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 주제는 ‘사랑’입니다.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 교수의 선정 도서와 추천사가 함께 실립니다. 사랑과 욕망에 관한 단편소설집, 스릴러와 로맨스물이 결합한 영화의 각본, 사회학에서 바라보는 21세기의 사랑 분석서, 연애하지 않는 사회에 대한 시사 영상,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을 회복하기 위한 명사들의 강연, 사회비판과 정신분석으로 알아보는 사랑의 기술을 준비했습니다. |
📚 『사랑과 욕망의 변주곡』 안톤 체호프 (이항재 옮김, 북에디터, 2012) |
사랑, 한없이 저열하고 위대한
나는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했습니다. 그리고 마음속에 쓰라린 고통을 느끼며 우리의 사랑을 방해한 모든 것이 얼마나 쓰잘 데 없고, 하찮고, 거짓된 것이었는지 깨달았지요. 사랑을 할 때는 그 사랑을 논하면서 일반적인 의미의 죄나 선, 행복이나 불행보다 더 중요하고 가장 높은 것에서 출발해야만 하고, 그렇지 않으면 절대 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습니다. (단편 <사랑에 대하여> 270~271쪽) |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도스토예프스키를 읽게 되는 것은 아주 젊었을 때이거나 아주 나이가 많이 들었을 때가 아닐까 싶다. 체홉 작품은 사람이 적당히 나이를 먹고, 생활의 무서움도 알고, 때도 좀 묻고, 그리고 연애와 사랑과 이별의 달콤하고 쌉싸름한 맛을 알게 되었을 때, 바로 그런 때 읽을 수 있는 최고의 소설이 아닐까 싶다. 사랑을 주제로 한 단편들을 모아놓은 이 작품집은 그 자체로 참으로 사랑스럽다. 그렇게밖에는 달리 표현할 수가 없을 것 같다. ―김홍중 교수 |
체호프의 작품들에는 톨스토이의 작품과 같은 도덕적인 교훈이나 종교적인 비전,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과 같은 집요한 심리 분석이나 어둠 속에서 바라보는 이상향이 없습니다. 대신 그에게는 이 세계의 명암을 끝까지 보여주겠다는 고집 센 시선 그리고 옆자리에서 인물들의 대화를 듣고 그들의 마음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것처럼 전하는 뜨거운 가슴과 손이 있죠. 18세기 중후반, 남녀 간의 사랑 문제를 극히 현실적인 시선으로 담아낸 14편의 단편집에는 젊은 마부, 매춘부, 불우한 농민, 채소밭 관리인, 우편배달부, 교회 관리인의 아내, 한량과 취객들, 일곱 명의 아내를 살인한 자, 독신자, 약사의 아내 등 일그러지고 소외된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사랑'을 분투하는 모습이 나오죠. 이 단편들을 꿰뚫는 주제는 '사랑을 욕망하는 인물'입니다. 작품들이 다루는 일탈, 정략결혼, 불륜, 매춘 등은 일반적으로 온건한 사랑이라 부르기 어려운 모습입니다만, 오늘날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삶의 진실이기도 하죠. 따라서 당신이 작품을 읽기도 전에 도덕적 당위를 내세우기보다는 18세기와 작품 속 인물들의 상황과 심정을 공감해 보고 사회와 개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취지로 감상하면 좋겠습니다. 작품 속 인물들, 특히 억압을 받는 여자들의 이야기에는 삶의 비애와 회환이 짙게 베어나옵니다. 혈연과 제도와 윤리 그리고 계급과 자본의 차원에서 사랑과 운명이 얼마나 위태롭고 복잡하게 맺혀 있는지를 깨닫는 지난한 과정, 그리고 그에 따른 감정 변화와 선택의 드라마를 체호프 특유의 생동감 있고 유머러스한 문체로 전합니다. 단편들은 발표 순으로 실려 있습니다. 차례대로 작품을 감상하면 인물들의 내밀한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에서 체호프의 '사랑'에 관한 심정 변화가 느껴지는데요. 특히 마지막 단편 <개를 다니고 다니는 부인>에서 체호프는 마치 자기 자신에게 말하듯이 과거를 회상하는 인물의 입을 빌려 이렇게 씁니다. "예전에 그는 슬픈 순간마다 머리에 떠오르는 온갖 판단으로 자신을 진정시켰지만, 이제는 판단을 좋아하지 않고 깊은 연민을 느꼈으며 진실하고 부드러워지고 싶었다." 이 책을 읽은 후, 저는 당신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요?'보다 더 정확한 질문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사랑은 당신을 어떻게 변화시켰나요?' |
📚 『헤어질 결심 각본』 정서경 & 박찬욱 (을유문화사, 2022) |
서래 우리 일을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해준 우리 일, 무슨 일이요? 내가 당신 집 앞에서 밤마다 서성인 일이요? 당신 숨소리를 들으면서 깊이 잠든 일이요? 당신을 끌어안고 행복하다고 속삭인 일이요? ('행복'을 언급해 놓고는 더 화가 나) 내가 품위 있댔죠? 품위가 어디서 나오는 줄 알아요? 자부심이에요. 난 자부심 있는 경찰이었어요. 그런데 여자에 미쳐서 수사를 망쳤죠. 나는요…… 완전히 붕괴됐어요. (일어서) 할머니 폰 바꿔 드렸어요, 같은 기종으로. 전혀 모르고 계세요. 저 폰은 바다에 버려요, 깊은 데 빠뜨려서 아무도 못 찾게 해요.
서래, 해준이 나간 뒤에도 가만히 앉아 제 안에 들끓는 감정을 분석해 본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들어가 '붕괴'를 입력한다. '무너지고 깨어짐'이라고 풀이된다. 서래의 무너지고 깨어진 표정에서 페이드 아웃. (109쪽) |
이상한 영화다,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영화 고유의 시그니처가 살아 있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어떤 묘한 기운이 넘실대는 영화. 그 기운의 정체가 무엇일까? 서로 말이 잘 통하지 않는 형사와 피의자 사이에서 생성되는 모호하지만 강력한 감정의 파장? 사랑은 언어를 통한 소통을 요구하는가? 아니면 오히려 반대로 소통의 장애를 요구하는가?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그 각본을 꼼꼼히 읽어가며 본격적으로 영화의 철학을 성찰할 수 있을 것이다. ―김홍중 교수 |
스포일러 없이 소개해 드립니다. 영화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의 절제된 미장센과 정서경 작가의 섬세한 각본이 빛을 발하는 작품입니다. 장르는 스릴러-로맨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타일리시한 로맨스물로 국한하기에는 사랑과 상실 그리고 소통의 문제를 깊이 성찰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각본을 모두 본 뒤 떠오른 말은 '산해경과 안개, 마침내 붕괴'입니다. 각본 표지를 장식한 『산해경』은 '서래(탕웨이 분)'의 모티프로 등장합니다. 이 책은 기원전에 쓰인 중국 신화로 기이하고 위험한 생명체들에 관한 도감과 같죠. 중국 산에서 나고 자란 서래는 한국어를 익히기 위해 이 책을 번역하고 필사했는데요. 이 책은 험난하고 기구한 서래의 삶을 환기하고 해준(박해일 분)과의 감정선을 은유하며 그 묘연함을 대변하기도 합니다. 이 묘연함은 '안개'로도 이어집니다. 안개는 미스터리한 효과를 내고 인물의 방황하는 내면을 드러내지만, 이 영화에서는 경계를 흐리는 연결의 의미도 있습니다. "그 사람은 어디에 갔을까, 안개 속에 눈을 떠라, 눈물을 감추어라"라는 테마곡 트윈폴리오의 <안개>처럼요. 안개는 영화가 산과 바다처럼 대비시키는 두 인물에게 방황을 초래합니다. 하지만 안개 속에서만 보이는 풍경, 그들의 내밀한 이야기가 따로 있죠. "우리 사이의 일"로 은유되는 로맨스는 기원전부터 오늘날까지 영원히 미결될 사건, 신화, 진실로 잔존합니다. 사랑은 기묘합니다. 현실의 규칙과 한 사람의 세계관을 넘어설 만큼 힘이 있지만 사소한 한마디 말과 눈빛으로 촉발되니까요. 경찰과 범인, 취조와 밀회, 감시와 관음의 경계들을 처음 뒤흔든 건 '마침내'라는 평범한, 그러나 구어체로는 쓰이지 않는 이질적인 단어였습니다. 그 흔들림과 어긋남이 한 사람의 삶을 '붕괴'시키고 공명하는 사건은 먹먹한 울림을 전합니다. "날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당신의 사랑이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나는 순간 내 사랑이 시작됐죠." 한편, 두 인물을 매개하고 사건과 감정의 단초가 되는 '도구'를 해석하는 일도 재밌었습니다. 감시와 관음의 도구가 되어주는 쌍안경, 관점의 환기와 해준의 감정 동요에 대한 은유로 사용된 인공눈물, 사찰에서 '북'을 매개로 하는 소통과 어긋남을 보여주는 씬, 해준의 주머니 많은 옷에서 정확히 립밤을 꺼내 발라주는 서래, 해준이 구두끈을 묶는 두 개의 씬과 그 차이 등. 각본을 읽는 내내 관객판으로서 영화를 재구성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영화를 이미 보신 분들이라도 각본을 천천히 읽으며 '마침내' 두 번째 파도처럼 밀려오는 영화적 경험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사랑은 지독한 그러나 너무나 정상적인 혼란』 울리히 벡 & 엘리자베스 벡 게른스하임 (배은경 외 옮김, 새물결, 1999) |
사랑, 결혼, 가족, 자유에 관한 성찰
현대인들은 파편화되고 불확실해진 세계에서 고립감과 고독의 위협을 느끼며 누군가와 친밀한 결속을 맺으며 안전과 위안을 찾고 싶어 한다. 사랑은 우리 삶의 새로운 중요성을 획득한다. 낭만적 사랑과 영원한 사랑의 결합이라는 이상은 파트너 간의 밀접한 감정적 결합으로부터 자라나며, 두 사람의 삶에 실체와 유의미성을 제공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99쪽) |
21세기에 사랑은 과연 어떤 모습을 띠고 있을까? 독일의 사회학자 부부는 주장한다. 우리 시대 사랑은 낭만적 사랑도 아니고 헌신적 사랑도 아니다. 사랑은 리스크가 되었다. 사랑이 리스크라는 것은 사랑을 통해 우리가 상실하게 될 것에 대한 계산이 사랑의 열정보다 더 강해졌다는 것이다. 사랑이 합리화되었다는 것이다. 사회학이 사랑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김홍중 교수 |
📺 연애 산업 전성 시대 vs 연애 하지 않는 사회 - KBS시사직격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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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7일 통계청이 13세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2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연령대별 응답 비중을 보면 10대(13~19세)는 5.1%, 20대 7.5%, 30대 8.9%, 40대가 9.30%로 채 10%를 넘지 않지만, 50대는 13.7%, 60대는 30.5%로 많게는 6배까지도 차이가 났습니다. 어째서 이렇게 격차가 벌어졌을까요? 현실적인 문제는 결혼에 소요되는 유무형의 비용 그리고 시대의 변화 때문입니다. 결혼에 들어가는 자본과 기회비용 그리고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여러 사회적 과업과 책무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죠. 또한 결혼이라는 제도가 주는 안정감이 오늘날 경제 상황과 개인주의에서 그 영향력과 당위를 점차 잃어가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런 연애와 결혼과 관련된 콘텐츠들을 살펴보며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지는 일을 흔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많은 추천과 공감을 받은 의견들을 소개합니다. "부모님들 사는 모습이 행복해 보이지 않아서다. 늘 한쪽의 희생으로 유지되는 가정들, 자식들 뒷바라지에 부모 인생과 노후가 사라졌지만 자식들도 각자 버티기 외엔 뚜렷한 대안이 없는 현실, 자식들은 그 모습을 보고 자라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자리 잡은 것." "성별에 따른 역할 경계가 모호해졌고 누구도 삶의 주체성을 희생하고 싶지 않다. 게다가 최초로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로서 미래에 희망을 갖고 가족계획을 세우기는 어렵다." 당신은 요즘의 연애와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 괜찮은 부모와 괜찮은 자녀로 사는 방법 - 김경일, 최광현, 임자헌, 배지석 I 세바시 강연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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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내가 과연 괜찮은 부모, 자식일까?' 고민하는 분이라면 저는 그분이 썩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분은 마음가짐을 서툰 말과 행동으로 옮겨본 적이 있을 테고 그걸 상대도 어렴풋 느끼고 있을 테니까요. 상대방은 그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될 겁니다. 당신이 그랬듯이요. 이런 마음가짐을 갖춘 분이 가족 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과 효과적인 개선 방법을 알아가면 더 좋아지겠죠? 이 영상에서 김경일, 최광현, 임자헌 심리학 교수와 배지석 작가의 강연은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어떻게 더 행복하게 가꾸어나갈 수 있는지를 알기 쉬운 일상, 역사적 사료,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설명합니다. 이 강연들의 공통 솔루션은 '대화에서의 상호 배려'였습니다. 최광현 교수는 이를 공놀이에 비유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공놀이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오. 제가 너무 세게 공을 던지면 아들은 공을 놓쳐버리죠. 그러면 금방 흥미를 잃어버립니다. 공놀이는 상대가 잘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자세가 기본입니다. 여러분, 소통도 마찬가지예요. 대화는 주고받는 겁니다." 만일 당신의 가정에 잃어버리거나 멈춰버린 공이 있다면 다시 그 공을 찾아보시길, 공을 받는 상대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 진심을 담아 던져보시길, 그리고 그 공이 당신과 가족들 사이를 오가며 오래도록 땅에 닿지 않기를 바랍니다. |
🏛️ 사랑의 기술 - 에리히 프롬 I 고전5미닛 (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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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기술? 사랑은 인류의 영원한 화두이자 보편적 가치입니다. 그런데 사랑에 대한 정의는 모두 다르죠. 누군가는 '누구에게나 사랑할 능력이 있고 사랑할 대상의 문제'라고 봅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사랑은 감정적이고 감성적인 그 무엇으로 이성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여기 사랑이란 ‘배우고 익혀야 하는 기술’로 규정하는 책이 있습니다. 1956년 독일에서 출간된 『사랑의 기술』입니다. 에리히 프롬은 사회비판과 정신분석의 시각에서 '사랑'을 설명합니다. 프롬은 진정한 사랑이란 주체의 고유한 특성 전체를 능동적이며 생산적으로 발전한다고 보았습니다. 그것의 작동과 발현을 위해 이웃과 인류를 사랑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죠. 겸손, 용기, 신념, 훈련이 없는 한 사랑은 성공할 수 없다고요. 당신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요? |
✍️맺는말 남들이 우리와 다르게 살아가고 행동하며 경험한다는 사실을 알고 이에 기뻐하는 것이 사랑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프리드리히 니체
자신의 상황이 어떻든 다른 사람들의 삶을 축복하는 사람은 분명 위대한 사랑을 가진 사람일 겁니다. 자, 그럼 제가 먼저 당신의 사랑과 행복을 응원하겠습니다. 당신에게서, 그리고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도 이 위대한 사랑의 응원이 계속 이어지길 바랍니다🧚♂️ |
인문 큐레이션 레터 《위클리 지관》 어떠셨나요? 당신의 소중한 의견은 저희를 춤추게 합니다🤸♂️ |
(재)플라톤 아카데미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2길 19 SK에코플랜트 15층 수신거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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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 주제는 ‘사랑’입니다.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 교수의 선정 도서와 추천사가 함께 실립니다. 사랑과 욕망에 관한 단편소설집, 스릴러와 로맨스물이 결합한 영화의 각본, 사회학에서 바라보는 21세기의 사랑 분석서, 연애하지 않는 사회에 대한 시사 영상,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을 회복하기 위한 명사들의 강연, 사회비판과 정신분석으로 알아보는 사랑의 기술을 준비했습니다.
나는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했습니다. 그리고 마음속에 쓰라린 고통을 느끼며 우리의 사랑을 방해한 모든 것이 얼마나 쓰잘 데 없고, 하찮고, 거짓된 것이었는지 깨달았지요. 사랑을 할 때는 그 사랑을 논하면서 일반적인 의미의 죄나 선, 행복이나 불행보다 더 중요하고 가장 높은 것에서 출발해야만 하고, 그렇지 않으면 절대 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습니다. (단편 <사랑에 대하여> 270~271쪽)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도스토예프스키를 읽게 되는 것은 아주 젊었을 때이거나 아주 나이가 많이 들었을 때가 아닐까 싶다. 체홉 작품은 사람이 적당히 나이를 먹고, 생활의 무서움도 알고, 때도 좀 묻고, 그리고 연애와 사랑과 이별의 달콤하고 쌉싸름한 맛을 알게 되었을 때, 바로 그런 때 읽을 수 있는 최고의 소설이 아닐까 싶다. 사랑을 주제로 한 단편들을 모아놓은 이 작품집은 그 자체로 참으로 사랑스럽다. 그렇게밖에는 달리 표현할 수가 없을 것 같다. ―김홍중 교수
21세기에 사랑은 과연 어떤 모습을 띠고 있을까? 독일의 사회학자 부부는 주장한다. 우리 시대 사랑은 낭만적 사랑도 아니고 헌신적 사랑도 아니다. 사랑은 리스크가 되었다. 사랑이 리스크라는 것은 사랑을 통해 우리가 상실하게 될 것에 대한 계산이 사랑의 열정보다 더 강해졌다는 것이다. 사랑이 합리화되었다는 것이다. 사회학이 사랑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김홍중 교수
사랑=기술?
사랑은 인류의 영원한 화두이자 보편적 가치입니다. 그런데 사랑에 대한 정의는 모두 다르죠. 누군가는 '누구에게나 사랑할 능력이 있고 사랑할 대상의 문제'라고 봅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사랑은 감정적이고 감성적인 그 무엇으로 이성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여기 사랑이란 ‘배우고 익혀야 하는 기술’로 규정하는 책이 있습니다. 1956년 독일에서 출간된 『사랑의 기술』입니다. 에리히 프롬은 사회비판과 정신분석의 시각에서 '사랑'을 설명합니다. 프롬은 진정한 사랑이란 주체의 고유한 특성 전체를 능동적이며 생산적으로 발전한다고 보았습니다. 그것의 작동과 발현을 위해 이웃과 인류를 사랑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죠. 겸손, 용기, 신념, 훈련이 없는 한 사랑은 성공할 수 없다고요. 당신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