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공간 탐방

언제든 좋은 책과 음악 그리고 강연 및 공연까지 인문학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소개합니다. 마음의 여유와 나에게 돌아가는 길을 만나보세요.

레트로 역사의 산증인, 학림다방 (서울 종로구)


고즈넉한 여유, 레트로의 감성, 그 시절 청춘이 머무는 학림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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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즈넉한 학림다방 내부( 이미지 출처_ 박충열, 정석훈 스튜디오 텐)


역사와 감성, 고즈넉함과 철학을 갖춘 다방.
다방 너머의 의미를 가지는, 대학로 역사의 산증인, 대학로를 살아가는 중인, 학림다방.

대학로에는 수많은 문화 업계들이 즐비하게 거리를 수놓고 있다. 화려한 연출로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연극부터 시작해서, 눈과 입을 기쁘게 해주는 오감만족 디저트 카페, 보기만 해도 어여쁜 옷들을 파는 옷가게 등등. ‘다양한 취향의 공존’이라는 21세기에 어울리는, 다양한 문화공간이 마련되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대학로의 대표명소는 아이러니컬하게도 ‘클래식’한 ‘다방’이다. 수많은 새로운 문화 업계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 옛날 어딘가에 시간이 머문듯한, 그 옛날의 감성을 그대로 간직한 그곳, 학림다방을 끝없이 찾는다. 수없이 가게가 새로 생기고 없어지는 대학로 속에서 꿋꿋하게, 아니 너무나 건재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학림다방을 직접 찾아가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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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에 어울리는 다양한 문화공간, 그 중에서도 학림다방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얼까


35년 전 대학로의 명소, 여전한 대학로의 보물

35년 전, 대학로의 명소를 뽑으라면 모두가 학림다방을 꼽았다. 1975년 서울대학교 문리대가 신림동 관악캠퍼스로 이전하기 전까지 학림다방은 ‘제25 강의실’로 불릴 만큼 서울대 학생들이 자주 가던 장소였다. 그 시절, 대학생이던 사람들에게 그 당시를 회상해달라고 말하면 그들은 곧바로 대학생 시절로 돌아간 듯 초롱초롱한 눈빛이 되어 학림다방 창가에 앉아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토론하고, 시를 쓰고, 음악 감상을 하던 시절을 회상한다.

35년전에도 대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다방은 1층 입구에서부터 낯선 감성을 풍긴다. 시가 사람을 맞이한다. 문학 시인 황동일의 헌시 ‘학림다방’의 마지막 구절이라고 한다. 어제오늘이 급격하게 변하는 때에 대학생들의 곁을 지켜주던 학림다방이 언제 또 사라질지 몰라 시 안에 다방을 담아둬 오래도록 기억하고자 했던 시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유리문을 열면 노란 조명 아래 나무 계단이 펼쳐져 있다.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부러 연출한 레트로 감성이 아니라, 자연스레 세월의 흔적이 녹아 내린 나무계단은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인상까지 남긴다. 한 걸음, 한 걸음 오를 때마다 나 역시 35년 전, 가슴엔 취준의 걱정이 아닌 청춘의 순수함이 자리하고, 가방엔 노트북 대신 공책이 들어있으며, 손에는 스마트폰 대신 수첩이 들려있어, 과제가 아닌 시를 쓰는 대학생이 되는 것만 같았다.

딸랑딸랑. 경쾌한 종이 울리면 문이 열리고, 직원들이 인사를 건넨다. ‘어서 오세요’라는 한 마디. 분명,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쓰는 인사말일 텐데도 불구하고 왠지 더 정겹게 느껴진다.

내부는 마치 시간이 정지한 듯, 그 옛날의 무수한 세월이 그대로 간직되어 있었다. 풍성한 클래식 선율이 카페 안에 잔잔히 울려퍼진다. 겉칠이 벗겨진 낡은 나무 테이블과 짙은 회색의 오래된 소파는 마치 인자한 할아버지, 할머니처럼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준다. 사람의 손이 많이 탄 메뉴판은 너덜너덜해졌지만 오히려 정겹고 당연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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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방 1층 입구 벽면에는 시인 황동일의 헌시가 적혀져 있다.


대학로 역사의 산증인, 학림다방

학림다방에 들어섰을 때 느끼는 그 감성은 단순히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녹아있는 인테리어 때문은 아닐 것이다. 학림다방이 갖고 있는 그 역사의 깊이에 절로 마음에 여러 감성들이 피어오르는 것일테고, 그 중심엔 아마도 대학로 역사의 산 증인이라는 것이 클 것이다. 4.19 학생 혁명 등 그 이후의 여러 학생 운동을 통해 민주화를 꿈꿨던 대학생들의 피와 땀, 눈물이 묻어 있는 곳이 학림다방이다.
학생들은 학림다방에서 민주주의를 꿈꾸고, 열망하고, 이뤄냈다.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시에 나오는 공간이 역시 학림다방이다.

“4.19 나던 해 세밑 우리는 오후 다섯 시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불도 없는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중략) 우리는 때묻지 않은 고민을 했고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노래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노래를 저마다 목청껏 불렀다. (이하 생략)”

오래도록 자리를 유지하는 데에는, 단순히 감성만 있는 게 아니다.

학림다방이 오래도록 대학생들의 사랑을 받는 데에는 단순히 그 레트로 감성, 특유의 감성 때문만이 아니다. 카운터 옆에는 ‘학림커피’라는 이름으로 커피 원두를 판매하고 있는데 매일 아침 학림다방을 방문해 커피 한 잔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단골 작가가 있을 정도로 커피 자체가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요즘 말로 하자면, ‘커피 맛집’이랄까. 백종원이 와서 ‘이 집 커피 잘하네’를 외쳐야만 할 것 같은 클라스의 커피 맛집이다. 핸드드립 커피, 따뜻한 커피, 차가운 커피, 따뜻한 차 등이 있으며 5-6000원대에서 음료를 즐길 수 있다.

여전히 우리 곁에 있어주길, 오래가게

역사를 지니고, 감성을 갖춘, 공간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주는 듯한 이 다방. 그러나 알다시피 다방은 거의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 그러나 세월이 빠르게 변화하는 것들 중에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주는 위안을 많은 사람들이 느껴서일까. 학림다방은 서울시가 발표한 ‘오래가게’에 선정되었다. 오래가게는 오래된 가게를 지칭하는 일본식 한자어 표기인 ‘노포’를 대신하여 ‘오래가게’라는 명칭으로 30년 이상 운영 중인 가게를 선정했다. 오래가게는 ‘오래된 가게가 오래 가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기껏해야 10팀 정도가 있을 수 있는 크기.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가게 크기일수도 있으나, 어찌됐든 학림다방이 우리에게 주는 위안과 감동은 남다르다. 학림다방, 정말 오래가게. 우리와 함께, 오래오래, 함께 가게. 우리같이, 오래 가게. 당신도, 함께.

더불어, 연극, 클래식, 뮤지컬, 콘서트를 즐겨라! 맛집도 즐겨라!
대학로는 자체가 명소다!

대학로는 문화의 성지다. 오래 같이 갈 학림다방을 구경했다면 대학로의 공연을 감상하는 건 어떨까? <작업의 정석>, <옥탑방 고양이>, <극적인 하룻밤> 등 연인이나 친구가 함께 즐기기에 괜찮은 연극들이 대학로에서 자주 열리며, <구름빵2>, <반짝반짝 라푼젤>, <아기돼지 삼형제> 등 가족들이 아동과 함께 즐기기에 좋은 연극도 열린다. 그 외 클래식, 뮤지컬, 콘서트도 대학로에서 즐길 수 있다.

또한 대학로는 맛집이 많다. 문화생활 하러 온 사람들이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고 난 뒤 대학로에서 식사를 해결하다보니 다양한 분위기와 메뉴의 음식점들이 많다. 정말 다양한 메뉴들이 있으니, 학림다방에 있은 뒤 문화생활과 식사까지 여기서 해결한다면 아주 만족스러운 하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함께 둘러보면 좋을 곳
대학로 일대


주소 : 서울 종로구 대학로 119
가는 방법 : 4호선 혜화역 3번 출구에서 도보 1분
운영시간 : 매일 10:00~23:00 연중무휴
카페 메뉴 : 비엔나커피(6000원), 핸드드립 아메리카노(5000원)
와이파이 : 제공
문의 : 02-742-2877


필자_서울대학교 서민주
내용 update 확인: 2019.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