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지관

위클리 지관에서는 평범한 일상속에서 잠시 '멈춤'신호를 받을 수 있는 삶의 물음들을 살펴봅니다. 책, 영화, 강연, 칼럼 등 다양한 컨텐츠를 통해서 매주 하나의 물음을 사유합니다. 매주 수요일,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Vol.67 #새해] 2023 《지혜의 나무》 새해 추천 도서

관리자
2022-12-27
조회수 2328


새해를 맞이하며 새로운 책을 펼쳐보는 건 어떨까요?

2023 지혜의 나무》 새해 추천 도서 5권을 준비했습니다. 

책 속의 문장과 전문가들의 소개로 만나보는 이번 호는 김재인 교수(경희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김홍중 교수(서울대 사회학과), 이현우 작가(서평가 로쟈), 전병근 지식 큐레이터(북클럽 오리진 대표), 전영애 번역가(서울대 명예교수)의 선정 도서와 추천사가 함께 합니다.


📚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13』 (김희영 옮김, 민음사, 2012)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는 유일한 방법: 예술

과자 조각이 섞인 홍차 한 모금이 내 입천장에 닿는 순간, 나는 깜짝 놀라 내 몸속에서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어떤 감미로운 기쁨이 나를 사로잡으며 고립시켰다.
이 기쁨은 마치 사랑이 그러하듯 귀중한 본질로 나를 채우면서 삶의 변전에 무관심하게 만들었고, 삶의 재난을 무해한 것으로, 그 짧음을 착각으로 여기게 했다. 아니, 그 본질은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나는 더 이상 나 자신이 초라하고 우연적이고 죽어야만 하는 존재라고 느끼지 않게 되었다. 도대체 이 강렬한 기쁨은 어디서 온 것일까? 나는 그 기쁨이 홍차와 과자 맛과 관련 있으면서도 그 맛을 훨씬 넘어섰으므로 맛과는 같은 성질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 기쁨은 어디서 온 것일까?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86~87쪽)

주인공 마르셀이 어린 시절을 보내던 마을 콩브레에서 경험한 마들렌 과자 조각이 녹아든 홍차의 맛이 불러일으킨 저 유명한 추억으로부터 전개되는 20세기 최고의 소설 중 하나다. 기억, 시간, 예술, 글쓰기, 사랑, 동성애 등의 주제를 20세기 초반 유럽의 사회상과 엮어가며 전개했다. 마침 올해 김희영 교수에 의해 이 책의 새 번역이 완간된다. ―김재인


📚 옥타비아 버틀러 『씨앗을 뿌리는 사람의 우화』 (장성주 옮김, 비채, 2002)
그대가 변화시킨 모든 것은 그대를 변화시킨다

"세상은 지금도 변하고 있어. 우리 동네 어른들은 전염병에 걸려 싹 사라지지 않은 덕분에, 아직도 과거에 매달려 살아가면서 좋았던 옛 시절이 다시 돌아오길 기다리지. 하지만 세상은 이미 꽤 많이 변했고 앞으로 더 변할 거야. 세상은 늘 변하고 있어. 지금은 조금씩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쉬운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크게 성큼 뛰어넘는 방식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뿐이야." (99쪽)

1993년에 2024년을 배경으로 쓴 미래소설. 우리는 버틀러가 그리는 미래 속에서 살고 있다. 우리의 현재는 누군가의 악몽이다. 우리는 이미 소설 속의 기후 변화, 그리고 그것으로 인한 결정적 파국을 예기(期)하고 있다. 종말 속에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아침을 먹고, 일기를 쓰고, 더 나은 삶을 꿈꾼다. 그러나, 그런 마음들의 애틋한 희망과 무관하게 우리에게 다가오는 물리적 파국의 세계. 무슨 씨앗을 어디에 뿌려야 하는가? ―김홍중


📚 에이미 추아 『정치적 부족주의』 (김승진 옮김, 부키, 2020)
정치 역학으로 살펴보는 집단 본능

오늘날 좌파 학자들 사이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개념 중에 ‘교차성(intersectionality)’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억압에 다양한 축이 동시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뜻한다. 25년도 더 전에 이 말을 처음 만든 컬럼비아대학교 법학 교수 킴벌리 크렌쇼(Kimberle Crenshaw)는 ‘흑인 여성’의 경험이 전형적인 ‘여성의 경험’에도, 전형적인 ‘흑인의 경험’에도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흑인 여성의 주장이 종종 페미니스트 운동과 반인종주의 운동 모두에서 배제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
하지만 1990년대에 매우 획기적이었던 ‘교차성’ 개념은 오늘날 잘못 해석되고 있고 원래의 의도와 다르게 쓰이고 있다. 2017년에 크렌쇼 본인이 말했듯이, 이제 그것은 사람들을 인종, 민족, 젠더, 성적 지향 등의 교집합에 따라 점점 더 특수한 하위 집단으로 계속 가르면서 ‘한마디로 스테로이드를 주입한 듯 초강력해진 정체성 정치’가 됐다. (231~232쪽)

중국계 미국인으로 예일대 로스쿨 교수인 저자는 전세계 민족 갈등을 다룬 『불타는 세계』로 명성을 얻었다. 『정치적 부족주의』는 그 연장선상에서 '정치적 부족주의'를 화두로 하여 베트남과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베네수엘라 등 여러 나라의 정치적 지형과 갈등의 원인을 명쾌하게 설명하고 그간의 오해와 편견을 교정한다. 미국 독자들을 겨냥하여 쓰인 책이지만, 우리의 정치 현실을 이해하는 데에도 유익한 시사점을 제공해준다. 아울러 현재의 세계정세와 여러 분쟁지역을 이해하는 안목도 길러준다.―이현우


📚 제임스 윌리엄스 『나의 빛을 가리지 말라』 (박세연 옮김, 머스트리드북, 2022)

주의(注意)는 주권(主權)이다


21세기가 시작될 무렵, 새롭고 놀라운 설계된 요소들(정보와 통신 기술)이 인간 삶을 바꿔놨다. 우리의 일상적인 경험과 상호 교류, 그리고 사고방식과 습관은 이제 그 새로운 발명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러한 기술이 내부적으로 작동하는 방식은 많은 이들이 그것을 마술과 구별할 수 없을 만큼 신비롭다. 우리는 그 새로움과 위력에 깜짝 놀라면서 그것을 찬탄하고 신뢰한다. 그러한 발명의 창조자들이 주장하듯이 그 기술은 우리를 안내하고, 우리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도록 돕기 위해 설계되었다. 우리는 그 놀라운 발명이 우리 편이라 기꺼이 믿는다. 알렉산드로스가 디오게네스에게 건넨 제안처럼 우리는 우리 시대 젊은 권력자, 즉 디지털 알렉산드로스가 우리 삶에 스며들어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제안에서 우리에게 친숙한 어떤 제국적인 낙관주의를 발견하게 된다. (24쪽)

오늘날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테크 기업들은 우리에게 숱한 편익을 주지만 동시에 끊임없이 주의를 빼앗고 소비하는 수동적 삶에 길들여지게 한다. 구글에서 광고 전략가로 일하다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옥스퍼드대로 가서 철학적 성찰에 매진한 저자가 깊이 있는 진단과 대처 방안을 제시한다. 알렉산더 왕에게 “햇빛을 가리지 말라”고 했던 디오게네스처럼 디지털 시대 자유인으로 살기 위한 지침서다.―전병근


📚 이한우 『논어로 논어를 풀다』 (해냄, 2012)
사람이 사람다워지기 위한 道(도)

공자는 말했다. “군자는 다투는 바가 없으나 반드시 활쏘기에서는 경쟁을 한다. 상대방에게 읍하고 사양하며 올라갔다가 내려와 술을 마시니 이러한 다툼이 군자다운 것이다.”
조선 시대 때도 大射禮(대사례)는 국가 차원의 의례였다. 이에 관해서는 조선의 학자군주 正祖(정조)의 풀이가 참고할 만하다. “다툼[爭]은 힘을 통한 승부를 겨루는 것이 아니라 바로 心力(심력)을 견주어보는 것이니, 다툼과 유사한 점이 있지만 실제로는 다투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논어』에 ‘그 다툼이 군자답다’고 한 것이다. 맹자가 이르기를 ‘자기를 이긴 자를 원망하지 않고 돌이켜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는다’고 하였으니 맹자의 이 말은 바로 『논어』의 이 장에 대한 풀이라 하겠다.”(『홍재전서』)
정리하자면 이 장은 활쏘기의 사례를 통해 승부[質]과 격식[文]이 잘 조화된 禮(예), 즉 大射禮(대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八佾(팔일) 16’도 함께 논의하는 것이 禮樂(예악)의 文質(문질) 문제를 살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3편 「八佾(팔일) 7」 중에서

가끔 펴서 조금만 읽으려다가도 후딱 몇백 쪽을 읽게 되는 책이다. 토가 달린 한문 원문과 국역 그리고 해설이 있는데, 번역이 좋은 국역만 읽다가 원문과 대조하여 새겨보게 되고, 더 알고 싶거나 의문이 생기면 해설까지 읽게 된다. 깊은 연구와 필력이 바탕이 된 우리 시대 논자의 해설을 통해 『논어』 전체가 선명해진다. 모든 종교 너머, 우리 몸이 체득한 윤리를 선명한 언어로 읽는다는 기쁨이 크다.―전영애


✍️맺는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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