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니 더 기쁜 삶]“자동차 운전을 배우는 것처럼, 마음 운전법도 배워야” 수미 런던 김

2023-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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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일대 불교지도법사인 수미 런던 김


예일대 명상룸이 있는 메모리얼기념관을 배경으로 선 예일대 불교지도법사 수미 런던 김. 사진 조현 기자


‘나’보다 ‘우리’가 익숙했었던 우리. 그러나 어느새 ‘우리’보다 ‘나’를 앞세운 시대입니다. 경쟁과 적자생존 속에서 빈부격차, 정치 이념 갈등과 남녀노소로 갈리며 개인과 개인의 소통도 막혀갑니다. 그래서 함께하는 삶이 더욱 그립습니다. 외로워도 슬퍼도 함께하면 견딜 수 있습니다. 한겨레와 플라톤아카데미가 ‘함께하니 더 기쁜 삶-일상 고수에게 듣다’를 진행하며 국내편에 이어 미국에서 6명의 고수들을 만났습니다. 미국편 세번째는 예일대 불교지도법사인 수미 런던 김(48)이다.



지난달 13일 미국 코네티컷주 뉴헤이븐에 위치한 예일대를 찾았다. 고풍스러운 예일대에서 가장 화려하게 높이 솟구친 메모리얼기념관은 예일대의 심장 같은 느낌이다. 붉게 물든 나무 사이로 잔디밭이 펼쳐진 중앙정원을 가로질러 수미런던이 안내한 곳은 바로 그 메모리얼기념관 1층 불교명상실이다. 예일대는 다른 미국의 명문대들처럼 개신교 교목뿐 아니라 가톨릭, 무슬림, 도교, 유교, 힌두교, 시크교, 자이나교 등에도 각기 채플린(chaplain)를 두고 있지만, 개신교 목사들이 세원 명문대의 심장에 불교명상실이 자리 잡은 게 놀랍다. 1만2천명의 예일대생 가운데 400~500명가량의 학생들이 이 명상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각종 불교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수미는 학생들을 상담하고, 명상을 지도한다.

“학생들은 영적으로 매우 목말라 있고,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고 있어요. 명상을 통해 이를 찾고자 한다.”

수미는 하버드대에서 불교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뒤 베리불교연구소에서 부소장을 지내고, 듀큐대에서 9년간 불교지도법사로 활동하다가 2014년 듀큐대에서 예일대 종교학과 교수로 옮겨온 한국인 남편과 함께 예일대로 옮겨왔다. 하버드대 불교학생회장이던 수미는 당시 한국에서 유학온 일미스님(김환수교수)과 어렵게 승속을 뛰어넘어 결혼한 내용을 <수미, 일미를 만나다>란 책으로 소개한 바 있다. 남편의 성 김을 항상 붙이는 그는 한국식으로 하면 자기 이름이 ‘김수미’라며 유머 있게 소개하곤한다.

수미의 치유적 접근은 관념적이지 않다. 그는 치열하게 싸워온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해온 과정들을 저서를 통해 진솔하게 밝힌 바 있다. 선불교에 심취한 부모를 따라 선불교수행센터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수미는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과 아버지의 군대식 훈육방식에 적지 않은 고통을 받았다. 그는 그 트라우마에 시달리던중 “내 문제를 외면하려는 성향이 있었지만, 마음챙김 덕분에 트라우마에 직면해 나의 딜레마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았고, 명상을 하며 자신의 감정을 바로보면서, 안정시켜갈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코로나 이후 대면모임보다 비대면모임에 익숙하고, 외출하지 않고, 혼자서 할 수 있는 명상앱까지 쏟아지고 있지만, 수미는 모임(커뮤니티)안에서 우정과 지지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자신도 대학 명상동아리에서 동료들과 우정과 지지 덕분에 그 힘든 시절을 이겨왔다는 것이다.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항상 지지해줄 친구와 어른과 커뮤니티가 필요하다고 말해준다. 커뮤니티는 비교적 안정적이고 지혜로운 사람들, 영적 수행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우리의 신경계는 서로 동기화되기 때문에 자신이 상당히 흔들리고 화가 날때는 안정적이고, 잘 조절된 신경계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있어야 본인도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예일대 명상룸에서 명상에 대해 설명하는 수미 런던 김. 사진 조현 기자


그는 “우리 인생에서 안정적이고 사랑스럽고 좋은 친구 5명이 있다면 삶을 안정적으로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과 함께 아버지의 엄한 훈육을 받고 자란 남동생의 사례를 들어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했다. 남동생이 고교 때는 주에서 수석을 할 정도로 우수했지만 대학에 진학한 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인해 여러번 자살을 시도할 정도로 정신이 무너졌는데, 한국의 실상사에서 몇달간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며 정신이 안정되고, 체중도 줄고 삶이 안정됐다는 것이다.

그는 또 “늘 아버지로부터 항상 부족하다는 부정적인 말을 들으며 자란 것이 고통스러웠는데, 아이들과 남편에게 아버지와 같은 방식으로 부정적인 말을 하고 있는 자신을 보았다”며 이런 습관을 치유해온 비장의 카드도 공개했다.

“나 자신에게도 친절하고 자비롭게 대하는 자애(Metta)명상을 많이 했다. 명상을 하며, 나 스스로를 ‘귀여운 강아지’로 생각하고, 내 볼을 잡고, ‘괜찮아, 착한 아이’라고 해주곤했다.”

그는 “그런 과정을 통해 스스로에게도 좋은 감정이 생기고, 아이들과 남편에게도 더 부드럽고 사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는 또 “자애명상은 운동이 근력을 키워주듯이 마음을 단련시켜주어, 자신과 주위 모든 사람이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해준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운동과 명상의 차이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했다.

“사실 운동이야말로 즉각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해준다. 하지만 명상은 더 오래 지속되는 스트레스를 더 깊은 수준에서 작동해 감소시켜준다. 명상함으로써 첫째는 ‘내 인생에 왜 이렇게 스트레스가 많은지’, ‘왜 나는 완벽주의자인지’, ‘왜 이렇게 성취욕이 강한지’, ‘이런 욕구불만이 어디서 오는지’ 등 스트레스의 깊은 원인을 이해하고, 그럼으로써 행동을 바꾸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둘째는 각자의 성향, 즉 차이를 이해해 더 나은 선택을 함으로써 스트레스를 초래하는 상황에 빠지지 않게 하고, 전반적인 생활방식을 개선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그는 또 “마음챙김이 생각과 감정을 인식하는데 중요하지만, 뿌리 깊은 정신적, 감정적 문제까지 해결할 수는 없다”며 “연민과 자애명상과 함께 지원 프로그램이나 전문상담, 심지어 약물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치유는 지금의 마음 상태나 감정 패턴과 습관에 문제가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며 “치유의 여정은 그런 자기인식에서 시작되고, 자기인식은 마음챙김의 결과로 나온다”고 밝혔다.


픽사베이


다음은 일문이다. 

-학생들이 주로 어떤 때 명상하러 오는가. 

“보통 정신건강의 위기, 죽음, 친구의 자살, 실패, 이별과 같은 위기를 겪을 때 명상이나 불교를 찾는다. 이런 일들을 겪으면 돈을 추구하거나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인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인지 다른 답을 찾기 시작한다. 그래서 누군가 법당에 처음 들어오면, 그 사람에게 뭔가 어려운 일이 있어 왔구나 생각한다. 그때 가장 중요한 점은 그들의 고통을 이해와 친절로 대하는 것이다. 그리고 호흡이나 간단한 명상, 대화를 통해 그들을 진정시킨다. 고통받는 사람을 자비로 만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당신도 두 아이의 엄마인데, 마음챙김 자녀 양육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명상의 이점은 운동과 동일하다. 하루에 5분 운동하면 약간의 도움이 되지만, 하루에 20분 운동하면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건강이 개선될 것이다. 5분 명상은 스트레스와 부정적인 감정을 조금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매일 20분씩 명상을 하면 우리 자신의 심리에 대한 통찰력을 갖게 된다. 하루에 20분씩 명상을 시작하고 나서, 매일 조금씩 인식과 조율이 쌓여 안팎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아차리는 기술이나 능력이 향상된 것을 알게 되었다.

마음 챙김 육아에는 세 가지 단계가 있다. 첫번째는 자녀의 행동을 인지하여 그들에게 대응하는 단계다. 요즘은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이 뭘 할 때 본인의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경우가 있다. 마음챙김 육아의 첫번째 단계는 이런 것들을 놓고, 아이들에게 온전하게 집중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우리 자신의 양육 행동을 인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너무 답답해서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려고 할 때, 이를 알아차리고, 어떻게 하면 소리 지르지 않을 수 있을까, 소리 지르고 싶지 않으니 잠시 멈추고 호흡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좀 더 침착하게 아이를 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마음챙김 양육에 있어서 첫번째, 두번째 단계는 매우 피상적이고 제한적이다. 마음챙김 양육의 진정한 힘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어린 시절과 관련된 더 깊은 심리, 어린 시절에 해결되지 않은 문제와 어린 시절의 고통과 트라우마가 현재 양육 방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는 세 번째 단계다. 따라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뿌리를 이해하고, 치유하는 것이고,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자연스럽게 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다. 엄마로서 초반에는 조금 가혹하고, 요구가 많은 엄마였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이들이 불쌍하고, 이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있다. 명상 수행을 통해 나의 양육방식이 가혹하고 까다로웠던 내 아버지에게서 온 것임을 깨달음으로 치유하고, 개선해갈 수 있었다.”

-한국의 부모들은 자녀들의 성공을 위해 목숨을 걸 정도로 열심이다. 부모 관심의 1순위가 자녀교육이다. 대학에 입학하거나 직업을 선택할 때도 엄마가 좌지우지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엄마의 욕심대로 의사가 되어 박사학위까지 딴 아들이 ‘엄마 이제 나 무엇 해야 돼?’라고 묻는다는 농담이 있다. 당신은 자식이 어려움을 겪게 두는 것이 좋다고 했는데, 왜 그런가.

“부모가 자녀의 삶을 이 정도로 간섭하는데 자녀가 고통스럽지 않다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제가 만나는 많은 아시아계 예일대 학생들, 꼭 아시아계가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부모가 자녀의 삶을 관리하거나 세세하게 통제하는 경우, 자녀는 고통받는다. 자녀는 수치심을 많이 느끼고, 질식할 것처럼 갑갑해 하고, 자기 자신이 될 수 없다고 느끼곤 한다. 자녀들은 억압 당하고, 이러한 과잉 양육은 고통을 야기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부모로서 자녀가 자연스럽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도록 허용하는 동시에 자녀에게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양육할 수 있는 적절한 균형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


예일대 종교학과 종신교수인 김환수 교수(일미스님·가운데)와 수미 런던 김부부와 조현기자. 사진 조현 기자


-일미스님이 10대 때 많은 방황을 했지만 불교 스님이자 예일대 교수가 되었고, 당신도 부모님의 이혼, 그 이후 아빠와 살면서 군대식 가정 교육에 의해 상처를 받았지만, 결국 명상지도자가 되었다. 자녀들에게 트라우마를 물려주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했는데, 나쁜 카르마가 자식들에게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예일대 학생들이 상담을 받으러 와서 부모님과의 트라우마에 대해 이야기 할 때 학생들에게 왜 부모님들이 그러는지, 부모님들의 어린 시절은 어땠는지에 대해 묻는다. 그러면 보통 학생들은 부모님들이 자신의 어린시절에 대해 얘기하지 않지만, 매우 힘든 시절을 보낸것으로 안다고 답한다. 우리가 부모님 또한 그들의 힘들었던 과거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면 부모님에 대한 연민을 갖게 된다. 그래서 세대 간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멈추기 위한 방법은 실제로 우리가 내면의 아이, 5살, 7살, 혹은 10살의 어린 나와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랑스럽고 자비로운 현재의 자아를 통해 우리 내면의 아이를 치유하면서 그 내면의 아이가 더 안전하고, 더 사랑받는다고 느끼도록 도울 수 있다. 우리 내면의 아이들의 심리가 안정되고 좋아지면, 우리는 현실에서 자녀들에게 해로운 일을 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나도 내면의 아이를 치유하고 크게 개선되었다. 좀 오글거리게 들리겠지만, 제 내면의 아이를 대하면서, 제 아이들을 독립적으로 볼 수 있었고, 나의 모든 문제를 아이들에게 투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은 다행히 저보다 나은 어린 시절을 경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음챙김을 함으로써 얻는 유익은 무엇인가.

“결혼, 상담 치료사로 20년 동안 일해온 제 친구와 산책하며 마음챙김의 효과에 대해 이야기 하던 중 그 친구가 모든 아이들이 학교에서 마음챙김 명상 훈련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해서, 제가 그 이유를 물었다. ‘마음챙김 훈련을 받으면 결국 상담 프로그램까지 오게 되는 문제를 일으키게 되는 결정을 하지 않기 때문인가, 아니면 마음챙김 훈련이 치료를 받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인가, 어느 쪽인가’고 말이다. 그 친구는 ‘둘다’ 라고 말하면서 ‘만약 우리가 성인 생활 초기에 마음 챙김 훈련을 받는다면, 우리의 마음, 심리를 더 잘 이해하고, 따라서 보다 나은 결정을 하고, 보다 조화로운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답했다. 2년 전엔 제 딸 프리야를 5일간의 명상훈련에 보냈다. 당시 별다른 문제가 있어서 보낸 게 아니었다. 하지만 딸에게 얘기했다. ‘10대에 우리가 자동차 운전을 배우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 운전하는 법도 배워야 한다. 지금 당장은 필요하지 않지만 나중에 언젠가는 이 기술이 필요할 것이다’고 말이다. 내 딸이 10대 시절에 이걸 배우는 것은 마치 노후를 대비한 생명 보험과도 같다고 생각했다.”

-마음챙김으로 충분한가.

“마음챙김은 필요하지만, 많은 문제에서는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마음챙김은 중요한 첫번째 단계이며 치유 여정 전반에 걸쳐 매우 중요한 기술이다. 마음챙김, 자애명상에 대한 훈련을 받으면 치유 여정이 크게 빨라질 것이다. 마음챙김은 자신의 상태와 문제의 뿌리를 찾게 해준다. 감정의 뿌리에 대한 깊은 탐구를 통해 중요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출처: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well/people/1098736.html 휴심정, 플라톤 아카데미 ‘함께하니 더 기쁜 삶’ "병든 몸 벗고 빛나는 몸 받으소서" 능행스님 인터뷰

필자_조현 기자
걷고 읽고 땀흘리고 어우러져 마시며 사랑하고 쓰고 그리며 여행하며 휴심하고 날며…. 저서로 <그리스 인생학교>(문화관광부장관 추천도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누리꾼 투표 인문교양 1위), 숨은 영성가들의 <울림>(한신대, 장신대, 감신대, 서울신대가 권하는 인문교양 100대 필독서). 숨은 선사들의 <은둔>(불교출판문화상과 불서상), 오지암자기행 <하늘이 감춘땅>(불교출판상).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우리시대 대표작가 300인’에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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