해나무, 2022)

생각이 행동이 되기 위한 교두보인지조절


우리의 조절이 머릿속에 가만히 움츠려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면서 뇌와 세계의 상호작용을 조율한다니, 어떤 면에서는 해방감이 느껴진다. 우리는 우리가 건드릴 수 없는 곳에서 진행되는 생물학적 과정에 무조건 좌우되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행위자로서 우리를 끊임없이 변하게 하고 상황에 적응하게 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세계와 뇌의 관계를 더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과학자로서, 나는 인지 개입을 통해 사람들이 평생 자기 삶에 대한 주도성을 잃지 않고 살아가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431쪽)


생각이 행동을 낳는 과정을 뇌과학에서는 인지조절이라 부른다. 모든 선택의 이면에는 이것이 작동한다. 저자는 최신 연구 결과와 일상의 예시를 통해 인지조절의 정체와 진화 과정, 작동 원리를 보여준다. 어떻게 하면 충동적이고 습관적인 행동에서 벗어나 의식적으로 행동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눈앞의 즐거움 대신 장기적 목표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택할 수 있을지 조언한다. ―전병근 지식큐레이터

생각은 행동을 바꾸고 행동은 삶을 바꿉니다. 그렇다면 생각과 행동 사이에는 어떤 작용이 있을까요?

데이비드 바드르는 인지조절(cognitive control)이라는 신경 메커니즘에 주목합니다. 인지조절은 뇌의 전전두피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실제로 전전두피질이 손상된 환자들은 주어진 과제가 무엇인지 알고 있고 심지어 말할 수 있어도 그 규칙을 어기거나 비효율적이거나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지식과 행동을 연결하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이죠. 또한 다섯 살 무렵의 아이, 퇴행성 질환을 앓는 노인이 특정 규칙이나 지시를 이해하지만 이를 어기는 일도 인지조절 능력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거나 퇴행한 것으로 설명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인간은 여러 복잡한 과정을 거쳐 목표를 예상하고 이를 구체적이며 자율적으로 추구할 수 있습니다. 그 능력은 과거 주먹도끼부터 오늘날 AI까지 이어지죠. 여기에는 멀티태스킹일화적 미래 사고(episodic future thought)가 사용됩니다. 그렇다면 거미들이 환경에 맞춰 복잡한 집을 짓는다거나 AI가 특정 분야에서 인간보다 월등한 경우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저자는 거미와 AI는 감각이나 수식에 행동 지침 세트를 갖춘 "스페셜리스트에 가깝다"고 주장합니다. 그것들은 다섯 살 인간 아이처럼 화가가 된 자신을 꿈꾸며 자율적으로 연습하거나 주도적으로 학습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인지조절 메커니즘은 단순히 목표 설정, 합리적 행동, 멀티태스킹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실현할 수 있는 것으로 바뀌게끔” 돕는 체계죠. 그렇다면 인지조절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나이가 들어도 새로운 일을 배우며 인지조절 기능을 계속 사용할 것.
  2. 빠른 억제 체계를 작동시키고 적절한 유인책과 동기화를 통해 몰입할 것.
  3. 멀티태스킹은 비효율! 꼭 해야 한다면, 환경의 중복을 줄여 다른 과제의 간섭을 줄일 것.


전문 용어와 사례 분석이 많아 다소 어려울 수 있지만, 실증적인 사료와 최신 연구 동향을 저자의 통섭적 사고와 재치 있는 글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인지조절 능력을 인지하고 이를 통해 주도적인 삶으로 한 걸음 나아가고 싶은 분, 그리고 뇌과학 자체에 흥미가 있는 분에게도 이 책을 권합니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4000주』 올리 버크먼 (이윤진 옮김, 21세기북스, 2022)
효율의 덫에서 빠져나와 가치와 경험의 시간으로

당시에 나는 왜 모든 시간 관리법들이 결국 실패로 끝나게 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이유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내 삶에 대한 통제권을 갖기 위해 시간 관리법을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33쪽)

다음의 다섯 가지 질문에 즉시 답을 할 수 없어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의 말처럼 "질문에 따라 사는 것"이다. 진지한 마음으로 다음의 질문을 자신에게 던진다는 것이 바로 자신의 현재 상황을 인지하고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1. 현재 삶이나 직장에서 편안함을 추구하는 곳은 어디인가? 불편함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
  2. 절대 이룰 수 없는 생산성이나 성과 기준을 고수하고, 스스로 가능할 것이라 판단하고 있는가?
  3. 어떤 면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나'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을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가?
  4.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될 때까지 머뭇거리게 되는 삶의 영역은 어떤 것인가?
  5. 결과물을 내야 하는 부담이 없다면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싶은가? (238쪽)
시간관리법에 관한 자기계발서를 전복하는 철학적 인생론이다. 제목의 ‘4000주’는 인생 80년을 주로 환산한 것이다. 사람에 따라 길게 느껴질 수도 짧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 한정된 시간을 나는 어떻게 살아갈까. 저자는 ‘무한한 가능성’에 가위눌리고 시간에 쫓겨 바삐 사는 현대인이 효율과 생산성 중독의 덫에 걸려 있다고 진단한다. 그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어떤 삶의 선택이 필요한지 이야기한다. ―전병근 지식큐레이터

📺 결정이 어려운 프로고민러는 꼭 보세요! 정신과의사 형제의 고민상담 -  양브로의 정신세계 (12분)

당신은 완벽주의자인가요? 완벽주의와 선택 장애는 '내 선택이 실패하고 싶지 않다'는 욕망에서 통합니다. 그런데 살아가며 마주하는 선택 중 대부분은 메뉴 선정, 게임, 시험처럼 단순히 성공과 실패로 나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양성과 동급성에 따른 다양한 선택지와 그것들 간의 관계들로 나타나죠. 인생의 크고 작은 결정들은 모두 나의 현재를 만들어온 길, 그 무수한 갈림길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선택의 순간마다 ‘나는 선택 장애야’라며 포기한다고요? 양브로는 “남에게 자신의 선택을 맡기고 책임을 지지 않으면 선택하는 법을 익힐 수 없다”고 말합니다. 당신이 어떤 선택을 앞에 두고 책임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면, 그것은 오히려 오롯한 자신으로서 진정으로 선택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  [강연] 어려운 선택을 어떻게 내릴 것인가 - 루스 창 교수 I 플라톤아카데미TV (48분)
‘선택의 어려움’이라는 문제를 더 깊이 파헤쳐 봅시다. 루스 창 교수는 ‘어려운 선택은 왜 어려운가’에 대한 답변으로 “그 선택지들이 동급성을 갖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A와 B를 비교할 수 있지만, 둘 중 어느 것도 다른 하나보다 더 좋은 것이 아니면서 둘 다 똑같이 좋은 것도 아닐 때, A와 B를 동급’이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그것에 비해 좋다, 나쁘다, 똑같다’에 포함할 수 없어서 우리가 선택을 내리는 이유를 고갈시키고 혼란을 주는 관계인 것이죠.
인간은 주변을 통제하고 개척해오며 숫자로 모든 것을 환산하려는 종족입니다. 숫자로 환산된 오늘날 사회는 동급의 대안이 없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너무 많아서 혼란스럽죠. 이제 우리는 선택에 앞서 옵션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의지에 따라 선택하고 그 선택에 대한 이유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이때 이유는 외부에서 던져주는 이유 그리고 나의 의지에 기반한 이유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두 번째 이유, 나의 의지를 발휘해 선택지와 “Commitment(약속, 완전한 몰두, 헌신) 관계”를 가지면 그 관계를 통해 시각 자체가 바뀝니다. 자기 의지에 따른 결정, 이유를 다양화시키고 그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 곧 우리의 정체성을 이루기 때문이죠. 오늘 당신의 머리 스타일, 새해 인사를 나눈 사람들, 음악 재생목록, 연휴 기간 계획, 《위클리 지관》을 친구에게 공유하기... 모든 선택에는 당신의 지향이 드러나고 이에 따라 또 다른 선택과 선택에 부여한 이유로 세계의 관계가 맺어지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어려운 선택의 기로마다 당신은 어떤 지향을 따랐나요?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지향에 따라 당신을 만들어갈 생각인가요?

🏛️ 쉬나의 선택 실험실 - 쉬나 아이앤거 I 고전5미닛 (5분)

인생은 B와 D사이의 C다

‘인생은 B와 D사이의 C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Birth와 Death 사이의 Choice란 뜻이죠. ‘오늘 점심은 무얼 먹을까?’부터 ‘배우자로는 누굴 고를까?’까지 우리는 수많은 선택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시각장애를 극복하고 컬럼비아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쉬나 아이엔거(Sheena Iyengar)는 2010년 《쉬나의 선택 실험실(the art of choosing)》을 발간하면서, 선택에 관한 한 전 세계 최고의 권위자로 자리 잡았는데요. 오늘은 이 책에서 경영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맺는말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상투적인 말로 느껴지신다고요?
그럼 이렇게 바꿔 표현하면 어떨까요. 선택이란 '최선의 책임을 모색하는 일'이라고요. 내가 바라는 나를 만들어가는 '정답 없는 오답 노트 쓰기'라고요. 《위클리 지관》은 당신의 선택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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