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건강법]“불안은 삶의 에너지…‘과도한 불안’ ‘우울’은 몸을 움직여 다스려야” 下 (홍성남 신부)

2022-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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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건강법을 인생멘토에게 묻다]
| ⑧ 홍성남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신부 (하)


접촉은 줄고, 접속은 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해 활동량과 대면 접촉이 줄면서 활동 반경은 줄고, 불안과 우울 지수는 높아졌다. 코로나19로부터 공동체를 보호하는 것 못지않게 지나친 불안과 우울로부터 자신을 지켜내는 것도 중요한 때다. 똑같은 환경이지만 평안하고 행복한 일상을 누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 지혜를 찾아 <한겨레>가 플라톤아카데미와 공동으로 ‘마음건강법을 인생멘토에게 묻다’ 시리즈를 4주 간격으로 10회에 걸쳐 진행한다. 여덟번째 멘토는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홍성남(68) 신부다.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홍성남 신부가 서울 명동성당 내 성모상 앞에 서 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때로는 자존감을 살리기 위해서 허세도 필요하다고 한 이유는?

“그리스도교나 유대교는 안식일을 지키라고 한다. 안식일은 그냥 쉬는 게 아니라 허세를 부리는 날이다. 평소 막노동하는 분들도 정장을 입고 나온다. 사는 것이 구차하고, 왠지 비참한 느낌이 들 때 심리적 치료 차원에서 나 스스로 이만하면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해보자. 또한 하루쯤은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며 스스로를 귀하게 대접해주는 것이 좋다.”

―현실을 회피하는 타조콤플렉스를 가진 사람들의 특징은?

“5·16 쿠데타가 났는데, 이에 맞서지 않고 수도원 성당 안에 숨어 기도만 했던 장면 박사 같은 사람이다. 그런 게 신앙을 빙자한 회피다. 타조들은 쫓길 때 머리를 땅에 박고는 숨어 있다고 한다. 사람들도 타조콤플렉스를 가지면 회의 기간이나 토론 시간에 다른 이가 말하는 대로 따르는 것을 편안해 하며, 자기주장을 말하는 것을 몹시 꺼린다. 괜히 일이 커지거나 곤란해질까 염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우습게 생각하지는 않을까 눈치를 본다.”

―대인관계에서 사람들을 피상적으로만 사귀고 깊게 사귀지 못하는 원인은?

“아이들 중에서 이성 친구를 계속 바꾸는 이들이 있다. 깊이 사귀다가 딱 끊어버리는 것은 상대가 자신을 더 알까 봐 겁이 나기 때문이다. 상대는 그가 도망친 줄도 모르고 버림받았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창피당하거나 비난당하면 앞장서야 할 일에도 뒤로 물러선다. 진실한 관계를 맺지 못하는 사람들은 정서적 박탈이라는 인생의 덫에 걸렸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상대를 얻었다고 생각한 순간 흥미를 잃는다. 부모 중 누구에게도 정서적 욕구를 충족하지 못하고 성장했기에 어른이 되어서도 스스로 고립되는 것이다. 지나친 통제를 받으며 자란 사람들은 타인이 자신을 통제하도록 내버려두기도 한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이를 반복 강박이라고 한다. 반복 강박은 고통을 되풀이하며 과거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 것이다.”

―타인과의 관계를 더 좋게 할 수 있는 열쇠는?

“제일 좋은 것은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스스로에게 거는 기대 수준이 높을 때 다른 사람들을 들볶는다고 한다. 평안함을 얻는 방법은 단순하다. 자신과 타인에 대한 기대를 낮추는 것이다. 타인과 다리 놓기를 하려면 우선 누구나 약간은 비정상이라는 생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늘 바른 생각만을 갖고 반듯하게 살아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는 것이 좋다. 내진 설계가 필요하다. 건물이 살짝 흔들릴 수 있도록 약간의 빈틈을 두는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받기만 하는 사람도 문제가 있고, 남에게 주고 베풀 줄밖에 모르는 사람도 문제가 있다고 한 이유는?

“다른 사람들에게 늘 무언가를 주려고만 하는 사람들의 내면에는 구걸 욕구가 내재되어있다. 어린 아이들끼리 놀고 있을 때 사탕을 내놓으면서 자기도 끼워달라는 아이의 모습을 어른에게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건강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주고받는 것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주는 것에 인색하지 않되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는 연습도 해야 한다. 주는 기쁨과 받는 기쁨이 조화를 이룰 때 건강한 삶이 될 수 있다.”

―회사에서 해고되지나 않을지, 병이 들지나 않을지, 늙으면 고립되지 않을지 등 불안을 안고 사는 이들이 있다. 어떻게 다스릴 수 있나?

“현대인의 불안을 먹고 사는 게 첫번째 종교, 두번째 점집, 세번째가 보험사다. 불안이 안 좋은 것만은 아니다.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불안을 자유의 가능성이라고 했다. 현재의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인간이 더 나은 삶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준다는 것이다. 건강한 불안은 삶을 움직이는 인생의 에너지다. 문제는 과도한 불안이다. 불안할 때 기분 전환의 가장 좋은 방법은 움직이는 것이다.”

―단점을 붙들고 끙끙대는 사람들에게 해줄 조언은?

“상담받으러 온 분들한테 장단점을 써보라고 하면 장점은 세 개 쓰고, 단점은 세 쪽 쓰는 분이 있다. 우울 증상이 있는 분이라고 볼 수 있다. 조현병 환자는 자아가 분열돼 있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중에 건강한 자아 하나쯤은 있다. 그것을 돋보이게 해주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단점에 집착하는 사람에게는 계속 장점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마음 근육이 생기면 단점을 구태여 숨길 필요가 없다. 차라리 자기 단점을 스스로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자기 단점을 냉소적으로 바라보지 말고 유머 있게 대해도 좋다.”

―착한 것과 착해 빠진 것은 어떻게 다른가?

“타인에게 연민을 갖는 것이 착한 것이다. 어렸을 때 착하지 않은 부분을 억압해 응석도 못 부리고 순종적으로 크면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생겨 착해빠질 수 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의 부당한 요구에도 항거하지 못하고, ‘세상사가 그런 것이지, 뭐라고’ 하며 넘겨버린다.”

―심리적으로 행복한 사람들은 어떤 특징이 있는가?

“버나드 림랜드라는 학자가 200여명의 학생에게 잘 아는 사람 10명의 이름을 적으라고 했다. 그리고 그 10명이 불행한 사람인지 행복한 사람인지 적고, 그다음에는 그 사람이 남을 돕는 사람인지 이기적인 사람인지 적게 했다. 결과는 행복해 보이는 사람의 4분의 3 정도가 남을 돕는 사람이었고, 불행해 보이는 사람의 95%가 이기적인 사람이었다고 적었다고 한다.”

―자기 혐오감이 강한 사람은 어떤 특징이 있나?

“자기를 싫어한다는 것은 자기에 대해 기대 수준이 높다는 것이다. 지나친 완벽주의를 추구하면 완벽하지 못한 자신을 미워하게 된다. 자신의 상처를 자꾸 변명하려 하고, 다른 사람과 정서적으로 가까워지는 것을 거부하기도 한다. 또 다른 사람의 욕구와 필요를 지나치게 신경 쓰고, 내가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견디려고만 한다.”

―부모들은 자식이 성공하기를 바라서 공부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실수라고 했는데, 성공을 위해 공부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오히려 도덕 지수라는 것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도덕 지수란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윤리적 신념을 따라 부끄럽지 않은 행동을 할 수 있는 능력, 충동적인 요구를 절제하고 다음으로 미룰 줄 아는 능력, 나와 다른 생각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능력, 존중하는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대하는 능력 등을 말한다. 선진 사회의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섬김의 리더십이 있었다.”

―인간관계와 성공을 위해서도 기대보다는 감사가 중요하다고 한 이유는?

“일본 마쓰시타 전기의 창업자 고노스케는 신입사원 면접 때 반드시 ‘지금까지의 인생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질문했다. 운이 좋았다고 대답하는 사람들은 뽑고, 그렇지 않았다고 대답하는 사람들은 뽑지 않았다고 한다. 아마도 감사하는 태도를 갖고 있느냐 없느냐를 봤던 것일 게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노력과 재능뿐만이 아니라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은 똑같은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기분 좋은 에너지를 준다. 이런 태도가 그 사람을 성공의 자리에까지 올려놓은 것이다.”

―자신이 과연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혈액형이나 별자리, 점, 사주, 성격검사, 에니어그램 등으로 성격을 추측하는데, 이를 어떻게 보나?

“내 앞날의 판단을 남에게만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 그 어떤 것도 일부분만 알 수 있을 뿐 아주 정확하게 파악하기란 어렵다. 변수가 많은 것이 사람이어서 쉽게 단정 지을 수 없다. 무엇보다 나 자신을 규정짓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면 결국에는 나를 옭아맸던 속박으로부터 서서히 벗어나게 될 것이다. 사람 마음 안에는 어마어마한 게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파고 들어가도 다 알아낼 수 없다. 프로이트도 아무리 (사람의 마음을) 보려고 했지만, 어느 지점부터는 알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런 인간에 대해 이렇다저렇다 하면 오만이다. 그래서 심리학자 칼 로저스는 상담할 때는 대상자가 어떤 말을 하면 희망을 갖는 데 초점을 맞춰 계속 들어주고 공감해주기만 하라고 했다.”

―남들은 다 잘도 사는 것 같은데, 자신은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진다는 분들이 많다. 신부님도 젊은 시절 오랫동안 자신을 하찮다고 여겼다고 했는데, 그런 기분이 들 때 어떻게 이겨낼 수 있나?

“이겨낸 게 아니라 죽어야 하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러다 심리 상담자를 만났다. 처음엔 상담자의 칭찬과 인정도 잘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점차 자존감이 회복됐다. 인생은 자전거 타기와 같다. 힘들더라도 나 스스로 자전거를 몰아야 한다.”

―신부님은 완벽한 인격을 추구하면서 자기 행동이 조금만 어긋나도 스스로를 심하게 자책했고, 밤마다 지옥에 빠지는 꿈을 꾸기도 했다고 고백했는데, 이를 어떻게 극복했나?

“종교적으로 자신을 너무 죄악시하면 자기 학대가 된다. 나도 가톨릭교회에서 죄인이라는 생각이 강해 나 같은 게 천당에 갈 수 있을까 두려웠다. 그러다 군대에 가서 몸을 쉴 새 없이 움직이면서 오히려 그런 심리 상태에서 벗어났다. 그래서 수도원도 기도만 하기보다는 노동을 하게 한다. 기도만 하면 현실 감각이 없는 공상가가 될 수 있으니 노동으로 생명체와 접촉해 현실 감각을 찾는 것이다.”


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홍성남 신부가 서울 명동성당을 배경으로 서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신부님도 심한 우울증을 앓은 적이 있다고 고백했는데, 우울증 환자를 위한 경험자의 처방은?

“신학교 들어가기 전 청년 시절 세상이 회색빛이었다. 그때는 그게 우울증인지도 몰랐다. 밥맛이 없고, 몸은 점점 말라가고, 기도를 해도 안 좋은 것만 떠올랐다. 군대에서 하루 10km씩 구보하면서 회복됐다. 우울증이면 먼저 자기 삶의 의미를 찾고, 좋은 추억을 되살리고, 운동을 해서 체력을 키워야 한다.”

―신앙생활에서도 진정한 나를 찾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한 이유는?

“일반적인 무지는 물음을 던지고 비판을 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신앙인들은 종교에 대한 의심이나 의문을 가지면 마치 불가침 영역을 건드리는 것 같다고 느끼곤 한다. 그래서 신앙생활 중 문득 드는 의문이나 궁금증에 질문을 던지는 것을 어려워하는 것이다. 이런 심리적 취약함을 이용하는 종교인들도 있다. 이들에게 신자들의 종교적 무지란 자신의 이익을 찾을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그래서 이 상태에 머물도록 온갖 방법을 동원하는데, 대게 종교적 열등감을 부추기는 방법을 쓰곤 한다. 신앙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의문이다. 신앙에 대한 질문뿐 아니라, 지금 나의 모습이 어떠한지 잘 살피고 다스리는 것 또한 중요하다. 건강한 자아가 확립되었을 때 하느님을 만나게 되면 그분과의 교류는 더더욱 깊어진다. 더 이상 하느님에 대한 왜곡이나 오해를 하게 되지 않으니 말이다.”

―불안할 때 자기 단죄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한 이유는?

“자기 단죄는 스스로를 죄인이라 여기며 모든 행동 하나하나에 자기 검열을 하게끔 만드는데, 지나친 자기 검열은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유발한다. 따라서 진정한 자아 성찰은 나 스스로를 받아들이며 나의 허물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진정한 겸손이다. 이 겸손은 상처를 회복하는 데에 힘을 실어준다. 하지만 거짓 겸손은 그럴싸한 자기 포장과 기만일 뿐이다. 간혹 기도 모임 등을 다녀와서 새로운 삶을 얻었다고 자랑하는 이들이 있다. 내적 변화의 과정은 이처럼 간단하지 않다. 이 변화는 자기 살을 깎는 듯한 고통이 필수적으로 수반된다.”

―간혹 큰 상처나 좌절, 우울함이나 공황 상태에 있는 심신미약자들과 기도원 등에서 함께 머무는 것으로 아는데.

“심리 상태가 허약해져 밥도 잘 못 먹고 잠도 잘 못 자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따뜻하고 편안한 환경 안에서 잘 쉬면서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일이다. 한마디로 재활 치료다. 그런데 철야기도나 신심 모임에 다녀오는 등 자신을 더 다그치기도 한다. 그러면 그럴수록 정신 상태는 더욱 악화된다. 특히 지나친 신심을 주입시키는 모임의 경우 신자들에게 지나친 죄의식이나 마귀에 대한 공포까지도 심어주기도 하는데, 심리적으로 불안한 사람들에게는 없던 병까지 생기게 하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간혹 심리적 결핍이 심각한 사람들의 경우 자신이 본 환시와 환청을 주님의 은총이라고 착각해 다른 사람들까지 현혹시키기도 한다. 무엇이든 지나쳐서 좋은 건 없다. 지나치게 영적인 삶을 강조하는 사람들을 멀리하는 게 좋다. 심리적으로 균형을 잃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까지 물에 빠뜨려 허우적거리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악은 그런 곳을 정확히 알아보고 몰려들어 서식한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출처: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well/people/1031277.html  한겨레 휴심정, 플라톤아카데미 ‘마음건강법을 인생멘토에게 묻다’ 홍성남신부 “불안과 긴장은 삶의 에너지원이다”(2) 인터뷰

필자_조현 기자
걷고 읽고 땀흘리고 어우러져 마시며 사랑하고 쓰고 그리며 여행하며 휴심하고 날며…. 저서로 <그리스 인생학교>(문화관광부장관 추천도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누리꾼 투표 인문교양 1위), 숨은 영성가들의 <울림>(한신대, 장신대, 감신대, 서울신대가 권하는 인문교양 100대 필독서). 숨은 선사들의 <은둔>(불교출판문화상과 불서상), 오지암자기행 <하늘이 감춘땅>(불교출판상).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우리시대 대표작가 300인’에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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