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지관

위클리 지관에서는 평범한 일상속에서 잠시 '멈춤'신호를 받을 수 있는 삶의 물음들을 살펴봅니다. 책, 영화, 강연, 칼럼 등 다양한 컨텐츠를 통해서 매주 하나의 물음을 사유합니다. 매주 수요일,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VOL.122 #치유] 그림책이 다가오는 순간

김은희
2024-01-16
조회수 890


서점에서 친구를 기다리다 짧은 시간을 채워줄 목적으로 우연히 펼친 그림책의 한 페이지를 보고 감동한 적 없으십니까?, 아이를 가슴에 안고 책을 읽어주다 펼친 페이지의 그림으로 그날의 피로가 싹 사라질 만큼의 위로를 받은 적 없으십니까?, 동화책을 읽어주다 아이와 함께 눈물 흘려본 적은 없으십니까? 


저는 가슴이 답답한 날, 위로받고 싶은 날, 글자는 읽어지지 않는 날, 찾아보는 그림책이 있습니다. 이수지 작가의 그림이 있는 『이렇게 멋진 날』입니다. 페이지 한장 한장 그림과 글을 보고 있으면 피곤했던 날의 고된 기억은 모두 사라지고 흐뭇한 미소가 얼굴에 번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늘 처럼 좋은날, 

우리 같이 소리쳐 볼까? 

야호! 오늘은 정말 멋져! 


『이렇게 멋진 날』 

리처드 잭슨 글, 이수지 그림/번역, 비룡소, 2017

 

  
  출처 : 비룡소 http://bir.co.kr/book/108509/

화창한 날이든, 비가 오는 날이든, 세상의 즐거움을 어떻게든 발견해 내는 놀라운 아이들의 능력을 생동감 넘치는 그림과 밝은 수채화의 색상들로 표현해 책을 보는 이들에게 살아 숨 쉴 수 있는 산소를 가슴 깊숙이 불어넣어 주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짧은 문장과 그림만으로 내일 다시 즐겁게 시작할 힘을 전달 받습니다. 


아이들용으로 구분되던 그림책이 글의 힘뿐만 아니라 그림 치유의 힘이 더해져 어른에게도 필요한 책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시간에 쫒기어 최소 네다섯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글로만 구성된 책과는 다르게 그림책은 짧은 시간에도 끝 페이지까지 모두 읽을 수 있고, 지관의 마음으로 미술관에서 혼자 그림을 감상하듯이 천천히 그림을 바라보며 느낄 수도 있습니다. 마음의 상태에 따라 다양하게 다가와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마음을 치유해 주기도 하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용기를 심어주기도 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지관서가 장생포점에 비치되어 있는 그림책 4권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인생을 바꾸는 만남을 보여주는 『달려!』, 잃어버린 마음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 『마음여행』삶에서 일에 대한 관점을 생각해보게 해주는 동화 『행복한 청소부』, 삶이 주는 기쁨과 고통 그리고 사랑에 관한 이야기 『태어난 아이』 입니다. 

마우리치오 A. C. 콰렐로 그림, 나선희 옮김, 책빛, 2017

그건 내 인생에서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어. 

언젠가부터 나는 누군가의 따뜻한 관심과 

응원을 받고 있다고 느꼈어.

바로 챕맨 교장 선생님이었지.

선생님은 거칠고 사고뭉치였던 

내게 다정한 손길을 내밀었어.

권투 이야기로 다가와 나를 트랙 위를 달리게 했고, 

또 수학책에 빠지게 했지.

내 마음에서도, 얼굴에서도 분노가 사라졌어. 

선생님 말처럼 달리기가 내 넘치는 에너지를 정리해 주었는지도 몰라. 

다소 투박하고 거칠게 느껴지는 그림은 레이의 마음을 나타내는 것 같습니다. 가난과 세상의 편견으로 삶의 어두운 면만 바라보는 레이에게 새로운 교장 선생님은 한 줄기 빛처럼 희망찬 미래로 방향을 바꿔줍니다. 세상에서 고립됨을 느끼며 부정적인 면만 바라보는 힘든 시기에 여러 명이 아니라, 단 한 사람만 나를 이해해 준다면 다시 긍정적인 세상으로 인생의 돛 방향을 틀게 될 수도 있지요. 또 누군가가 레이처럼 삶에 축복으로 다가옴을 경험한 사람은 그 축복을 전달하기 위해 또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게 됩니다. 이러한 긍정의 영향력이 세상에 점점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이 가슴 벅차오르는 그림책으로 내 인생에서 나에게 손을 내밀어주었던 고마운 사람이 떠올려지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마음 여행』 김유강 글/그림, 오올, 2020


이대로는 안 되겠어, 마음을 다시 찾아야겠어. 


어느 날 마음을 잃어버리고 무기력해진 아이는 마음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납니다. 이 아이는 마음을 찾았을까요? “마음을 잃어버렸어." 한 문장과 그 페이지의 그림을 보는 순간 가슴이 덜컥하고 내려앉음을 느꼈습니다. 잃어버렸다고 인식하지도 못했던 마음을 동화책의 그림을 통해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저도 이 아이처럼 마음을 다시 찾는 저만의 여행을 해보려 합니다.


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십니까? 


행복한 청소부』 모니카 페트 글,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김경연 옮김, 풀빛, 2000

나는 하루 종일 표지판을 닦는 청소부입니다. 

강연을 하는 건 오로지 

내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랍니다. 

나는 교수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일할 때 자신의 표정을 보신 적 있으십니까? 저는 이 책의 표지를 보면서 일 할 때 나의 표정은 어떤지 궁금해졌습니다. 마음에 없는 말은 쉽게 할 수 있어도, 의도하지 않은 나의 표정과 같은 언어는 속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일 자체를 즐기는 사람도 있고, 경제적인 부분이 만족스러운 일을 하는 사람도 있고, 사람과의 관계가 좋아서 일이 즐거운 경우도 있고, 일의 목적과 상황은 모두 다릅니다. 현재 하는 일이 항상 즐거운 순간만 있을 순 없겠지만 타인의 일의 목적이나 상황과 비교하는 것 없이 자신의 상황에 만족할 수 있도록 생각 전환 노력은 할 수 있습니다. 행복한 청소부 그림책으로 현재 나의 일을 바라보는 관점을 정비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세요.  


태어난 아이 사노 요코 글/그림, 

황진희 번역, 거북이북스 · 2016

태어나고 싶지 않아서 

태어나지 않은 아이가 있었습니다.

태어나지 않은 아이는 

날마다 이리저리 돌아다녔습니다. 

우주 한가운데에서 별 사이를 걸어다녔습니다. 

별에 부딪혀도 아프지 않았습니다. 

태양 가까이 다가가도 뜨겁지 않았습니다. 

태어나지 않았으니 아무 상관이 없었습니다.


출처 : 교보문고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029740

노랑과 파란색의 아이가 태어나지 않은 세상과는 다르게, 태어난 세상은 초록색과 붉은색으로 더욱이 펜화로 그려져 삶의 아픔과 고통으로 콕콕 찌르듯이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그토록 태어나기 싫어했던 아이가 다른 아이의 엄마가 붙여주는 반창고가 부러워 태어날 결심을 합니다. 세상에 나와 하루 종일 재미있게 놀다 잠자리에 들며 “이제 잘래. 태어나는 것은 피곤한 일이야”라고 투정을 부리지만, 글과 다르게 그림은 다시 따뜻한 노란색으로 엄마와 아이를 비춰주고 있습니다. 


읽을 때마다 다른 삶의 의미가 찾아오는 경험을 하게 해주는 그림책입니다. “태어나지 않았으니 아무 상관이 없었습니다.”라고 반복되는 문장은 아이처럼 내가 한걸음 뒤로 물러서 제대로 부딪히지 못하고 머뭇거리던 일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작가는 인생이란 고단하고, 힘들고, 싸우고, 무서운 일투성이지만 경험하고, 느끼고, 위로받고, 사랑하며 피곤하게 사는 것이 진짜 삶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요?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태어나지 않은 아이에게 태어나도록 결심하게 만든 반창고와 같은 것은 무엇일지 생각하게 됩니다.


책을 읽으며 한 문장이 마음을 두드리는 순간, 그림을 바라보다 갑자기 마음에 따뜻함이 밀려오는 순간, 모두 우리의 감정에 말을 걸고 위로해 주며 치유해 주는 순간입니다. 그림책은 이 모두를 한 번에 같이 느끼게 해주는 힘이 있습니다. 극단적이고 극히 부정적인 뉴스가 들끓는 지금 세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그림책으로 마음의 위안과 따스함을 느끼는 여유의 시간을 잠시라도 품어보시기 바랍니다. 





📺 레프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 I 고전5미닛 (6:05) 
<죽음의 순간, 다시 태어나다>
대문호 톨스토이는 대작 「안나 카레니나」를 완성하고 심각한 정신적 위기를 겪었다고 합니다. 그런 방황은 9년이나 계속되었고, 이 기나긴 방황을 끝내게 해 준 작품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대문호는 죽음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봤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찾았으며, 이를 창작의 불꽃으로 지폈던 것이 아닐까요? 톨스토이의 작품 중 가장 예술적이고 가장 완벽하며 또한 가장 정교 작품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소개합니다.
*유료 협찬 콘텐츠로 2024.2.29까지 시청 가능합니다. 

📺 미술치료는 정말 효과가 있을까? 널 위한 문화예술 (8:40) 
그림은 '정말' 사람을 치유할 수 있을까? 

📺 [2018 노벨문학상 수상 올가 토카르축] 어른을 위한 그림책, 『잃어버린 영혼』 사계절 TV (1:52)
 올가 토카르축은 영혼을 잃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이 시대의 비정상적인 속도와 자극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합니다. 요안나 콘세이요의 섬세한 그림과 함께 책장을 넘길 때마다 느껴지는 아득함과 고요함을 느껴보세요. 

🌳 지관서가에서 전문가들이 선정하는 '2024 지혜의 나무' 도서 중 10권 읽기 독서 챌린지를 진행합니다. 혼자 또 함께 읽으며 내 안의 '지혜의 나무'를 키워보세요. 
신청기간 : 2024.1.1 ~ 1.30
1기 참여기간 : 2024.2.1 ~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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