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공간 탐방

언제든 좋은 책과 음악 그리고 강연 및 공연까지 인문학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소개합니다. 마음의 여유와 나에게 돌아가는 길을 만나보세요.

서촌, 아트 서점 ‘더 레퍼런스

▲ 더 레퍼런스에서의 짧은 여정 기록


벌써 11월 중순. 11월이 훌쩍 넘어가서 이제는 가을이랑은 왠지 멀어져야 할 것 같은데 아직 겨울이 완전히 오진 않은 느낌이다. 올해는 여행 없이 삶을 단조롭게 보내서 그런지 어느 해 보다도 시간을 빠르게 보냈다. 흘러가는 시간이 아쉬워, 가을의 끝자락에서 가을의 내음을 조금이라도 붙잡기 위해 가을과 잘 어울리는 서촌을 찾았다. 고즈넉한 서촌의 경복궁을 따라 떨어진 은행잎을 바스락 밟으며 걷는데, 한 전시회 포스터가 눈길을 사로 잡았다. 전시회 오픈이 이틀 뒤라 발걸음을 돌리려는 찰나, 전시회 건물에 서점이 있는걸 발견했다. 가을이 나에게 주는 선물인건가? 독서의 계절이라고 흔히 불리우는 가을이 이끄는 대로 나의 발걸음을 건물 안, 서점으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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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관 또한 군더더기 없이 심플하다


 

2층에 있는 서점에 들어가자마자 나를 반기는 세가지 감각.

잔잔한 클래식. 그리고 왠지 편안한 느낌을 주는 자스민 향. 그리고 왠지 모르게 독특한 책의 표지들. 서점에 들어서자마자 일반적인 서점이 아니라는 인상을 받았다. 책 표지가 다 개성이 넘쳤다. 표지만 봐도 이 곳은 아트북이, 그 중에서도 사진북이 메인인 서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벽에 비치는 따뜻한 햇살이 보여서일까, 책과 잘 어우러져 있는 초록 식물들 덕분일까 일반적이지 않은 인상이 오히려 편안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곳에 대한 나의 흥미를 자극시켰다. 서점에 들어가자 가장 가까이에 있는 책의 서문을 봤는데, 내 마음에 꽂히는 글귀 하나로 이 공간의 매력에 바로 빠져버렸다.


지금 우리의 사진은 대부분 인물 사진이거나 풍경 사진이었다. 그렇지만 머지않아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이 사진의 피사체가 될 것이다.
“사진을 수집한다는 것은 세계를 수집한다는 것이다.”
- 1884년 영국에서 열린 어느 사진 전시회에서.


이 공간에 홀린 듯이 책 하나하나를 천천히 살펴보는데 북 큐레이터 분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말을 걸어 대화를 나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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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부 모습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궁금하며 이 곳에 더 오래 머물고 싶어진다.


 

- 이곳이 주는 느낌이 굉장히 신선하면서도 따뜻하네요. 이 서점은 어떤 곳인가요.

‘더 레퍼런스’는 사진이나 아트 북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운영되고 있는 아트 서점입니다. 책과 예술을 연결해주는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 아트북 전문 서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북 큐레이팅 하실 때 기준이 있으신가요.

여기에 있으면서 항상 드는 생각은 미술이나 예술을 어렵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예술을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을 하며 책을 큐레이팅합니다. 이곳이 사진이나 아트 북을 더욱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 큐레이터님께서 책 한권 추천해 주시겠어요?

올해가 6.25 전쟁 발발 70주년인거 아세요? 한국전쟁 전후 상황을 현장감 있게 기록한 임응식 작가의 사진집이 최초로 발간되어서 그 책을 추천하고 싶네요. 책 이름은 <부산에서 서울로1946-1960>입니다. 한국전쟁 전 후 부산에서 서울로 가는 시기에 일상을 사진으로 기록한 책인데요, 작가의 고향 부산에 대한 깊은 애정과 피난민들의 전후 생활상이 과감없이 녹아 들어있어요. 다큐멘터리 사진의 백미라고 평가되고 있는 책이기에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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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전쟁 직후 서울 도심을 배경으로 '구직'이라는 단어가 적힌 팻말을 두른 한 남자.
이 사진은 전쟁의 폐허로 대표되는 구직자의 모습을 기록한 임응식의 대표 사진이다.



- 아, 아래 전시가 있던데 어떤 전시인가요? 

‘더 레퍼런스’는 항상 전시가 있는 서점입니다. 이번 전시는 《원숭이에서 비행기까지》에서 끼가 돋보이는 여섯 명의 젊은 작가들이 본인의 작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여섯 명의 작가들은 각자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꺼내지만 연쇄적 전개로 이루어지는 ‘원숭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노래처럼 작업 사이에서 유사한 지점을 찾아내고 그것들을 연결해 시각적인 노래를 만들어냅니다. 중견 작가를 초대하여 젊은 작가들과 주제별로 이야기를 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어서 재미있을 거예요.


전시 정보

《원숭이에서 비행기까지 From Monkey to Plane》
기간 2020.11.19 (목) –11.28 (토) / 11:00-19:00 *월요일 휴무
참여작가 강태현, 이창민, 이하늘, 신수민, 이승열, 조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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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자체가 인테리어다. 감각적인 표지들이 예술적인 분위기를 배가시킨다.



아트북 큐레이터

미술관에는 큐레이터가 있듯이 예술 전문 서점 더 레퍼런스에는 ‘아트북 큐레이터’가 있다. 아트북 큐레이터는 현대미술의 길라잡이가 되어준다. 더 레퍼런스의 큐레이터는 책은 모든 예술활동을 연결하는 매개체라고 말한다. 더 레퍼런스는 2018 년 서촌을 거점으로 아시아 아트북 라이브러리, 르 코르뷔지에, 라이프 매거진 등 전시와 책을 함께 기획하며 작지만 강한 콘텐츠를 선보이는 곳으로 알려졌다. 이 곳이 지역 특화형 아트북 전문 서점으로서 책을 통해 나와 같은 일반 사람들이 예술을 더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니 이 얼마나 멋진가.

더 레퍼런스는 올해로 개관 3주년을 맞이하며 서울시립미술관에 2 호점인 더레퍼런스 x SeMA, 가로수길 안테룸 호텔 내 텔러스 9.5에 3호점을 선보인다고 한다.

이 세 곳에서 코로나 19 이후 ‘언택트' 트렌드에 맞게 비대면으로 여러가지 이벤트가 진행중이며, 현직 사진작가와 함께 하는 현대 사진 심화 토크, 아트북 퍼블리싱 실제 세미나 등 심도 깊은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라고 하니 조만간 이곳에 혹은 다른 지점에 다시 한번 방문해야 할 것 같다.

 

■ 함께 둘러보면 좋을 곳
경복궁 돌담길


·주소 :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24길 44

·운영시간 : 11:00-19:00 (월요일 휴무)

·도서 종류 : 사진집 아트북 / 인문 서적(철학,비평) 등 약 400여권

·연락처 : 070-4150-3105

·주요 인문 프로그램 : 전시 상시 진행, 작가 초청 토크, 낭독회, 독서 모임

·시설 : 누구나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는 4석의 테이블은 서점 속 작은 열람실 역할을 한다.

·웹사이트 : https://www.the-ref.kr/ SNS : https://instagram.com/the_reference_seoul?igshid=1jv3q6i79by2g

·개점일 : 2018년 3월

·더 레퍼런스 2호점 : 서울시립미술관 더레퍼런스 x SeMA

·더 레퍼런스 3호점 : 가로수길 안테룸 호텔 내 텔러스 9.5


필자_이정민

내용 update 확인: 2020.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