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지관

위클리 지관에서는 평범한 일상속에서 잠시 '멈춤'신호를 받을 수 있는 삶의 물음들을 살펴봅니다. 책, 영화, 강연, 칼럼 등 다양한 컨텐츠를 통해서 매주 하나의 물음을 사유합니다. 매주 수요일,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vol.51 #인내] 나로서 '인내'하기 = 사랑의 주체가 되기

관리자
2022-08-30
조회수 1350


독서는 고도의 집중력과 인내, 자제력, 상황 통제력 등 많은 능력을 필요로 합니다. 본 적 없는 타인의 고통을 추체험하며 자신의 가치관과 시선을 넓히는 일은 통증을 수반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치 근육을 단련하는 일과 같죠. 그렇다면 우리는 왜 고통을 인내하며 책을 읽을까요? 그것은 타인에게서 나를 발견하고 나에게서 타인을 발견하기 때문입니다. 독서를 통한 발견은 확고부동한 내가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에서 상호 유동적인 나에 대한 성찰과 새로운 모색의 시도이기에 중요합니다.

이번 호 주제는 ‘인내’입니다. 두 철학자의 수상록, 그리고 일상에서 인내력을 기르는 방법들을 다룬 영상을 소개합니다.


 📚 『중력과 은총』시몬 베유  (윤진 옮김, 문학과지성사, 2021)
한계는 신이 우리를 사랑한다는 증거다

무한은 일자一者가 겪는 시험이다. 시간은 영원을 시험하고, 가능성은 필연을 시험하고, 변이는 불변을 시험한다.

학문이나 예술작품, 도덕 혹은 한 영혼의 가치는 각각이 이러한 시험을 얼마나 버티느냐로 가늠된다. (114쪽)


육체노동과 삶을 중시한 금욕주의 철학자, 신비주의 기독교인이자 자유 프랑스 레지스탕스 지원자, 공산주의를 비판한 운동가이자 공장 노동자. 또한 다섯 살에 자기 몫의 설탕을 굶주린 군인에게 보내길 바랐고 서른네 살에는 요양원에서 끼니를 거르다 폐결핵으로 죽은 사람. 시몬 베유는 세상의 모순을 비춰내는 은빛 거울이자 불꽃이었습니다.

이 책은 사상가인 귀스타브 티봉이 시몬 베유가 맡겨둔 십여 권의 노트들에서 선별한 아포리즘들을 자유로운 주제 아래 모아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삼위는 '중력, 은총, 인간'입니다. 인간의 필연과 고통 그리고 무한으로 작용하는 중력, 우연과 초월 그리고 단일적 구원으로 작용하는 은총, 그리고 이 두 항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간. 인간의 불행과 고통과 죄에 대한 내밀하고 첨예한 통찰들은 "비실재성의 장막"을 벗기는 칼처럼 실재적으로 다가옵니다.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 것에 종속된다. 수종적으로 시간을 견디든(육체적 고통, 기다림, 회환, 후회, 두려움), 시간을 조작하든(순서, 방법, 필연),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 것에 종속된다. 하지만 그 종속은 존재한다. 우리는 상상의 사슬에 실제로 묶여 있다. 실재하지 않는 시간이 모든 것과 우리 자신에 비실재성의 장막을 씌운다. (74쪽)


베유는 "지식은 오직 고통 속에서 구해야 한다"고 썼습니다. 그녀의 글들은 인간의 유한성을 드러내고 견디며 그 자체를 토대로 삼아 구원을 지향합니다. 종교적, 초자연적 색채가 짙다는 의견이 많지만, 모든 생명 중 인간만이 종교를 믿어왔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인간의 근원적 지향으로도 고찰해 볼 수 있죠. 또한 베유의 글이 모순을 적극적으로 끌어와 사유의 한계를 건드리는 지점에 있다는 점, 그리고 극단의 고통에 대해 사유하며 '나'를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지향대로 삶을 살아낸 위대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실재'니까요.


이 세계와 삶이 아무런 가치를 갖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악의 존재를 증거로 내세워봤자 말이 안 된다. 세계와 삶이 아무런 가치를 갖지 않는다면 악이 우리에게서 무엇을 앗아가겠는가.

불행 속에서 겪는 고통과 타인에 대한 연민은 우리의 기쁨이 충만할수록 더욱 순수하고 강렬해진다. 기쁨이 없는 사람에게서 고통이 무엇을 앗아가겠는가. (117쪽)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김하현 옮김, 어크로스, 2021)

이 책의 2부 7장에서는 시몬 베유의 '관심 기울이기'를 다룹니다. 베유는 파스칼의 『팡세』를 대부분 암기할 정도로 비범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식 자체보다 “관심을 기울이는 법을 훈련하는 것”이 학교에서 배우는 일의 유일한 목적이라고 했죠. 실제로 우리가 선생님을 만나며 배우는 것은 이러저러한 정보로서의 지식이 아니라, 지식을 통찰하고 새롭게 연결하는 직관 그리고 해당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태도죠. 이러한 관심의 지향과 질 그리고 어떻게 관심을 기울이는지가 그 사람을 드러낸다고, 그 사람의 ‘사랑’을 대변한다고 베유는 말합니다.


 📚 『아침의 피아노』김진영  (한겨레출판, 2018)

내가 끝까지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 사랑.


운명의 한 해가 간다. 해는 가도 운명은 남는다. 나도 남는다. 나와 운명 사이에서 해야 할 일들도 남는다: 조용한 날들을 지키기. 사랑과 아름다움에 대해서 말하기를 멈추지 않기. (159쪽)


평생 문학, 미학, 철학을 공부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던 김진영 철학자. 그는 2017년 7월 암 선고를 받고 2018년 8월 병상에서 눈을 감기 까지 234편의 '애도 일기'를 써 내려갑니다.

 그는 갑작스럽게 마주하게 된 “인생의 하류에서” “가장 작은 단독자”가 되어 자신만의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병에 걸린 육체 대한, 평생에 걸친 공부와 정신에 대한, 자신의 생애와 긍지에 대한, 그리고 그것들을 관통하는 존재와 세상에 대한 성찰을 담담하고 아름답게 담아냈습니다.
 

나는 여기서 한 권의 책을 써야 하지 않을까. 내가 사랑했던 모든 것들, 나와 나의 다정한 사람들, 미워하면서도 사실은 깊이 사랑했던 세상에 대해서 나만이 쓸 수 있는 한 권의 책을 써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지금 내가 하류의 서재에 도착한 이유가 아닐까. (75쪽)


우리는 언어를 통해 살아가는 언어적 존재입니다. 따라서 글을 쓰는 일은 무언가를 세상에 내보이는 방식인 동시에 무언가를 견뎌내며 그것과 함께 동반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글을 쓰는 행위는 우리 자신과 자신이 속한 세계를 재구성하는 일입니다. 그 변화에 따른 통증을 주체로서 기꺼이 감내하는 일인 것이죠. 그렇다면 갑자기 맞이한 한계로부터 출발한 글쓰기는 자신과 타인에게 어떤 함의를 가질까요?

김진영 철학자는 아주 명료하게 답했습니다. “나를 위해 쓰려고 하면 나 자신은 너무나 보잘것없는 존재라고, 그러나 남을 위해 쓰려고 할 때 나의 존재는 그 무엇보다 귀한 것이 된다고.” 그리고 이 글은 떠나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닌, “내가 떠나도 남겨질 이들을 위한 것”이라고요. 책장을 넘길수록 짧아지는 글과 길어지는 여백을 더듬으면 어떤 먹먹한 현재성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글은 한참 어루만질 수밖에 없었죠.


내가 끝까지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는 그것만이 내가 끝까지 사랑했음에 대한 알리바이이기 때문이다. -2018년 1월 (161쪽)


철학자 키르케고르는 절망이란 '내가 나이기를 거부하는 것'이라 말했습니다. 김진영 철학자는 절망을 속이지 않고 그대로 끌어안아 자기 자신으로 존재했습니다. 글쓰기를 통해 학자로서, 선생으로서, 단독자 김진영으로서 그리고 사랑의 주체로서 소임을 다했죠.

자신의 한계를 마주하고 인내하며 끝내 사랑을 지향하도록 전환하는 사유의 힘. 그 힘을 발휘하는 일에는 많은 수식이나 이론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사유는 언어의 가장 작은 단위인 낱말로 이루어지니까요. 지금 내가 인내하는 단어, 나를 이루는 낱말을 혀로 굴려보는 일, 글로 쓰는 일로부터 탄생하니까요.

마감일이기 때문일까요? 지금 제가 인내하는 단어는... '오늘' 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있어 오늘은 늘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하루들이었습니다. 그런 오늘, 당신에게 닿아 있는 낱말은 무엇입니까? 당신이 인내하는 한계이자 토대는 무엇입니까?



📺 온갖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법 (책『의지력의 재발견』참조) - 책그림 (8분 내외)

안락함을 부수는 것 그리고 자세를 바르게 하는 것이 자제력의 핵심!

마술사 데이비드 블레인은 마술사라기보다는 철인에 가깝습니다. 고층 빌딩에 매달린 투명 상자에 들어가 44일 동안 물만 먹고 버텼고, 2008년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물속에서 숨 오래 참기로 17분을 버티며 기네스 기록을 새로 쓰기도 했죠. 어... 마법이 맞는 것 같은데요? 사실 그 마법의 비밀은 자제력 훈련이었습니다. “안락함을 부수는 공간이 제겐 항상 성장의 장소로 다가옵니다.”

우리가 블레인처럼 극한의 자제력을 기르기 위해 수행을 할 목적이나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자제력을 기를 필요성을 느끼셨다면, ‘자세를 바르게 고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심리학이 밝혀낸 멘탈이 강한 사람들의 3가지 생각습관 1편- 박준화TV (10분 내외)

오늘도 ‘멘붕’하셨다고요? '남탓'도 하고요? 그럼 ‘멘탈 강화’해보시죠! 

심리학 연구로 밝혀낸 멘탈이 강한 사람들의 생각 습관과 멘탈 강화 방법을 차근차근 수행해 봅시다. “멘탈 강화 습관” 시리즈는 3편까지 있습니다. [1편]에서는 사람들의 ‘탓하기’의 메커니즘을 알아보며 적절한 감정 표현으로 빠르게 탈출하는 방법을 알아봅니다.[2편]에서는 이런 탓하기의 원인을 안팎으로 합리적으로 분석하는 일의 중요성과 적용 방법을 알아봅니다. [3편]에서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멘탈이 강하게 자란 아이들의 사례를 분석하며 통제력 강화 방법에 대해 알아봅니다. 

*[2편]과 [3편]은 파란 괄호를 누르면 해당 영상이 팝업됩니다.


 🏛️ 천로역정 - 존 번연 ㅣ 고전5미닛 (5분 내외)

인생의 길, 순례자의 삶

인생은 언제나 길 위에 있습니다. 오늘을 걷다보면 어느새 나는 먼 미래로만 여겨졌던 내일에 도달해 있습니다. <천로역정>은 300년간 기독교인에게 큰 사랑을 받아 온 종교서적이지만, 인생이라는 길을 걷고 있는 모두에게 훌륭한 지침서가 될 것입니다.



Q.1: 베토벤을 다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인생은 한 번만 사니까요. 베토벤의 곡들은 230년 전에 작곡이 됐고, 그 많은 사회 변화, 역사, 혁명을 지나 아직도 많은 영감을 주죠. 저희는 사실 길게 활동하면 4, 50년 정도죠. 그 과정에서 이 영감을 주는 곡들을 계속 탐구를 하다보면 다른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고, 뿌리를 훨씬 깊이 내려서 다른 음색으로 나오게 되는데, 그걸 다시 한번 녹음에 담은 거죠. (...) 그동안 자연스럽게 무르익었을 거고, 성숙함이 담겼을 거고, 그러면 과연 일반인들이 들었을 적에 그 차이를 들으실 수 있을까. 그런 두려움도 있습니다.”

양성원 & 엔리코 파체〈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 공연 일정
9월 23일 부산 영화의 전당
9월 25일 통영 국제음악당
9월 27일 대전 예술의 전당
9월 2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10월 01일 여수 예울마루
🗞️함께 보면 좋은 소식
🎟 [칼럼]모르는 게 ‘절망’이고 아는 건 ‘희망’ -박혜진 평론가, 이코노미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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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맺는 말


불가능에 이르기 위해서는 가능을 실행해야 한다. 의지와 사랑과 인식이라는 자연적 능력을 의무에 부합되도록 올바르게 훈련해야 영적인 실재들을 접할 수 있다. (...) 규칙들은 그 자체의 실행을 목표로 주어지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 규칙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실행되어야만 한다. 말하자면 음계와 같다. 음계 연습을 마치지 않고 바흐의 곡을 연주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음계를 치기 위해서 음계 연습을 하지는 않는다.


-시몬 베유, 『중력과 은총』 166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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