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지관

위클리 지관에서는 평범한 일상속에서 잠시 '멈춤'신호를 받을 수 있는 삶의 물음들을 살펴봅니다. 책, 영화, 강연, 칼럼 등 다양한 컨텐츠를 통해서 매주 하나의 물음을 사유합니다. 매주 수요일,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VOL.151] 가을이 오면, 어떤 책을 읽으시겠어요?

이치훈
2024-08-07
조회수 240


절기상으로는 가을에 들어서는 날(입추 立秋, 8월 7일)임에도, 현실의 계절은 아직 여름 한 가운데 머물러 발을 떼지 못하는 듯합니다. 찜통더위와 갑작스런 소나기, 무겁고 습한 바람이 번갈아 가며 대기를 채웁니다. 요즘, 여러분의 몸과 마음의 날씨는 어떠하시나요? 자연의 일부이자 더불어 공생하는 우리 몸과 마음은 자연의 환경에 적잖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창밖의 날씨가 유난을 부릴 때일수록 스스로 몸과 마음의 온도를 잘 지키고, 습해지거나 메마르지 않도록 안으로 두루 살펴야겠습니다.


가을이 오면, 어떤 책을 읽으시겠어요?

비영리 재단법인 플라톤 아카데미의 주요 사업이자 재단 설립 초창기부터 독서 문화 확산 사업으로 공을 들여온 《지혜의 나무》는 인류가 수천 년에 걸쳐 삶의 뿌리가 되는 인문학과 인문 정신을 추구하며 맺어온 지혜의 열매들을 세상에 나누고 함께 누리고자 시작된 ‘인문 도서 프로젝트’입니다. 현재는, 5인의 인문학 전문가가 인생의 화두와 인문학적 사유를 책으로 매개하여 반기마다 ‘인생 테마’를 선정하고, 그에 따른 대중을 위한 ‘인문 도서’를 고전과 신간, 국내 도서와 해외 도서, 난이도 등을 고려하여 20권씩 추천하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내일의 민주주의"

2024년 1월에 공개된 상반기 《지혜의 나무》의 ‘인생 테마’는 “기술 시대”였습니다. 인간이 만든 기술이 인간을 압도하는 기술 문명의 시대에 들어선 인간은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하는 근원적이고도 다급한 고민을 기술 시대의 예술과 일, 존엄과 인간다움, 위기라는 소주제별 추천 도서들을 통해 깊이 있게 살펴보았습니다.


2024년 하반기 《지혜의 나무》 ‘인생 테마’는 “내일의 민주주의”입니다. 상반기 추천 도서들을 통해 우리가 처해있는 현시대를 두루 살펴보았다면, 이제 우리가 몸과 마음을 이끌고 실제로 살아가는 현 사회를 깊게 들여다보고 성찰하기 위해서 "내일의 민주주의"라는 화두를 던집니다. 현재 우리가 안고 또한 앓고 있는 불균형, 파편화, 단절, 고립,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은 결국 개인을 벗어난 사회의 문제이며, 이러한 사회 공동의 문제는 결국,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실천하는 인간 활동인 ‘정치’의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겠습니다. 하반기 《지혜의 나무》는 국내외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살펴보고, 표류하는 민주주의의 바람직한 방향과 질서를 함께 고민하고자 합니다.



"내일의 민주주의" 인생 테마 아래,
자문위원별 소주제를 분류하여 책을 추천, 소개합니다.

김재인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교수는 “민주주의와 시민의식”이라는 주제로, 사회 현실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한국 사회의 내일을 제안하는 박동천의 <깨어있는 시민을 위한 정치학 특강>, 산업사회가 낳은 인간의 노동으로부터의 소외를 통렬하게 비판하며 현대인들에게 ‘행복해지려면 게을러지라’는 처방을 내리는 버트런드 러셀의 <게으름에 대한 찬양>, 현대 민주주의를 정립한 정치 철학의 고전서 존 로크의 <통치론>, 소록도를 배경으로 4ㆍ19 혁명에서부터 경제개발 독재 시기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권력과 자유, 개인과 집단, 사랑과 공동체 문제를 다룬 이청준의 장편소설 <당신들의 천국>을,


김홍중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민주주의의 성찰”이라는 주제로, 민주주의에 대한 통념과 상식, 관념을 뒤흔들며 철학적 성찰을 제공하는 고병권의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의 근본적 원인을 영성의 부재로 진단하고 민주주의의 영성을 고찰한 김상봉의 <영성 없는 진보>, 인공지능이 여론을 수집하고, 정책을 결정하는 새로운 민주주의를 구상하며 다양한 혁신적 대안을 제시하는 나리타 유스케의 <22세기 민주주의>, 동물의 권리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전개하면서 동물을 ‘정치적 주체’라고 선언하며,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사회를 위한 철학적/실천적 지침을 제시하는 하코린 펠뤼숑의 <동물주의 선언>을,


이현우(로쟈) 서평가는 “민주주의의 불만”이라는 주제로,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와 곤경의 원인을 진단하고 대책을 제안하는 마이클 샌델의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 미국 민주주의를 해부하며 정치가 극단주의 세력을 묵인하고 방조할 때 어떤 결과가 빚어지는가를 경고하는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의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 한국 사회의 미숙성을 신랄하게 질타하는 한국 현대문학의 대표 고전 소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정부가 매년 발표하는 산업재해 통계 뒤에 가려진 노동자들의 절망과 아픔, 남겨진 이들에게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삶과 투쟁을 17명의 인물, 20여 차례의 만남, 50여 시간 분량의 목소리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낸 이철의 <산재 일기>를,


이현진 문화예술사업 사단법인 와우컬처랩 대표는 “민주주의와 돌봄”이라는 주제로, 현대 민주주의를 돌봄의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한 조안 C. 트론토의 <돌봄 민주주의>, 간병과 돌봄의 무게를 홀로 감당하는 두 주인공이 벼랑 끝에 내몰린 현실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연대하여 희망의 빛을 찾아가는 문미순의 소설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요양보호사인 엄마와 비정규직 시간강사인 딸, 딸의 동성 애인, 치매 노인 '젠'이라는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타인을 이해하는 행위의 한계와 가능성이 서로 갈등하며 발전하는 모습을 깊이 있게 보여주는 김혜진의 <딸에 대하여>, 현대 사회의 불평등과 돌봄의 문제를 아이들의 시각에서 조명하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돌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브래디 미카코의 <아이들의 계급투쟁>을,


전병근 지식큐레이터는 “민주주의와 공동체”라는 주제로, 미국 사회의 분열과 대립의 경험을 거울삼아 민주주의의 기반으로서 ‘마음'의 중요성을 조언한 파커 J. 파머의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아메리카 합중국에 대한 관찰을 통해 민주주의 사회의 평등과 자유를 고찰하는 알렉시 드 토크빌의 <아메리카의 민주주의 2>, 팬덤 정치의 기원과 형성 과정, 작동 구조와 논리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박상훈의 <혐오하는 민주주의>, 우리 현대사의 굴곡과 파란을 온몸으로 살아온 작가 황석영이 몸으로 써 내려간 자전적 기록인 <수인 1, 2>을 추천하고 소개합니다.


Max Richter - All Human Beings (Official Music Video by Yulia Mahr)

1990년 10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그해 크리스마스 날 밤, 레너드 번스타인은 세계 각국 출신의 단원들로 구성된 악단과 함께 콘체르트하우스에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연주합니다. 여기에 동서독 시민들이 한데 어우러져 통일의 뜻에 힘을 모았습니다.


현대의 대표 미니멀리즘 작곡가인 막스 리히터는 2020년, 전 세계적으로 증식한 갈등과 불안에 맞서, 70여 년 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에 쓰인 “세계인권선언문”을 바탕으로 10년간 작곡한 신보 음반 [VOICES]를 세상에 꺼내놓았습니다. 위에 공유한 "All Human Being"은 앨범의 스무 개의 트랙 중 첫 번째 곡으로 선언문 제정위원회 회장이었던 엘리너 루스벨트의 선언문 낭독으로 시작합니다. 작곡가는 컴컴한 암흑의 시대에 쓰였음에도 희망을 품고 있는 선언문의 글과, 첼로와 더블베이스의 큰 비중을 두어 어둡고 무거우나 고요히 흐르는 자신의 음악을 통해 현재 인류가 처한 이 어두운 시대에 나지막한 희망을 건네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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