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

[중앙일보] “유교·불교에 지구 환경 문제 풀 열쇠 있다”

2022-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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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전환강좌 ‘세계 지성에게 묻는다’ ② 생태신학자 메리 에블린 터커

건강한 생태계를 위해서는 과학이나 정책뿐만 아니라 종교도 필요하다. 종교는 생태 운동에 영성적·도덕적 기반을 제공한다. 기독교 신학에는 ‘생태 신학’ 분과가 있다. 세계 생태신학계를 주도하는 인물은 메리 에블린 터커(Mary Evelyn Tucker) 예일대 교수(산림환경대학원 및 신학대학원)다. 터커 교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6월 발표한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 작성에도 참가했다.

| 유교, 정치이념으로 이해하지만 우주·인간 성찰하는 영적 종교 온 세상이 신음하고 있는데 개인구원만 추구하는 건 안돼 종교의 근본주의·화석화 문제도 생태운동으로 해결할 수 있어

최근 터커 교수가 한국을 찾았다. 경희대와 (재)플라톤아카데미가 공동 주최하는 문명전환강좌 시리즈, ‘세계 지성에게 묻는다-문명전환과 아시아의 미래’에서 강연하기 위해서였다. 터커 교수는 11일 경희대 크라운관에서 ‘기독교와 유교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가?’를 주제로 강연했다. 500여 명이 참석한 70분 강연에 이어 김윤정 플라톤아카데미 수석연구원 사회로 40분간 열띤 대담·질의응답이 진행됐다.


 

‘당신을 생태학자 겸 운동가라고 보면 되는지’라고 묻자 터커 교수는 “생명의 미래를 위해 사회에 참여하는 학자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사진 김현동 기자]

 

강연에서 터커 교수는 “기독교와 유교는 문화적 배경이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우주와 지구, 우리의 관계에 대해 성찰해왔다”고 말했다. “흔히 윤리 체계나 정치 이데올로기로 이해하는 유교야 말로 우주의 움직임과 인간의 운명을 하나로 엮어 성찰하는 정신적, 영적 차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강연 직전에 터커 교수를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질의 :생태 신학은 동아시아 종교 상황이 미국·유럽과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특히 한국에서 유교 인구는 1%도 안되지만, 거의 모든 한국인이 유교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응답 :“유교는 종종 종교로 간주되지 않지만 유교는 동아시아 문화 DNA의 핵심이다. 나는 유교의 종교성에 대한 연구 결과를 내 놓았다.”

질의 :왜 종교가 생태 운동에 관여해야 하는가.
응답 :“우리는 의미에 대해 깊이 있는 탐색을 하지 않고서는 생존할 수 없다. 세상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 환경을 보살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의미·가치·윤리의 토대는 세속 철학이나 휴머니즘뿐만 아니라 종교에서도 나올 수 있다. 급속한 근대화를 겪은 동아시아는 사회를 이끌어갈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유교·도교·불교에 기반한 생태 문명(ecological civilization)의 모색이 활발하다. 한국의 종교들도 잠재적인 가능성이 있다. 전통을 근대성 속에서 회복하면 옛 지혜가 오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최근 과학자들도 종교의 후원을 요청하고 있다. 도덕적인 힘이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질의  :종교에 그럴 여력이 있는가. 

응답 :“모든 종교는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제도적인 화석화(fossilization)나 근본주의 같은 문제 등이다. 종교는 생태 문제 같은 시급한 문제를 다룸으로써 활성화될 수 있다. 지속가능한 미래는 불교·유교 등 종교라는 깊은 구조에서 나올 것이다.”

질의 :기독교와 생태 운동의 연결고리는 무엇인가.

응답 :“생태 기독교는 새로운 사회 운동이자 학문분야다. 생태 문제에 대한 기독교의 응답은 성경을 기초로 한다. 창세기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미래 세대를 위해 지구를 잘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 우리는 기독교인의 의미를 확장해야 한다. 인간 대(對) 인간, 인간 대 하느님뿐만 아니라 인간 대 지구의 관계를 포괄해야 한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는 성경의 시편이나 잠언에도 생태적인 내용이 담겼다.”

질의 :기독교와 생태 운동의 연결고리는 무엇인가.
응답 :“생태 기독교는 새로운 사회 운동이자 학문분야다. 생태 문제에 대한 기독교의 응답은 성경을 기초로 한다. 창세기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미래 세대를 위해 지구를 잘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 우리는 기독교인의 의미를 확장해야 한다. 인간 대(對) 인간, 인간 대 하느님뿐만 아니라 인간 대 지구의 관계를 포괄해야 한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는 성경의 시편이나 잠언에도 생태적인 내용이 담겼다.”
질의 :성경에는 생태 운동과 잘 맞지 않는 내용도 담겨있다.
응답 :“인류 최대 위기인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종교는 전통신앙을 재평가하고 재구성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온 세상이 신음하고 있는데 세상의 바깥에서 개인의 구원만을 추구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질의 :생태 기독교인들은 어떤 일을 하는가.
응답 :“생태적 관점에서 기독교와 성경을 재해석한 문헌을 읽고 생태 운동에 활발하게 참여한다. 예컨대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 개인·단체가 직·간접적으로 발생시키는 온실 기체의 총량)을 계산한다. 환경변화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이다.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는 생태 문제에 대한 가톨릭교회 최초의 주요 문헌이다. 지구와 가난한 사람들의 울부짖음에 응답해야 한다는 교황의 호소는 이미 큰 결과를 낳고 있다.”

질의 :미국에서 기독교인 중 ‘생태 기독교인’은 비중이 어느 정도인가.
응답 :“15~20%정도다. 10년 내로 50% 이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질의 :미국·유럽 기독교가 생태 종교의 모델을 제시됐다. 동아시아는 이를 모델로 삼아 따라 하는 게 효율적일 수도 있겠다.
응답 :“동아시아 종교는 스스로의 방법론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중·일의 불교나 기독교는 나라마다 다르다. 각 나라 특유의 종교 문화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질의 :생태 종교 최대의 적(敵)은 무엇인가. 신자유주의인가.
응답 :“적이라는 관점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생태 종교는 변화에 사람들을 초대할 뿐이다. 우리는 이렇게 묻는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자식과 손자·손녀를 위해 무엇을 바라는가. 깨끗한 공기, 깨끗한 물, 오염되지 않은 땅 아닌가. 생태 운동은 종교·국적·성별을 초월해 모든 사람들이 하나가 되게 만들 잠재력이 있다.”


글=김환영 기자 whanyung@joongang.co.kr
사진=김현동 기자

 

[출처: 중앙일보] [단독] “유교·불교에 지구 환경 문제 풀 열쇠 있다”
기사 전문 보기 : http://news.joins.com/article/20304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