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공간 탐방

언제든 좋은 책과 음악 그리고 강연 및 공연까지 인문학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소개합니다. 마음의 여유와 나에게 돌아가는 길을 만나보세요.

심지전문서적, 20여년차 전문 북큐레이터의 보물창고


▲ 심지전문서적, 20여년차 글로벌 트렌드 (준)전문 북큐레이터의 보물창고


연두색 프레임의 북스토어 "심지"

2020년,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집안 곳곳 눈에 거슬리는 부분들이 생긴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소파, 식탁, 의자 슬슬 바꿔 줄 때가 된 것 같은데…. 벽지 대신 페인트칠을 해볼까?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인테리어에도 관심이 생기고 분위기 전환도 할 겸 무작정 논현동 가구 거리로 향했다. 최신 인테리어 가구와 가전, 인테리어 용품들이 즐비한 매장을 지나 학동역에서 5분 정도 걸어 내려오니 따뜻한 느낌의 연두색 프레임인 서점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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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두색 프레임의 심지 북스토어 외관 | 심지 북스토어 내부



문을 열고 들어서자 하얀 책장에는 외국어 도서들이 가득하다. 인테리어, 아트(예술), 가드닝(원예, 정원 가꾸기), 건축 등, 카테고리 또한 다양하다. 예쁜 사진이 가득한 책부터 유명 작가의 작품세계를 소개하는 책, 설계도면과 건축자재에 대한 전문서적까지 2000여 종의 도서들이 자리하고 있다. 영어로 가득한 전문서적들에 둘러싸여 있다 보니 마치 내가 뉴욕 소호 거리에 있는 서점에 있는 것 같았다.


각각의 책들은 정성스럽게 비닐 포장으로 되어 있다. 책을 꺼내보기가 조심스러워 샘플 책을 찾자, 사장님이 손수 비닐 포장을 뜯어주시며, 요즘 가드닝 관련 서적을 찾는 일반인이 무쩍 많아졌다고 하신다. 코로나19로 답답한 생활이 길어져서인지 실내 식물 키우기, 베란다 가꾸기, 정원 꾸미기에 대한 관심들이 높아지는 것 같다며 가드닝 서적 몇 권을 추천해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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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조경 및 건축 관련 해외 잡지를 만날 수 있는 곳


서점 한 켠에는 제주도로 배송 예정인 박스가 눈에 들어왔다. 박스에 가득 채워진 도서들을 보니 사장님은 어떻게 알고 이런 책들을 구비해두신 것일까 궁금해졌다.

“매년 미국과 영국 현지로 출장을 가곤 합니다. 현지에 있는 서점을 다니며 분야별 트렌드를 파악하고, 도서를 선정해 구매합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직접 가지 못해 아쉽긴 하지만, 그 동안 쌓아온 노하우로 신간을 꾸준히 입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곳에는 대형서점 또는 온라인에서도 구하기 힘든 전문서적들이 많다 보니 이곳을 찾는 오랜 단골들이 많습니다.”
- 이성환 심지전문서적 사장

트렌디한 외국어 전문서적을 취급하는 사장님은 상상했던 모습과는 달리 나이 지긋한 아버님이셨다. 1998년 오픈 이래, 해당 분야의 도서와 전문가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 책 표지, 목차만 훑어봐도 도서의 내용 파악이 되고, 손님과 몇 마디만 나눠도 어떤 도서가 필요하신지 금방 파악이 된다고 하신다. 그 동안 쌓은 지식과 노하우로 건축, 인테리어 전문서적을 6권이나 출간하고 역수출 할 정도의 수준을 갖춘 실력자셨다. 마침 한 손님이 건물을 지으려 하는데 필요한 도서를 묻자, 용도와 컨셉 등을 확인하신후 관련 서적을 추천해주신다. 설계도와 자재 관련 도서뿐 아니라 손님 수준에 맞춰 전문가용, 일반인용 도서를 선별해 맞춤으로 권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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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열된 전문 서적과 곧 발송할 택배 박스



사장님이 가장 좋아하는 분야는 건축이란다. 그러고 보니 서점의 반 정도를 건축 도서들이 차지하고 있었고, 베스트셀러를 여쭤보자 세계적인 건축 작가들 이름이 줄줄 나온다. 피터 줌터, 리차드 마이어, 안도 다다오, 스티븐 홀, 르꼬르뷔제 등 유명 건축작가들의 도서가 인기라고 알려주셨다. 건축에 문외한인 나에겐 생소한 이름들이지만, 건축세계에 아주 작은 한걸음을 내디뎌 본 느낌이 들었다.


작지만 내공이 강한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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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 분야 베스트셀러



책장 윗줄에 이불처럼 덮여있는 주황색 비닐이 눈에 띄어 여쭤보니, 실내 조명으로 책표지가 변색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간단한 조치를 해둔 것이란다. 한 권에 1~2만원부터 수십만원에 이르기까지 가격대도 천차만별 일 뿐 아니라, 사장님이 직접 선정해 들여놓은 책들이니 한 권, 한 권 얼마나 소중할까? 그 마음이 읽히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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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 대한 사랑이 물씬 느껴졌던 주황 비닐에 덮여진 도서



얼마 전 찾아온 손님이 책값이 왜 인터넷 가격 보다 더 비싸냐고 항의하는 일이 있었다며 쓴웃음을 지으셨다. 인터넷의 발달로 오프라인 서점을 찾는 이들은 줄어들고, 예전에 비해 책을 사서 공부하는 학생들도 많지 않은 상 황에서, 이렇게 직접 해외에서 도서를 구매해 오는 심지전문서적은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 곳엔 20여년차 준전문 북큐레이터와 그 북큐레이터가 애정하는 2000여종의 도서들, 배송을 기다리지 않고 당장 손에 들고 갈 수 있는 전문서적들이 즐비하다. 내가 잘 아는 분야의 전문 서적을 찾고 싶을 때, 또는 새로운 분야에 입문해 보고 싶을 때, 믿고 의지해 볼 만한 그 분이 있는 심지전문서적 방문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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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둘러보면 좋을 곳
심지전문서적에서 학동역 방향으로 도보 5분 거리부터 논현동 가구거리가 시작된다. 가는 길에 있는 로얄컴퍼니(Bath용품 쇼룸) 외에도 한샘, 에넥스 매장, 조명 매장 등 인테리어, 디자인 관련 제품을 구경할 수 있다.


·주소 : 서울 강남구 논현동 34-24 1층

·운영시간 : 월-토 10:00 ~ 19:00  (일요일 휴무)

·도서 종류 : 건축, 인테리어, 가드닝, 아트, 그래픽 등 전문서적 위주 2000여종

·연락처 : 02-543-3476

·시설 : 누구나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는 4석의 테이블은 서점 속 작은 열람실 역할을 한다.

·웹사이트 : https://www.simjibook.com/ SNS : https://instagram.com/simjibook

·개점일 : 1998. 12


필자_임현정

내용 update 확인: 2020.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