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지관

위클리 지관에서는 평범한 일상속에서 잠시 '멈춤'신호를 받을 수 있는 삶의 물음들을 살펴봅니다. 책, 영화, 강연, 칼럼 등 다양한 컨텐츠를 통해서 매주 하나의 물음을 사유합니다. 매주 수요일,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VOL.138] 어린이의 영혼을 닮은 5월의 전시와 공연 소식입니다.

허혜선
2024-05-07
조회수 359


동학의 개벽사상에 따르면 오월은 만물이 깨어나는 계절입니다. 방정환 선생님은 이 시기를 어린이에 비유했습니다. 어린이는 새싹이자 새순이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인간과 우주의 본질을 표현하기에, 우리는 겸허한 마음으로 자연과 어린이를 존중하고 어린이의 삶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창밖에 눈부신 봄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우리가 길을 벗어나 너무 오래 헤매고 있던 건 아닐까요. 미래에 대한 우리의 불안은 어쩌면 무의미합니다. 모든 생명이란 새로움을 향해 내닫는 어린이의 영혼을 품고 있으니까요. 
위클리지관 가족분들의 남은 날들이 영원한 오월로 채워지길 기원하며 전시와 공연 소식을 준비했습니다. 
어린이들에게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임이라. 
-Paulo Coelho, "By the River Piedra I Sat Down and Wept" 中


2018년 소더비 경매장에서 고가로 낙찰된 작품이 모든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파쇄되기 시작했습니다. 작가가 액사 속에 분쇄기를 숨겨둔 것인데요. 본래는 전부 파쇄할 계획이었으나 기계 결함으로 반만 파쇄된 채 멈추었습니다. 문제의 작품은 얼굴 없는 거리의 예술가 뱅크시의 <풍선을 든 소녀>였습니다. 이 사건은 곧 전세계에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는 미술시장의 과열된 상업화에 대한 절묘한 풍자였으며, 반달리즘의 상징이었던 뱅크시는 경매장에서 자신의 작품을 파괴하는 초유의 퍼포먼스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톡톡히 증명해냈습니다. 
미술계에서는 워낙 유명한 사건이었기에 많은 분들이 그 후의 이야기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작품은 초기 16억원에 낙찰되었었는데 낙찰자는 반쯤 파쇄된 뱅크시의 작품 인수에 기꺼이 동의했으며, 입찰 당시에 <풍선을 든 소녀>였던 작품명은 <사랑은 쓰레기통에>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인도되었습니다. 세상에 유일무이한 스토리를 가진 이 작품은 3년 뒤인 2021년 다시 소더비 경매시장에 나와 300억원 가량에 낙찰되었습니다. 
뱅크시가 이긴 것일까요? 시장이 이긴 것일까요? 아니면 모두가 즐거웠으니 그것으로 족한 것일까요?
Banksy 作, <Girl With Balloon>

"예술은 불안한 자들을 편안하게 하고, 편안한 자들을 불안하게 해야 한다." 
-Banksy 

Banksy 作, <Flying Copper>
공공장소에 무단으로 그린 그림에서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한 뱅크시의 작품은 이민자, 환경, 자본주의 권력의 문제를 다루며 사회비판적인 메시지를 표현합니다. 특히 폭력과 전쟁을 초래하는 정치권력을 맹렬히 비판합니다. 또한 세상에서 가장 큰 범죄는 규칙을 어기는 사람들이 아닌, 규칙을 따르는 사람에 의해 저질러진다고 이야기하며 무비판적으로 사회질서를 따르는 우리에게 주는 경고도 잊지 않습니다. 
이미 만들어진 규칙과 질서에 의한 삶에 익숙해지셨다면 이번 뱅크시의 전시에서 그의 예술이 주는 새로운 충격으로 전환점을 맞이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우리는 본래 룰 메이커였으니까요.

"지치면 포기하는 법을 배우지 말고 쉬는 법을 배워라." 
-Banksy 

서울 ㅣ《리얼 뱅크시 : Banksy is NOWHERE
■ 기간: 2024.5.10.(금)-2024.10.20.(일) 
■ 시간: 오전 10시-오후 7시
■ 장소: 서울ㅣ그라운드서울 기획전시
■ 안내: 02-1661-9131


피규어와 인형, 작은 자동차를 가지고 놀던 즐거움과 설레임을 기억하신다면 타나카 타츠야의 <MINIATURE LIFE · MITATE MIND>를 권해드립니다. 작가 타나카 타츠야는 ‘미니어쳐 칼렌다’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로 2011년부터 12년간 단 하루도 빠짐없이 온라인으로 발표해오고 있는데, 그 작품들을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서울에서 전시합니다.

미타테 마인드(Mitate Mind)는 일본의 미학적 개념으로 익숙한 사물을 새롭게 본다는 의미입니다. 과연 작가는 익숙한 세상의 단면들을 작가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하여 위트 가득한 작품으로 탄생시켰습니다. 일상에 작은 변조가 행복과 웃음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해보세요.
타나카 타츠야 作, 출처 miniaturelife-mitatemind.com
서울 ㅣ《MINIATURE LIFE · MITATE MIND
■ 기간: 2024.3.2.(토)-2024.6.10.(월) 
■ 시간: 평일 오전 11시-오후 9시, 주말 오전 10시-오후 8시
■ 장소: 서울ㅣMPX갤러리
■ 안내: 02-6137-5266
"사람들은 놀이가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종종 잊어버립니다." 
-David Hockney
20세기를 대표하는 팝 아티스트이자, 생존 작가 중 가장 비싼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진 데이비드 호크니는 1937년생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도 장르를 넘나들며 회화, 사진, 무대연출 등 다양한 소재와 매체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해왔습니다. 2010년부터는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2021년에는 아이패드로 그린 작품 116점을 모아 개인전을 열기도 했습니다.
 Photo by Justin Sutcliffe 출처: 라이트룸서울
그의 작품 세계는 호기심이 넘치는 어린아이같은 시선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는 세상을 다채롭고 생생한 색으로 표현하며 늘 새로운 방식으로 삶과 자연을 재조명합니다. 젊은 예술가의 산물로 여겨지는 디지털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작품을 만들고, 서울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도 직접 기획에 참여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Photo by Justin Sutcliffe 출처: 라이트룸서울
"자연은 결코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자연은 진부한 표현이 아닙니다." 
-David Hockney
서울 ㅣ《David Hockney: Bigger & Closer(not smaller & further away)
■ 기간: 2023.11.1.(수)-2024.5.31.(금) 
■ 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 장소: 서울ㅣ라이트룸서울
■ 안내: 02-3442-6460
데이비드 호크니는 예술적 표현을 위한 왕성하게 새로운 매체를 탐색하면서도 고전적인 방식의 예술적 표현을 존중했습니다. 그는 그림을 '노인의 예술'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는데 그것은 시간을 들여 세심하게 관찰하고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비로서 연륜과 경험이 빛을 발하기 때문입니다. 마치 사랑이 오월의 빛처럼 반짝이지 않더라도 참고 믿으며 견디는 시간을 통해 빚어지는 것처럼요. 다만 숙련된 예술가는 노회하는 것이 아니라 실험적이고 용감한 시도로 혁신을 추구합니다. 그래서 과거 그를 인터뷰한 기자는 예술가의 여정은 완벽이 아닌 자유를 위한 것이라고 정리합니다. 
우리의 어린 영혼에 사랑이 필요하듯 서로에게  참고 견딜 수 있는, 그리고 어느 순간 모든 것을 감수하는 용기를 내어주는 곁이 되는 오월이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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