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와 복지관 사이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흙서점> 앞에 사람들이 드문드문 모여있다. 먼지 묻은 책을 물티슈로 닦고, 2~3권의 책을 품 안에 넣은 채 다시 책장을 바라본다. 이들의 표정에 ‘또 어떤 책을 살까?’ 하는 행복한 고민이 느껴진다. 책값이 부담스러워진 시기에 <흙서점>은 저렴한 가격으로 중고서적을 제공하면서 독자들에게 다독의 즐거움을 주고 있다.
▲ 손을 뻗을 때마다, 발을 디딜 때마다 서적들이 있다.
주인아저씨도 모르는 총 서적 수
15~20평 남짓 되는 공간에 책들이 천장 높이까지 쌓여있다. 팔다리에 치여 책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구경했다. 주인아저씨에게 놀란 눈으로 “여기 책이 총 몇 권이에요?”라고 물으니, “안 세어봐서 나도 모르겠는데”라는 시니컬한 대답이 돌아왔다. 끊임없이 서적들을 옮기고 정리하는 주인아저씨도 모를 만큼 어마어마하게 많은 책이 있다.
옛날 만화책방에서 볼법한 2단 이동식 책장에 여러 장르가 꽂혀 있다. 수험서, 문학, 예술, 여행, 사회정치, 이공계 전공 서적, 종교, 만화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장르가 있다. 장르끼리 정리되어 있긴 하지만 조금 뒤섞여 있다. 이를테면, 여행책장 사이에 문학책 칸이 한 줄 껴있는 정도다. 책을 구경하는 데 어려움은 없으나 원하는 서적을 못 찾을 수 있다. 그럴 때는 주인아저씨에게 여쭤보면 된다. 두 명의 손님이 책 이름이 적혀있는 종이를 건네면서 요청하자 금속 탐지기처럼 책들을 쏙쏙 찾아내셨다.
오래된 중고서점이라고 해서 고릿적 책만 있는 건 아니다. ‘상실의 시대’, ‘박사가 사랑한 수식’, ‘논어’ 같은 고전 책도 있지만, ‘언어의 온도’, ‘미움받을 용기’,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등 근래 화제작도 만나볼 수 있다.
책들은 중고임에도 불구하고 상태가 말끔하다. 책 뽑기 운이 좋아서 그런지 4권 정도의 책을 골라서 넘겨볼 때마다, 책장에 불쾌한 자국이나 밑줄 표시가 없었다. 하지만 수십 년 된 책들은 표지가 헐어있거나 누런 종이를 띄고 있어서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 외부에 설치된 CD선반과 한국가요 레이저 디스코 LP
그때 그 시절 문화가 있는 보물창고
<흙서점>은 서적뿐만 아니라 DVD, LP, 음원 CD도 판매한다. 이것들은 정문 앞에 야외 선반에 배치되어 있으며 꽤 오래된 제품이 많다. DVD는 미국 시트콤 <오피스>나 영화<다이하드>처럼 10년 전에 유행한 미디어 상품들이 주를 이룬다. 특히, LP는 <심수봉의 골든 앨범>, <한국 가요 레이저 디스코> 등 10년도 더 된 제품들이 많다. 그래서 LP는 다른 제품보다 표지가 심하게 손상되어 있거나 겉표지와 다른 LP판이 들어있기도 한다. 미디어 제품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할지 의심스럽지만, LP는 3000원 그리고 CD, DVD는 2000원밖에 안 하니까 호기심에 구매할 만하다.
▲ 정문 기둥에 붙어있는 정겨운 내용
따뜻한 서비스+ 착한 가격=흙서점
서점 정문 기둥에 A4용지가 일렬로 붙어있다. ‘책방에서 조사해도 되고, 서점 주인장에게 길 물어봐도 되고, 핸드폰 충전 도와준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 찾기 힘든 환대다. 실제로 서점에서 1시간가량 책을 구경했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빨간 패딩을 입은 꼬마 아이가 책더미에 앉아 메이플 스토리를 읽었고, 학생처럼 보이는 독자가 필요한 부분만 쓱 보고 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주인아저씨는 절대 눈치 주지 않았다. <흙서점>이 가진 따스한 온기는 독자와 주인아저씨와의 신뢰 관계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
▲ <흙서점>에서 직접 구매한 제품들이다. LP판 소리는 다행히 잘 나온다.
서점에 있는 책들은 30~50%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다. 저렴한 가격에 참지 못하고 제품 세 개를 구매했다. 그것들은 ‘DISCO MAD MIX’ LP판, ‘나는 고양이로 소이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이다. 가격은 총 9000원이 나왔다. 새 책 절반 값으로 서적 2권과 LP 1개를 구매한 것이다! 책값으로 독서를 망설이고 있는 독자들에게 이곳을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어떤 손님도 환영하고, 모든 책을 판매하는 <흙서점>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독자들과 함께했으면 한다.
30년 동안 중고서적으로 쌓아 올린 곳, <흙서점>
▲ 흙서점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핸드헬드 영상
▲ 정문부터 책이 흘러 넘친다.
주유소와 복지관 사이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흙서점> 앞에 사람들이 드문드문 모여있다. 먼지 묻은 책을 물티슈로 닦고, 2~3권의 책을 품 안에 넣은 채 다시 책장을 바라본다. 이들의 표정에 ‘또 어떤 책을 살까?’ 하는 행복한 고민이 느껴진다. 책값이 부담스러워진 시기에 <흙서점>은 저렴한 가격으로 중고서적을 제공하면서 독자들에게 다독의 즐거움을 주고 있다.
▲ 손을 뻗을 때마다, 발을 디딜 때마다 서적들이 있다.
주인아저씨도 모르는 총 서적 수
15~20평 남짓 되는 공간에 책들이 천장 높이까지 쌓여있다. 팔다리에 치여 책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구경했다. 주인아저씨에게 놀란 눈으로 “여기 책이 총 몇 권이에요?”라고 물으니, “안 세어봐서 나도 모르겠는데”라는 시니컬한 대답이 돌아왔다. 끊임없이 서적들을 옮기고 정리하는 주인아저씨도 모를 만큼 어마어마하게 많은 책이 있다.
옛날 만화책방에서 볼법한 2단 이동식 책장에 여러 장르가 꽂혀 있다. 수험서, 문학, 예술, 여행, 사회정치, 이공계 전공 서적, 종교, 만화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장르가 있다. 장르끼리 정리되어 있긴 하지만 조금 뒤섞여 있다. 이를테면, 여행책장 사이에 문학책 칸이 한 줄 껴있는 정도다. 책을 구경하는 데 어려움은 없으나 원하는 서적을 못 찾을 수 있다. 그럴 때는 주인아저씨에게 여쭤보면 된다. 두 명의 손님이 책 이름이 적혀있는 종이를 건네면서 요청하자 금속 탐지기처럼 책들을 쏙쏙 찾아내셨다.
오래된 중고서점이라고 해서 고릿적 책만 있는 건 아니다. ‘상실의 시대’, ‘박사가 사랑한 수식’, ‘논어’ 같은 고전 책도 있지만, ‘언어의 온도’, ‘미움받을 용기’,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등 근래 화제작도 만나볼 수 있다.
책들은 중고임에도 불구하고 상태가 말끔하다. 책 뽑기 운이 좋아서 그런지 4권 정도의 책을 골라서 넘겨볼 때마다, 책장에 불쾌한 자국이나 밑줄 표시가 없었다. 하지만 수십 년 된 책들은 표지가 헐어있거나 누런 종이를 띄고 있어서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 외부에 설치된 CD선반과 한국가요 레이저 디스코 LP
그때 그 시절 문화가 있는 보물창고
<흙서점>은 서적뿐만 아니라 DVD, LP, 음원 CD도 판매한다. 이것들은 정문 앞에 야외 선반에 배치되어 있으며 꽤 오래된 제품이 많다. DVD는 미국 시트콤 <오피스>나 영화<다이하드>처럼 10년 전에 유행한 미디어 상품들이 주를 이룬다. 특히, LP는 <심수봉의 골든 앨범>, <한국 가요 레이저 디스코> 등 10년도 더 된 제품들이 많다. 그래서 LP는 다른 제품보다 표지가 심하게 손상되어 있거나 겉표지와 다른 LP판이 들어있기도 한다. 미디어 제품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할지 의심스럽지만, LP는 3000원 그리고 CD, DVD는 2000원밖에 안 하니까 호기심에 구매할 만하다.
▲ 정문 기둥에 붙어있는 정겨운 내용
따뜻한 서비스+ 착한 가격=흙서점
서점 정문 기둥에 A4용지가 일렬로 붙어있다. ‘책방에서 조사해도 되고, 서점 주인장에게 길 물어봐도 되고, 핸드폰 충전 도와준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 찾기 힘든 환대다. 실제로 서점에서 1시간가량 책을 구경했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빨간 패딩을 입은 꼬마 아이가 책더미에 앉아 메이플 스토리를 읽었고, 학생처럼 보이는 독자가 필요한 부분만 쓱 보고 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주인아저씨는 절대 눈치 주지 않았다. <흙서점>이 가진 따스한 온기는 독자와 주인아저씨와의 신뢰 관계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
▲ <흙서점>에서 직접 구매한 제품들이다. LP판 소리는 다행히 잘 나온다.
서점에 있는 책들은 30~50%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다. 저렴한 가격에 참지 못하고 제품 세 개를 구매했다. 그것들은 ‘DISCO MAD MIX’ LP판, ‘나는 고양이로 소이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이다. 가격은 총 9000원이 나왔다. 새 책 절반 값으로 서적 2권과 LP 1개를 구매한 것이다! 책값으로 독서를 망설이고 있는 독자들에게 이곳을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어떤 손님도 환영하고, 모든 책을 판매하는 <흙서점>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독자들과 함께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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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로강정, 쟝블랑제리
주소 : 서울 관악구 남부순환로 1916
운영시간 : 월-토 11:30 - 23:00, 일요일 15:00 - 23:00
휴무일 : 국경일
연락처: 02-884-8454
시설 : 와이파이, 간이좌석 2개
개관일 : 1997년
필자_김민정
내용 update 확인: 2020.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