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지관

위클리 지관에서는 평범한 일상속에서 잠시 '멈춤'신호를 받을 수 있는 삶의 물음들을 살펴봅니다. 책, 영화, 강연, 칼럼 등 다양한 컨텐츠를 통해서 매주 하나의 물음을 사유합니다. 매주 수요일,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VOL.143] 6월의 전시소식-나는 고통스럽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허혜선
2024-06-11
조회수 408


6월의 빛과 푸르름이 강할수록 그림자는 더욱 짙어집니다. 우리는 때로 깊은 불안과 고통, 우울함 속에 길을 잃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세상의 파도에 휩싸이거나, 속수무책으로 무기력함에 빠지기도 합니다. 삶의 고통과 불안은 예술의 오랜 주제이기도 합니다. 우리 안의 어둠과 마주하게 하는 6월의 전시 소식을 전합니다.

“나의 고통은 나의 자아이자 예술의 일부이다. 나는 그것들과 분리될 수 없으며 그것들이 파괴되면 나의 예술도 파괴될 것이다. 나는 그 고통을 간직하고 싶다."

-에드바르 뭉크


첫 번째로 소개해 드릴 전시는 에드바르 뭉크의 <비욘드 더 스크린 스크림>으로 23곳에서 온 뭉크의 작품 140여 점이 전시되며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개인 소장품의 미공개 컬렉션까지 함께 공개됩니다.
서울 ㅣ《에드바르 뭉크 - 비욘드 더 스크림
■ 기간: 2024.5.22(수)-2024.9.19(목)
■ 시간: 화-일 오전 10시-오후 7시
■ 장소: 서울ㅣ한가람미술관 제1전시실, 제2전시실
■ 안내: 070-8843-2024

“더 이상 나는 책 읽는 남자나 뜨개질 하는 여인이 있는 풍경을 그리지 않을 것이다. 숨 쉬고, 느끼며, 고통받고, 사랑하는 살아있는 사람들을 그릴 것이다."

-에드바르 뭉크

에드바르 뭉크의 삶은 상실의 고통과 두려움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4명의 남매와 자라던 그는 다섯 살 때 다정했던 어머니를 결핵으로 잃고, 그 후 어머니를 대신해 의지하던 누이를 열세 살이 되던 해에 같은 병으로 잃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의 유년기도 평탄치 못했습니다. 뭉크가 ‘나는 아버지로부터 광기의 씨앗을 물려받았다’라고 할 정도로 아내의 죽음 이후에 종교에 몰입한 아버지는 강박적이고 신경증적인 성향이 악화되었고 아이들을 학대했습니다. 뭉크와 그의 형제, 누이들은 아픔을 치유받지 못한 채 두려움과 죄책감 속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성인이 된 후에도 건강했던 그의 남동생을 급성폐렴으로 잃고 여동생은 유년기의 고통으로 인해 시작된 정신병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됩니다.
1898, 『해변에 두 여인』, 출처: 한가람미술관
1896-7, 『카를 요한 거리의 저녁』, 출처: 한가람미술관

사랑은 그에게 새로운 동기를 부여했지만 불안과 두려움에 사로잡힌 그에게 있어 사랑이라는 예측 불가능하고 혼란스러운 감정의 결말은 그의 상태를 악화시켰습니다. 결국 그는 어떤 연인에게도 정착하지 못했고 그가 그린 그림 속에 있는 그의 연인들은 파멸적인 존재이거나, 뒤틀리거나 일그러진, 혹은 비극을 암시하는 존재로 묘사되었습니다.

1895,『마돈나』, 출처: 한가람미술관
연이은 가족들의 죽음으로 늘 자신이 다음 차례라고 생각했던 그는 침대에서 일어난 그 순간이 지옥이 아닌지 혼란스러워하기도 했습니다. 뭉크에게 고통과 불안은 삶의 불가피하고도 본질적인 속성이었습니다.
1895,『절규』, 출처: 한가람미술관
나는 두 친구와 함께 길을 걷고 있었다. 해가 지고 있었다. 갑자기 하늘이 핏빛으로 변했다. 나는 기진맥진한 채 멈춰서 울타리에 기대었다. 검푸른 해안과 도시 위로 피와 불이 혓바닥처럼 휘감았다. 친구들은 계속 걸어갔지만 나는 멈춰 서서 불안에 떨어야 했다. 나는 자연을 관통하는 끝없는 절규를 느꼈다”
-에드바르 뭉크
나치의 침공 후에도 그는 고향을 떠나지 않고 자신의 집에서 은둔하며 작품을 그렸습니다. 그러나 눈을 감을 때까지 나치의 위협에 떨어야 했습니다.
죽음은 그의 작품세계의 계속되는 화두였습니다. 그러나 노년기에 접어든 그의 작품에서 심연의 불안과 고통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격정적이고 혼란스러운 과거의 표현보다 다소 온화한 표현과 색채를 보여줍니다. 80세의 나이로 눈을 감을 때까지 안심할 수 없는 삶이었지만 그는 한 줌의 안식을 찾은 것 같습니다.

“나는 평생 끝이 보이지 않는 틈 사이를 걷거나 징검다리를 뛰어넘어가며 보냈습니다. 때때로 나는 좁은 길을 떠나 소용돌이치는 삶의 흐름에 합류하려고 노력하지만, 나는 항상 틈의 가장자리로 가차 없이 끌려가며 마침내 심연에 빠지는 날까지 그곳을 걸어갈 것입니다.”
-에드바르 뭉크
두 번째 전시는 <베르나르 뷔페: 천재의 빛, 광대의 그림자>입니다. 2019년 이후 한국에서 열리는 뷔페의 두 번째 전시이기도 합니다. 
서울 ㅣ《베르나르 뷔페-천재의 빛: 광대의 그림자
■ 기간: 2024.4.26(금)-2024.9.10(화)
■ 시간: 화-일 오전 10시-오후 7시
■ 장소: 서울ㅣ한가람디자인미술관 제1전시실, 제2전시실, 제3전시실
■ 안내: 02-801-7955
베르나르 뷔페는 전후 프랑스 미술계의 슈퍼스타였습니다. 그의 예술적 재능을 존중하는 어머니의 지극한 보살핌을 받으며 자라며 가난과 예민하고 소심한 성격으로 인한 어려움에 대한 돌파구를 그림을 통해 찾았습니다.
나치가 점령하고 있던 엄혹한 시기에 시에서 운영하던 야간학교에서 드로잉을 익히기 시작해, 17세에 작품을 발표하고 20세 때 프랑스 최고 권위의 비평가 상을 받았습니다. 독창적인 화풍과 수려한 외모로 천재 화가로 칭송받으며 26세에는 이미 백만장자가 되었을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둔 화가였습니다.
1976,『단테의 지옥, 지옥에 떨어져 어둠에 갖힌 사람들』 출처: 한가람미술관
그는 직선의 거친 선을 그대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고통과 절망을 표현했으며, 그의 독특한 스타일과 2차대전이라는 암울했던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그의 전시가 열리는 날에는 도시가 마비될 정도로 큰 인파가 몰렸으며 당대 피카소와 비교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기도 했습니다.
아나벨 뷔페, 출처: 한가람미술관
"당신은 내 열정적인 사랑을 일깨웠다. 당신이 아니라면 절대 몰랐을..."
-베르나르 뷔페
그는 17세가 되던 해 어머니를 암으로 잃었습니다. 어머니의 죽음은 그에게 지워지지 않을 상실감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평생의 뮤즈였던 모델이자 작가인 아내 아나벨을 만나 서로의 고통을 위로하며 의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후 미술사조의 변화를 맞아 그의 일관된 화풍은 예술적 발전이 없다는 비판과 더 이상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혹평을 받기 시작했고, 이 같은 비판은 현대까지 이어집니다.
1991,『보라색 넥타이를 맨 광대』, 출처: 한가람미술관
"우리는 그림에 대해 논하지도 분석하지도 않는다. 느낄 뿐이다. "
-베르나르 뷔페
그에게는는 이 표현양식이 자신의 일부이자 정체성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당대 대세적 흐름이었던 추상화를 따르지 않고 자신의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집중합니다. 
1970,『광녀-모자 쓴 여인들』, 출처: 한가람미술관
혹평에도 묵묵히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며 작품 활동을 계속하던 그는 파킨슨병으로 인한 부상으로 더 이상 자유롭게 붓을 들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1998,『죽음』, 출처: 한가람미술관
그는 죽기 전에 해골 시리즈 24점을 완성했는데, 이는 그가 죽음을 준비하고 있었으리라 짐작하게 합니다. 손이 자유롭지 못하게 되면서 그의 시그니처였던 거칠고 날카로운 선은 무디고 두터워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더이상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되자 71세의 나이로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인생의 격랑 속에서 흔들리며 살아갑니다. 밀려오는 파도와 같은 삶의 고통, 죽음, 상실 앞에 우리는 무기력합니다. 두 화가의 투쟁의 산물과 같은 작품을 보면서 인간을 절망하게 하는 것은 고통 그 자체가 아닌 것을 깨닫습니다. 우리는 삶의 의미가 없을 때 비로소 절망합니다. 고통은 외부에서 오지만 삶의 의미는 내 안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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