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건강법]문광스님, 생각 끊어진 마음자리로 가야 (下) (문광스님)

2022-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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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건강법을 인생멘토에게 묻다]
| ⑨ 탄허학 박사 1호 문광 스님―하


문광 스님. 조현 종교전문기자

문광 스님. 조현 종교전문기자


접촉은 줄고, 접속은 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해 활동량과 대면 접촉이 줄면서 활동 반경은 줄고, 불안과 우울 지수는 높아졌다. ‘코로나19’로부터 공동체를 보호하는 것 못지않게 지나친 불안과 우울로부터 자신을 지켜내는 것도 중요한 때다. 똑같은 환경이지만 평안하고 행복한 일상을 누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 지혜를 찾아 <한겨레>가 플라톤아카데미와 공동으로 ‘마음건강법을 인생멘토에게 묻다’ 시리즈를 4주 간격으로 10회에 걸쳐 진행한다. 아홉번째 멘토는 동국대 불교학술원 연구초빙교수인 문광(51) 스님이다.


‘탄허학 박사 1호 문광 스님―상’에서 이어짐.


―탄허 스님이 30~40년 동안 평생 <천부경>을 연구한 노인에게 가서 현토를 배우고, 천부경을 주역에 앞선 역의 원조라고도 한 이유는?

“<천부경>은 81자로 된 역학의 축소판인데, 그것이 단군시대이니 중국의 요 임금 때라고 보면 중국의 <주역>보다 <천부경>이 앞서게 된다. 일제강점기 때에 우리의 고대사 문헌을 많이 없애고서 실증사학이라 하여 증거가 없으니 거론하지 말라는 식의 식민사관 때문에 <천부경>의 역사성을 부정하는 경우가 있지만, 우리가 그러한 일본인의 생각을 따라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중국이나 일본에 비교해볼 때 고대역사에 대해서 우리처럼 무기력한 경우가 없다. 조그마한 근거만 나와도 정사(正史)로 공론화하는 중·일에 비해 과한 자기폄하다. 탄허 스님이 <천부경>을 거론하는 데에는 이러한 민족적 자긍심이 바탕에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읽어보면 <천부경>이 얼마나 위대한 문헌인지 알 수 있다. <주역>의 종주국도 한국이라고 탄허 스님이 말했다. 중국은 없는 역사를 만들고, 일본은 엄연한 역사를 속이는데 한국은 버젓이 있는 역사도 챙기지 못한다. 스님도 그것이 안타까웠을 것이다.”


―탄허 스님이 인도와 동남아 등 불교 성지순례를 마치고 돌아온 뒤 인터뷰에서 ‘한국 불교는 세계의 중심이며, 한국이 세계 불교의 종주국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한국이 불교의 진수인 불교 교리와 선 사상을 그 어느 나라보다 제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봐서다. 특히 고려대장경의 보유만으로도 한국이 으뜸이라는 것이다. 인도에 범어로 된 대장경이 나란다대학의 화재로 별로 남아 있지 않으며, 티베트대장경 역시 수적으로 적으니 세계에서 우리가 보유한 한문 대장경이 최상의 불교 원전이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중국은 문화혁명으로 전통을 말살했고, 일본은 대처를 해서 삼보 가운데 승보가 무너졌다. 탄허 스님은 늘 한국의 모든 전통과 문화를 긍정했고, 국민들이 자존감을 갖기를 바랐다.”


―탄허 스님이 주역의 64괘와 불교의 근본 자리가 같다고 한 이유는?

“주역의 64괘와 태극은 불교 <기신론>으로 볼 때 생멸문과 진여문이라는 거다. 만유를 수렴하면 일심(一心)이 되는데 이것이 태극이고, 펼치면 모든 복잡한 생멸문의 괘상이 된다는 점에서 근본 이치가 같다고 보았다. 스님의 진정한 회통의 저력이 이런 설명에서 나온다고 본다.”


서울 잠실 불광사에서 설법하는 문광 스님. 문광 스님 제공
서울 잠실 불광사에서 설법하는 문광 스님. 문광 스님 제공

# 한국 문화는 세계의 단전이어서 세상 사상 철학 종교의 결론을 맺을 것


―한국의 사상 철학 종교 문화는 세상의 사상 철학 종교 문화의 결론을 짓는다고 했는데, 그렇게 보는 까닭은?

“한국 문화를 ‘단전성(丹田性) 문화’로 설명하고 싶다. 고속도로 톨게이트처럼 모든 것이 모여드는 곳이 단전이다. 우리나라가 그와 같은 나라라는 것이 저의 주장이다. 모든 것이 한 곳에 모여들었다가 다시 빠져나가듯이 단전은 그러한 것이고 한국이 바로 그런 요충지이다. 그 특성이 나타나서 모든 것이 다 모여서 정리되고 결론을 내고, 새롭게 다시 퍼져나가도록 시작도 하는 곳이다. 한국은 동북방의 간방인데 만물을 시작하고 만물을 마무리한다는 역학적 의미가 있다. 이것을 저는 ‘단전성 문화’라는 새로운 용어로 설명한다.”


―탄허 스님은 미국이 핑퐁외교로 중국과 수교를 하기도 전에 우리나라와 중국이 통하게 된다며, 제자들에게 중국어를 배우라고 강조한 이유는?

“그것은 정역 8괘에 입각해서 미리 안 것이다. 정역 8괘가 실현되기 전에 문왕 8괘가 완성되는 것인데 문왕 8괘에 진(震)과 태(兌)가 동서를 대표한다. 중국이 미미했을 때에도 이미 중국이 미국만큼이나 성장할 것을 미리 알았고, 중국이 성장하면 당연히 한자문명이 다시 한번 빛을 볼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남방으로 유학을 떠나려는 법산 스님에게 중국으로 박사과정 유학을 권유하기도 했다. 법산 스님은 대만으로 유학을 다녀오셔서 퇴임시까지 동국대 교수를 지냈다.”


―일반적으로는 관상 같은 것은 승가에서 하찮게 보는 술학인데 탄허 스님이 다르게 평한 까닭은?

“‘6신통 가운데 타심통은 불교의 관상학이다’라는 말씀도 했다. 사람의 모습을 보고서 그 마음을 꿰뚫어 보신 것이 부처님의 신통력이었다는 것이다. 공자, 맹자, 노자 모두 각기 사람을 보고 그를 판단하는 고유의 관찰법이 있었음을 강조했다. 해운거사의 <관상학> 책에 쓴 서문에 나온다. 박정희 대통령이 부하인 김재규에게 총살 당할 줄 몰랐다는 것은 관상학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스님들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슬쩍 스쳐 지나치면서 인연이 되기도 하는데 한 눈에 그 사람의 속을 볼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제대로 된 인재도 양성할 수 있고 남에게 속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씀했다. 물론 생각 끊어진 무심자리를 증득해야 제대로 볼 수 있는 것이니 결국 불교적으로 결론을 내렸다.”


문광 스님이 사숙한 탄허 스님. <한겨레> 자료사진
문광 스님이 사숙한 탄허 스님. <한겨레> 자료사진



# 이 땅에서 기독교의 종말론적 구원관을 폭발시킨 씨앗은 전통적인 미륵신앙


―원효대사의 미륵상생경종요에서는 미륵을 맞이하는데도 하근기, 중근기, 상근기가 있다는데, 어떻게 다른가?

“출가해서 한국 불교사에서 가장 특별하게 보였던 것이 미륵사상이었다. 삼국시대엔 미륵사상이 매우 중요했다. 그래서 그 당시 연구했던 미륵에 관련된 내용들을 이번 <탄허학 연구> 책에 화엄학과 연관하여 많이 수록했다. 그중의 하나가 원효의 미륵사상 해석이었다. 하근기는 미륵이 하생하길 기다리고, 중근기는 미륵이 계신 도솔천으로 10선법을 닦아서 올라가려 하고, 상근기는 <미륵성불경>이라는 이름처럼 자신이 수행하여 성불해서 미륵처럼 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과연 원효는 위대한 한국 사상의 새벽이다.”


―기독교에서는 이 세계는 언젠가 ‘종말’이 오고 ‘심판’이 있는데 이때 예수가 재림하여 구원하게 될 것이라고 가르치고, 특히 우리나라엔 기독교 계통의 ‘종말론’이 등장하는데, 한국 사회에서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는 이런 ‘구원 인플레이션’ 현상의 뿌리는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불교에서 말하는 고(苦)의 세계니까 구원을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마음이 해결되지 않는 한 영원한 인류의 과제일 것이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한국이 좀 강한 양상을 보인다. 저는 그것을 한국인의 종교 심리 구조 때문이라고 본다. 미륵하생이 예수재림으로 변한 것이다. 한국엔 ‘구원불인 미륵이 와서 중생을 구제해준다’는 강력한 미륵하생신앙이 있었는데, 조선시대에 잠시 유교사회에서 신앙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서학이 들어오면서 예수재림으로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패턴은 유사하다. 그래서 ‘한국인의 종교 심리 구조’라는 표현을 써서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비티엔> 유튜브 갈무리
<비티엔> 유튜브 갈무리



# 1700개 화두가 모두 타파되어야 견성


―선가의 보물로 알려진 고려 진각혜심국사의 <선문염송> 해설서를 곧 낼 예정인데, 수많은 조사어록과 비교해 선문염송의 특징이 무엇이고, 가장 깊게 천착한 내용은 무엇인가?

“저는 선 사상에서도 한국학의 관점으로 보았다. 중국에 <전등록> 30권이 있다면 우리에겐 고려 송광사에 진각혜심의 <선문염송> 30권이 있었다. <전등록>에 비교해서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저는 <선문염송>을 중심으로 조사의 어록을 보았다. 과거 7불이 없고, 경전에서 화두를 뽑아서 불법승 3보를 갖춘 체계를 구성했다. 제가 이 책을 열심히 본 것은 화두참선을 저의 수행으로 삼았기 때문에 소의경전으로 꾸준히 본 것이다. <선문염송> 전체를 본 뒤에 제가 모르겠는 향상구 화두들을 중점적으로 보게 되었다.”


―스님이 <비티엔>에서 선문염송 1463 화두공안 가운데 16화두의 염과 송을 강의하는데, 그중 14개가 향상구 공안이다. 향상구 공안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화두는 모두가 같은 경지에 있는 것이 아니다. 법신변사(法身邊事)의 진리가 있고, 법신향상사(法身向上事)의 진리가 있으며, 그 사이에 해당하는 여래선의 경지가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난해한 공안들이 향상구(向上句)이다. 공부가 처음 열리면 누구나 법신변사가 열리게 된다. 온세상이 한 덩어리이고, 불이(不二)이며, 주객이 끊어지는 체험을 한다. 법신변사의 공안도 모두 동일하지 않다. 경계가 다 다르다. 하지만 법신변사가 완전히 투득되어도 향상구의 화두는 아무리 보아도 알 수가 없다. 제가 향상구에 막혀서 앞이 캄캄했던 체험을 했기 때문에 <선문염송 요칙>이라는 책을 엮어서 향상구 공안을 중심으로 역해해서 누구나 자신을 점검해볼 수 있도록 하게 된 것이다. 조그마한 진리를 알았다고 공부가 끝났다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향상구 공안에 막힘이 하나도 없다면 모를까, 그러기 전에는 재참(再參)해야 한다.”


―스님도 간화선 수행을 한다고 했는데 스님의 간화선 수행 경험이나 체험은?

“조계종 제10대 종정이셨던 혜암 스님의 마지막 시봉행자였는데 스님께 ‘만법귀일’ 화두를 받았다. 스님이 입적하기 2달 전의 일이다. 은사 스님께서 한문을 볼 줄 아니 너는 동국대에 가서 경율론을 모두 한번 보라고 했다. 하지만 저는 대학 가려고 출가한 것이 아니라고 버티다가 결국 스님 뜻을 따라 동국대에 입학을 했다. 대학원 석사를 수료하고 출가해 참선이 하고 싶었는데 동국대 학부를 다니게 되었으니 생식을 하며 독하게 참선했다. 큰스님께 받은 화두를 5년 만인 2006년에 타파하게 되었다. 정말 박살이 나는 특별한 체험이었고 그 뒤에는 교학적으로 잘 모르겠던 교리들이 환해졌다. 지금 유튜브에 올라 있는 화엄사법계라든지 선지(禪旨)들은 그때 터져서 알았던 내용들이다. 그렇게 공부가 다 된 줄 알고 1년을 지내다가 동국대 백상원 기숙사에 대중공양으로 나눠준 진제 스님의 법어집 <고담녹월>을 보았는데 처음부터 모르는 공안들이 여러개가 이어서 나왔다. 나는 분명히 화두가 타파가 되었는데 왜 이 공안들은 모르겠는지 궁금했다. ‘덕산탁발화’, ‘마조일할’ 이런 공안이었다. 그 뒤에 최고의 선정에 들어가서 향상구 공안이 타파되어야 이 공부가 끝이 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진제 스님을 찾아 뵙고 법거량을 하고 화두를 다시 받아서 봉암사 선원과 해운정사 선원에서 수좌로 정진을 했다. 깊고 깊은 선정에 들지 않으면 향상구 공안은 타파되지 않는다. 1700공안 가운데 단 하나라도 모르는 게 있으면 견성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것이 간화선 수행의 기본규칙이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출처: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well/people/1035001.html  한겨레 휴심정, 플라톤아카데미 ‘마음건강법을 인생멘토에게 묻다’ 홍성남신부,“화내도 울어도 괜찮다”(1) 인터뷰

필자_조현 기자
걷고 읽고 땀흘리고 어우러져 마시며 사랑하고 쓰고 그리며 여행하며 휴심하고 날며…. 저서로 <그리스 인생학교>(문화관광부장관 추천도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누리꾼 투표 인문교양 1위), 숨은 영성가들의 <울림>(한신대, 장신대, 감신대, 서울신대가 권하는 인문교양 100대 필독서). 숨은 선사들의 <은둔>(불교출판문화상과 불서상), 오지암자기행 <하늘이 감춘땅>(불교출판상).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우리시대 대표작가 300인’에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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