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소식

1박2일 북캠프, <책 읽는 하루> 후기

본 후기는 5월 5일~6일 북캠프 '책 읽는 하루' 참가자 분들이 적어주신 소감문입니다.


■ 이번 북캠프는 ‘책 읽는 하루’라는 이름으로 재단법인 플라톤 아카데미, 지관서가 주관으로 행복공장에서 진행되었다. 푸르름이 다가오는 계절 5월,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는 20인의 참가자와 전병근 지식큐레이터님이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분주했던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책과 함께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2023년 5월 5일 비가 촉촉이 내리는 어린이날, 우리는 한 사람도 빠짐없이 빈숲에 모였다. 빈숲에 도착한 뒤 다 같이 산책도 하며 전체적으로 긴장된 분위기도 풀며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시간을 보냈다.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서로 둘러앉아 자기소개를 들으니 정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였다고 생각했다.

나는 대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매번 20~30대와 섞여 생활하다 보니 어른들의 생각이 늘 궁금했었다. 그래서 이 자리에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이 팍! 들었다. 자기소개가 끝난 이후 정해진 자신의 방에 들어와 책을 읽었다. 준비된 황차를 마시며 통창으로 된 창밖의 풍경도 보고 같이 이야기할 책인 <갈대 속의 영원_이레네 바예호>도 읽으니 삼합의 궁합처럼 궁합이 너무 찰떡이었다. 어지러운 일상을 접어두고 자연에 둘러싸여 자연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나에게 큰 휴식이 되었다.

특별히 첫날 비가 내려 저녁에 주방 어머님께서 김치전을 준비해주셨다. 김치전을 맛있게 먹고 저녁 8시부터 자기소개했던 대형으로 둘러앉아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공감하며 이해하는 시간을 보냈다. 무아(無我)에 관한 이야기, 지금의 일이 나와 맞지 않는데 ‘나르치스와 골드문트_헤르만 헤세’를 통해 나를 찾아가고 있다는 이야기, 엄마에게 받은 상처에 관한 생각으로 읽게 된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_하재영’의 책 소개 등 우리는 끊임없이 대화의 장을 이어 나갔다. 개구리의 울음소리와 빗소리가 BGM이 된 그곳에서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밤 11시까지 단 1번의 휴식 시간만 가지며 서로를 이해해갔다. 이렇게 첫 번째 대화의 장이 끝나고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은 계속해서 새벽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두 번째 대화의 장은 새벽 1시까지 진행되었고 그후 각자의 방에 돌아가 자신만의 생각에 잠겼을지도 모르겠다.

다음날 오전 7시 발랄한 기상 음악이 흘러나왔다. 억지로 잠을 깨우는 나의 우람찬 핸드폰 알람 소리와는 땅과 우주 차이랄까? 기상을 하고 아침으로 들깨죽과 과일을 먹었다. 식사도 너무나 이곳과 어울리는 식단이라 ‘조화’라는 단어가 자연스레 떠올랐고, 내리는 비를 보며 멍을 때렸다. 비가 계속 오긴 했지만, 마지막으로 숙소 주변을 산책하면서 해피와 토리(행복공장 원장님이 기르는 강아지)도 보았다.

마지막으로 1박 2일 소감을 간단하게 나누며 북캠프 ‘책 읽는 하루’가 마무리되었다. 이러한 캠프에 참여한 경험이 없었는데 자연 속에서 다양한 분들과 소통, 공감, 이해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너무나 만족스러운 2023년 5월의 북캠프였다. 다음에도 이런 북캠프가 있다면 주저 없이 또 신청하고 싶다.  - 북캠프 참가자 명연님


▲ 행복공장의 비 오는 풍경


■ 북캠프에서 행복하다고 느낀 수많은 순간 중에 최고를 꼽으라면 방에 불을 켜지 않고 가만히 앉아 어둑해지는 바깥 풍경을 바라본 것이다. 아티스트 오지은의 <겨울아침> 가사에 ‘시간은 항상 성실히 흘러가지/나는 종종 흐름을 놓치곤 해/할 수 있는 거라곤 몸을 맡기고 그저 가만히’ 처럼 고요함에 몸을 맡겼다. 보통은 성실히 흘러가는 시간에 맞추어 뭔가를 하거나, 뭔가를 하지 않으면 다음 할 일을 점검한다. 가만있지 않는데도 종종 놓친다. 오늘도 일단 사랑을 놓치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드라마처럼 첫버스도 지하철도 기차도 놓쳤다. 아주 밤이 될 때까지 그저 가만히 바라보다가 어느 순간 완전히 도착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늦은 사람 늦은 하루의 반전이 시작되었다.

비워진 방에 딱 하룻밤을 지낼 가방 하나만큼의 물건만 있다. 정리정돈 노동에서 잠시 해방이다. 핸드폰을 바쁘게 새로고침 하는 대신 천천히 책장을 넘기고 공책에 글씨를 쓴다. 할 일 다음에 할 일은 내려놓고, 그저 좋아서 읽고 좋아서 쓴다. 개구리 울음소리, 빗소리, 창에 붙은 보석같은 빗방울, 비에 젖어 빛나는 나뭇잎, 젖은 흙냄새. 가만히 있지 않을 때는 놓쳤는데 가만히 있으니 다가온다. 고맙고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것이 온몸과 마음에 쏟아져 들어온다.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도 굉장했다. 굵고 짧고 재치있게 얘기하고 싶었지만 역시나 모든 차례에 긴장해서는 호달달 떨면서 과하게 듬성듬성 쏟아부었다. 그래도 짧게 부끄러웠다. 사람들이 나눠주는 저마다의 다채로운 이야기에 흠뻑 매료되어 부끄러움이 바로 비워져서다. 어떻게 이런 사람들을 만난 걸까? 신형철 작가의 표현을 가져다 바꿔써본다. 책으로 연결된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때 우리 사이에는 격렬하지 않지만 무언가 고요하고 단호한 일이 일어난다. 혼자 읽고 말 때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함께 만든 글쓰기 십계명도 너무 좋았다. 이런 시간을 경험하게 해준 북캠프가 고마웠다.

일상에 돌아가서도 북캠프를 생각하면서 주기적으로 재시작 버튼을 누를 것이다. 성실하게 흐르는 시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느낄 때 그저 고요함에 몸을 맡기고 영혼이 도착하기를 기다려주어야지. 단순하면서 바로 휘발되는 종류의 즐거움과 좋음을 구분하고 더 좋은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지. 단촐한 공간을 가꾸며 홀가분해지고, 날마다 가깝고 사소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책을 읽은 이야기를 계속해서 함께 나누고 싶다.  - 북캠프 참가자 민경님  


▲ 강당에 둘러앉아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 주어진 일에 대한 책임감으로 하루하루 영혼 없는 직장 생활을 하던 나는 아내의 권유로 지관서가의 북캠프에 참여하게 되었다. 지관서가? 북캠프? 책은 좋아했지만 책을 읽는 것은 즐기지 않았던 내가 독방에서 혼자 책을 읽어야 한다는 아내의 말에도 아무 영혼 없이 북캠프에 참여했다. 홍천터미널에서 차로 30분 남짓 달려 도착한 행복공장은 왜 이런 곳을 모르고 살았나 싶을 정도로 조용하고 예쁘고 깔끔한 곳이었다. 감옥의 독방을 연상시키는 숙소에 처음 들어섰을 때 정갈하게 놓인 다기와 창밖의 초록색 풍경이 내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창밖에는 비가 내렸고, 방안에는 나와 황차 향기와 적막만 있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에 무엇을 해야 할지 잠시 혼란스러웠지만 이내 지관서가에서 추천해 준 책 <갈대 속의 영혼>을 읽었다. 도서관의 기원과 인류의 기억 방식에 관한 책이었다. 과거 인류는 파피루스에 글과 함께 영혼을 담았고 그 영혼의 소중함과 존귀함을 알았던 과거의 통치자들은 책을 수집함으로써 새로운 세상을 열었다.

책을 읽다 문득 다른 사람들은 혼자만의 시간에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해져 방에 있던 낙서장을 읽어보았다. 방에 머무른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용히 나를 돌아보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고 글을 남겼고, 그 글을 읽고 저도 저 자신을 되돌아보았다. 과거 로마 통치자들이 텅 빈 로마에 그리스 문화를 채우고, 텅 빈 갈대에 인간의 영혼을 채웠듯이, 나는 이 독방에서 텅 빈 나의 영혼을 바라보는 소중한 5시간을 가졌다. 그동안 내 영혼은 지쳐있었고 내 영혼이 쉬어가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내 영혼이 무엇을 바라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북캠프에 참가자들과 소감을 나누는 시간에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내가 느낀 감정들을 숨김없이 드러내 보임으로써 내가 알지 못했던 나를 만났다. 참가자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한 사람 한 사람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고 새벽 1시가 다 되도록 끝나지 않았다. 이 시간은 저마다 자신들의 ‘갈대 속의 영혼’을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

다음 날 아침 빗소리와 음악 소리에만 집중하고 있던 나를 발견했다. 평소처럼 눈을 뜨자마자 휴대폰으로 날씨와 기사를 검색하던 내가 아니였다. 그저 담담히 빗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물을 끓여 황차 우리는 내가 그곳에 있었다. 창문에 비친 나를 바라보니 그동안의 나는 사람들이 지켜보는 나, 사람들이 원하는 나였다는 것을 알았다. 문득 내가 나의 영혼을 돌보지 못했었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먹먹해졌다.

1박 2일이라는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서 딱 하루만 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런 아쉬움을 뒤로한 채 참가자들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나라는 갈대 속에 있는 영혼을 돌봐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 플라톤 아카데미와 지관서가에게 감사드린다. 그리고 저마다의 갈대 속 영혼을 솔직하게 보여주신 북캠프 참가자들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 북캠프 참가자 혁준님 


▲ 동네 한 바퀴 산책 모습


■ 독서 모임은 종종 했지만 북캠프는 처음이었다. 프로그램을 보니 책을 읽는 시간이 많고 저녁 시간에 다 같이 책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어찌 보면 이걸 하러 홍천까지 가야 하나 생각할 수 있지만, 콧바람도 쐴 겸 가보자 하는 마음으로 신청하고 기다렸다. 홍천을 가는 길은 어린이날과 연휴 그리고 비가 겹쳐서 차가 조금 막혔지만, 함께 해 주시는 분들도 기다려주고 도착했을 때 환영해줘서 조금 안심이 되었다.

일단 행복공장에서의 모든 식사와 프로그램은 나에게 디톡스를 주었다. 오감에 과하게 들어오던 신호들을 정리하고 다시 한번 리프레쉬하게 했다. 일단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보통의 캠프들은 다 같이 하는 것이 많지만 북캠프는 나를 바라보는 시간이 많았고, 과한 커넥션을 요구하지 않았다. 혼자 살고 있어도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나만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새로운 기분이었다. 평소에 오랫동안 읽고 있지 못하던 책도 4시간 정도 읽을 수 있었고, 밖의 푸릇푸릇함을 보고 새소리와 개구리 소리를 들으면서 나의 눈과 귀와 정신이 모두 디톡스되는 시간이었다. 음식도 과하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며 소소하게 먹는 밥상들, 혼자 그 맛을 하나하나 음미하면서 먹는 그 시간은 나의 미각을 다시 디톡스 시켜주었다. 북캠프 후에 꽈배기를 먹고 속이 불편한 걸 보며 더욱 더 느껴졌다. 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에 나에게 집중하면서 나의 감정을 마주할 수 있었다. 보통 집에 혼자 있으면 핸드폰이나 OTT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디지털 디톡스도 할 수 있었다.

첫날 저녁을 먹고 나서 다른 분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보통은 2~3시간이라는 제약이 있지만, 집에 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다 보니 더욱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고 다양한 나이대와 다양한 지역 다양한 업을 가진 분들과 만나고 이야기하다 보니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나에게 이번 북캠프는 한마디로 ‘힐링’이었다. 따로 또 같이, 자연과 함께 보내던 그 시간은 너무 소중했고 이렇게 오롯이 나를 지켜보고 돌봐주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다음에도 행복공장으로 힐링하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필요한 것, 내 몸을 편하게 하는 것과 불편하게 하는 것을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이런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것에 정말 감사하며 행복공장과 지관서가, 플라톤아카데미에 감사드린다. 다음에도 또 갈게요!  - 북캠프 참가자 가영님


▲ 1박 2일 함께 한 북캠프 참가자들 단체 사진


서로를 향한 환대와 진심어린 마음으로 함께 좋은 시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좋은 기회로 다시 만나뵙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