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지관

위클리 지관에서는 평범한 일상속에서 잠시 '멈춤'신호를 받을 수 있는 삶의 물음들을 살펴봅니다. 책, 영화, 강연, 칼럼 등 다양한 컨텐츠를 통해서 매주 하나의 물음을 사유합니다. 매주 수요일,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VOL.139] 기술과 예술의 경계선

김은희
2024-05-14
조회수 917


 'Technology and Arts' created by Midjourney  

기술과 예술은 서로를 보완하고 발전시키며 우리의 인식을 확장시키는 중요한 분야입니다. 예술은 창의력과 감성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표현하고, 기술은 혁신력과 발명으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며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줍니다. 명확하게 구분되는 것 같으면서도, 현대에 이르러서는 이들이 점차 융합되고 상호작용함으로써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은 예술 분야에 큰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특히 복제술의 발전으로 작품의 복제와 유통이 손쉬워졌습니다. 이전에는 알려지지 못했던 작품들도 보다 쉽게, 널리 알릴 수 있게 되었고, 소유하고자 하는 대중들의 욕구를 만족시키며 예술 산업도 확대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이 음악, 미술, 문학 등 전 분야의 예술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트렌드는 예술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창작자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예술가들은 기술을 통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고, 기술 분야의 전문가들은 예술적인 영감을 통해 더욱 혁신적인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과 변화는 동시에 우려도 낳고 있습니다. 예술이 기술의 도구로만 사용되어 창작의 순수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염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기술과 예술의 만남은 우리의 인식을 확장시키고 창조적인 영역을 개척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예술의 고유성과 자율성, 예술이 가진 고유한 분위기인 '아우라(Aura)’가 사라지지 않도록 다양한 각도의 노력을 하는 것도 필요한 시대인 것 같습니다. 


이번 호의 추천 책인 『예술의 발명』, 『백남준: 말에서 크리스토까지』, 『기술적 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을 통해 예술이란 무엇일지, 기술 시대에 어떤 것이 예술이 될 수 있을지, 예술과 기술의 만남을 살펴보고 예술의 현대적인 의미와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예술과 기술’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또 다른 과학적 장난감을 발명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빠르게 변화하는 전자 표현 방식인 기술을 인간적으로 만드는 일이다. 

『백남준: 말에서 크리스토까지』 p281





이번 호에는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김재인 교수의 선정 도서와 추천사가 함께 합니다.
 📚 『에레혼』 새뮤얼 버틀러, 한은경 옮김, 김영사, 2018

한 기계가 또 다른 기계를 체계적으로 재생산할 수 있다면, 그 기계에 생식계가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생식계가 생식의 체계가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또한 다른 기계에 의해 체계적으로 생산되지 않은 기계가 얼마나 되겠는가? 하지만 그렇게 만드는 주체는 다름 아닌 인간이다. 맞다. 그런데 많은 식물이 재생산하게 도와주는 주체가 바로 곤충이며, 자신과 완전히 이질적인 요인에 의해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식물의 한 과가 모두 죽지 않겠는가?

(p263)

제목 에레혼(Erewhon)은 영어 'nowhere'를 거꾸로 쓴 것으로, '아무 데도 없는 장소'라는 뜻의 '유토피아'(u-topia)를 거꾸로 적은 것이다. 기계가 진화해 인류를 위협할 것으로 여겨 모든 기계를 없앤 나라를 탐험하는 주인공의 관찰기다. 특히 '기계의 책'이라는 제목이 붙은 23~25장은 우리가 통상 생각하는 기계의 이미지를 넘어 새로운 발상을 가능하게 한다. 들뢰즈와 과타리의 <안티 오이디푸스>에도 영감을 주었다. - 김재인 교수

  

📚 『예술의 발명』 래리 샤이너, 조주연 옮김, 바다출판사, 2023

어떤 것이 예술인지 아닌지에 관심이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평가적 의미다. '예술'과 '예술가'의 주변은 아직도 고매한 함의의 '아우라'로 둘러싸여 있는 것이다. 기계 복제의 시대에는 아우라가 사그라진다는 발터 벤야민의 주장은 자명한 진리로 자주 인용되곤 하지만, 대중매체가 제거한 것이 독창적인 작품의 아우라인지 아니면 예술의 이상 자체를 둘러싼 아우라인지는 확실치 않다. 왜냐하면 자신의 삶을 '신성한 예술'에 바치고자 했던 것은 19세기의 사무원뿐만 아니라 프루스트에서 마돈나에 이르기까지 모든 유형의 수많은 20세기 예술가들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p441)

언제부터 예술이 있었을까? 아마 인간이 등장한 그때부터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우리는 구석기 시대 동굴 벽화를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미술, 문학, 음악, 건축 등이 '예술' 혹은 '순수예술'이라는 공통의 이름을 얻게 된 건 18세기에 와서다. 인공지능으로 만든 창작물이 어떤 자격을 갖춰야 예술로 편입될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하는 이에게 필요한 책이다. - 김재인 교수


📚 『백남준: 말에서 크리스토까지』 백남준,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 2018

실험TV 전시회의 후주곡 

아주 만족스러운 것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불만족스럽지도 않은 것이다...

마치 항상 재미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항상 재미없지도 않은

나의 실험 TV처럼...

(p378)


새로운 기술 혹은 미디어가 등장하면 예술은 그것을 이용해 새로운 실험을 한다. 백남준은 동영상 녹화기, 즉 '비디오'와 텔레비전 수상기를 통해 이른바 '미디어아트'를 창시했다. 인공지능 예술은 미디어아트를 능가했을까? 아니면 미디어아트의 흉내에 불과한가? 국내에서 발간된 유일한 백남준의 책으로, 그의 예술 세계는 물론 미래의 예술에 대해 생각할 때 출발점이 될 수 있다. - 김재인 교수



📚 『기술적 복제시대의 예술작품』 발터 벤야민, 심철민 옮김, 비(b), 2017

아무리 정교하게 제작된 복제품의 경우라 하더라도 거기에는 결여되어 있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예술작품이 갖는 ‘지금-여기'라는 특성, 즉 예술작품은 그것이 존재해 있는 곳에 유일무이하게 현존해 있다는 특성이다. (p19)


현대의 대중은 대상들을 공간적으로 또는 인간적 관심을 끄는 쪽으로 ‘더 가까이 접근시키는' 것을 매우 열렬한 관심사로서 삼는 동시에, 주어져 있는 모든 것의 복제를 손에 넣음으로써 주어진 것의 유일무이성을 극복하려고 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p30)

사진과 영화 같은 복제 기술이 발전하면서 예술의 고유성과 자율성이 어떻게 변했는지 진단하고 전망하는 책이다. 책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 전통 예술 가진 고유한 분위기인 '아우라(Aura)'다. 흔한 오해와 달리, 벤야민은 아우라가 사라지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누구나 예술에 접근할 수 있음을 반겼다. 하지만 집단적으로 수용되는 예술이 파시즘에 이용될 수도 있음을 경고하기도 했다. - 김재인 교수




📺  더글러스 호프스태터 「괴델, 에셔, 바흐」 I 고전5미닛 (7:47)
돌멩이처럼 생명이 없는 물질로부터 자아를 가진 존재가 탄생할 수 있을까요? 그 가능성을 인지과학자 ‘호프스태터’가 설명합니다.

*유료 협찬 콘텐츠로 2024.6.31까지 시청 가능합니다. 


📺 기술은 예술의 자원일까? 위협일까? 책으로 만나는 AI시대의 예술 | 지관서가 (16:29)
변화에 맞는 새로운 예술이 등장할 수 있을까? 

📺  "아우라가 사라져 가는 시대" 『기술적 복제시대의 예술작품』 | 충고의 철학 (11:01)

새로운 종류의 경험을 하게 해주게 하는 새로운 기술은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과 연결되는 일


📺  과학으로 보는 예술, 예술로 보는 과학 | YTN사이언스 (19:57)

역사적 사례를 통해 예술에 스며든 과학, 과학에 숨은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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