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Un dimanche après-midi à l'Île de la Grande Jatte),조르주 쇠라, 1884, 시카고미술관 |
여름은 뜨거운 태양 아래서도 생동감 넘치는 계절입니다. 바다로 떠나는 여행,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서의 휴식, 무더운 밤을 식혀주는 비 온 뒤 불어오는 바람까지, 여름에 우리는 자연과 더 가까워지고, 다양하고 깊은 감정들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러한 감정을 표현하고 반영하는 특별한 매체로, 시는 우리를 내면의 깊은 곳으로 안내합니다. 시를 읽는 이유는 무수하게 많지만, 시인마다 다른 방식과 시각으로 풀어내는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과 자연에 관련한 표현에 깊은 공감을 하며,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통찰을 얻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선암호수공원 지관서가, 울산시립미술관 지관서가에 비치된 시집을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울산시립미술관 지관서가에는 열망, 조화, 숭고, 성찰이라는 주제와 관련된 시집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여러 시집은 각각의 주제를 다양한 시인의 시선과 목소리로 풀어내며, 우리에게 주변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기회를 줍니다. 여름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시는 우리에게 시원한 바람 같은 존재가 되어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번 여름, 시를 통해 더욱 풍성한 감정과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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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호수공원 지관서가 | 『그 여름의 끝』 이성복, 문학과지성 |
느낌
느낌은 어떻게 오는가 꽃나무에 처음 꽃이 필 때 느낌은 그렇게 오는가 꽃나무에 처음 꽃이 질 때 느낌은 그렇게 지는가
종이 위의 물방울이 한참을 마르지 않다가 물방울 사라진 자리에 얼룩이 지고 비틀려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 있다 |
"그 여름의 끝"의 이성복 시인에게 시는 삶에 대한 사랑을 받아내는 그릇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고 합니다. 시 속에서 폭풍을 견디며 피어나는 백일홍은 절망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강인한 생명력을 상징하는 게 아닐까요? 작가는 시를 통해 삶의 고난 속에서도 이어지는 희망과 사랑을 노래하는 것 같습니다.
그 여름의 끝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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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립미술관 지관서가 (테마 : 조화) | 『어떤 슬픔은 함께할 수 없다』 손택수, 문학동네 |
제비집 동탄 1
제비 한 쌍이 처마 아래서 한참 정지 비행중이다 빨랫줄이나 벽에 박아놓은 못에라도 잠시 앉으면 좋으련만 무슨 말 못할 사연이 있나 체념한 듯 돌아섰다가 다시 와선 또 가쁜 날개짓 올려다보니, 처마 깊숙이 마른 진흙자국이 있다 제비집이 붙어 있다 떨어진 자리
명절만 오면 헛걸음인 줄 알면서도 신도시로 바뀐 고향땅에 와서 엣 논과 들과 마을을 떠돌다 가는 사람들이 있다 |
손택수 작가의 시집 "어떤 슬픔은 함께할 수 없다"는 자연 속에서의 자기 반성을 강조하며 모든 슬픔을 함께하고 어떤 존재도 포용하기를 바라는 시인의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도록 권유하는 이 시집은 삶의 의미를 재조명하는 기회를 주는 것 같습니다.
심심파
양념을 하긴 했는데 양념이 저 혼자 잘난 척만 않도록 은근히 절제를 했다
맛과 맛 사이에 여백을 두어서 희미하게 단맛도 오고 쓴맛도 오고, 짠맛도 오고 당최 알 수 없는 맛까지 더한다
을밀대 평양냉면이나 원주 흥업묵집 묵밥은 어딘가 허전한 데가 있었지 부러 채우지 않고 비워놓은 자리가 있었지
수줍어 하는 맛이라고 할까 개성을 감춘 맛이라고나 할까 심심파적이 아니라 각고의 궁리 끝에 심심
이것이 어떤 유파 같은 것은 아닌지 과연 아무나 심심한 게 아니로구나 여러 맛이 와서 놀아라 심심 무얼 고집 않고도 이미 자신인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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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립미술관 지관서가 (테마 : 성찰) | 『처음인양』 심언주, 문학동네 |
오후 혼자서
생각에게 관심을 주니까 생각이 계속 자란다. 생각이 나아가게 내버려둔다. 멈추지 않고 비닐봉지가 이리저리 구르고 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목적지를 잃은 것 같아 우체국에 가서 물어본다. 여러 골목을 지나서 도착하는 내 생각을 누가 마중나올까? 궁금해하며 다음 신호를 기다린다. |
"처음인양" 시집은 일상의 풍경을 단순히 관망하지 않고, 오랫동안 응시하며 그 대상의 이름을 여러 번 곱씹는 과정을 통해 깊은 감정을 발견해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시인은 일상 속에 숨어 있는 불안, 위험, 슬픔과 같은 감정들을 섬세하게 포착하여 표현합니다. 평소에는 지나치기 쉬운 일상의 사물과 순간들 속에서 내재된 감정의 깊이를 새롭게 인식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돌로 사는 법
봄이라는 확진 때문에 바람만 불어도 꽃나무에 열꽃이 폈다. 오도 가도 못한 채 상비약인 꽃잎만 삼키라 했다. 안 볼 건 봐야하고 볼 건 못 보는 이상한 편집이 계속되었다. 눈물이 동나 인공 눈물의 힘을 빌려야 했다. 비빌수록 일어나던 꽃들이 거품처럼 맥없이 빗물에 씻겨갔다. 봄이 혼자서 오고 혼자서 갔다. 생각은 자라지 않았고, 잘 뒤집히지도 않았다. 이불을 뒤집어쓸 때 가장 근사한 돌이 되었다. 발톱이 살을 파고들었다. 큰 돌 속에 작은 돌을 채우면서 단단해진 감자가 다다른 곳은 결국 땅속. 닳지 않고 깍이지 않고 몸을 덮는 것만으로 돌이 된다면 깨어나지 않고 그대로 돌이 되어도 좋았다. 악몽이 모르는 사람을 자주 데려왔다. 살려달라 발버둥쳤지만 한 발짝도 달아나지 못했다. 온몸이 입이고 온몸이 귀인 나는 혼자 말하고 혼자 들었다. 안방에서 건넌방에서 현관방에서 혼잣말들이 흟먼지처럼 떠다녔다. 이웃이 버린 귀들은 잎사귀로 걸려 나무에서 흔들렸다. 돌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사람도 없었다. 돌이 되는 과정을 벽시계가 초 단위로 기록했다. 가끔 물을 마셨다. 거칠어지는 걸 조금이라도 늦추고 싶었다. 누군가 왔다 가는 소리가 문밖에서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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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립미술관 지관서가 (테마 : 열망) |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장옥관, 문학동네 |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장옥관의 시집은 시간의 무력화하는 위력을 절감하며 생을 탐구하는 시인의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시인은 병을 앓으며 생사를 오간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일상 속에서 시간의 흐름과 그로 인한 변화를 섬세하게 포착하고자 했다고 합니다. |
일요일이다
다시 일요일이다 태양은 여느 태양과 다르지 않다
어제 그 자리 그 시간에 조금 옆쪽으로 비켜 앉았다 직접 보진 못하고 감은 눈으로만 보았다
어젯밤엔 초나흘 달을 보았다 눈 아래 찢어진 흉터 같았다 그제 밤에 본 것보다 좀더 벌어져 있었다
파밭의 파가 조금 더 솟고 자두나무 가지가 조금 더 처진다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더 늙었다
그젠 삼심 년 입은 바지를 버렸다 옷을 버리는 일은 슬프다 버리고 버림받는 일은 유정한 일이다
다시 일요일이라서 슬프다 |
마음에 다가오는 시를 만나셨나요? 한 권의 시집에서도 우리의 마음 상태에 따라 매번 다른 시가 다가옵니다. 오늘은 어떤 시가 공감되었나요? 시는 우리의 감정을 담아내는 거울입니다. 일상에서 시와 함께 나를 돌아보고, 끊임없이 새로운 감동을 발견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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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의 시는 그 상실을, 그 아픔을, 그 외로움을 먹고 자랐다. *유료 협찬 콘텐츠로 2024.8.31까지 시청 가능합니다. |
📺 시에서 발견한 삶의 길 I 사피엔스 스튜디오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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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찬 교수님의 경험과 함께 시와 인생, 업(業)과 가치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느껴보세요. |
📺 나태주 시인이 전하는 '바람에 흔들리는 당신께' I 지관서가 (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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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어렵고 지칠 때, 그야말로 막막할 때, 다가오는 시. |
🌳 지관서가에서 전문가들이 선정하는 '2024 지혜의 나무' 도서 읽기 독서 챌린지를 진행합니다. 혼자 또 함께 읽으며 내 안의 '지혜의 나무'를 키워보세요.
신청기간 : 2024.7.1 ~ 7.30 2기 참여기간 : 2024.8.1 ~ 9.30 |
인문 큐레이션 레터 《위클리 지관》 어떠셨나요? 당신의 소중한 의견은 저희를 춤추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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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뜨거운 태양 아래서도 생동감 넘치는 계절입니다. 바다로 떠나는 여행,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서의 휴식, 무더운 밤을 식혀주는 비 온 뒤 불어오는 바람까지, 여름에 우리는 자연과 더 가까워지고, 다양하고 깊은 감정들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러한 감정을 표현하고 반영하는 특별한 매체로, 시는 우리를 내면의 깊은 곳으로 안내합니다. 시를 읽는 이유는 무수하게 많지만, 시인마다 다른 방식과 시각으로 풀어내는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과 자연에 관련한 표현에 깊은 공감을 하며,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통찰을 얻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선암호수공원 지관서가, 울산시립미술관 지관서가에 비치된 시집을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울산시립미술관 지관서가에는 열망, 조화, 숭고, 성찰이라는 주제와 관련된 시집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여러 시집은 각각의 주제를 다양한 시인의 시선과 목소리로 풀어내며, 우리에게 주변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기회를 줍니다. 여름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시는 우리에게 시원한 바람 같은 존재가 되어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번 여름, 시를 통해 더욱 풍성한 감정과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느낌
느낌은 어떻게 오는가
꽃나무에 처음 꽃이 필 때
느낌은 그렇게 오는가
꽃나무에 처음 꽃이 질 때
느낌은 그렇게 지는가
종이 위의 물방울이
한참을 마르지 않다가
물방울 사라진 자리에
얼룩이 지고 비틀려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 있다
"그 여름의 끝"의 이성복 시인에게 시는 삶에 대한 사랑을 받아내는 그릇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고 합니다. 시 속에서 폭풍을 견디며 피어나는 백일홍은 절망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강인한 생명력을 상징하는 게 아닐까요? 작가는 시를 통해 삶의 고난 속에서도 이어지는 희망과 사랑을 노래하는 것 같습니다.
그 여름의 끝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제비집
동탄 1
제비 한 쌍이 처마 아래서 한참
정지 비행중이다
빨랫줄이나 벽에 박아놓은 못에라도
잠시 앉으면 좋으련만
무슨 말 못할 사연이 있나
체념한 듯 돌아섰다가 다시 와선
또 가쁜 날개짓
올려다보니, 처마 깊숙이 마른
진흙자국이 있다
제비집이 붙어 있다 떨어진 자리
명절만 오면 헛걸음인 줄 알면서도
신도시로 바뀐 고향땅에 와서
엣 논과 들과 마을을
떠돌다 가는 사람들이 있다
손택수 작가의 시집 "어떤 슬픔은 함께할 수 없다"는 자연 속에서의 자기 반성을 강조하며 모든 슬픔을 함께하고 어떤 존재도 포용하기를 바라는 시인의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도록 권유하는 이 시집은 삶의 의미를 재조명하는 기회를 주는 것 같습니다.
심심파
양념을 하긴 했는데
양념이 저 혼자 잘난 척만 않도록
은근히 절제를 했다
맛과 맛 사이에 여백을 두어서
희미하게 단맛도 오고
쓴맛도 오고, 짠맛도 오고
당최 알 수 없는 맛까지 더한다
을밀대 평양냉면이나
원주 흥업묵집 묵밥은
어딘가 허전한 데가 있었지
부러 채우지 않고 비워놓은 자리가 있었지
수줍어 하는 맛이라고 할까
개성을 감춘 맛이라고나 할까
심심파적이 아니라 각고의
궁리 끝에 심심
이것이 어떤 유파 같은 것은 아닌지
과연 아무나 심심한 게 아니로구나
여러 맛이 와서 놀아라 심심
무얼 고집 않고도 이미
자신인 너
오후 혼자서
생각에게 관심을 주니까 생각이 계속 자란다.
생각이 나아가게 내버려둔다.
멈추지 않고
비닐봉지가 이리저리 구르고 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목적지를 잃은 것 같아
우체국에 가서 물어본다.
여러 골목을 지나서 도착하는 내 생각을
누가 마중나올까?
궁금해하며 다음 신호를 기다린다.
"처음인양" 시집은 일상의 풍경을 단순히 관망하지 않고, 오랫동안 응시하며 그 대상의 이름을 여러 번 곱씹는 과정을 통해 깊은 감정을 발견해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시인은 일상 속에 숨어 있는 불안, 위험, 슬픔과 같은 감정들을 섬세하게 포착하여 표현합니다. 평소에는 지나치기 쉬운 일상의 사물과 순간들 속에서 내재된 감정의 깊이를 새롭게 인식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돌로 사는 법
봄이라는 확진 때문에 바람만 불어도 꽃나무에 열꽃이 폈다. 오도 가도 못한 채 상비약인 꽃잎만 삼키라 했다. 안 볼 건 봐야하고 볼 건 못 보는 이상한 편집이 계속되었다. 눈물이 동나 인공 눈물의 힘을 빌려야 했다. 비빌수록 일어나던 꽃들이 거품처럼 맥없이 빗물에 씻겨갔다. 봄이 혼자서 오고 혼자서 갔다.
생각은 자라지 않았고, 잘 뒤집히지도 않았다. 이불을 뒤집어쓸 때 가장 근사한 돌이 되었다. 발톱이 살을 파고들었다. 큰 돌 속에 작은 돌을 채우면서 단단해진 감자가 다다른 곳은 결국 땅속. 닳지 않고 깍이지 않고 몸을 덮는 것만으로 돌이 된다면 깨어나지 않고 그대로 돌이 되어도 좋았다.
악몽이 모르는 사람을 자주 데려왔다. 살려달라 발버둥쳤지만 한 발짝도 달아나지 못했다. 온몸이 입이고 온몸이 귀인 나는 혼자 말하고 혼자 들었다. 안방에서 건넌방에서 현관방에서 혼잣말들이 흟먼지처럼 떠다녔다. 이웃이 버린 귀들은 잎사귀로 걸려 나무에서 흔들렸다. 돌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사람도 없었다. 돌이 되는 과정을 벽시계가 초 단위로 기록했다. 가끔 물을 마셨다. 거칠어지는 걸 조금이라도 늦추고 싶었다. 누군가 왔다 가는 소리가 문밖에서 들렸다.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장옥관의 시집은 시간의 무력화하는 위력을 절감하며 생을 탐구하는 시인의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시인은 병을 앓으며 생사를 오간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일상 속에서 시간의 흐름과 그로 인한 변화를 섬세하게 포착하고자 했다고 합니다.
일요일이다
다시 일요일이다
태양은 여느 태양과 다르지 않다
어제 그 자리 그 시간에 조금 옆쪽으로 비켜 앉았다
직접 보진 못하고 감은 눈으로만 보았다
어젯밤엔 초나흘 달을 보았다
눈 아래 찢어진 흉터 같았다
그제 밤에 본 것보다 좀더 벌어져 있었다
파밭의 파가 조금 더 솟고
자두나무 가지가 조금 더 처진다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더 늙었다
그젠 삼심 년 입은 바지를 버렸다
옷을 버리는 일은 슬프다
버리고 버림받는 일은 유정한 일이다
다시 일요일이라서 슬프다
마음에 다가오는 시를 만나셨나요? 한 권의 시집에서도 우리의 마음 상태에 따라 매번 다른 시가 다가옵니다. 오늘은 어떤 시가 공감되었나요? 시는 우리의 감정을 담아내는 거울입니다. 일상에서 시와 함께 나를 돌아보고, 끊임없이 새로운 감동을 발견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