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지관

위클리 지관에서는 평범한 일상속에서 잠시 '멈춤'신호를 받을 수 있는 삶의 물음들을 살펴봅니다. 책, 영화, 강연, 칼럼 등 다양한 컨텐츠를 통해서 매주 하나의 물음을 사유합니다. 매주 수요일,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Vol.69 #연대] 연대는 모험과 사랑을 동반한다



이번 호 주제는 ‘연대’입니다. <오늘의 서가>는 해외 소설들에서 보이는 연대에 집중했습니다. '로쟈'라는 필명으로 알려진 이현우 서평가의 추천 도서와 추천사가 함께 실립니다. 또 <함께 보면 좋은 영상>은 연대와 공동체의 의미를 숙고할 수 있는 콘텐츠로 준비했습니다.


📚 『허클베리 핀의 모험』 마크 트웨인 (김욱동 옮김, 민음사, 2000)
연대는 모험을 동반한다

"좋아, 난 지옥으로 가겠어." 그러고는 편지를 북북 찢어 버렸습니다. 

그것은 끔찍스런 생각이었고 무서운 말이었지만 벌써 입 밖으로 내뱉고 말았습니다. (...) 다시 나쁜 짓을 하기로 하자고 했습니다. 나란 놈은 자라나기를 그런 식으로 자라났으니 나쁜 짓이 내 천성에 맞고, 착한 일은 그렇지 않다고 말입니다. 맨 첫번째 일로 나는 짐을 다시 한번 노예 상태에서 훔쳐 내자, 아니 그보다 더 나쁜 일을 생각해 낼 수 있다면 그것도 하겠다고 다짐했지요. 나쁜 짓을 하기로 한 이상, 더구나 끝까지 하기로 한 이상, 철저하게 해내는 것이 좋을 테니까요. (482쪽)

 흔히 『톰 소여의 모험』과 짝이 되는 소설로 알려져 있지만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톰 소여』를 넘어서 세계문학의 이념을 구현하는 소설로 우뚝 선다. 미시시피강을 따라 내려가는 뗏목에서 헉과 도망노예 짐은 나이 차이를 넘어서 진정한 친구가 되며 하나의 유토피아적 공동체를 이룬다. 짐을 도망노예로 고발하는 대신에 지옥에 가기로 마음먹는 헉 핀의 모습에서 우리는 세계문학의 한 전범을 읽는다. ―이현우 서평가

이 작품 첫머리에는 경고문이 붙어 있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어떤 동기를 찾으려고 하는 자(者)는 기소할 것이다. / (...) 교훈을 찾으려고 하는 자(者)는 추방할 것이다. / (...) 플롯을 찾으려고 하는 자(者)는 총살할 것이다.
'소설을 소설로 즐기라'는 저자의 장난스럽고도 진지한 말이지만, 단순히 유흥으로 즐기기에는 이 작품의 함의가 큽니다. 이 작품은 『톰 소여의 모험』과 함께 19세기 미국 사회상에 대한 풍자와 해학을 재기발랄하고 익살스런 입담으로 표현한 악하지 않은 악한소설(惡漢小說, Picaresque Novel)입니다. 다채롭고 매력적인 인물들 그리고 에피소드식 모험담으로 오늘날까지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죠.
톰과 함께 강도들이 숨겨놓은 보물을 발견해 큰 부자가 된 허클베리 핀(이하 '헉 핀'). 그는 더글러스 과부댁의 양자로 살아가지만, 지엄한 기독교 윤리관을 견디지 못하고 톰과 함께 어설픈 강도단을 만들어 말썽을 피우며 지냅니다. 하지만 헉이 부자가 됐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주정뱅이 아버지가 그를 겁박하죠. 헉은 기지를 발휘하여 자신의 '가짜 죽음'으로 아버지에게서 탈출하고 아무도 살지 않는 잭슨 섬에 자리를 잡습니다. 이후 헉을 살해한 용의자로 지목된 흑인 노예 짐이 잭슨 섬으로 숨어들고 헉과 짐은 뗏목을 타고 남쪽으로 모험을 시작합니다.
폭풍에 휘말리고, 목조 주택에서 방금 죽은 사람을 발견하고, 방울뱀에 물리기도 하고, 난파선에서 갱단의 배를 탈취하고, 여자아이로 분장하여 마을을 염탐하고, 뗏목이 난파되지만 위기를 모면하고, 두 집안의 복수혈전에 휘말리며, 사기꾼 '왕'과 그의 패거리들과 동침을 하다가... 나중에는 톰 소여와 다시 만나 진정한 친구 짐을 위한 계획을 실행합니다. 특히 재밌고 감동적인 부분은 모험을 함께한 짐을 노예 상태에서 해방시키기 위해 "좋아, 난 지옥으로 가겠어."라고 선언하는 부분입니다.
오늘날에도 어떤 연대는 정언명령과 인습 그리고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모험을 동반합니다. 당신은 소중한 누군가를 위해 '지옥'으로 모험할 수 있는 용기가 있나요?

📚 『컬러 퍼플』 앨리스 워커 (고정아 옮김, 문학동네, 2020)
보라, 모든 멍 자국과 신을 넘어선 사랑의 연대를

엄마가 저한테 첫아이에 대해 물었어요. 누구 아이니? 저는 하느님의 아이라고 했어요. 저는 다른 남자는 알지도 못하고 뭐라고 해야 할지도 알 수 없었어요. 아픔이 밀려오더니 배가 뒤틀리면서 아기가 주먹을 입에 문 채 제 거시기를 찢고 나왔을 때, 저는 깃털로만 건드려도 쓰러질 것 같았어요.
아무도 우리를 보러 오지 않아요.
엄마는 병이 점점 깊어가요.
마침내 엄마가 물었어요. 아기는 어디 갔니?
저는 하느님이 데려갔다고 말했어요.
아빠가 데려갔어요. 제가 자고 있을 때 아빠가 데려가버렸어요. 숲으로 데려가서 죽였어요. 할 수 있다면 이 아이도 죽일 거예요. (16쪽)
앨리스 워커의 퓰리처상 수상작인 『컬러 퍼플』은 미국의 흑인 여성이 처한 이중적 착취를 고발한다. 백인에 의한 차별에 더하여 흑인 남성에게도 차별적 대우를 받기에 그것은 이중적 착취다. 절망과 고통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가던 주인공 셀리는 남편의 연인이기도 한 여가수 슈그와의 만남을 통해서 그녀는 자신의 존재와 능력을 새롭게 발견한다. 여성들 사이의 사랑과 연대를 통한 각성과 자기 발견을 다룬 『컬러 퍼플』은 우머니즘(흑인여성해방)의 견본이다. ―이현우 서평가
작가 앨리스 워커가 경험한 흑인 여성의 삶이 짙게 베어든 이 작품은 주인공 셀리가 '하느님'에게 보내는 편지, 여동생 네티와 주고받는 편지로 진행됩니다. 지적인 말하기나 화려한 수사 없이 오로지 경험과 생각을 눌러쓴 셀리의 글은 둘러싼 가부장제와 인종차별에 따른 압박감과 절망감이 느껴지죠. 위에 처음 인용한 편지에서 알 수 있듯, 셀리는 열네 살에 아버지의 아이를 두 번이나 임신했고 첫째 아이는 아버지 손에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도망친 여동생의 애인과 사랑 없이 결혼하게 되죠. 하지만 자신의 남편이 '슈그'라는 자유분방하고 사납지만 연약한 여성을 집에 들이면서 그녀들은 서로 사랑하게 됩니다. 이외에도 작중 흑인 여성들이 각자의 곡절로 생긴 편견을 넘어 서로에게 공명하며 연대하는 모습에서는 기독교적 구원과는 다른 '보랏빛 신성'이 깃듭니다.
또한 셀리가 편지에 'OO 씨', 'OO 목사'라고 쓰는 아버지와 다른 남성들의 이름은 셀리가 그들을 바라보는 두 눈처럼 수탈당하여 비어 있는데요. 그 남자는 기독교의 백인 신이기도, 가부장제의 아버지이기도, 존재를 억압하는 남성성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셀리는 아래에 인용한 슈그의 말을 듣고 더 이상 하느님에게 편지하지 않죠.

그 남자는 모든 걸 망쳐. 슈그가 말했어. 남자는 오트밀 상자에도, 우리 머릿속에도, 라디오방송에도 넘쳐나. 그리고 우리에게 자신이 어디에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려고 해. 그 남자가 어디에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그가 신이라고 생각하게 돼. 하지만 그는 신이 아니야. 기도하려고 할 때 머리에 그 남자가 떠오르면 꺼지라고 말해. 대신 꽃, 바람, 물, 바위를 생각해. (261쪽)

셀리가 바랐던 사랑이란, 자신이 바라지 않은 한계를 넘어서는 궁극의 사랑이었습니다. 그 누구의 폭압도 차별도 넘어선 사랑. 자신에 생에 대한 사랑 말입니다. 그것을 알아보는 계기는 두 눈이 사랑으로 가득 차 흘러넘치는 계시의 순간, 인생의 영적 차원에 들어서는 일일 것입니다.
1982년 출간된 『컬러 퍼플』은 성차별과 인종차별을 통찰력 있게 담아냈고 기존 종교에 없던 사랑의 신성을 이 작품으로 제시하며 미국도서상과 퓰리처상을 받았습니다. 또한 1986년 동명 영화로도 제작되어 많은 찬사를 받았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하고 우피 골드버그, 대니 글로버, 오프라 윈프리, 마가렛 에이버리가 출연하는 명작이죠. 보라색 하트를 클릭하면 영화 소개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제르미날 1~2』 에밀 졸라 (강충권 옮김, 민음사, 2022)

노동 연대의 발아(germination)


그는 동료들과 함께 그 안에 쪼그려 앉았고 케이지는 다시 가라앉았다. 그러더니 사 분이 될까 말까 싶은 사이에 다시 솟아 올라와 한 차분의 사람들을 또 집어삼켰다. 삼십 분 동안 수갱은 광부들이 내리는 광차 탑재대의 깊이에 따라 더 탐욕스런 혹은 덜 탐욕스런 아가리로 그렇게 사람들을 집어삼켰다. 항상 허기진 듯 민중 전체를 소화시킬 수 있는 그 거대한 창자들은 끊임없이 움직였다. 수갱은 사람들로 채워지고 또 채워지고 암흑은 죽어 있는 듯했으며, 케이지는 여전히 조용하고 게걸스럽게 텅 빈 곳에서 올라왔다. (1권 45쪽)


수갱 깊은 곳에서 하나의 군대가 자라나고 있으며, 그 씨앗이 싹트면 햇빛 찬란한 어느 날에 땅을 뚫고 솟아날 시민들로 성장할 것이다. (1권 436쪽)

근대 산업화와 함께 노동계급이 형성되고 동시에 노동문학도 탄생한다. 유럽의 노동문학 정점이 졸라의 『제르미날』이다. 19세기 후반 프랑스 전역에서 벌어진 탄광파업을 면밀히 취재하고 집필한 이 소설에서 졸라는 노동의 현실과 착취구조, 노동자들의 파업과 이에 맞서는 자본의 책략까지 노동문학의 모든 것을 담아낸다. 노동운동의 핵심이 노동계급의 각성과 연대투쟁에 있다면 『제르미날』은 여전히 문학적 모범답안이다.―이현우 서평가

  

📺 양극화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공동체의식의 중요성 -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I tvN STORY (17분)

언어학자, 생태환경운동가, 지역 경제운동가인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헬레나는 자신이 만났던 그 누구보다 히말라야 고산지대에 사는 라다크인들에게서 진정한 행복을 배웠다고 합니다. 라다크인들은 자연과의 관계와 공동체주의 그리고 검약 정신으로 삶의 행복을 느끼죠. 헬레나는 세계화에 따라 다국적 기업에 더 많은 권한이 이양되면서 인본적 가치가 경제 논리로 환원되는 현상이 만연해졌다고 진단하며 공개토론과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주창합니다. 실제로 세계는 시장 논리에 따라 ‘자본-자재-노동’을 분리하고 그 역할에 집중해왔습니다. 하지만 노동력과 원자재를 제공하는 국가에서는 문화적, 생물학적 다양성 파괴가 심화되었고 자본이 있는 국가 내부에서는 양극화와 경쟁이 심화되었죠. 이는 역사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환경, 경제, 국가 및 인종 갈등 격화 등으로 번졌습니다. 물론, 세계화는 긍정과 부정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다면적이고 복합적인 현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헬레나가 『오래된 미래』에서 말했듯,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세계화에 대한 숙고와 반성을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도모해야 하지 않을까요?


📺 나는 당신이 필요합니다 : 연대에 대하여 - 서천석 행복한아이연구소 소장 I 세바시 (15분)

오늘날에는 대가족 공동체가 분담하던 일을 대부분 부모가 떠맡습니다. 국가의 복지 정책이나 지역 단체에 가입하지 않는 이상 다른 공동체는 개인에게 도움을 주지 않죠. 서천석 소장은 의지할 곳 없는 삶이란 마치 난간 없는 다리를 걷는 것과 비슷하다며 우리는 공동체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더 많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혼자 생존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 개인이 모여 오늘날의 사회를 이루고 있기에 타인과의 연대는 그만큼 더 절실해졌다고요. 경쟁에서 뒤처지거나 위기를 모면하지 못한 사람을 보며 ‘나만 아니면 돼. 저 사람이 약해서 그런 거야. 내가 강해서 살아남은 거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많습니다. 타인이 겪은 절망적인 상황은 언제든 우리를 덮쳐올 수 있죠. ‘나 혼자는 약하고 외롭다’는 자각, 이것은 부끄러움이나 연약함을 드러내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연대를 향한 최초의 인식, ‘함께하면 강하고 행복하다’는 공동체의식의 출발선인 것이죠.


🏛️ 삼총사 - 알렉상드르 뒤마 I 고전5미닛 (5분)

모두는 하나를, 하나는 모두를 위하여!
출간 당시부터 지금까지 청소년의 필독서로 각광을 받아온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는 극작가 출신인 '뒤마'의 재능이 유감없이 발휘된 역사소설로 영화만 해도 무려 20여 편에 이릅니다. 또한 만화, 뮤지컬, 연극 등 전 장르로 각색되어 160년간 전 세계인의 뜨거운 사랑을 받은 고전입니다. 주인공 '다르타냥'과 삼총사의 우정과 모험을 그린 흥미로운 모험담, 그리고 17세기 프랑스의 역사적 상황까지 생생하게 그려낸 『삼총사』의 이야기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맺는말
당신은 누구와 혹은 무엇과 연대하고 계시나요? 혹은 무엇과 연대하고 싶으신 가요?
답이 어렵다면, 당신 자신과의 관계가 어떠한 연대를 통해 형성되고 유지되는지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요? 그것은 분명 삶의 감각과 의미를 회복하는 일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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