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지관

위클리 지관에서는 평범한 일상속에서 잠시 '멈춤'신호를 받을 수 있는 삶의 물음들을 살펴봅니다. 책, 영화, 강연, 칼럼 등 다양한 컨텐츠를 통해서 매주 하나의 물음을 사유합니다. 매주 수요일,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Vol.52 #돈]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을까요?



이번 호 주제는 '돈'입니다. 행동경제학자인 댄 애리얼리와 2011년 통계에 따르면, 미국 소득 하위 40%의 사람들은 본인들의 전체 자산의 9%를 가졌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0.3%를 소유했고, 상위 20%는 전체 자산의 약 85%를 소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바라는 이상적인 사회는 비슷한 모습이었습니다. 정치색, 부의 정도, 성별에 상관없이 ‘완전히 평등하지는 않지만, 지금처럼 불평등하지 않은 공평한 사회’를 바란 것이죠.
어떻게 해야 우리가 바라는 공평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요? 

 📚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마이클 샌델 (김선욱 감수, 안기순 옮김, 와이즈베리, 2021)
시장은 도덕을 어떻게 밀어내는가

재화에 대한 가치판단이 배제된 태도가 시장논리의 핵심이며, 시장이 지닌 매력을 상당 부분 설명해준다. 하지만 시장을 포용하면서 도덕적-정신적 논쟁을 꺼리는 태도 때문에 우리는 무거운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이러한 태도가 공적 담론에서 도덕적 에너지와 시민의 에너지를 고갈시키고, 오늘날 많은 사회를 괴롭히는 기술관료 지향의 경영정치가 발달하도록 부추기기 때문이다. (33쪽)
 한국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로 널리 알려진 마이클 샌델 교수는 이번 저작에서 시장지상주의의 맹점을 지적합니다. 사람들은 여태 자본에 대한 맹신적 “탐욕”이 문제라고 여겨왔지만, “가장 치명적인 변화”는 시장논리가 “원래는 속하지 않았던 삶의 영역으로 팽창한 것”이라고요. 이러한 무분별한 팽창은 돈과 힘의 논리로 좌우되는 대상이 많아질수록 모든 차별을 확산시켜 불평등과 부패는 물론 돈으로 사서는 안 될 가치마저 훼손한다는 주장이죠. 이를 위해서는 “시장의 도덕적 한계”를 공적인 방식으로 논의해야 하지만, 이미 만연한 시장논리는 이를 어렵게 합니다.

오늘날 정치판은 도덕적-정신적 내용이 거의 비어 있기 때문에 과열되어 있다. 또한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중대한 질문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32쪽)


새치기: 자기 순서를 기다리는 게 교양인의 모습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세상입니다. 암표와 대리 줄서기, 그리고 더 세련된 새치기 형태인 앱 가입, 프리미엄 결제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상품은 물론 놀이공원, 고속도로, 진료 예약권, 공연 입장권, 공청회 방청 좌석 등을 줄서기 없이 소유할 수 있죠. 이를 옹호하는 공리주의자들은 시장의 자율과 그 효율을 근거로 듭니다. 하지만 맹점은 “시장 가격에는 자발적으로 지불하려는 마음만큼이나 지불할 수 있는 능력도 반영”되며 지불액과 마음이 정비례 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또한 국립공원 야영지 사용권, 무료 공연, 교황 집전 미사 등의 암표 거래는 그것들을 “공익 실현의 도구가 아닌 개인적 이윤추구의 원천으로 다룸으로써” 그 품위와 의미를 해칩니다. 물론, 공중화장실과 부동산 거래에 일률적인 줄서기 규범을 적용할 수는 없겠죠?


인센티브인센티브는 모든 인간 활동을 효용으로 접근하려는 거대한 움직임에 힘을 받습니다. 시장은 물론 학계와 일상생활 그리고 대학과 사회문제 해결 방법에까지 퍼져 있죠. 마약 중독자의 출산을 저지하기 위해 임신 중지 시술, 체중 감량, 독서 권장, 영주권 획득, 세계의 오염배출권 시장에 이르기까지요. 샌델은 인센티브를 “삶에 대해 경제학적으로 접근하는 동시에 이를 확대하는 태도” 그 자체라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접근은 마약 중독자 여성을 “고장 난 아기 제조 기계”로 보는 시각의 고착화, 독서의 내재적 장점과 주체적 자율성을 훼손, ‘난민 시장’의 성립으로 인한 난민의 인권 격하 문제, 환경보호라는 ‘공동 의무의 위탁화’로 인한 자연의 도구화와 공동희생정신 약화 등을 야기합니다. 

맨큐가 설명하듯 자원이 효율적으로 분배되면 사회 구성원 전체의 경제적 행복이 극대화된다. 그렇다면 어째서 사회적 효용을 극대화해야 할까? (...) 시장논리에 가장 적절한 반박은 어째서 도덕적 가치와는 상관없이 선택의 만족을 극대화해야 하는가다. (128쪽)


시장이 도덕을 밀어내는 방식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을까요? 당연히... 네,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돈으로 살 수 있지만 사면 안 되는 대상이 있을까요? 오히려 “금전적 거래가 구입한 재화를 명백히 퇴색시키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노벨상, 올해의 가수상, 친구가 그렇죠. 그런데 말입니다. 신장 매매, 아이 입양은 그 재화로서의 대상을 퇴색시키지 않으니까 괜찮은 걸까요? 이는 도덕논리에 어긋나며 논란이 되기에 사서는 안 되는 것이죠. 여기서 나아가 샌델은 ‘선(善, 미덕)’을 개인만의 희소 재화로 보는 경제주의의 관점을 비판합니다. “이타주의-관용-결속-시민정신은 사용할수록 고갈되는 상품이 아니다. 오히려 운동하면 발달하고 더욱 강해지는 근육에 가깝다.”(180쪽)


위에 요약 소개한 주제들은 시장논리의 침식작용을 비판적으로 논의였습니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주제인삶과 죽음의 시장’, ‘명명권에서는 생명보험, 광고 자리, 학교에 개입하는 기업 그리고 야구장의 스카이박스로 대표되는 무분별한 상업주의와 그에 따른 연대의 상실과 양극화 분리 현상 등을 다룹니다. 이 주제들은 앞선 논의보다 비교적 덜 치열하고 덜 깊이 있게 논의된 현재진행형 문제로 보입니다. 즉, 우리가 아직 개입할 여지와 사유를 전환할 수 있는 지점이라는 것이죠.


코로나 팬데믹, 경제 침체와 가상암호화폐 열풍, 러-우 전쟁과 식량 위기, 전세계적 기후 위기 등. 수많은 현재진행형 폭풍들의 중심에는 ‘돈’의 전선과 ‘도덕’의 전선이 씨름하며 뒤엉켜 있습니다. 이 폭풍들을 직시하고 견디며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돈의 논리가 아닌, 도덕의 논리를 축으로 전선을 움직여야 할 때입니다.


📺 뇌로 보는 인간 1부 [돈] -EBS다큐프라임 (18분)
돈이 우리의 뇌와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력에 관하여

낮은 소득과 낮은 교육 수준, 영양 섭취가 어려운 환경, 그리고 높은 스트레스에 노출되는 빈곤층 아이들은 3세가 되었을 때 평균 아이큐보다 15나 낮은 수치를 보였습니다. 생후 2달이 되도 회백질의 양이 적었으며 이는 뇌의 처리 능력과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죠. 인지 발달 신경 과학자인 찰스 넬슨은 “아이들이 절대적 빈곤의 환경에서 자라 뇌가 덜 발달하게 되는 것이 과연 공평한 것인지” 묻습니다. 이 말은 공평뿐만 아니라 ‘노력’이나 ‘성공’ 나아가 ‘교육’과 ‘복지’에 대한 비판적 사유를 끌어내죠. 


📺 당신은 암호화폐를 믿습니까?…전문가 6인의 대해부 - SBS뉴스  (24분)
가상암호화폐,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돈의 역사를 새로 쓰며 세계를 뒤흔든 가상암호화폐. 그만큼 많은 논란과 사건을 낳았죠. 가상암호화폐는 권한이 있는 은행에서 발행한 중앙화폐가 아니라, 모두가 참여하는 P2P(개인 대 개인 공유)기반의 화폐입니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암호화폐의 특징은 탈중앙화인데요. 기존 화폐가 가치를 갖기 위한 핵심 조건은 이 화폐는 ‘은행이 발행한 화폐가 맞다!’는 보증입니다. 은행은 모든 거래 정보인 원장을 갖습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이런 ‘보증과 수익’을 거래에 참여한 모두가 함께 나눠 갖습니다. 물론, 어마한 ‘리스크’도요. 자산의 변동이 아닌, 자본 자체의 변동으로서 가상화폐. 전문가 6인의 인터뷰를 통해 새로운 돈에 대한, 자본의 흐름에 대한, 그리고 우리 삶의 주체적이며 비판적인 시각을 넓혀보면 좋겠습니다.


📺[국부론] 10번 읽은 것처럼 만들어드림 – 너 진짜 똑똑하다 (9분)

'보이지 않는 손'의 보이지 않았던 비밀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주창한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사람들이 자기 이익을 추구하며 자유롭게 경쟁하면 저절로 공급과 수요가 적절히 분배되고 구성원 모두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원리죠. 우리는 이런 보이지 않는 손에 입각한 무한 경쟁과 무분별한 통화 발행이 대공황을 원인이며 자유시장 경제는 비판을 받게 된다고 배워왔습니다. 하지만 『국부론』은 당시 국가가 ‘동업 조합법, 거주법, 도제 법, 특정 기업과의 뒷거래’ 로 서민의 경제적 자유를 억압하고 착취하지 말라는 의도로 ‘시장을 내버려 두라’고 말한 책입니다. 가장 어려우며 무거운 조건을 걸고요. ‘정의의 법에 어긋나지 않는 한!’


 🏛️ 수전노 - 몰리에르 I 고전5미닛 (5분)
아르파공의 착각이 오늘 우리의 착각은 아닐까?
17세기 프랑스 극작가이자 배우였던 '몰리에르'의 작품으로 돈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아르파공'을 통해 시대의 허위의식과 탐욕을 조롱한 희곡 『수전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무엇이 있습니까? 혹시 모든 것을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하고 계신 것은 아닌지요? 혹시 나는 나도 모르게 돈의 노예가 되어 있지는 않은지 '몰리에르'는 『수전노』를 통해 우리에게 묻습니다.


2022년 올해 개교 13주년을 맞는 유니스트(UNIST, 울산과학기술원)은 세계 10위권의 젊은 대학으로 당당히 자리하고, 이제 세계무대에서도 존재감을 키워 다양한 국제협력을 추진하며 영향력을 확대해나가고 있습니다.  지관서가는 9월 2일부터 산업수도 울산을 대표하는 대학교이자, 과학 분야의 인재들이 모인 교육의 요람인 UNIST 학술정보관에서 함께 합니다!

지관서가는 현재 울산대공원 그린하우스, 장생포, 선암호수공원 그리고 유니스트 4호점까지 열렸습니다. 앞으로 전국 100곳으로 확산할 계획인데요.각 지점별 테마를 중심으로 엄선한 인문 큐레이션을 구비하고 아름다운 카페와 명강의도 들을 수 있는 복합인문공간입니다. 유니스트점의 테마는 '명상'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지관서가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해볼까요? (포스터를 클릭하세요!) 


 ✍️ 맺는 말

오늘 소개해드린 첫 번째 영상에서 영장류 학자인 프란스 드 발은 원숭이 실험을 통해 인간의 공평함에 대한 추구와 불평등에 대한 혐오가 근원적인 감정임을 밝혔습니다이는 협력하는 사회와 관련이 있다고 보았죠.


정치인들은 말합니다. 불평등이 자본주의의 한 부분이며 그저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일 뿐이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에 ‘평등’이라는 전통은 우리 종보다도 오래된 개념입니다. 우리 종을 넘어 다른 영장류에까지 거슬러 올라가죠. 자원을 나누고 모두가 똑같이 가졌는지를 확인합니다. 특히 협동하는 사회라면 말이죠. 사람들은 불평등이 사회의 일부분이라고 하지만 저는 우리가 그렇게 진화하지 않았다고 봅니다. 우리는 나누는 것이 당연한 사회를 만들어 왔습니다.


저는 간절히 바랍니다. 문화인류학자 마거릿 미드가 말한 것처럼 문명의 시작이 부러졌다 붙은 흔적이 있는 다리뼈에 있다면지금 우리 사회가 정말 더불어 살도록 진화하고 개선되어왔다면더 나은 문명의 흔적을 남길 날은 바로 오늘이며 그 주체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이길 바랍니다.

*[휴재 공지] 다음 주 위클리지관은 추석 연휴가 있어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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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호는 9월 21일 수요일에 발행합니다. 평안한 추석 연휴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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