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지관

위클리 지관에서는 평범한 일상속에서 잠시 '멈춤'신호를 받을 수 있는 삶의 물음들을 살펴봅니다. 책, 영화, 강연, 칼럼 등 다양한 컨텐츠를 통해서 매주 하나의 물음을 사유합니다. 매주 수요일,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Vol.37 #자연] 자연환경과 당신의 상관관계

관리자
2022-05-26
조회수 223


당신은 어떤 환경에서 살고 싶나요? 

지난주 인도에서는 120년 만의 폭염으로 낮 기온이 40도가 넘었는데요. 기상청은 50도까지 더 오를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이상 기후,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인플레이션, 원숭이 두창까지... 이렇게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절감할 때가 없었습니다. 지난 호에서는 공포라는 감정을 다뤘었는데요. 지금 우리는 공포라는 '감정'이 아니라 들끓는 공포의 '실재' 속에 있는 개구리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번 호는 고전부터 빅데이터에 기반한 ESG 관련 강의까지 자연환경에 대한 다방면의 콘텐츠를 다룹니다.


 📚 『침묵의 봄』 레이첼 카슨 (김은령 옮김, 에코리브르, 2011) 
 '지구의 날'을 재정하게 한 환경학의 고전

이 책은 노예 해방을 이끈 책 『톰 아저씨의 오두막』에 비견되었습니다. 하지만 출판 당시 작가의 고독과 고초, 그리고 '살충제의 위협'이라는 환경문제 제기로 세계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그 노고와 영향력이 더 크다고 평가받습니다.

이 책이 나온 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 기술은 환경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의 대응이 가능하며 길게 볼 때 낙관적이라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여럿 들립니다. 기업은 물론 국가 차원에서 E(Enviroment: 환경), S(Social: 사회), G(Governance: 지배 구조) 경영을 주도하고, 개인들은 무분별한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기업에 불매운동을 벌이며 친환경적인 삶을 꾸려가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것으로 충분할까요? 늦기 전에 지금 당장의 변화는 불가능한 걸까요?

연구실의 아이디어와 정책실의 혁신이 우리의 실천으로 이어지는 길은 아직도 험난해 보입니다. 국가 간의 정책 조율과 협조, 기업들의 기획과 마케팅 그리고 그 실효에 대한 검증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우리는 현재 상황을 엄중히 재확인해야 합니다. 현대 기술은 이미 사라진 생물종들을 온전히 복원할 기술이 미비합니다. 하나의 멸종은 멸종의 연쇄를 촉발하며 생태계 전체의 존속을 위협합니다. 우리는 더 겸손하게 반세기 전, 카슨이 전한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새롭고 상상력 풍부하며 창의적인 접근법은 이 세상이 인간만의 것이 아니라 모든 생물과 공유하는 것이라는 데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다루는 것은 살아 있는 생물들, 그 생명체의 밀고 밀리는 관계, 전진과 후퇴이다. 생물들이 지닌 힘을 고려하고 그 생명력을 호의적인 방향으로 인도해 갈 때, 곤충과 인간이 이해할 만한 화해를 이루게 될 것이다.(325쪽)"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독일의 생태철학자 한스 요나스는 인간 중심적인 자연관을 비판하며 책임론을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과학기술 문명이 초래하는 문제들로 인류가 멸망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은 행위의 결과를 예측하여 행동해야 한다고요. 하지만 과학기술 발전을 사회-윤리적 논의가 따라가지 못할 때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이 도래합니다. 따라서 의도한 결과든 의도하지 않은 결과든, 사회관계에서 그렇듯이 생태계에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행동하며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요나스는 말합니다.


 📚 『나무 수업』 페터 볼레벤  (장혜경 옮김, 위즈덤하우스, 2016) 
 나무의, 나무에 의한, 나무를 위한

"나무에게 맞는 삶이란, 나무가 사회적 욕구를 실현할 수 있고, 완벽한 흙을 갖춘 진짜 숲에서 성장할 수 있으며, 쌓은 지식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다는 뜻이다. 적어도 일부나마 존엄하게 늙어 갈 수 있고 마침내 자연사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296쪽)"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자연환경 관련 저서는 인간의 무분별한 산업화와 과학기술 맹신을 비판하기 위한 목적이 분명합니다. 혹은 소박하게 작가의 사유와 감정을 자연물에 투사하며 비유로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하지만 이 책은 20년 넘게 독일의 친환경숲에서 일한 생태전문가가 나무 자체에 집중하여 쓴 글입니다. 많은 과학 지식과 실증 자료에 기반한 의견들. 그리고 나무의 편에 서서 인간 삶에 밀접한 비유로 설명한 문장들은 나무보다 생생한 '나무의 상(像)'을 떠올리게끔 합니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자연과 도시가 성공적으로 조화를 이룬 도시들은 환경도시라고 부릅니다. 이 책은 저자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환경도시를 취재한 기사들을 모았습니다. 악명 높은 세계의 공해도시가 환경도시로, 파괴되었던 자연이 생태테마공원으로, 철저한 도시계획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 '기승전결'을 갖춰 제시합니다. 각 도시가 거듭나는 과정에서의 크고 작은 실천과 변화 모습을 컬러 사진으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자연과 삶을 아우르는 본질에 대한 사색

앞서 소개한 책은 생태 연구와 인간 삶의 비유를 통해 '나무(자연)'를 고찰했죠. 반대로 이 책은 '월든 호숫가(자연)'에 인간을 비춰보며 본질적인 삶을 추구하며 얻은 깨달음 그리고 그에 대한 예찬을 담은 책입니다. 

"...소중한 것을 잊어버리고 보이지 않는 경계선을 넘어서기도 하리라. 새롭고 보편적이고 더욱 진보적인 법칙이 우리 주변과 내면에 자리 잡게 될 것이다. 혹은 오래된 법칙들이 확대되어 좀 더 진보적인 의미에서 우리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될 테고, 우리는 한 차원 높은 존재로 인정받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 (463~464쪽)"
문득 궁급합니다. 출간된 지 170년이 지난 이 책이 지금까지도 울림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가 단순히 '자연'에서 멀어졌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삶의 자연스러움'을 더 이상 자연에서 찾기 어려워졌기 때문일까요? 분명한 건, 현재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신의 내적 자연과 외적 환경의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삶의 본질을 모르면서 살아간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소로처럼 월든의 호숫가에서 2년을 보낼 수는 없겠지만, '내가 나 자신'으로 오롯이 존재할 수 있는 장소에서 이 책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자연스러운 건축』 쿠마 켄고 (임태희 옮김, 안그라픽스, 2010)

건축가 쿠마 켄고는 말합니다. '자연스러운 건축'이란 단순히 자연물을 재료로 삼거나 자연 경관 중심에 건축물을 들여놓는 일이 아니라, 장소와 존재를 '행복한 관계로 건축'하는 것이라고요. 우리가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것과 닮은 것이죠. 서로를 재단하고 소비하며 축소하는 관계를 기피하고, 서로에게 존재 확장이 이뤄지는 바탕이 되어주는 관계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처럼요. 켄고는 미시적인 삶의 단위가 깃든 장소와 존재 사이의 관계를 유일무이한 '자연관'으로서 탐구합니다. 편리와 효율을 포괄하는 담대하고도 자연스러운 건축에 고유한 삶이, 고유한 관계가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요. 이 책을 읽으며 『월든』의 '오두막'이 떠올라 미소 짓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겠지요.


📺 자연은 순수를 혐오한다 - 최재천 교수ㅣ 세바시 ( 20분 내외)

 섞여야 건강하다, 섞여야 아름답다, 섞여야 순수하다

"자연은 우리가 그동안 관찰해 보니까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점 다양성을 늘려가는 방식으로 진화합니다... 자연은 끊임없이 분화합니다."


📺 지구는 정말 죽고 있을까? - 앤드루 맥아피 『포스트 피크』 소개 ㅣ SOD (5분 내외)
 또 다른 시각, 지구 환경문제에 대한 낙관론
“지구 온난화는 심한 게 맞고 지구는 착취하면 안 됩니다. 실제로 이대로 가면 지구는 뜨거워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말합니다. 자본주의, 기술의 발전, 대중의 문제해결 의식. 그리고 정부가 그에 대해 반응하게 되면 당면한 문제들을 모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요. 그리고 그 근거도 충분히 많다고요. 우리는 여러 가지 주장을 봐야 합니다.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는 주장을 하려면 그 반대되는 의견도 알아야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 빅데이터로 알아보는 환경 트렌드 - 송길영 박사 ㅣ 사피엔스 ( 25분 내외)
 '비건, 플로깅, 제로웨이스트' 빅데이터 속 새로운 환경운동
“결국 시장이 존속하고 안정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라면 기업이 기반으로 한 사회 그리고 환경이 모두 건강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착한’이 아닌 지속 가능한 경영, 이것이 ESG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업들은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관행이 아니라 데이터를 중심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 침묵의 봄 - 레이첼 카슨  l 고전5미닛 (5분 내외) 
 환경 운동의 복음서
『침묵의 봄』이 출간되면서 1963년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은 환경 문제를 다룬 자문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했고, 1969년 미국 의회는 DDT가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발표했으며, 1972년 미국 환경청(EPA)은 마침내 DDT의 사용을 금지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한 권의 책이 세상을 바꾼 가장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겠지요. 그 변화의 현장으로 여러분을 모십니다. 

더 나은 세상과 의미 있는 삶의 입구 
©Ray Hennessy

 📰 우리 삶의 새로운 가능성 - 김용규 여우숲, 자연스러운삶연구소 대표 2022.05.10
근시안적인 삶에서의 고집이나 아집은 자칫 이를 그럴싸한 가치로 착각하게 만들곤 합니다. 사전적 의미의 아집은 ‘자기중심의 좁은 생각에 집착하여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입장’을 뜻하는데요, 이렇게 고착화되어버린 의지에 당연성이 부여되면 신념이라 착각하게 되는 것이죠. 문제는 자신의 이런 모습을 개괄적으로 이해하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이런 경우, 우리는 자연의 다양한 모습에서 우리 자신을 조망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개미’는 애벌레와 나비가 머무는 나무의 세계를 다 알지 못합니다. 개미에게 그것은 그저 땅의 연장, 혹은 솟구친 땅일 것입니다. ‘나비’ 역시 솔개가 본 세계를 알지 못합니다. 바다를 건너고 산맥을 넘고 대륙을 횡단하며 솔개가 마주해 본 풍성한 삶의 입체와 전망을 개미와 나비는 알 턱이 없습니다.
미국의 시인 메리 올리버(Mary Oliver)가 쓴 <정원사the gardner>라는 시의 첫 구절에서 그녀는 ‘Have I lived enough?' 라며 묻습니다. 그것은 아마 ‘인간으로서의 가능성’을 어디까지 얼마나 펼치며 살아왔느냐고 묻는 것일 겁니다. 인간이기에 놓치고 지나친 ‘현실’과 ‘가능성’에 대한 가치를 자연의 이야기 속에서 이해해보면 어떨까요?
🗞️ 함께 보면 좋은 소식
🎟 [칼럼]그린워싱, 무조건 때리는 게 지구에 득일까? 김민정 , 중앙일보, 2022.05.18
🎟 [기사] 사우디 사막에 건설중인 친환경 미래 도시, 누구를 위한 도시인가?멀린 토마스 & 바이브케 베네마, BBC, 2022.02.23

✍️ 맺는 말

이번 호를 준비하며 환경문제에 대한 낙관론과 빅데이터를 통한 사회 변화 양상을 접할 수 있어 신선했습니다. 물론, 무조건적인 낙관론과 데이터 신봉이 아니라, 환경문제에 대한 기업과 대중들의 지속적인 의식과 실천이 전제 조건이라는 사실에 방점을 찍어야겠죠. 또한 환경 문제는 연구실, 정책, 윤리 등으로 재단하고 국한시킬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 먹고 숨 쉬며 생각하고 소통하는 인간의 삶 전반에 걸 문제라는 사실을 환기해야 합니다. 이번 주제는 의미가 넓어 그만큼 많은 환기가 필요했습니다. 창문에 뒤섞인 안팎의 풍경처럼 어지러웠죠. 이번 호는 제가 글을 쓰며 자주 바라보았던 시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앉아 있거나

차를 마시거나

잡담으로 시간에 이스트를 넣거나

그 어떤 때거나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그게 저 혼자 피는 풍경인지

내가 그리는 풍경인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

행복한 때는 없다


-시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전문, 정현종, 『나는 별아저씨』, 문학과지성사,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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