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한 여름날의 무더위 속을 시원한 소나기처럼 적셨던 17일 간의 지구촌 축제였습니다. 제33회 2024 파리 하계 올림픽 대회가 지난 12일 새벽(한국 시각), 할리우드 영화배우 톰 크루즈가 그의 출연작 ‘미션 임파서블’의 한 장면처럼 경기장 지붕에서 로프를 타고 내려와, 오륜기를 오토바이에 꽂은 뒤 경기장 밖 에펠탑을 배경으로 질주해 사라지고, 다시 오륜기가 미국 스포츠 스타의 손으로 건네지는 퍼포먼스와 함께 4년 뒤 LA 올림픽을 기약하며 대장정의 막을 내렸습니다. |
Copyright 2024. Natacha Pisarenko/AP Photo All Rights Reserved. |
Ouvrons Grand les Jeux, Games Wide Open, 완전히 개방된 대회 |
1900년, 1924년에 이어 100년 만에 세 번째 개최된 2024 파리 올림픽은 ‘완전히 개방된 대회(Ouvrons Grand les Jeux)’를 슬로건으로 내걸며, 128년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경기장이 아닌 외부로, 파리 중심을 가로지르는 낭만의 장소 센강에서 대표단 선수들을 태운 보트 85척이 수상 퍼레이드를 열며 화려히 막을 열었습니다. ‘세계 문화 예술의 도시’답게 에펠탑, 콩코르드 광장, 베르사유 궁전, 튈르리 정원,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노트르담 대성당 등 파리 도심의 세계적 명소들이 모두 경기장이 되고 행사장이 되었습니다. 에펠탑 앞에서 비치발리볼을, 앵발리드 군사박물관에서 양궁을,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기념하며 그랑팔레 미술관에서 펜싱과 태권도가 열렸습니다. |
2024 파리 올림픽 포스터는 프랑스 일러스트레이터 위고 가토니(Ugo Gattoni)가 디자인했습니다. ⓒ Paris 2024.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의 직격탄으로 일정 1년 연기와 전체 경기의 97% 무관중 경기로 진행하며 땀 흘리며 뛰는 선수들과 지켜보는 시청자들까지 적막한 분위기 속에서 힘없이 치러야 했던 2021년 도쿄 올림픽의 풍경을 하얗게 지우듯이, 파리에서는 활짝 열린 경기장에 전 세계에서 찾아온 사람들이 관중석을 가득히 채우고, 곳곳에서 우렁차고 열기 띤 환호가 터져 나왔습니다. 그 뜨거운 소리에 힘입은 206개국 10,500명의 선수는 온 힘을 다해 최고의 경기를 만들었습니다.
뜨겁고 아름다웠던 만큼, 아쉽고 불미스러운 그림자도 뒤따랐는데요. 개회식에서 한국 선수단을 '북한'으로 잘못 소개하기도 하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연상시키는 드래그 퀸(여장남자) 공연으로 종교계의 반발과 빈축을 사기도 했습니다. 또, 폭우로 인한 수질 악화로 센강에서의 마라톤 수영과 철인 3종 훈련을 취소해야 했고, '지속가능성'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며 ‘저탄소' 실천을 위해 선수단은 에어컨 없이 따로 냉방 장치를 공수해야 했고 셔틀버스 내에서도 에어컨 미작동과 뿐만 아니라 창문까지 테이프로 봉쇄되어 많은 선수의 불만이 제기되었습니다. |
그럼에도 흥미롭고 가슴 뛰게 하는 순간들이 더 많이 기억 속에 남았습니다.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정식 종목 채택된 ‘브레이킹 종목’에서 한국계 캐나다인 비보이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남북한 탁구 선수들이 나란히 시상대에 올라 휴대전화를 들고 함께 기념 셀카를 찍는 모습도 잊지 못할 명장면이었습니다. 또한,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단 팀코리아는 ‘1976 몬트리올올림픽’ 이후 가장 작은 규모로 출전했음에도 ‘2008 베이징올림픽’ 이후 최고의 성적을 올리면서 13개의 금메달을 포함해 모두 32개의 메달을 따내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었는데요. 금메달 13개 가운데 10개가 국제 무대 경험이 적은 2000년생 Z세대가 이뤄낸 성과였던 만큼, 뉴페이스들의 눈부신 활약은 2주가 넘는 기간 동안 대한민국의 밤을 뜨겁게 달구고 밤마다 들썩이게 했습니다.
저마다 이번 파리 올림픽을 기억하며 손꼽는 명장면이 다를 텐데요, 17일간의 대장정 중 어떤 장면이 가슴에 선명하게 남아있으시나요? |
야경 버전의 셀레브레이션 에디션 포스터 ⓒ Paris 2024. |
이번 파리 올림픽은 ‘올림피즘(Olympism)’ 즉, 올림픽 정신을 처음 주창했던 교육가 피에르 드 쿠베르탱(Pierre de Coubertin, 1863~1937)의 모국에서 열려 더욱 의의가 컸습니다.
쿠베르탱은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로마 귀족 출신 남작으로, 명문 귀족답게 생시르 육군 유년학교에 입학했으나 독일을 공공연한 적으로 가르치는 교육과 지식 교육 중심의 교육 제도를 반대하며 16세에 중퇴를 하고, 정치가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며 영국과 미국으로 유학길에 오릅니다. 그는 유학 중에 19세기 후반 영국의 교육 체제를 보며 엄청난 충격과 감화를 받고, 자유롭고 열정적인 영국 청소년 교육의 중심이 ‘스포츠’에 있다는 데 크게 공감했습니다. 따라서, 그 스포츠 이념을 모국에 이식하고자 1886년부터 수년간 프랑스 교육부에 스포츠의 중요성을 건의하고 수많은 시도를 하였지만, 보수적인 프랑스의 교육 체제는 그를 이단자로 취급하였습니다. 이에 굴하지 않고, 쿠베르탱은 '건전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과 ‘공정한 결과에 승복하는 청소년 인격 형성’과 ‘세계 평화 이바지 정신’의 올림픽을 꿈꾸며, 결국 1894년 12개국 79인의 대표자들과 함께 IOC(국제올림픽위원회, 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를 결성했고, 2년 뒤 고대 올림픽 경기의 연고지인 그리스의 아테네에서 제1회 올림픽 대회를 개최하게 됩니다.
흥미롭게도, 아테네에서의 제1회 올림픽 대회의 경기 종목 수는 고작 9개 종목(육상, 사이클, 펜싱, 테니스, 체조, 역도, 레슬링, 사격, 수영)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올림픽 발전의 역사를 종목 변천의 역사라고도 할 만큼, 여러 종목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중에는 꽤 황당하고 잔인한 종목들도 있었는데요. 1900년 제2회 파리 올림픽에는 비둘기 사격과 비둘기 레이싱이 있었고 또한, 제한 시간 동안 누가 더 많은 푸들의 털을 깎느냐를 겨루는 푸들 털 깎기 종목도 있었습니다. 당시, 프랑스의 여성 농부가 2시간 동안 17마리의 푸들 털을 깎아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요. |
[같이 찾는 인생 가치, 인생교과서] EP7. 삶을 바꾸는 행복한 몸의 비밀 (강준호 교수) |
대학의 시초 ‘아카데메이아’의 창설자인 철학자 플라톤도 고대 올림픽에 출전하여 금메달을 두 번이나 목에 걸 만큼 뛰어난 레슬링 선수였다고 합니다.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현대인에게 마음의 건강만큼 중요한 것이 몸의 건강이라 설하며, 지덕체(知德體)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몸의 역할을 중요시한 ‘체덕지(體德知)’를 강조합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공식적으로 설명한 올림픽 정신에서도 체덕지(體德知)의 가치가 선명히 드러납니다. ‘스포츠에 의한 인간의 완성과 경기를 통한 국제 평화의 증진’
건강한 몸에서 나아가 ‘행복한 몸’을 강조하는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 강준호 교수에 따르면 몸은 삶의 실체이며, 모든 과거의 축적이자 오늘 표상이며 미래 나의 일부입니다. 행복이 자기 삶의 만족감을 뜻한다면, 행복한 삶은 바로 행복한 몸에서부터 비롯된다고 설명합니다. 건강한 마음, 행복한 삶을 위해 우리는 몸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요? 위 공유해 드린 강준호 교수의 <삶을 바꾸는 행복한 몸의 비밀> 강연 영상을 통해, ‘행복한 몸’에 대한 이해와 '행복한 삶'을 위한 실천법들을 얻어가시면 좋겠습니다. |
인문 큐레이션 레터 《위클리 지관》 어떠셨나요? 당신의 소중한 의견은 저희를 춤추게 합니다🤸♂️ |
(재)플라톤 아카데미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2길 19 SK에코플랜트 15층 수신거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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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한 여름날의 무더위 속을 시원한 소나기처럼 적셨던 17일 간의 지구촌 축제였습니다. 제33회 2024 파리 하계 올림픽 대회가 지난 12일 새벽(한국 시각), 할리우드 영화배우 톰 크루즈가 그의 출연작 ‘미션 임파서블’의 한 장면처럼 경기장 지붕에서 로프를 타고 내려와, 오륜기를 오토바이에 꽂은 뒤 경기장 밖 에펠탑을 배경으로 질주해 사라지고, 다시 오륜기가 미국 스포츠 스타의 손으로 건네지는 퍼포먼스와 함께 4년 뒤 LA 올림픽을 기약하며 대장정의 막을 내렸습니다.
Ouvrons Grand les Jeux,
Games Wide Open,
완전히 개방된 대회
1900년, 1924년에 이어 100년 만에 세 번째 개최된 2024 파리 올림픽은 ‘완전히 개방된 대회(Ouvrons Grand les Jeux)’를 슬로건으로 내걸며, 128년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경기장이 아닌 외부로, 파리 중심을 가로지르는 낭만의 장소 센강에서 대표단 선수들을 태운 보트 85척이 수상 퍼레이드를 열며 화려히 막을 열었습니다. ‘세계 문화 예술의 도시’답게 에펠탑, 콩코르드 광장, 베르사유 궁전, 튈르리 정원,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노트르담 대성당 등 파리 도심의 세계적 명소들이 모두 경기장이 되고 행사장이 되었습니다. 에펠탑 앞에서 비치발리볼을, 앵발리드 군사박물관에서 양궁을,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기념하며 그랑팔레 미술관에서 펜싱과 태권도가 열렸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의 직격탄으로 일정 1년 연기와 전체 경기의 97% 무관중 경기로 진행하며 땀 흘리며 뛰는 선수들과 지켜보는 시청자들까지 적막한 분위기 속에서 힘없이 치러야 했던 2021년 도쿄 올림픽의 풍경을 하얗게 지우듯이, 파리에서는 활짝 열린 경기장에 전 세계에서 찾아온 사람들이 관중석을 가득히 채우고, 곳곳에서 우렁차고 열기 띤 환호가 터져 나왔습니다. 그 뜨거운 소리에 힘입은 206개국 10,500명의 선수는 온 힘을 다해 최고의 경기를 만들었습니다.
뜨겁고 아름다웠던 만큼, 아쉽고 불미스러운 그림자도 뒤따랐는데요. 개회식에서 한국 선수단을 '북한'으로 잘못 소개하기도 하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연상시키는 드래그 퀸(여장남자) 공연으로 종교계의 반발과 빈축을 사기도 했습니다. 또, 폭우로 인한 수질 악화로 센강에서의 마라톤 수영과 철인 3종 훈련을 취소해야 했고, '지속가능성'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며 ‘저탄소' 실천을 위해 선수단은 에어컨 없이 따로 냉방 장치를 공수해야 했고 셔틀버스 내에서도 에어컨 미작동과 뿐만 아니라 창문까지 테이프로 봉쇄되어 많은 선수의 불만이 제기되었습니다.
그럼에도 흥미롭고 가슴 뛰게 하는 순간들이 더 많이 기억 속에 남았습니다.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정식 종목 채택된 ‘브레이킹 종목’에서 한국계 캐나다인 비보이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남북한 탁구 선수들이 나란히 시상대에 올라 휴대전화를 들고 함께 기념 셀카를 찍는 모습도 잊지 못할 명장면이었습니다. 또한,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단 팀코리아는 ‘1976 몬트리올올림픽’ 이후 가장 작은 규모로 출전했음에도 ‘2008 베이징올림픽’ 이후 최고의 성적을 올리면서 13개의 금메달을 포함해 모두 32개의 메달을 따내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었는데요. 금메달 13개 가운데 10개가 국제 무대 경험이 적은 2000년생 Z세대가 이뤄낸 성과였던 만큼, 뉴페이스들의 눈부신 활약은 2주가 넘는 기간 동안 대한민국의 밤을 뜨겁게 달구고 밤마다 들썩이게 했습니다.
저마다 이번 파리 올림픽을 기억하며 손꼽는 명장면이 다를 텐데요,
17일간의 대장정 중 어떤 장면이 가슴에 선명하게 남아있으시나요?
이번 파리 올림픽은 ‘올림피즘(Olympism)’ 즉, 올림픽 정신을 처음 주창했던 교육가 피에르 드 쿠베르탱(Pierre de Coubertin, 1863~1937)의 모국에서 열려 더욱 의의가 컸습니다.
쿠베르탱은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로마 귀족 출신 남작으로, 명문 귀족답게 생시르 육군 유년학교에 입학했으나 독일을 공공연한 적으로 가르치는 교육과 지식 교육 중심의 교육 제도를 반대하며 16세에 중퇴를 하고, 정치가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며 영국과 미국으로 유학길에 오릅니다. 그는 유학 중에 19세기 후반 영국의 교육 체제를 보며 엄청난 충격과 감화를 받고, 자유롭고 열정적인 영국 청소년 교육의 중심이 ‘스포츠’에 있다는 데 크게 공감했습니다. 따라서, 그 스포츠 이념을 모국에 이식하고자 1886년부터 수년간 프랑스 교육부에 스포츠의 중요성을 건의하고 수많은 시도를 하였지만, 보수적인 프랑스의 교육 체제는 그를 이단자로 취급하였습니다. 이에 굴하지 않고, 쿠베르탱은 '건전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과 ‘공정한 결과에 승복하는 청소년 인격 형성’과 ‘세계 평화 이바지 정신’의 올림픽을 꿈꾸며, 결국 1894년 12개국 79인의 대표자들과 함께 IOC(국제올림픽위원회, 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를 결성했고, 2년 뒤 고대 올림픽 경기의 연고지인 그리스의 아테네에서 제1회 올림픽 대회를 개최하게 됩니다.
흥미롭게도, 아테네에서의 제1회 올림픽 대회의 경기 종목 수는 고작 9개 종목(육상, 사이클, 펜싱, 테니스, 체조, 역도, 레슬링, 사격, 수영)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올림픽 발전의 역사를 종목 변천의 역사라고도 할 만큼, 여러 종목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중에는 꽤 황당하고 잔인한 종목들도 있었는데요. 1900년 제2회 파리 올림픽에는 비둘기 사격과 비둘기 레이싱이 있었고 또한, 제한 시간 동안 누가 더 많은 푸들의 털을 깎느냐를 겨루는 푸들 털 깎기 종목도 있었습니다. 당시, 프랑스의 여성 농부가 2시간 동안 17마리의 푸들 털을 깎아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요.
체덕지(體德知)인가
대학의 시초 ‘아카데메이아’의 창설자인 철학자 플라톤도 고대 올림픽에 출전하여 금메달을 두 번이나 목에 걸 만큼 뛰어난 레슬링 선수였다고 합니다.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현대인에게 마음의 건강만큼 중요한 것이 몸의 건강이라 설하며, 지덕체(知德體)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몸의 역할을 중요시한 ‘체덕지(體德知)’를 강조합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공식적으로 설명한 올림픽 정신에서도 체덕지(體德知)의 가치가 선명히 드러납니다. ‘스포츠에 의한 인간의 완성과 경기를 통한 국제 평화의 증진’
건강한 몸에서 나아가 ‘행복한 몸’을 강조하는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 강준호 교수에 따르면 몸은 삶의 실체이며, 모든 과거의 축적이자 오늘 표상이며 미래 나의 일부입니다. 행복이 자기 삶의 만족감을 뜻한다면, 행복한 삶은 바로 행복한 몸에서부터 비롯된다고 설명합니다. 건강한 마음, 행복한 삶을 위해 우리는 몸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요? 위 공유해 드린 강준호 교수의 <삶을 바꾸는 행복한 몸의 비밀> 강연 영상을 통해, ‘행복한 몸’에 대한 이해와 '행복한 삶'을 위한 실천법들을 얻어가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