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동 사거리에서 종각 방향으로 이어지는 우정국로를 지나다 보면 조계사 맞은편으로 큰 건물이 하나 있다. 몇 해 전 지어진 반짝이는 빌딩은 상층부는 호텔로 하층부는 쇼핑과 문화의 공간으로 사용 중인데, ‘안녕 인사동’이다. 전통의 거리라고 불리는 인사동길과 입구를 마주한 이 현대식 문화복합몰에는 요즘 말로 ‘힙하다’고 표현해도 좋을 식당과 가게가 많았지만, 유일하게 힙하지 않은 곳. 책방이 하나 있다. 4층의 부쿠서점.
낡고, 오래된 거리 인사동길에서 만난 현대적이고 트렌디한 공간 안에서 트렌디한 느낌과는 거리가 먼 동네 책방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묘하게 다가왔다. 본래 성북동에 있다가 이곳으로 왔다고 하는데 그곳에서의 느낌은 어땠을까 궁금했다.
▲ 인사동길에서 만난 가장 크고 현대적인 빌딩, 안녕 인사동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동네 책방
투명한 벽이 둥글게 둘러싼 부쿠서점은 바깥에서 보기에도 한눈에 책방인 것을 알 수 있다. 덕분에 의외의 공간에서 마주친 책방에 호기심을 느낀 행인들이 종종 문을 열고 들어와 책방을 탐험 했다. 책방의 내부는 신기한 책과 재미있는 굿즈를 발견한 탐험가들의 속삭이는 소리와 이따금 커피를 내리는 소리, 그리고 잔잔한 클래식이 가득 찬 아늑한 공간이었다.
▲ 투명한 유리벽으로 한 눈에 책방임을 알 수 있는 부쿠서점의 외관
둥근 벽을 따라 늘어선 서가에는 시, 에세이, 소설, 여행, 동화, 취미, 잡지 등 여러 책이 장르에 따라 구분되어 놓여있다. 몇 곳의 잘 알려진 책방들을 다녀본 소감으로는 대부분 동네 책방은 규 모가 작아 다양한 장르를 취급하지 않는데 부쿠서점은 최근의 베스트셀러는 물론 신간과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독립 출판물까지 다양한 도서를 갖추고 있는 게 특징이었다.
친절하게도 서가에 놓인 책들은 누구든 자유롭게 읽을 수 있었는데, 편히 앉아 읽을 수 있도록 서가 사이에는 의자까지 놓여 있다. ‘작은 책방들은 대형서점과 달라서 마음대로 책을 읽게 놔뒀 다가는 책이 망가질 경우 그 손해를 고스란히 감수해야 할 텐데…’하는 생각도 잠시 스쳤지만, 걱정과는 달리 대부분 책이 손때 묻지 않고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서가 사이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이 책을 소중히 다뤄줄 것이라는 믿음이 없으면 쉽게 할 수 없는 운영 방식이다.
▲ 책방 안 풍경
나에게 좋은 책을 당신에게 추천합니다!
서점에서 책 표지를 구경하는 일은 쏠쏠한 재미가 있다. 원색으로 시선을 끌거나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는 표지, 때로는 작가의 얼굴이 크게 그려진 띠지까지. 표지에 시선을 뺏기고, 표지만 보 고 책을 골라 집어 들게 된다. 책 표지가 점점 화려해지는 이유이며, 내가 종종 책 사기에 실패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부쿠서점에서 만나는 책들은 표지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책표지를 메모로 가린 책들이 많기 때문이다. 책표지를 덮고 있는 건 부쿠서점 큐레이터들이 직접 책을 읽고 느낀 감상과 책 속 에서 건진 문장을 적은 쪽지다. 이곳에선 표지가 아닌 그 위에 붙은 큐레이터의 글에 먼저 눈길이 가고, 큐레이터가 골라낸 문장을 찾기 위해 책 장을 펼쳐보게 된다.
예쁘게 적은 손글씨 메모 속 큐레이터의 감상과 책 속의 인상적인 문장을 읽다 보면 지인에게 좋은 책 한 권, 한 권을 추천받는 기분이 든다. 삽지를 넣거나 페이지 마커로 큐레이터가 맘에 들 었던 페이지를 표시해 놓은 ‘부쿠픽’은 대가를 받고 작성한 듯한 서평이 상위에 나란히 노출되는인터넷에서는 만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다.
▲ 표지보다 더 눈에 띄는 큐레이터의 메모
이곳에서는 표지로 책을 판단하거나 책날개에 적힌 저자의 이력에 유혹되지 않고, 그 책을 만족하고 읽었던 사람(큐레이터)의 생생한 감상을 바탕으로 ‘그 사람에게 좋았던 책이 내게도 좋은 책 이 되어줄까’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큰 서점에서와는 다른 태도로 책을 집어 들게 된다.
종종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친절한 안내자의 역할을 해줄 것 같다. 평소 책을 고르기에 실패하거나 접해보지 못했던 장르의 책에 도전한다면 부쿠서점의 큐레이터들 이 추천하는 책부터 읽어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일 것이다.
▲ 부쿠서점은 책을 파는 곳이지만, 책을 소개하는 것에 더 큰 의의를 두고 있다.
부쿠서점의 시그니처, 비밀책
▲ 부쿠서점 베스트셀러
책방 안에서 가장 흥미로운 곳은 입구 옆에 마련된 BEST 10 코너였다. 부쿠서점에서 가장 잘 팔린 책 10권의 순위를 매겨 놓아둔 곳인데 눈에 띄는 것은 가장 많이 팔린 1위 도서의 이름이다. ‘부쿠서점 시그니처 비밀책’
부쿠서점은 매월 책 한 권을 선정해 봉투 속에 책을 넣어 비밀책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다. 봉투를 밀봉하기 때문에 내용물을 알 수 없는 것이 마치 럭키박스와 비슷하다. 어떤 책이 들어 있을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힌트라고는 그저 책을 담은 봉투 겉면에 쓰인 책 속의 문장들뿐인데, 부쿠서점의 큐레이터들이 고심 끝에 고른 한 권의 책인 만큼 봉투를 보고 있으면 어떤 책 일까 하는 호기심이 계속 생긴다. 그래서, 책 방을 한 바퀴 돌고 돌아 다시 비밀책 앞으로 향하게 된다.
나 또한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비밀책 한 권을 구매했다. 아마 나 같은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봉투 안에서 나온 책은 평소 들어본 적이 있고, 내 관심사 유사해 꽤 만족스러웠 다. 하지만, 잘 모르는 책이 나왔다 해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한 권의 책에는 하나의 세계가 담겨있으니까 큐레이터들이 나를 새로운 세계로 안내해주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한 번쯤 모르는 사 람의 추천을 받아 아무 정보도 없이 구매한 책을 읽어보는 것도 재밌는 경험이 될 것이다.
▲ 어떤 책인지 궁금해지는 포장의 이달의 비밀책
향기로운 차를 마시며 틈틈이 곳곳을 구경했다. 큐레이터들이 쓴 메모를 찾아 읽고, 처음 본 책을 들추다 보다 보니 1시간이 훌쩍 넘어버렸다. 평일 저녁이었지만 그 사이 몇몇 커플과 단란한 가족들이 책방을 거쳐갔다. 역시 인사동의 복합몰은 데이트와 나들이에 좋은 장소였다.
인사동이 낯선 사람이라면 데이트나 친구들과의 모임 장소로 한 번쯤 ‘안녕 인사동’을 방문해 보자. 신기한 것도 구경하고, 식사는 여러 식당 중에 취향껏 골라 먹고… 대신 차는 부쿠서점에 가 서 마시자. 책방 답지 않게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커피는 프랜차이즈 못지 않다. 그리고, 차를 기다리는 그 잠깐 동안 큐레이터들이 소개하는 책들을 만나보자. 이 복잡한 세상에 누군가가 시간 과 공을 들여 직접 책을 읽고, 좋은 것을 골라 소개해준다니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운 일인가.
■ 함께 둘러보면 좋을 곳 네이버 캐릭터 샵 <라인 프렌즈 스토어>, 기념품점 <놀다가게>, 요괴라면으로 유명한 식당 & 잡화점 <고잉메리>, 아트플레이스 <컬러풀뮤지엄> 등 다수
- 북큐레이터가 추천하는 책 속의 문장과 감상을 만날 수 있는 곳
▲ 책을 안내해주는 사람들의 책방, 부쿠서점 스케치 영상
안녕 인사동? 안녕 부쿠서점!
안국동 사거리에서 종각 방향으로 이어지는 우정국로를 지나다 보면 조계사 맞은편으로 큰 건물이 하나 있다. 몇 해 전 지어진 반짝이는 빌딩은 상층부는 호텔로 하층부는 쇼핑과 문화의 공간으로 사용 중인데, ‘안녕 인사동’이다. 전통의 거리라고 불리는 인사동길과 입구를 마주한 이 현대식 문화복합몰에는 요즘 말로 ‘힙하다’고 표현해도 좋을 식당과 가게가 많았지만, 유일하게 힙하지 않은 곳. 책방이 하나 있다. 4층의 부쿠서점.
낡고, 오래된 거리 인사동길에서 만난 현대적이고 트렌디한 공간 안에서 트렌디한 느낌과는 거리가 먼 동네 책방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묘하게 다가왔다. 본래 성북동에 있다가 이곳으로 왔다고 하는데 그곳에서의 느낌은 어땠을까 궁금했다.
▲ 인사동길에서 만난 가장 크고 현대적인 빌딩, 안녕 인사동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동네 책방
투명한 벽이 둥글게 둘러싼 부쿠서점은 바깥에서 보기에도 한눈에 책방인 것을 알 수 있다. 덕분에 의외의 공간에서 마주친 책방에 호기심을 느낀 행인들이 종종 문을 열고 들어와 책방을 탐험 했다. 책방의 내부는 신기한 책과 재미있는 굿즈를 발견한 탐험가들의 속삭이는 소리와 이따금 커피를 내리는 소리, 그리고 잔잔한 클래식이 가득 찬 아늑한 공간이었다.
▲ 투명한 유리벽으로 한 눈에 책방임을 알 수 있는 부쿠서점의 외관
둥근 벽을 따라 늘어선 서가에는 시, 에세이, 소설, 여행, 동화, 취미, 잡지 등 여러 책이 장르에 따라 구분되어 놓여있다. 몇 곳의 잘 알려진 책방들을 다녀본 소감으로는 대부분 동네 책방은 규 모가 작아 다양한 장르를 취급하지 않는데 부쿠서점은 최근의 베스트셀러는 물론 신간과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독립 출판물까지 다양한 도서를 갖추고 있는 게 특징이었다.
친절하게도 서가에 놓인 책들은 누구든 자유롭게 읽을 수 있었는데, 편히 앉아 읽을 수 있도록 서가 사이에는 의자까지 놓여 있다. ‘작은 책방들은 대형서점과 달라서 마음대로 책을 읽게 놔뒀 다가는 책이 망가질 경우 그 손해를 고스란히 감수해야 할 텐데…’하는 생각도 잠시 스쳤지만, 걱정과는 달리 대부분 책이 손때 묻지 않고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서가 사이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이 책을 소중히 다뤄줄 것이라는 믿음이 없으면 쉽게 할 수 없는 운영 방식이다.
▲ 책방 안 풍경
나에게 좋은 책을 당신에게 추천합니다!
서점에서 책 표지를 구경하는 일은 쏠쏠한 재미가 있다. 원색으로 시선을 끌거나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는 표지, 때로는 작가의 얼굴이 크게 그려진 띠지까지. 표지에 시선을 뺏기고, 표지만 보 고 책을 골라 집어 들게 된다. 책 표지가 점점 화려해지는 이유이며, 내가 종종 책 사기에 실패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부쿠서점에서 만나는 책들은 표지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책표지를 메모로 가린 책들이 많기 때문이다. 책표지를 덮고 있는 건 부쿠서점 큐레이터들이 직접 책을 읽고 느낀 감상과 책 속 에서 건진 문장을 적은 쪽지다. 이곳에선 표지가 아닌 그 위에 붙은 큐레이터의 글에 먼저 눈길이 가고, 큐레이터가 골라낸 문장을 찾기 위해 책 장을 펼쳐보게 된다.
예쁘게 적은 손글씨 메모 속 큐레이터의 감상과 책 속의 인상적인 문장을 읽다 보면 지인에게 좋은 책 한 권, 한 권을 추천받는 기분이 든다. 삽지를 넣거나 페이지 마커로 큐레이터가 맘에 들 었던 페이지를 표시해 놓은 ‘부쿠픽’은 대가를 받고 작성한 듯한 서평이 상위에 나란히 노출되는인터넷에서는 만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다.
▲ 표지보다 더 눈에 띄는 큐레이터의 메모
이곳에서는 표지로 책을 판단하거나 책날개에 적힌 저자의 이력에 유혹되지 않고, 그 책을 만족하고 읽었던 사람(큐레이터)의 생생한 감상을 바탕으로 ‘그 사람에게 좋았던 책이 내게도 좋은 책 이 되어줄까’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큰 서점에서와는 다른 태도로 책을 집어 들게 된다.
종종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친절한 안내자의 역할을 해줄 것 같다. 평소 책을 고르기에 실패하거나 접해보지 못했던 장르의 책에 도전한다면 부쿠서점의 큐레이터들 이 추천하는 책부터 읽어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일 것이다.
▲ 부쿠서점은 책을 파는 곳이지만, 책을 소개하는 것에 더 큰 의의를 두고 있다.
부쿠서점의 시그니처, 비밀책
▲ 부쿠서점 베스트셀러
책방 안에서 가장 흥미로운 곳은 입구 옆에 마련된 BEST 10 코너였다. 부쿠서점에서 가장 잘 팔린 책 10권의 순위를 매겨 놓아둔 곳인데 눈에 띄는 것은 가장 많이 팔린 1위 도서의 이름이다. ‘부쿠서점 시그니처 비밀책’
부쿠서점은 매월 책 한 권을 선정해 봉투 속에 책을 넣어 비밀책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다. 봉투를 밀봉하기 때문에 내용물을 알 수 없는 것이 마치 럭키박스와 비슷하다. 어떤 책이 들어 있을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힌트라고는 그저 책을 담은 봉투 겉면에 쓰인 책 속의 문장들뿐인데, 부쿠서점의 큐레이터들이 고심 끝에 고른 한 권의 책인 만큼 봉투를 보고 있으면 어떤 책 일까 하는 호기심이 계속 생긴다. 그래서, 책 방을 한 바퀴 돌고 돌아 다시 비밀책 앞으로 향하게 된다.
나 또한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비밀책 한 권을 구매했다. 아마 나 같은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봉투 안에서 나온 책은 평소 들어본 적이 있고, 내 관심사 유사해 꽤 만족스러웠 다. 하지만, 잘 모르는 책이 나왔다 해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한 권의 책에는 하나의 세계가 담겨있으니까 큐레이터들이 나를 새로운 세계로 안내해주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한 번쯤 모르는 사 람의 추천을 받아 아무 정보도 없이 구매한 책을 읽어보는 것도 재밌는 경험이 될 것이다.
▲ 어떤 책인지 궁금해지는 포장의 이달의 비밀책
향기로운 차를 마시며 틈틈이 곳곳을 구경했다. 큐레이터들이 쓴 메모를 찾아 읽고, 처음 본 책을 들추다 보다 보니 1시간이 훌쩍 넘어버렸다. 평일 저녁이었지만 그 사이 몇몇 커플과 단란한 가족들이 책방을 거쳐갔다. 역시 인사동의 복합몰은 데이트와 나들이에 좋은 장소였다.
인사동이 낯선 사람이라면 데이트나 친구들과의 모임 장소로 한 번쯤 ‘안녕 인사동’을 방문해 보자. 신기한 것도 구경하고, 식사는 여러 식당 중에 취향껏 골라 먹고… 대신 차는 부쿠서점에 가 서 마시자. 책방 답지 않게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커피는 프랜차이즈 못지 않다. 그리고, 차를 기다리는 그 잠깐 동안 큐레이터들이 소개하는 책들을 만나보자. 이 복잡한 세상에 누군가가 시간 과 공을 들여 직접 책을 읽고, 좋은 것을 골라 소개해준다니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운 일인가.
■ 함께 둘러보면 좋을 곳
네이버 캐릭터 샵 <라인 프렌즈 스토어>, 기념품점 <놀다가게>, 요괴라면으로 유명한 식당 & 잡화점 <고잉메리>, 아트플레이스 <컬러풀뮤지엄> 등 다수
주소 :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49 안녕인사동 4층
연락처 : 070-5117-4873
운영시간 : 매일 10:00-22:00 휴무일: 명절 당일
도서 종류 : 에세이, 소설, 취미, 잡지 & 독립출판물
메뉴
-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5천원, 카페라떼 5.5천원, 바닐라라떼 6.5천원
- 유명 소설의 이름을 딴 녹차, 허브차, 홍차 등이 5천원
주요 인문 프로그램 : 매월 진행하는 부쿠 북토크(코로나로 잠시 중단)
시설 : 차를 마시고, 구매한 책을 읽는 테이블, 서가 안쪽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좌석 다수
블로그 : https://blog.naver.com/bukubooks
필자_김학수
내용 update 확인: 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