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단순히 한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이야기를 넘어, 그 시대를 관통하는 집단적 정서와 보이지 않는 갈등, 그리고 삶과 죽음, 사랑과 상실, 정의와 부정과 같은 인간 본질의 문제를 깊이 성찰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또한 특정 시대의 역사적 트라우마나 사회적 불평등을 기록하며,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경고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를 비롯해 최근 5년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들(2023년 욘 포세, 2022년 아니 에르노, 2021년 압둘라자크 구르나, 2020년 루이즈 글릭)의 작품을 통해 문학이 가진 다양한 힘을 탐구해 보려 합니다. 각 작가의 작품들은 저마다 뚜렷한 개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한강과 아니 에르노는 역사와 개인적 기억을 통해 사회적 억압과 고통을 드러내는 데 주력한 반면, 욘 포세와 루이즈 글릭은 형식적 실험과 시적 표현을 통해 내면적이고 보편적인 인간 경험을 탐구했습니다. 압둘라자크 구르나는 글로벌한 시각에서 식민주의와 난민 문제를 다루며, 문학을 통해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이들의 작품은 문학이란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느끼고 공감하고, 삶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예술임을 일깨웁니다. 이번 호에서 소개해 드리는 작품을 통해 작가들만의 독특한 색깔과 문학이 선사하는 감동을 느껴보시길 권합니다. |
한강 작가는 사회의 보이지 않는 규율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작품으로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여러 작품 중 오늘 소개해 드릴 책은 『그대의 차가운 손』입니다. |
한강의 소설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것은 예술에 대한 관심을 분명히 보여주는 소설 『그대의 차가운 손』이다. 이 책은 여성의 신체를 석고로 본뜨는 것에 집착하는 실종된 조각가가 남긴 원고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인체해부학과 페르소나 경험 사이의 유희가 엿보이며, 조각가의 작품에서 신체가 드러내는 것과 숨기는 것 사이의 갈등이 발생한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있는 “삶의 껍데기 위에서, 심연의 껍데기 위에서 우리들은 곡예하듯 탈을 쓰고 살아간다”라는 문장은 이를 잘 보여준다. (출처: 스웨덴 한림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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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내가 알게 된 것이란, 진실이란 내가 조절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거였다. 실제로 무슨 일이 나에게 일어났고 내가 무슨 감정을 느끼는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일어난 상황에 가장 잘 맞는 행동을 하고, 그러고 나서 나에게 남은 감정의 찌꺼기들은 내가 처리해야 한다. 인내한다거나, 잊어준다거나, 용서한다거나. 어쨌든 내가 소화해낼 수 있으며 - 소화해내야만 하며 - 결국 내 안에서 진실이란,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든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p.62) 가장무도회
삶의 껍데기 위에서, 심연의 껍데기 위에서 우리들은 곡예하듯 탈을 쓰고 살아간다. 때로 증오하고 분노하며 사랑하고 울부짖는다. 이 모든 것이 곡예이며, 우리는 다만 병들어가고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잊은 채. (p.313) |
📚 2023년, 욘 포세 『아침 그리고 저녁』 |
노르웨이의 극작가 욘 포세는 혁신적인 형식과 언어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에 목소리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고 스웨덴 한림원에서 발표했습니다. |
그의 대표작 『아침 그리고 저녁』은 인간의 삶과 죽음, 그리고 그 경계에 놓인 순간들을 시적인 언어로 탐구한 작품입니다. 태어남과 떠남, 두 개의 중요한 순간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인간의 생애를 은유적이고 초월적인 방식으로 그려내며, 단순하면서도 리듬감 있는 서술은 인간 내면의 섬세한 결을 포착하며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욘 포세 특유의 형식적 실험과 미니멀리즘이 돋보이는 이 작품으로 삶과 죽음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를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
언젠가는 사라져 존재하지 않겠지만 그래 여기 머물러라. 이제 아이는 추운 세상으로 나와야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혼자가 된다, 마르타와 분리되어, 다른 모든 사람과 분리되어 혼자가 될 것이며, 언제나 혼자일 것이다, 그러고 나서, 모든 것이 지나가, 그의 때가 되면, 스러져 다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왔던 곳으로 돌아갈 것이다, 무에서 무로, 그것이 살아가는 과정이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새, 물고기, 집, 그릇, 존재하는 모든 것이….(p15)
사람은 가고 사물은 남는다. 오래된 사물들은 사람보다 오래 머물며 그들의 삶과 죽음을 담아내고, 흔적을 간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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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의 『남자의 자리』는 작가 자신의 아버지를 중심으로 한 자전적 에세이로 가족과 계층, 그리고 인간 관계의 복잡성을 탐구한 작품입니다. 작가는 아버지와의 관계를 담담하고도 예리한 시선으로 그려내며, 계층 간의 단절과 소외를 섬세하게 드러냅니다. 짧지만 강렬한 이 책은 에르노 특유의 사실적이고 분석적인 문체로 쓰여, 그녀의 문학 세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개인적 기억의 집단적 억제, 소외, 근원을 파헤친 그의 용기와 냉철한 예리함 스웨덴 한림원 선정 사유 |
나는 천천히 쓰고 있다. 사실과 선택의 집합에서 한 인생을 잘 나타내는 실타래를 밝혀내기 위해 애쓰면서, 조금씩 아버지만의 특별한 모습을 잃어가는 듯한 기분이다. 글의 초안이 온통 자리를 차지하고, 생각이 혼자 뛰어다닌다. 반대로 기억의 장면들이 슬며시 미끄러져 들어오게 두면, 아버지의 있는 모습 그대로가 보인다. 그의 웃음, 그의 걸음걸이, 그가 내 손을 잡고 장터에 데려가고, 나는 놀이 기구를 두려워한다. 다른 이들과 나눴던 상황의 모든 조건들이 중요하지 않게 된다. 나는 매번 개인적이라는 함정에서 빠져나온다. (p.40) 그는 내가 온종일 그들에게 굳은 얼굴을 하고 책 속에 빠져 기분이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 신경질을 냈다. 그는 저녁에 내 방문 밑으로 새어 나오는 불빛이 내 건강을 해치고 있다고 말했다. 공부는 좋은 환경을 얻고 노동자와 결혼하지 않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고통이었다. 그러나 내가 머리를 쥐어짜는 일을 좋아한다는 것을 그는 이상하게 여겼다. 꽃다운 나이를 살지 못하는 것이니까. 때때로 그는 내가 불행하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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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아프리카의 목소리를 담아낸 성취. 얽히고설킨 여행 모헙담이자 사회사적 다큐멘터리이며, 정치적 고발이자 불운한 러브스토리이기도 한 『낙원』은 의외성으로 가득하다. 말살된 한 세계가 작품 안에서 매혹적으로 되살아난다.” - 선데이 타임스 |
탄자니아 출신 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낙원』은 20세기 초의 역사적 혼란 속에서 펼쳐지는 한 소년의 성장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유수프는 아버지의 빚 때문에 부유한 상인, 아지즈에게 넘겨져 그의 집에서 일하며,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구르나 특유의 섬세한 서사와 시적인 문장은 아지즈와 유수프의 카라반 여행을 따라가며, 난민과 이주민의 고난, 대륙 간 문화적 격차, 사회의 불평등과 식민주의의 영향을 생생히 드러냅니다.
그런데, 이 작품의 제목은 역설적으로 『낙원』입니다. 구르나는 이 제목을 통해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 했을까요? 작품을 읽으며 각자가 꿈꾸는 낙원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
여기가 지옥이라면 떠나요. 내가 같이 갈게요. 그들은 우리가 두려워하고 순종적이고, 우리를 학대할 때조차 그들을 존경하도록 키웠어요. 떠나요. 내가 같이 갈게요. 우리 둘 다, 이름도 없는 곳 한가운데에 있어요. 어느 곳이 이보다 더 나쁠 수 있겠어요? 어디를 가든 탄탄한 삼나무들과 끊임없는 수풀들, 과일나무들과 예기치 않게 화사한 꽃들이 있는, 담으로 둘러싸인 정원은 없을 거예요. 우리가 낮에 맡을 수 있는 오렌지나무 수액의 쌉싸름한 향과 밤에 우리를 깊이 포옹해주는 재스민향도 없을 거예요. 석류 씨나 가장자리에 난 향긋한 풀들의 향내도 없을 거예요. 웅덩이와 수로에서 나는 물소리도 없을 거고요. 지독히 더운 한낮에 대추나무 숲에서 느끼는 만족감도 없을 거예요. 우리의 감각을 마비시키는 음악도 없을 거예요. 추방이나 마찬가지겠죠. 그러나 어떻게 이보다 더 나쁠 수 있겠어요? 그러면 그녀는 미소 지으며 한 손으로 그의 볼을 만져 발그레하게 물들일지 몰랐다. 당신은 몽상가라고 말하면서, 이보다 더 완전한 그들만의 정원을 만들겠다고 약속할지도 몰랐다. (p.305) |
미국 시인 루이즈 글릭은 개인적 경험을 보편적 정서로 승화시키는 능력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야생 붓꽃’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삶, 죽음, 재생이라는 주제를 다룹니다. 꾸밈없는 언어로 담긴 그녀의 시를 감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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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가는 바람 내가 너희를 만들 때, 나 너희를 사랑했지. 지금은 너희들이 가여워.
너희에게 필요한 건 뭐든 주었다. 대지의 침대, 푸른 대기의 담요
내가 너희에게서 더 멀어질수록 나는 너희들을 더 분명히 보게 되네. 너희 영혼들 지금쯤 엄청난 것이 되었어야 하는데, 조잘대는 작은 것들, 지금 모습처럼 말고
나 너희에게 모든 선물 다 주었지, 봄날 아침의 푸르름, 너희가 사용법을 몰랐던 시간을 너희는 더 원했지, 다른 창조물을 위해 아껴 두었던 그 하나의 선물까지.
너희가 뭘 바랐든, 정원에서 자라는 식물들 사이에 너희의 자리는 없을거야. 너희들 삶은 식물들 삶처럼 순환하는 게 아니니
너희들 삶은 새가 나는 것처럼 고요 속에서 시작하고 끝이 나지 하얀 자작나무에서부터 사과나무까지 아치처럼 이렇게 메아리치는 형식으로 시작하고 끝이 나지. |
📺 한강 『채식주의자』 I 고전5미닛 (5:50) |
*유료 협찬 콘텐츠로 2025.2.28까지 시청 가능합니다. |
::📺 독서로 달라진 우리들의 삶-지관서가 사람들 I 지관서가 (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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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시민의 독서법 특강, 좋은 책은 어떻게 발견하는가 I 아는 만큼 보이는 교양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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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큐레이션 레터 《위클리 지관》 어떠셨나요? 당신의 소중한 의견은 저희를 춤추게 합니다🤸♂️ |
(재)플라톤 아카데미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2길 19 SK에코플랜트 15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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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단순히 한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이야기를 넘어, 그 시대를 관통하는 집단적 정서와 보이지 않는 갈등, 그리고 삶과 죽음, 사랑과 상실, 정의와 부정과 같은 인간 본질의 문제를 깊이 성찰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또한 특정 시대의 역사적 트라우마나 사회적 불평등을 기록하며,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경고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를 비롯해 최근 5년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들(2023년 욘 포세, 2022년 아니 에르노, 2021년 압둘라자크 구르나, 2020년 루이즈 글릭)의 작품을 통해 문학이 가진 다양한 힘을 탐구해 보려 합니다.
각 작가의 작품들은 저마다 뚜렷한 개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한강과 아니 에르노는 역사와 개인적 기억을 통해 사회적 억압과 고통을 드러내는 데 주력한 반면, 욘 포세와 루이즈 글릭은 형식적 실험과 시적 표현을 통해 내면적이고 보편적인 인간 경험을 탐구했습니다. 압둘라자크 구르나는 글로벌한 시각에서 식민주의와 난민 문제를 다루며, 문학을 통해 구조적 불평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데 기여했습니다.
이들의 작품은 문학이란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느끼고 공감하고, 삶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예술임을 일깨웁니다. 이번 호에서 소개해 드리는 작품을 통해 작가들만의 독특한 색깔과 문학이 선사하는 감동을 느껴보시길 권합니다.
한강의 소설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것은 예술에 대한 관심을 분명히 보여주는 소설 『그대의 차가운 손』이다. 이 책은 여성의 신체를 석고로 본뜨는 것에 집착하는 실종된 조각가가 남긴 원고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인체해부학과 페르소나 경험 사이의 유희가 엿보이며, 조각가의 작품에서 신체가 드러내는 것과 숨기는 것 사이의 갈등이 발생한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있는 “삶의 껍데기 위에서, 심연의 껍데기 위에서 우리들은 곡예하듯 탈을 쓰고 살아간다”라는 문장은 이를 잘 보여준다. (출처: 스웨덴 한림원 홈페이지)
가장무도회
그의 대표작 『아침 그리고 저녁』은 인간의 삶과 죽음, 그리고 그 경계에 놓인 순간들을 시적인 언어로 탐구한 작품입니다. 태어남과 떠남, 두 개의 중요한 순간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인간의 생애를 은유적이고 초월적인 방식으로 그려내며, 단순하면서도 리듬감 있는 서술은 인간 내면의 섬세한 결을 포착하며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욘 포세 특유의 형식적 실험과 미니멀리즘이 돋보이는 이 작품으로 삶과 죽음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를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이제 아이는 추운 세상으로 나와야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혼자가 된다, 마르타와 분리되어, 다른 모든 사람과 분리되어 혼자가 될 것이며, 언제나 혼자일 것이다, 그러고 나서, 모든 것이 지나가, 그의 때가 되면, 스러져 다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왔던 곳으로 돌아갈 것이다, 무에서 무로, 그것이 살아가는 과정이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새, 물고기, 집, 그릇, 존재하는 모든 것이….(p15)
사람은 가고 사물은 남는다.
오래된 사물들은 사람보다 오래 머물며 그들의 삶과 죽음을 담아내고, 흔적을 간직한다.
아니 에르노의 『남자의 자리』는 작가 자신의 아버지를 중심으로 한 자전적 에세이로 가족과 계층, 그리고 인간 관계의 복잡성을 탐구한 작품입니다. 작가는 아버지와의 관계를 담담하고도 예리한 시선으로 그려내며, 계층 간의 단절과 소외를 섬세하게 드러냅니다. 짧지만 강렬한 이 책은 에르노 특유의 사실적이고 분석적인 문체로 쓰여, 그녀의 문학 세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개인적 기억의
집단적 억제, 소외, 근원을 파헤친
그의 용기와 냉철한 예리함
스웨덴 한림원 선정 사유
그는 내가 온종일 그들에게 굳은 얼굴을 하고 책 속에 빠져 기분이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 신경질을 냈다. 그는 저녁에 내 방문 밑으로 새어 나오는 불빛이 내 건강을 해치고 있다고 말했다. 공부는 좋은 환경을 얻고 노동자와 결혼하지 않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고통이었다. 그러나 내가 머리를 쥐어짜는 일을 좋아한다는 것을 그는 이상하게 여겼다. 꽃다운 나이를 살지 못하는 것이니까. 때때로 그는 내가 불행하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p.73)
탄자니아 출신 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낙원』은 20세기 초의 역사적 혼란 속에서 펼쳐지는 한 소년의 성장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유수프는 아버지의 빚 때문에 부유한 상인, 아지즈에게 넘겨져 그의 집에서 일하며,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구르나 특유의 섬세한 서사와 시적인 문장은 아지즈와 유수프의 카라반 여행을 따라가며, 난민과 이주민의 고난, 대륙 간 문화적 격차, 사회의 불평등과 식민주의의 영향을 생생히 드러냅니다.
그런데, 이 작품의 제목은 역설적으로 『낙원』입니다. 구르나는 이 제목을 통해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 했을까요? 작품을 읽으며 각자가 꿈꾸는 낙원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여기가 지옥이라면 떠나요. 내가 같이 갈게요. 그들은 우리가 두려워하고 순종적이고, 우리를 학대할 때조차 그들을 존경하도록 키웠어요. 떠나요. 내가 같이 갈게요. 우리 둘 다, 이름도 없는 곳 한가운데에 있어요. 어느 곳이 이보다 더 나쁠 수 있겠어요? 어디를 가든 탄탄한 삼나무들과 끊임없는 수풀들, 과일나무들과 예기치 않게 화사한 꽃들이 있는, 담으로 둘러싸인 정원은 없을 거예요. 우리가 낮에 맡을 수 있는 오렌지나무 수액의 쌉싸름한 향과 밤에 우리를 깊이 포옹해주는 재스민향도 없을 거예요. 석류 씨나 가장자리에 난 향긋한 풀들의 향내도 없을 거예요. 웅덩이와 수로에서 나는 물소리도 없을 거고요. 지독히 더운 한낮에 대추나무 숲에서 느끼는 만족감도 없을 거예요. 우리의 감각을 마비시키는 음악도 없을 거예요. 추방이나 마찬가지겠죠. 그러나 어떻게 이보다 더 나쁠 수 있겠어요? 그러면 그녀는 미소 지으며 한 손으로 그의 볼을 만져 발그레하게 물들일지 몰랐다. 당신은 몽상가라고 말하면서, 이보다 더 완전한 그들만의 정원을 만들겠다고 약속할지도 몰랐다. (p.305)
미국 시인 루이즈 글릭은 개인적 경험을 보편적 정서로 승화시키는 능력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야생 붓꽃’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삶, 죽음, 재생이라는 주제를 다룹니다. 꾸밈없는 언어로 담긴 그녀의 시를 감상해 보세요.
내가 너희를 만들 때, 나 너희를 사랑했지.
지금은 너희들이 가여워.
대지의 침대, 푸른 대기의 담요
나는 너희들을 더 분명히 보게 되네.
너희 영혼들 지금쯤 엄청난 것이 되었어야 하는데,
조잘대는 작은 것들,
지금 모습처럼 말고
봄날 아침의 푸르름,
너희가 사용법을 몰랐던 시간을
너희는 더 원했지, 다른 창조물을 위해
아껴 두었던 그 하나의 선물까지.
정원에서 자라는 식물들 사이에
너희의 자리는 없을거야.
너희들 삶은 식물들 삶처럼 순환하는 게 아니니
고요 속에서 시작하고 끝이 나지
하얀 자작나무에서부터 사과나무까지
아치처럼 이렇게 메아리치는 형식으로
시작하고 끝이 나지.
*유료 협찬 콘텐츠로 2025.2.28까지 시청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