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공간 탐방

언제든 좋은 책과 음악 그리고 강연 및 공연까지 인문학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소개합니다. 마음의 여유와 나에게 돌아가는 길을 만나보세요.

믿음문고 - 책플 (책 + 예배당, chapel)

SNS에서 우연히 보게 된 사진 한 장이 눈길을 끌었다. 예배당 같은 서점의 사진이다. 아치형 천장과 동그란 조명들이 유럽 어느 마을에 있을법한 작은 예배당을 연상시킨다. 책과 예배당(chapel)을 합쳐 ‘책플‘로도 불린다는 믿음문고, 이곳의 따뜻한 분위기에 이끌려 찾아가 보았다. 양재역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걸어 골목에 도착하니 진한 핑크톤 외관의 믿음문고가 눈에 띈다. 투명한 통창으로 보이는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가 연말 분위기를 내며 선물 상자처럼 반짝인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잔잔한 음악과 향긋한 향기가 기분 좋게 반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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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한 핑크톤의 믿음문고 외관 | 크리스마스 트리가 장식된 믿음문고 실내



음악과 향기 가득한 힐링 공간

아치형 천장과 벽면으로 구분된 책장들, 그리고 띄엄띄엄 진열되어 있는 책들이 여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레미제라블>, <오만과 편견> 등 고전문학부터 <마음의 상처와 마주한 나에게> 같은 심리학 도서들, 유기성 목사님의 <주밖에는 나의 복이 없다> 등의 신앙서적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진열되어 있다. 또 책장마다 의자가 하나씩 배치되어 있어 편하게 앉아 원하는 책을 읽을 수 있다. 잔잔한 음악과 좋은 향기에 둘러싸여 책을 읽다 보면 잠시나마 스트레스를 내려놓고 책 속으로 기분 좋게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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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장마다 마련된 의자 | 잔잔한 음악을 책임지는 오디오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간 <일인칭 단수>가 눈에 띈다. 그 옆에 있는 검정 다이어리는 책과 세트로 판매되는 제품이다. 최근 동네서점이 늘어나면서 도서를 기획 할 때, 대형서점용과 동네서점용 디자인과 구성을 차별화해 제작 판매한다. 자신이 원하는 패키지를 찾아 동네서점을 방문하는 재미가 추가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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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라카미 하루키의 <일인칭 단수> 동네서점용 패키지



믿음문고의 분기별 기획전 프로젝트

크리스마스트리 옆에 걸려있는 큰 그림과 앞쪽 진열대에 있는 동화책들은 모두 윤지회 동화작가의 작품들로 얼마 전 진행된 기획전에서 전시된 작품들이다. 믿음문고는 분기별로 국내외 작가를 선정해 기획전을 진행해왔다. 서점 한 켠에 마련된 헤르만 헤세의 테이블은 첫 번째 기획전 때 제작된 것이다. 헤르만 헤세는 지루하거나 고리타분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트려보자는 취지로 진행된 기획전에서는 개성 있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사랑받는 이나피스퀘어와 협업을 통해 젊은 층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고 그 때 제작된 굿즈와 문구류 등이 헤르만 헤세 집무실 테이블에 함께 전시되어 있다. 믿음문고는 이런 기획전 프로젝트를 통해 작가의 작품세계를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하고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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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지회 동화작가 동화책과 작품 전시 | 헤르만헤세 기획전 때 만든 헤세의 집무실



지난해 7월 오픈된 믿음문고는 벌써 4번째 기획전을 마쳤을 뿐 아니라, 다양한 주제를 담은 굿즈들과 의류, 가방 등이 서점을 조금씩 채워가고 있다. 특히, 사장님이 실크스크린 스튜디오를 직접 운영하고 있어 실크스크린프린팅으로 제작된 출판물, 디자인 제품들도 함께 전시,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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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주제를 담은 굿즈, 의류, 가방 | 엽서와 그림들



Q. 사장님, 어떤 동기로 믿음문고를 시작하셨나요?

A. 빠르고 정신없이 흘러가는 삶에 지친 이들이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제가 유난히 책을 좋아하기도 했고요. 저도 한때는 주위를 둘러볼 틈 없이 일(잡지사)에만 집중했던 때도 있었는데, 점점 제 자신을 잃게 되고 남는 건 공허함 뿐이더라고요. 믿음문고는 성공이나 돈 이상의 가치를 찾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든 공간입니다. 이곳을 찾는 분들이 저희를 통해 마음속에 빛나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작은 변화를 일으켜 세상이 조금씩 더 따뜻해질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Q, 믿음문고의 도서를 큐레이션 기준은 무엇인가요?

믿음문고는 '믿음과 사랑'이라는 큰 정서를 기반으로 큐레이션 한 도서들로 채워진 서점입니다. 나 자신과 타인, 곧 사람을 들여다보는 '인간학 서점'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믿음문고의 모든 책은 사람을 알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있는 책들이 대부분입니다. 신(하나님)에 대한 책이나 철학과 인문학, 심리학, 그리고 따뜻한 위로의 말이 담긴 책이나 세상을 보는 따뜻한 시각이 담긴 책들도 많고요. 최대한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소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다만 경쟁을 부추기거나, 자기계발을 강요하는 등 현실의 부정적인 부분들과 지나치게 맞닿아 있는 책은 다루지 않아요. 세상의 빠른 속도에 지친 많은 분들이 믿음문고에 방문한 순간만이라도 각자의 복잡한 현실을 잊으실 수 있기를 바라거든요.

Q. 믿음문고의 독특한 공간은 어떻게 만들어진 건가요?

A. 아치형 인테리어는 여행지에서 방문했던 어느 도서관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예배당 같은 느낌으로 겹겹이 이어지는 레이어를 가진 아치형 공간 속에 책이 가득 들어찬, 장엄해 보이기까지 했던 그 장면이 잊히질 않았거든요. 그 기억을 바탕으로 믿음문고의 인테리어 형태와 색감, 로고 등을 직접 디자인했어요. 그리고 꽃으로 가득 채워진 채 프로포즈를 이곳에서 받았기 때문에 저희 부부에게 더욱 소중한 장소가 되었어요.

기독교인인 사장님은 ‘세상을 치유하고, 사랑을 향한 믿음을 지키자’라는 목표로 나 자신과 타인, 곧 사람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인간학 서점’, 언제든 찾아가고 싶은 따뜻한 공공재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히셨다. 세상에 지친, 코로나에 지친,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와 쉼이 되어줄 공간으로 믿음 문고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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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원픽, 마음 챙김의 시, 류시화 모음



믿음문고는 2021년 상반기 확장 리뉴얼을 계획하고 있다. 1층 사무실 공간을 확장해 책과 굿즈 진열장을 늘리고, 2층에는 카페 공간을 만들어 독서모임이나 출판물 만들기 클래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만남과 소통, 나눔의 기회를 많이 가질 계획이다. 정확한 일정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 함께 둘러보면 좋을 곳

믿음문고가 있는 골목을 나와 길 하나 건너면 바로 양재천이 있어 산책하기 좋다.
바로 옆에는 인기 많은 세컨브레스 카페가 위치하고, 뒷길로 양재천 카페골목이 펼쳐진다.


·주소 : 서울 서초구 양재천로 95-4 1F

·운영시간 : 화-토 11:00~19:00 

·휴무일 :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

·도서 종류 : 문학, 사회경제, 인문심리, 신학, 잡지류, 동화 등 500여권

·연락처 : 0507-1332-8248

·인문 프로그램 : 목요 독서회, 일요 독서회

·웹사이트 : https://instagram.com/ffl.books

·개점일 : 2019.07


필자_임현정

내용 update 확인: 2020.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